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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진하는 중국 LNG운반선…그래도 1등은 한국

한국이 터줏대감으로 지내온 LNG운반선 시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중국 조선소가 바짝 추격 중이다.

  • 기사입력 2024.03.14 06:45
  • 기자명 육지훈 기자
멤브레인형 화물창을 장착한 LNG운반선. [사진=셔터스톡]
멤브레인형 화물창을 장착한 LNG운반선. [사진=셔터스톡]

오랜 기간 LNG운반선 건조는 한국 조선업체들의 독무대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이 무대에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해 활약 중이다. 바로 중국 조선소들이다. 특히 후동중화는 지난 1월 카타르 국영기업 카타르에너지가 새해 첫 LNG운반선으로 발주한 8척(Q-Max급)을 수주받아 화제가 됐다.

후둥중화는 중국 국영조선공사(CSSC)의 자회사다. 중국 조선소는 막대한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자국 정부 덕분에 LNG운반선 건조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다. 여기에 LNG운반선 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며 더욱 호재가 됐다.

중국 업체들의 지속적인 LNG운반선 수주에 한국 조선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중국이 한국을 넘볼 단계는 아니다'는 안도감 섞인 주장도 나온다. 중국 정부와 그 이해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일반 선주들은 '사업이력이 짧은' 중국 조선소에 쉽게 발주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배경이다.

 

LNG운반선 업계에 나타난 경쟁자

LNG운반선은 건조하기 어려운 선박이다. 특히 화물창 제조가 까다롭다. 극저온(영하 162도)으로 액화된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어야 해서다. 세계에서도 소수의 조선소만이 이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LNG운반선 제작은 중국 조선소가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중국이 자국산 LNG운반선을 건조·인도한 건 비교적 최근인 2008년으로 1991년부터 건조해 온 한국과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천연가스에 주목하면서 조선업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중국은 주요 에너지원이었던 석탄을 대체하기 위해 천연가스를 대대적으로 도입했다. LNG 수입량은 2015년 1790만 톤에서 2021년 7840만 톤으로 4배 이상 뛰었다. 그 결과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LNG수입국가로 거듭났다.

중국 정부는 LNG운반선 발주를 자국 조선소들에 맡기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 정부와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다른 나라 고객사 가운데 일부도 중국 조선업체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본 선사 미쓰이OSK라인(MOL)이 대표적이다. MOL은 2013년경 중국이 LNG운반선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일본 측 기술자를 파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와 맺은 장기 용선계약을 바탕으로 17만 4000cbm 규모의 LNG운반선 6척을 후둥중화에 발주한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 조선소들의 LNG운반선 제조 기술력 발전에 또 다른 기폭제로 작용했다. 가스관으로 공급되던 러시아 천연가스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맞으면서 LNG운반선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KOBC)는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천연가스 교역량 중 LNG 비중은 2018년 약 35%에서 2022년 46% 수준으로 증가했다"라며 "2022년 LNG운반선 대규모 발주 결과 2024년과 2025년에는 (선복량이) 각각 약 10%, 11%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조선소는 2022년 LNG운반선 55척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기존 물량 대비 55척은 매우 많은 양"이라며 "경험을 통해서 기술을 축적할 수 있을 정도"라고 우려했다.

 

LNG운반선 업계에 나타난 경쟁자

중국 조선소들이 가진 한계는 명확하다. 안정적으로 운용된 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선주 입장에서 선박의 안정성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LNG운반선 용선료는 2023년도 기준 160KCuM급 평균 스팟운임이 하루 9만 7077달러로 항해가 멈추면 다른 선종 대비 화주가 입는 타격이 더 크다.

사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극저온 액체를 운송하는 LNG운반선의 특성상 누수가 생기면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 우종훈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영하 162도인 액체 천연가스가 기화해 화물창 외부에 닿게 되면 철판이 깨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며 "LNG운반선은 일반 화물선과 달리 누출에 굉장히 민감한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주들이 조선소가 건조한 선박 트랙 레코드를 확인하는 이유다. 보통 최소한 5~10년가량 운용한 데이터가 쌓여야 선주들의 인정을 받는다.

이는 중국 조선소들의 큰 약점이다. 중국 조선소들은 안전한 선박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후둥중화가 건조한 LNG운반선 CESI칭다오호가 동력계통 이상으로 멈춰 서며 LNG터미널을 약 일주일간 가로막은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를 문제 삼아 지난 1월 호주 해사안전청(AMSA)은 CESI칭다오호의 입항을 6월까지 금지해 논란이 됐다. 이보다 전인 2018년에는 CESI 글래드스톤호(후동중화가 건조)가 해상에서 운항 불능상태에 빠져 견인되기도 했다.

중국 대표 조선소로 꼽히는 후둥중화가 이 정도 수준이니 다른 업체들 사정은 더 열악하다. 다롄, 장난, 양즈장, CMHI장쑤는 현재까지 완성된 LNG운반선을 인도해 본 경험이 없다. 이들 업체는 본격적으로 선박을 인도하는 시점인 2025년, 2026년 납기 일정 준수는 물론 선박의 안정성을 함께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 조선소들은 기술력 난관을 가격 경쟁력으로 돌파하려 한다. 후 케이 장난조선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022년 11월 해양 전문지 트레이드윈드에서 "한국과 대비해 중국 LNG운반선 가격은 5%~7%가량 낮다"며 "중국 조선소의 가격경쟁력은 낮은 인건비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가격경쟁력 우위에도 해외 고객사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중국 조선소는 여전히 자국 내 기업과 정부 기관 위주로 LNG운반선을 수주받고 있다. 2022년 수주받은 물량 또한 대부분이 내수 수요에 대응하는 발주였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2022년 중국이 받은 55척의 발주사를 조사해 보면 40척 이상이 중국 선사인 것으로 확인된다"며 "중국에서 LNG를 수입하는 페트로차이나, 시노펙 등이 수입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해당 발주 물량이 나왔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국 조선소들의 LNG운반선 건조 우위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선주들은 LNG운반선 발주에 보수적이다"며 "중국 조선소가 만든 LNG운반선이 정상 운항된 트랙 레코드가 쌓이기 전까지 글로벌 선주들은 계속해서 국내 조선소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선주 주문 1순위 국가, 한국

난제와 씨름하는 중국과 달리 한국 조선업계는 순항 중이다. 최근에도 삼성중공업이 '중동지역 선사로부터 LNG운반선 15척을 수주했다'는 낭보를 전했다. 계약 금액만 4조 5716억원으로 삼성중공업 역대 최대 수주액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가격경쟁력과 기술 발전을 감안해도 글로벌 선주들이 한국 조선업체들을 선호한다고 평가한다. 중국 업체들과 달리 한국 조선소들의 LNG운반선 트랙 레코드가 오래되고 또 신뢰할 만해서다.

조선업계 한 전문가는 "중국 대비 한국은 수주 및 건조 실적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한국 조선소 기술을 신뢰하기 때문에 우리 조선업체들이 그만큼 수주를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선사들이 생각하는 한국 조선소들의 특화 경쟁력에는 화물창 공정 기술과 노동자들의 역량, 기자재 공급망 등이 꼽힌다. 그중에서도 특히 화물창 공정 능력이 핵심으로 이는 다수의 LNG운반선을 건조하며 관련 기술과 데이터를 쌓은 덕분이다.

또한, 한국 조선소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LNG 화물창을 직접 설계하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그동안 화물창은 프랑스의 가즈트랜스포트&테크니가즈(GTT)사의 설계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GTT 설계는 선주들에게 ‘안정성이 검증됐다’는 평가를 받아 조선소에서도 선호된다. 

국내 조선업계가 노력한 끝에 현재는 우리 기업이 설계한 화물창을 선박에 장착하는 단계까지 성공했다. 지난해 5월 인도된 한국가스공사의 첫 LNG벙커링선 블루웨일호는 한국형 화물창 KC-2가 탑재돼 주목을 받았다. 블루웨일호는 LNG 7500㎥ 분량을 저장할 수 있으며 인도된 이후 현재까지 13항차 운항됐다.

화물창 국산화가 중요한 이유는 가격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는 LNG 운반선 1척당 라이선스 비용으로 약 100억원을 지불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화물창 원천기술이 국산화한다면 선박 계약금의 5%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 포춘코리아 육지훈 기자 jihun.yook@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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