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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ocus] 로라 앨버 윌리엄스 소노마 CEO

  • 기사입력 2024.02.13 06:00
  • 최종수정 2024.03.22 13:04
  • 기자명 EMMA HINCHLIFFE 기자 & 이세연 기자

로라 앨버는 불과 42세의 나이에 윌리엄스 소노마의 CEO에 올랐다. 13년 후 그녀는 포춘 500대 기업의 여성 최장수 CEO가 됐다. 아울러 그 기간 동안 웨스트 엘름과 포터니 반의 모기업인 윌리엄스 소노마의 매출을 두 배나 늘렸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적 역풍'으로 인해 이 고급 가정용 가구 소매업체에서 새로운 수입원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포터리 반 키즈라는 브랜드를 직접 만들었던 앨버가 과거에도 했던 일이다. 

로라 앨버는 윌리엄스 소노마를 정말 사랑한다. 물론 많은 포춘 500대 기업 CEO들이 자신의 회사에 대해 같은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사업을 키우는 일부터 프랑스 도자기 연구에 이르기까지 매출 87억 달러(약 11조 3360억원) 규모의 이 가정용 가구 소매업체에 대한 앨버의 헌신은 광신에 가까울 정도다. 그녀는 "정말 진심"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녀는 회사를 배우자에 비유한다. 다른 CEO 자리를 고려한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한다. 앨버는 지난 10월 포춘이 주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 정상모임에서 "다른 남편을 찾고 있지 않다"고 웃으며 말했다. 실제로 앨버는 윌리엄스 소노마 CEO로 13년째 재직 중인데, 웬만한 결혼생활보다 더 긴 기간이다. 그녀는 이제 포춘 500대 기업의 최장수 여성 CEO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갭 출신인 그녀는 1995년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윌리엄스 소노마에 포터리 반 브랜드의 수석 바이어로 입사했다. 그리고 2010년 최고 자리에 올랐다. 그녀는 42세의 나이에 67년 역사를 가진 이 소매업체의 4번째 CEO로 임명됐다. 윌리엄스 소노마는 창업주 척 윌리엄스의 성(姓)과 1호점의 소재지였던 캘리포니아 소노마의 지명을 조합해 지었다.

그 후 앨버는 이 소매업체의 매출을 50억 달러(약 6조 5150억원)나 늘렸다. 그녀는 자사의 첨단 전자상거래 사업을 활용했다. 아울러 회사가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명확하게 내세운 '미학(aesthetic)'에 집중했다. 윌리엄스 소노마의 화려한 홀리데이 카탈로그는 스타벅스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내놓는 빨간색 컵과 비슷한 전통이 됐다. 이후 인터넷에서 이 카탈로그를 풍자한 '악플러 가이드'까지 등장하며 더욱 유명세를 탔다(이 가이드는 2023년 카탈로그에 포함될 가능성 있는 위시 리스트 품목 중 하나로 1499달러짜리 가짜 크리스마스 트리를 꼽았다).

그러나 이런 브랜드 충성도와 온라인 풍자가 모두 시들해질 위기에 처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윌리엄스 소노마의 부자 고객들조차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앨버가 뛰어난 성과를 계속 유지하려면, 새로운 매출원을 발굴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윌리엄스 소노마는 평균 14%에 가까운 총 주주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녀는 "거시 트렌드에 따라 사업환경이 개선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며 "직접 변화를 만들어 내고 다른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앨버는 이전에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적이 있다. 그녀는 첫 딸을 임신했던 1999년 당시 아동용 가구 및 장식용품 시장에 크게 실망했다. 그녀는 "곰돌이 푸와 로라 애슐리"가 전부였다고 회상한다. 그래서 퇴근 후 여성 동료들과 함께 모여, 포터리 반 키즈의 프레젠테이션 안을 만들었다. 최초의 아동용 라이프스타일 가정용 가구 브랜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포터리 반 키즈는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과시하는 하나의 수단이 됐다(물론 그 아이들의 부모는 1795달러나 되는 바퀴 달린 비싼 침대를 사줄 여유가 있었다). 

이 실험은 회사가 발송한 카탈로그 중 한 부당 판매량을 기준으로 최대 성과를 거뒀다. 포터리 반 키즈와 파생 브랜드인 포터리 반 틴(2000년대 밝은 노란빛이 도는 녹색의 침실과 네온색의 빈백 의자로 인기를 끌었다)은 2022년 윌리엄스 소노마 매출의 13%를 담당했다.

포터리 반 키즈의 첫 고객들에게 어필했던 요소는 오늘날 여전히 윌리엄스 소노마의 고객들에게도 통하고 있다. 그 브랜드들의 높은 가격을 정당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앨버는 "고객들은 디자인과 품질을 원하기 때문에 우리 매장을 찾는다. 제품 구매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평생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소파이기 때문에, 이사를 가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고, 그들도 계속 사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한다.  

앨버의 첫 주요 승진은 포터리 반의 카탈로그 사업 운영을 총괄하는 자리였다. 카탈로그 사업은 대부분 매장에서 가구를 판매하던 당시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형태였다. 자매 브랜드 윌리엄스 소노마가 주방용품을 중심으로 카탈로그 판매를 했기 때문에, 포터리 반도 거의 카탈로그에만 의존했다. 앨버는 "내가 온전히 맡은 첫 브랜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철저하게 챙겼다"고 회상한다. 

이를 통해 앨버와 회사는 제품 스토리텔링부터 소비자 직접 배송에 이르기까지 전자상거래 시대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다른 기존 브랜드들은 온라인 전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윌리엄스 소노마는 카탈로그 사업을 통해 이커머스에 대비할 수 있었다. 회사의 온라인 판매 첫 실험은 1998년 웨딩용품 사업부터 시작됐다. 2022년 들어서는 전체 판매 중 66%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리서치업체 에버코어 ISI의 애널리스트 올리버 윈터맨텔은 "우리는 항상 윌리엄스 소노마를 멀티채널의 대표주자로 꼽는다"고 밝혔다.

이런 기민함은 앨버의 CEO 재임 10년 만에 팬데믹이 닥쳤을 때, 윌리엄스 소노마에 큰 도움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장들을 닫았을 때, 회사가 소매점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기로 한 결정도 마찬가지였다. 이 조치는 창의성을 갖춘 인력들의 신뢰를 얻었다. 그 결과, 이 직원들은 새로운 도전(재택근무 시대를 맞아 고객들에게 집을 꾸미는 방법을 원격으로 조언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다른 가정용품 소매업체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베드 배스 & 비욘드는 파산했고, 로우스와 홈 디포 같은 주택 개보수 소매업체들도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반면, 윌리엄스 소노마는 고소득소비자·고급제품·멀티채널 전략을 앞세워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윌리엄스 소노마의 규모에 대적할 고급 가구용품 및 라이프스타일 경쟁업체는 거의 없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조너선 마투체프스키는 "회사는 경쟁하는 모든 카테고리에서 선두주자"라고 설명한다. 동일매장 비교매출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5%나 급증했다(물론 2022년 말께는 연간 성장률이 6.5%로 둔화했다).

회사 주가도 2023년 들어 현재까지 36% 상승하며, 시장 수익률을 웃돌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평균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주가 강세의 비결로 꼽는다. 

그러나 앞에 높인 도전들은 만만치 않다. 사모펀드 회사 레너드 그린이 운영하는 펀드들은 윌리엄스 소노마 주식을 꾸준히 매입, 장기투자용 "패시브 지분"(그린의 표현이다) 5%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컨테이너 스토어와 직물 및 공예품 업체 조앤 같은 소매업체 인수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셰이드 스토어를 인수하며, 가정용품 분야에도 진출했다. 레너드 그린은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지만, 윌리엄스 소노마는 "레너드 그린을 투자자로 맞게 돼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게다가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 부자들조차 높은 인플레이션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고가품(big-ticket items)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집에 틀어박혀 있던 소비자들은 대신 서비스와 경험에만 돈을 쓰고 있다. 8%에 달하는 고금리로 인해 주택 소유주들은 다른 소비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 중개플랫폼 리얼터닷컴이 2023년 초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사에 관심이 있는 주택 소유주 중 82%가 현재 높은 이자율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새 가구와 장식품, 주방용품을 구입할 큰 계기가 사라졌다.  

주택 경기 침체는 웨스트 엘름 브랜드에 가장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 회사의 2023년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0.8%나 감소했다. 가구로 더 유명한 이 브랜드의 핵심 고객층-디자인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가령 4459달러짜리 고급 소파세트(sectional)로 바꾸곤 했다-이 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199.95달러짜리 특수코팅 냄비와 39.90달러짜리 핫초코 믹스를 판매하는 모 브랜드 윌리엄스 소노마는 같은 기간 동안 1% 미만의 매출 감소율을 기록하며,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앨버는 팬데믹 기간 동안 가구 판매가 호황을 누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이 더 빠듯해지면, 있으면 좋은(nice-to-have) 윌리엄스 소노마 브랜드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윈터맨텔은 "쓰던 소파가 망가졌다고 새 소파가 바로 필요한 건 아니다. 내년에 바꿔도 된다"며 "하지만 지붕에 물이 새거나 세탁기가 고장 났을 때는 교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앨버는 "사람들이 지금 당장은 이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을 꾸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며 "아기 방이나 기숙사 방처럼 '생애주기 제품' 카테고리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요리기구나 장식품 같은 다른 카테고리도 상대적으로 불황에 강하다고 주장한다. "거실 전체를 다시 꾸미는 것보다 주말 모임을 위해 예쁜 냅킨 몇 개를 사는 것이 훨씬 쉬운 결정이다".

연말연시 휴가철(2022년 회사 매출의 28%를 차지했을 정도로 중요한 시즌이다)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앨버는 "사람들은 어떤 경제 상황에서도 선물은 산다"며 "비록 그들이 자신을 위한 지출을 줄이더라도, 우리는 고객들이 선물로 주거나 요구할 수 있는 '아름답고 실용적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앨버가 CEO에 오른 이후 윌리엄스 소노마의 연간 매출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녀는 현 수준에서 매출을 다시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앨버는 B2B 사업부를 통해 이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이 부서는 기업 명절 선물을 시작으로 현재는 사무실과 호텔, 경기장에 가구용품을 공급하고 있다(B2B 사업부 매출은 2022 회계연도에 27% 성장, 거의 10억 달러에 육박했다). B2B 판매는 다양한 방식의 배송과 테스트를 요한다(가령, 호텔 로비에 설치될 벤치는 많은 유동인구를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2023년 목표는 팬데믹 관련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고, 일관된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한 표준화였다. 앨버는 프랜차이즈 최초의 글로벌 확장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인도에는 포터리 반 2호점을 오픈했다.

다음 목표는 인공지능(AI)이다. 앨버는 이 기술을 고객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도구로 생각한다. 그녀는 세일즈포스 이사로 활동하며, 그 잠재력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앨버는 "집을 꾸미는 일은 정말 어렵다. 아름다움과 디자인을 이해한다고 해도 가구의 공간적 상대성은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고난이도의 문제"라며 "우리가 최고 디자이너와 역대 최고로 꾸민 방을 모두 한데 모을 수 있다면 어떨까?"라고 반문한다.

앨버는 미래를 생각하면서도 다른 기회를 찾기보다 CEO로서 현직에 충실한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녀는 28년 전 입사한 이래, 윌리엄스 소노마 이외의 다른 기업에서 면접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한다. 그녀가 충성심을 중시하고 '회복탄력성'을 설파하는 게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앨버는 "일이 잘못되면 곧바로 나가떨어지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며 “하지만 특히 제품이 훌륭하고 기회가 있는 회사라면 그런 고난을 견뎌낼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그녀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시련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다. 그녀는 자칭 "걱정꾼(worrier)"이지만,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차라리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고 싶어 한다. 앨버는 "그냥 이런 상황이 지속될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불안한 경제가 이제 새로운 일상이 될 것이라고 상정하면, 훨씬 더 혁신적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글 EMMA HINCHLIFFE 기자 & 이세연 기자

※해당 기사는 Fortune.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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