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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에 처한 보링 컴퍼니

보류된 프로젝트와 정치권의 개입, 더딘 사업 진행으로 인해 일론 머스크의 보링 컴퍼니 꿈은 한풀 꺾인 것처럼 보인다.

  • 기사입력 2024.02.15 09:30
  • 최종수정 2024.03.26 17:08
  • 기자명 Jessica Mathews 기자 & 김동현 기자

지난 2020년 12월 16일, 스티브 데이비스가 라스베이거스 시청 연단에 올랐다. 스페이스 X의 신뢰를 받던 초기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일론 머스크가 보링 컴퍼니 사장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데이비스는 시의회 의원들에게 보링 컴퍼니가 최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의 12m 지하에 완공한 첫 소규모 터널구간에 대해 브리핑했다.

데이비스는 또한 시의회에 훨씬 비용이 많이 드는 철저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초기안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앨리자이언트 스타디움에서 라스베이거스 중심가, 프리몬트 거리나 공항까지 7분 이내에 도시 모든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언급한 것이다. 데이비스는 시의원들에게 "이 프로젝트는 우리 회사와 다양한 부동산 소유주들이 자금을 대는 사모 벤처사업(privately funded venture)이 될 것이다. 따라서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밝혔다.

당시 데이비스는 검은색 코트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평소에 비해 나름 격식을 차린 복장이었다. 직원들은 그가 스페이스X 로고가 새겨진 러닝 재킷과 야구 모자 외에 다른 걸 걸친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보링 컴퍼니를 위해 일하던 로비스트 중 한 명은 이날 회의 전 데이비스와 사전 미팅을 갖고, 그가 좀 더 전문가처럼 보이도록 준비하게 했다. 이 같은 사실은 그 로비스트가 시의 주요 국장들 중 한 명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밝혀졌다(포춘은 이 메일을 확인했다. 로비스트는 "그에게 넥타이를 채우긴 어려울 것 같다"고 썼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링 컴퍼니를 가장 거세게 비판해 온 캐럴린 굿맨 시장에게 단정한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했다.

굿맨 시장의 비판은 보링 컴퍼니가 다른 모든 곳에서 공공 터널 프로젝트를 완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회사는 머스크의 원대한 계획을 앞세워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7억 9500만 달러(약 1조 327억원) 이상을 조달했다. 자율주행차가 시속 240km의 속도로 사람들을 목적지까지 빠르게 실어 나를 수 있는 '지하 다중 정거장 도로'라는 거창한 아이디어다. 하지만 포춘이 검토한 계약서와 라스베이거스 행정기관들에 따르면 보링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약 3.86km의 거리에서만 터널을 운영 중이다. 한편 캘리포니아에서 일리노이와 텍사스, 플로리다, 메릴랜드에 이르기까지 보링이 추진한 프로젝트들은 모두 무산됐거나 중단됐다(데이비스와 머스크 그리고 몇몇 보링 투자자들은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말끔히 차려입은 코트 때문인지 아니면 상사인 머스크의 스타 파워 덕분인지, 데이비스는 2020년 시의회의 만장일치 승인으로 보링 터널을 라스베이거스시 전역으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얻어냈다. 2023년 초에는 109km에 걸친 정거장 시스템 계획(실질적으로 보링을 라스베이거스의 대중교통 서비스업체로 전환하는 방안이다)에 대한 초기 승인을 획득했다. 하지만 과연 보링이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when it’s all said and done), 사람들이 실제 그 시설을 사용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까?

보링은 그 이후 재정적인 측면을 고려, 자율주행차 계획을 연기했다. 라스베이거스 지하에서 시속 64km 미만의 비교적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데도, 승객 1~3명당 운전사에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급증한다는 의미다. 임직원의 잦은 이탈로 회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아마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 것을 시작한 주인공도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바로 머스크다.

포춘은 이번 기사 취재를 위해 전직 보링 컴퍼니 임원 4명과 직원, 머스크의 터널 회사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정치인 및 로비스트, 라스베이거스 지역 주민, 엔지니어들을 인터뷰했다. 또한 보링 컴퍼니 직원과 지역 정부 관계자가 주고받은 이메일과 로비 기록, 지도, 회사 계약서 등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검토했다. 한 전직 직원은 회사가 처한 곤경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보링 컴퍼니에 대한 일론의 아이디어는 훌륭했다. 다만 실행되지 않았을 뿐이다".

'영혼을 갉아먹는' 교통체증 

머스크의 터널 인프라 사업은 최근 출간된 월터 아이작슨의 615페이지 분량 전기에서 총 3페이지에 걸쳐 소개됐다. 지난 몇 년간 머스크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쏠려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다. 그는 때때로 X(옛 트위터)에 보링 컴퍼니를 옹호하거나 홍보하는 글을 올리기도 하지만, 새로운 내용을 트윗한 것은 2022년 4월이 마지막이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VA)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의 CEO 스티브 힐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루프(Loop)의 진척 상황을 보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2번 정도" 방문했다고 말했다. 전직 직원 3명은 머스크가 어쩌다 한번 현장에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 머스크는 2016년 당시만 해도 자신이 "영혼을 갉아먹는(soul-crushing)"이라고 표현한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착했다. 비록 회사 이름이 장난처럼 들릴지 모르더라도(그가 2만 대나 판매했던 보링 컴퍼니 브랜드의 화염방사기도 마찬가지다), 머스크는 그 아이디어에 대해 진지했다. 아이작슨의 전기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 프로젝트에 사재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쏟아 부었다. 데이비스에게는 대당 500만 달러(약 65억원)나 되는 굴착기 두 대를 주문하라고 지시했다. 데이비스는 즉시 캘리포니아 호손에 있는 스페이스X 본사로 굴착기를 옮겨 공사를 시작했다. 머스크는 2018년에는 "로스앤젤레스 외곽에 약 1.83km 길이의 첫 시험 터널을 뚫기 위해 1000만 달러(약 13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고 말하곤 했다.

머스크가 반복적으로 밝혔듯, 이 시험 터널은 하이퍼루프의 첫 시작점이 될 것이다. 머스크가 구상하는 진공 상태의 이 튜브는 궁극적으로 시속 수백 마일의 속도로 빠르게 사람들을 도시로 실어 나를 것이다. 보링 컴퍼니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머스크의 첫 디딤돌이었다. 소규모 정거장들을 갖춘 일종의 '지하 터널 미로'를 도시 전역에 구축하는 방안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율주행차를 타고 터널에 들어가 시속 240km로 이동,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머스크는 "보링 컴퍼니가 일주일에 1.6km 길이의 터널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2018년 보링의 시험 터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머스크는 환호하는 군중에게 "정말 마침내, 그리고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대책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보링은 테슬라나 스페이스X처럼 설계·건설 운영의 모든 단계를 직접 관리하며, 과거보다 빠르고, 저렴하고, 더 개선된 터널을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1호 터널을 뚫다

보링 컴퍼니가 LVCVA와 함께 첫 공식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데이비스는 '볼티모어 루프'에 집중하던 워싱턴 DC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이사했다. 직원들은 그가 PT 발표자로는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일에 충실하고 매우 똑똑한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전화 통화를 하며, 사무실이나 텍사스주 바스트롭에 있는 보링 R&D 시설의 주변을 계속 서성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전직 직원은 "사무실에서 유난히 길었던 야근을 마친 후, 그의 파트너가 아침식사로 계란과 베이컨을 가져다준 일도 있다"고 회상한다. 전직 직원들은 데이비스가 회사 근처에 있을 때도 항상 일을 한다고 증언한다. 그는 오스틴 시내에 고층 아파트뿐 아니라 바스트롭에도 기거할 작은 집을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직 직원들은 데이비스가 그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거의 위임하지 않으며, 사내에서 모든 세부 사항과 심지어 사소한 부분까지 감독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지적한다. 한 전직 직원은 "몇 천 달러짜리 부품 주문도 그가 직접 승인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다른 머스크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보링도 직원들(피치북은 270명으로 추산한다)에게 장시간 근무와 주말 근무를 기대했다. 또 다른 전직 직원은 사람들이 하루 18시간 일하는 것에 대해 자랑하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16시간 근무를 했을 때 마치 훈장을 받은 느낌이었다"며 "입사 당시 관리자가 '대부분 사람들이 6개월을 버티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일주일, 때로는 하루 만에 그만두는 직원도 봤다며 "근무 환경이 정말 열악한 회사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보링 컴퍼니가 채용한 직원들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건 몇 가지 중요한 이유 때문이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에서 그윈 샷웰을 사장으로 영입, 일상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마크 준코사에게는 모든 엔지니어링 업무를 맡겼다. 보링 컴퍼니에서는 데이비스가 모든 걸 책임지고 있다(wearing all the hats). 일부 직원들은 그가 뛰어난 엔지니어이지만, 인간관계 기술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 직원은 "그는 공감 능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 전직 임원은 "데이비스의 경영방식 탓에 보링 컴퍼니에서 일하는 건 매일 대규모 소방훈련을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들은 이런 현상이 뿌리 깊은 불안(끊임없이 직원들을 닦달하는 머스크를 기쁘게 해주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전직 임원은 머스크의 다른 벤처기업들보다, 보링 컴퍼니가 직원을 고용하기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터널 엔지니어들은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성향이 훨씬 약하고 사고방식도 훨씬 보수적이라는 점에서 일론의 여타 회사들이 고용한 엔지니어와 다르다. 따라서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엔지니어들(people with a moonshot)을 영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은 일하고 싶은 일론 회사들 중에서 보링 컴퍼니를 가장 마지막에 선택할 것이다".

보링 컴퍼니의 초기 경영진 중 일부는 회사를 떠났지만, 법률 전문가 애슐리 스타인버그 같은 다른 임원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울러 프로젝트 개발 매니저 타일러 페어뱅크스, 인사 관리자 케일 터펜, 기계 엔지니어 스튜어트 도넬리와 줄리어스 캘린더 등 일부 직원들은 고위직으로 승진했다.

세쿼이아 캐피털의 숀 맥과이어와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의 안토니오 그라시아스, 브이와이 캐피털의 투자자 등 보링의 투자자 다수는 포춘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따라서 이들이 보링 컴퍼니의 성과나 데이비스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설령 불만이 있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벤처 투자자들은 7억 9000만 달러(약 1조 260억원) 이상을 동원해 소수 지분을 확보했지만, 주요 투자자들조차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보링 컴퍼니의 기업 가치는 2022년 56억 달러(7조 2740억원)로 평가됐지만, 최근 '더 인포메이션'에 보도된 공개매수 제안에 따르면 지금은 70억 달러(약 9조 930억원)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라스베이거스 루프 프로젝트는 2021년 6월 보링의 중앙역에서 마침내 공개됐다. 수많은 기자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네온조명이 켜진 10곳의 지하 정거장(힐은 보링 컴퍼니가 2000만~3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한다)으로 내려가 첫 시승을 했다. 이곳에서 보링 컴퍼니 직원이 기자들을 탑승 가능한 테슬라 차량으로 안내했고, 보링 소속 운전사들은 시속 64km의 속도로 좁은 일방향 터널을 통과했다. 터널은 폭 3.65m의 흰색 벽이었고, 벽면에는 분홍색과 파란색, 녹색의 화려한 조명이 비춰졌다.

힐은 이전 시 정부에서 테슬라와 협력해 네바다 북부에 기가팩토리를 열었던 인물이다. 아울러 보링 컴퍼니에 모험을 건 최초의 시 관계자이기도 했다. 여전히 이 프로젝트에 열정적인 그는 "우버나 리프트처럼 운행되는 지하 고속도로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LVCVA 보고서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 루프가 2021년 일반에 공개된 이후 약 120만 명의 콘퍼런스 참가자들이 컨벤션 센터 지하에서 그 교통수단을 이용했다. 이들은 또한 설문조사에서 5점 만점에 평균 4.9점을 줬다.

보링은 새로운 터널 승강장 2곳의 오픈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곳은 라스베이거스 대로에 있는 윈&앙코르 리조트에 문을 연다. 다른 한 곳은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서 한 블록 떨어진 웨스트게이트 호텔에 생긴다. 웨스트게이트까지 이어지는 첫 번째 터널의 공사는 끝났지만, 두 번째 터널의 완공은 힐의 사무실 바로 맞은편 주차장의 임대 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힐은 유동적인 모든 부분을 조율하는 과정에 대해 "춤 동작과 약간 비슷하다. 익히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비유했다.

무산된 자율주행 프로젝트 

도시를 관통하는 지하 터널을 건설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전기선과 가스관, 식당의 거대한 기름막이 장치 등을 피해 터널을 어디에 뚫어야 할지 파악해야 한다. 안전 대피로와 계단 통로를 설치할 장소를 찾은 다음, 건축 승인과 토지사용 허가도 받아야 한다. 그 이후 실제 땅을 파고, 붕괴 위험과 작업자 안전을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먼저 정치인과 관련 정부기관, 일반 대중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1년간 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허가가 계속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보링이 협상 중이던 시카고 공항 프로젝트는 2019년 로리 라이트풋 시장이 당선된 후 완전히 무산될(certain death) 위기에 처했다.

큰 기대를 모은 볼티모어-메릴랜드 루프만큼 많은 난제(juggling act)에 직면했던 프로젝트도 없다. 이 프로젝트는 57km 길이의 고속 쌍방향 터널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보링은 지하 9m 이상을 굴착, 볼티모어와 워싱턴 DC를 연결하고 중간중간에 승강장을 설치하려 했다. 회사는 자율주행차가 최대 시속 240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어, 편도 주행에 약 15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잠정 계획을 발표했고, 당시 메릴랜드 주지사 래리 호건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2019년 4월, 보링은 상세 계획을 담은 505페이지 분량의 환경평가서를 주 정부 관계자들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즉각 반발이 일었다. 포춘이 정보자유법 요청을 통해 입수한 이메일에 따르면 메릴랜드 교통부 산하의 주 고속도로 관리국은 지역 정부기관들로부터 보링 컴퍼니의 제안에 대한 불만과 질문 또는 의견을 최소 468건 이상 접수했다. 지역사회의 프로젝트 지지자들과 비판론자들도 적극 의사를 개진했다. 메릴랜드의 한 주민은 "부자인 이 교통 전문가들이 우리 지역사회를 실험 대상으로 삼게 해서는 안 된다. 결국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엔지니어들도 의견을 밝혔다. 자율주행 교통 시스템 컨설턴트 피터 멀러는 보링의 환경평가가 나왔을 때, 그 보고서를 검토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보링이 설계한 터널 곡선은 너무 커서 당초 제안한 빠른 속도를 보장할 수 없었다"며 "그들은 단순한 기하학을 고려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설계의 기본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문서에 따르면 보링 컴퍼니는 모든 관련 질문과 의견에 답했지만, 그 이후 프로젝트는 거의 즉시 중단됐다. 연방 고속도로 규제 당국은 보링의 환경평가 초안 승인을 거부했다. 볼티모어 루프 프로젝트의 홈페이지는 이후 폐쇄됐다.

결국 보링은 라스베이거스 루프 프로젝트의 규모를 대폭 축소한 안과 터널 굴착기 프루프록 (Prufrock)의 차기 모델 개발로 모든 관심을 돌렸다. 공공 문서에 따르면 보링 컴퍼니는 2017년부터 메릴랜드와 텍사스, 네바다, 플로리다에서 최소 12명의 로비스트 및 로비 회사와 협력해 왔다. 초기에 이들은 해당 주에 정치적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아무도 더 이상 보링과 협력하지 않는 듯 하다. 

달팽이보다 느린 사업속도

메릴랜드 프로젝트가 무산된 이후 보링 컴퍼니는 자율주행차 계획과 한 번에 약 12명을 태울 수 있는 대형 로봇택시 계획을 백지화했다. 보링이 터널을 이용하는 승객 1~3명마다 임시 운전사를 고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는 시스템 운영비로 연간 450만 달러(약 58억원)를 보링에 지급하고 있다(LVCVA의 2023 회계연도 탑승객 데이터와 재무제표에 따르면 탑승 1건당 7.50달러를 지불하는 셈이다). 보링 컴퍼니는 터널을 이용해 리조트 월드에서 컨벤션 센터까지 이동할 수 있는 일일 이용권도 5달러에 판매하고 있다(탑승객은 도지코인으로도 결제 가능하다). 회사가 현 이용료를 계속 낮게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보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보링은 2022년 6억 7500만 달러(약 8770억원)를 조달했기 때문에, 아직은 이런 보조금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멀러는 "대중교통의 문제 중 하나는 운영에 매우 많은 돈이 든다는 점"이라며 "미국의 대중교통 시스템 중 수익을 내는 곳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보링 컴퍼니가 프로젝트를 중단할 경우, LVCVA는 계약대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관할 구역에 따라 라스베이거스시나 카운티에 시스템을 인계하거나 자체 운영할 계획이다. 문제는 터널이 너무 작아 대형 차량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터널은 또한 내연차가 아닌 전기차를 위해 특별 설계됐다. 따라서 대체 사업자를 찾는 알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위험은 기업 평판에 있다. 전직 직원들은 보링 컴퍼니 터널이 붕괴될 경우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그 결과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굿맨 시장도 같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녀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루프 터널의 탈출구가 부족하거나, 불이 꺼져 모든 곳이 암흑천지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녀는 "그들은 플로리다와 텍사스에서 터널을 뚫으려 했다. 시카고에서도 공항까지 연결을 시도하려 했다. 그런데 우리 말고는 아무도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한마디로 그들의 능력은 입증되지 않았다. 나는 실험대상(guinea pig)이 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LVCVA의 힐 CEO는 보링 컴퍼니에 대해 제기된 우려는 실제 운영이나 엔지니어링 문제라기보다, 사업 속도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안전이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 모든 시선이 여기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심지어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여전히 많은 주민들은 루프 프로젝트를 뜬구름처럼 생각한다. 필자가 이스트 트로피카나 거리(궁극적으로 보링이 공항까지 연결되는 터널을 뚫으려는 장소의 바로 위다)에서 교통체증에 갇혔을 때, 우버 기사에게 머스크의 터널을 이용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거 진짜예요?"라고 반문했다. 

/ Jessica Mathews 기자 & 김동현 기자

※ 해당 기사는 Fortune.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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