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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다음 차례는 대만?

재계 리더들은 양안 긴장이 그다음 지정학적 충돌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대만과 이 나라 최고의 반도체 제조업체 TSMC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 기사입력 2024.02.13 11:05
  • 최종수정 2024.03.22 13:01
  • 기자명 GREGOR STUART HUNTE 기자 &이세연 기자

최근 퇴직 정부 관료와 군사 전략가들이 전 세계에서 대만보다 더 큰 관심을 갖는 곳은 거의 없다. 지난 11월 세계 각국의 정책 전문가 수십 명이 타이베이 안보대화(성조기 무늬 넥타이를 맨 전직 미 육군 장관을 만날 수 있는 행사다)에 참석했을 당시, 익숙한 주제가 시급한 과제로 새롭게 떠올랐다. "중국의 공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대표단에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여전히 싸우고 있고, 중동에서도 분쟁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더 이상 평화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수십 년간 불안정한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 있었다. 이 나라는 1월 차기 총통을 선출하는 자치 민주주의 국가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이 섬나라와의 통일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필요하다면 무력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략가들은 분쟁 가능성을 지정학적 위기이자, 경제적 위기로 간주한다. 대만은 5740억 달러(약 750조 2128억원) 규모의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30%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 기술의 중추 역할을 하는 이 산업의 중심에는 TSMC가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이 기업의 시가총액은 5000억 달러(약 653조 5000억원)로, 월마트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TSMC 제품의 일부 구매 국가들(중국이 대표적이다)이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대만 회사는 여전히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약 92%를 생산하고 있다. TSMC 부품은 애플 아이폰과 엔비디아의 AI 서버, F-35 전투기 등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TSMC의 파운드리가 중국 손에 넘어가면, 반도체 생산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로듐그룹은 대만 봉쇄만으로도 세계 경제에 2조 달러(약 2614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공포는 수년간 고조돼 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더욱 대담해진 반면 미국의 관심은 더욱 분산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이어 대만 해협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중요한 자산과 지적 재산, 직원들을 보호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TSMC 입장에서, 이 문제는 커다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은 군용기와 드론, 군함을 앞세워 대만 방어망을 수시로 침투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8월에 이어 지난 4월에는 또다시 대만을 포위한 상태에서 실사격 훈련을 벌였다. 분쟁 시 반도체 수출을 어떻게 방해할 수 있을지 일종의 총연습을 한 셈이다. 미국 국방부는 "2027년까지 인민해방군을 현대화하라"는 시진핑 주석의 명령과 맞물려, 이런 공격 징후가 중국의 군사개입 위협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우려한다. 

대만이 공격을 받으면 방어하겠다고 공언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관심이 분산되고 있는 또 다른 조짐이 나타났다. 공화당이 이끄는 하원은 지난 11월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금만 승인하며, 세 동맹국 모두를 지원해달라는 바이든의 요청을 거부했다.

그동안 TSMC는 전쟁 발발 시 계획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주제의 민감성 때문인지, 이번 기사와 관련된 질문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TSMC의 5개 주요 공급업체 중 네덜란드의 노광 장비 생산업체 ASML만이 재무제표에서,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시나리오 계획’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ASML 역시 자세한 설명은 거부했다.

좀처럼 마이크 앞에 서지 않는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2022년 가진 인터뷰에서 TSMC의 반도체 지배력이 중국의 침공을 부추긴다는 생각을 일축하며, 회사가 직면한 위험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 누구도 TSMC를 무력으로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무리 사소한 공격 행위라도 "TSMC 공장의 가동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TSMC가 원재료와 화학 물질부터 예비 부품과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유럽과 일본, 미국의 공급업체들과 실시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대만 타이중에 소재한 TSMC 반도체 생산공장 앞을 오토바이들이 지나가고 있다.
대만 타이중에 소재한 TSMC 반도체 생산공장 앞을 오토바이들이 지나가고 있다.

《반도체 전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을 둘러싼 싸움》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도 "대만 내 모든 공장은 해외에서 예비 부품과 가스, 화학물질을 정기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며 리우 회장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는 "이런 수입 부품들과 재료, 유지보수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만의 칩 제조 시설을 계속 가동하는 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TSMC는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고객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만 외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고객사가 설계한 칩을 위탁 생산하는 TSMC는 일본과 독일에 신규 공장을 짓고 있다. 애리조나의 새로운 첨단 제조시설은 미국 반도체 산업을 되살리려는 바이든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대만 내 TSMC의 첨단 반도체 생산과 R&D는 대체할 수 없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폴 트리올로 수석 연구원은 이런 시설을 잃는다면 "전체 IT 섹터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애리조나 시설이 TSMC의 전체 생산 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한 자릿수로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TSMC가 중국의 침공 위협에 대해 함구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나름대로의 실행 계획을 제시해 왔다. 가장 과격한 계획 중 하나는 이른바 '초토화(scorched earth)' 전략이다. 지난 2021년 미 육군참모대학 계간지에서 제안한 대만 내 TSMC 시설 파괴 계획이다. 지난 2년간 이 대학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이 논문은 "미국이 이 반도체 공장들을 폭파한다고 하면 전쟁 피해가 너무 커져 중국이 침공을 포기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그러나 같은 계간지의 다음 호에 실린 다른 논문은 그 아이디어를 반대했다. 이 논문은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국제무대에서 경제적으로 중요한 그 나라의 산업을 폭파하도록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미국의 억지 전략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타이베이 타임스의 한 오피니언 기사는 부분적으로 잘못된 전제를 이유로 이 개념을 반대했다. "중국은 TSMC가 반도체를 생산하기 훨씬 전부터 대만을 원했고, TSMC가 없었더라도 대만을 원했을 것이다".

다른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은 이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부터 불안해하고 있었다. 주 대만 미국 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2년 12월 당시 회원사 47%가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지속 계획을 수정했거나 수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대만의 또 다른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연례 보고서는 싱가포르와 일본에 시설을 구축하는 등 이 회사가 취하고 있는 ‘대응책’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영국의 브롬턴 바이시클도 양안 긴장을 이유로 대만과 중국 본토에서 공급망을 철수하고 있다. 워런 버핏은 2022년 말 41억 달러(약 5조 3590억원) 상당의 TSMC 지분을 인수했지만, 이듬해 봄까지 전체 지분을 매각했다. 장기 투자로 유명한 이 투자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짧은 보유 기간이었다. 그는 TSMC에 대해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뉴 스트리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롤프 벌크는 대만의 전쟁 위험은 "투자자들과 대화할 때마다 언급된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그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모든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만 국민들은 대부분 평상시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타이베이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잡지 발행인 브라이언 히우는 "다들 중국의 위협을 일상적인 소음 정도로 여긴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대만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2022년 133억 달러(약 17조 383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2023년에는 다시 예년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아이다호에 본사를 둔 세계 3위의 메모리 칩 제조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지난 11월 타이중에 공장을 설립했다.

ING의 아시아 태평양 담당 리서치 책임자이자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카넬은 외국인 투자 감소는 반도체 수요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생성형 AI와 관련된 고급 부품이 대세인 반면 '레거시' 칩 시장은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대만 경제에 대한 전망이 개선된다고 해도 그렇게 놀라운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2023년 부진했던 반도체 생산 매출이 2024년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TSMC의 92세 창업주 모리스 창은 지난 10월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여전히 업계를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 나라가 서로에게 잔뜩 화가 난 것 같아 걱정이다".

/ 글 GREGOR STUART HUNTE & 이세연 기자

※이 기사는 Fortune.com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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