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BNZ파트너스 “韓은행들, 땅 짚고 헤엄치기만 하려니 녹색금융엔 미적지근”

203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융사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도 글로벌 탈탄소 선언에 동참하고 있지만, 금융사들의 반응은 그리 적극적이지 못하다. 

  • 기사입력 2024.01.22 14:54
  • 기자명 조채원 기자
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 [사진=강태훈 작가]
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 [사진=강태훈 작가]

“2024년 대한민국의 과제는 친환경 에너지트랜지션(EX)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친환경과 연결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는 국내 친환경 투자 분야에서 선구자로 유명하다. 지속가능발전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해 온 그는 기업에 지속가능경영을 컨설팅하고 정부에 지속가능한 공공정책을 제안하고 자문한다.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FI)의 한국 대표이기도 한 임 대표는 한국을 매력적인 녹색금융 투자처로 바꾸려는 목표를 가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Q. 꿈이 ‘한국을 친환경 투자처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

 
경제사의 흐름을 봤을 때 고금리, 고물가 시대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돈을 버는 기업은 벤처캐피털(VC)이나 기술회사 이렇게 두 부류였다. 이런 기업들은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금융사와 정부와 계약해 자금을 융통했고, 경기 수준에 따라 수익을 보장받고 사업을 개발했다. 맥쿼리사가 이런 경우이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 물가나 금리가 떨어지면서 정부나 금융사에서 보장받았던 수익이 확 커지는 경우가 있었다. 2024년도 이런 과정이 가속화되는 시기로, 기술·자산·프로젝트 개발에서 친환경 기후테크에 관심을 보이는 민간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과거 기술 분야라 하면 일부 IT 기업에서나 관심을 보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대기업에서 혁신 기술에 목마름을 느끼고 있다. CVC의 경우 기후테크 분야를 찾아 이미 투자를 단행하고 지속적으로 사업 규모를 넓히고 있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76조4000억원을 그린 비즈니스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많은 기업을 인수했다. 삼성, LG, 현대, GS그룹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기업에서 이런 친환경 부문을 키워 나중에 자사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그린트랜스포메이션(GX)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Q. 금융사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려면 부동산 담보처럼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찾게 마련이다. 녹색금융에서 안정성을 확보할 방안이 있나?

 
우리나라 은행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하고 있다. 은행은 담보를 잡아서 대출을 하는 로 리스크(low risk) 투자만 고집하고 하이 리스크는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부동산 담보대출 위주로 금융기관이 발전했기 때문에 전체 구도에서 은행, 보험사, 금융투자업 순으로 대규모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있어 담보대출도 만만치 않고 가계대출도 많아 이런 영업이 가능하지 않게 됐다. 금융기관이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하고 자금을 지원해야 탄소중립, 녹색성장이 가능하다. 금융이 이런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물론 녹색금융이 담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는 가능성을 보고 해야한다.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금융기관은 녹색금융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녹색금융이 따로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존 금융시장을 보면 녹색금융 없이도 잘해왔기 때문이다. 다보스포럼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1년에 5000조~6000조원이다. 맥킨지는 1경 2조원까지 추정한다. 이런 전 세계 금융 상황을 보면 녹색금융이 구석에 위치한 틈새 시장이 아닌 것이다. 건물, 기업, 기술 등 모든 부분이 바뀌는데 금융이 그걸 모르고 있다면 무능하게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을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계약을 20년간 체결한다고 하면 20년간 확정적인 현금이 유입되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가능하다. 친환경 분야에서 가장 돈이 안 될 것 같은 분야에 다이렉트 에어 캡처(DAC)라는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이런 기술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정부에서 보조를 받기도 하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출연한 기금과 계약을 맺으면 자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구조를 잘 짤 수 있다면 부동산 담보보다 더 안정적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그런 관점에서 은행권의 과제는 사업성 있는 그린 투자처를 발굴하는 것이어야 한다.
 

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 [사진=강태훈 작가]
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 [사진=강태훈 작가]

임 대표는 금융상품서비스 혁신을 요구한다. 금융사는 상품서비스로 경쟁하고 승부를 보는 곳임에도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고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적다는 것이다.
 

Q. 녹색금융을 달성하려면 지배구조와 함께 이사회, 리스크 관리 전담 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녹색금융을 활성화·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친환경 경제활동에 대한 한국형 분류체계)가 나오면서 여기에 반응하는 금융기관이 나오기 시작했다. 발전회사가 온실가스를 줄일 때 대출을 안 해주면 금융배출량은 줄지만, 온실가스를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금융사가 재생에너지나 에너지효율, 새로운 에너지원 발굴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이런 데 돈을 태워야 한다.
 
은행들은 아직도 녹색금융을 대출이라고 생각해 금융상품을 만들면 기업이 은행을 찾아올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러면 증권사는 대기업과 비즈니스를 하는 반면, 은행에는 중소중견기업이 오게 된다. 대기업 프로젝트의 경우 공격적으로 택소노미에 따라 기업을 발굴하고 정부 2차보조를 따내면 1%대 금리로 돈이 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시설자금, 운영자금 대출은 큰 프로젝트를 만나기 어렵다. 은행이 이런 계약을 따내려면 증권사와 경쟁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자금을 빨리 알아내고 금융과 연결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등 좀 더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Q. 현재 국내 금융사는 어떻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에서 녹색금융은 금융지주 회장님의 어젠다였다. 8대 지주가 다 그랬다. 그런데 금융지주에서 이런 어젠다를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라 밑에 자회사로 녹아내리는 과정이 중요하다. 녹색금융에서 거버넌스는 매우 중요하다. 녹색금융 거버넌스를 갖출 때 중요한 건 이사회 역할도 있지만, 갈색 리스크를 줄이고 녹색에 돈이 가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고위기관리자(CRO) 차원의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지만, 금융사는 상품 서비스로 승부하는 곳이니 상품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어쩌면 과거 이명박 정부 때 했던 녹색금융 5개년 계획이 다음 정부 때 무산된 걸 경험해서 금융사가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당시에는 녹색펀드가 핵심이었어서 상품을 만들었는데 박근혜 정부 때 사라졌으니 흑역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게, 현장을 잘 몰라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시장에 먹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개발할지를 모른다. 이런 부분이 아쉽다. 현재 8대 금융지주의 계열사가 아닌 금융사에선 녹색금융을 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중소금융사에도 녹색금융 상품을 개발하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
 

한국의 친환경 시장에 대해 기대감

친환경 기술에 종사하는 해외 기업이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보고 한국에 진출하고 싶어한다. 한국은 소프트파워도 뛰어나고 신규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좋아 매력적이다. 탄소중립에서 필요한 건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재생에너지, 원전 등 청정 에너지를 조달하고 건물, 도시를 제로 탄소로 바꾸며 자원이 순환되도록 하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이다. 이런 넷제로 인프라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연 100조원이다. 먹고 살기 바쁘다고 외면하면 탄소중립은 요원하다. 에너지 전환이 일어나면 좋은 일자리, 기업이 나와 경제가 살아나고 선순환된다. 친환경 인프라를 비용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

/ 포춘코리아 조채원 기자 cwlight22@fortunekorea.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