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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영화 결산②] ‘원기옥’ 터뜨린 한국 영화계

  • 기사입력 2023.12.27 17:59
  • 최종수정 2023.12.28 08:19
  • 기자명 이세연 기자

팬데믹 적자 해소를 위해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며 줄줄이 인상했던 관람료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 정도 이유는 있어야 보러 간다'는 관객 인식은 그 어느 때보다 심화했고, 영화 선택과 소비는 매우 신중해졌다.

이제 제작사는 관람객들에게 '이 영화를 왜 극장에서 관람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설명하며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올해 한국 영화는 이 당위성 측면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6개월에 한 번씩 원기옥을 모아 터뜨리는 모양새로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포춘코리아가 올 한 해 한국 영화시장을 영화진흥위원회 결산 자료를 토대로 정리해 봤다.


3분기 #성수기도 비수기처럼

한국 영화 시장은 기대를 모았던 여름 · 가을 성수기에도 침체를 지속했다.

<엘리멘탈>과 <오펜하이머> 외에 외국영화 경쟁작이 없었음에도 힘을 못 썼다.

[사진=네이버 영화]
[사진=네이버 영화]

 

◆ 엘리멘탈의 역습

<범죄도시3>는 개봉 32일 만인 7월 1일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국내 개봉작 중 30번째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지난해 개봉한 범죄도시2(1269만 명)에 이어 '쌍천만' 시리즈로 거듭나게 됐다.

하지만 범죄도시3가 7월 전체 극장가 실적을 견인하지는 못했다. 6월 한 달간 반짝 인기를 누린 후여서 7월 관객수는 71만 명에 그쳤다.

7월의 주인공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었다. 직전달에는 범죄도시3의 그늘에 가려 전체 흥행 순위 2위에 머물렀지만, 가족 관객을 겨냥한 소재와 디즈니 이름값으로 7월 한 달 동안 409만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수는 578만 명이었다.

엘리멘탈은 7월 전체 흥행작 순위에서 기어코 1위에 올랐다. 2위는 오랜 기간 사랑받으며 두터운 팬덤을 형성한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하 미션 임파서블)>이 차지했다.

3위는 국내 4대 배급사(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여름 성수기 개봉작 중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밀수>가 기록했다. 198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다.

7월 영화 시장 총 매출액은 1400억원(관객수 1428만 명)으로, 전월 대비 3.5% 감소했다. 한국 영화계는 대형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지만, 엘리멘탈과 미션 임파서블이 선방에 힘입어 겨우 실적을 유지했다.

이에 직전달 범죄도시3 덕에 7개월 만에 외국 영화를 뛰어넘었던 국적별 매출액 · 관객수 점유율 또한 뒤집혔다. 특히 매출액 점유율은 한국 영화가 22.6%, 외국 영화가 77.4%를 기록했으며, 그중에서도 미국 영화가 69%가량을 차지했다.

 

◆ 화끈하지 못했던 여름 시즌

8월 총 매출액은 1433억원(관객수 1456만 명)으로 전월 대비 약 2% 늘었다. 하지만 영화 시장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 시즌임을 고려하면 부진한 성적이었다.

7월 개봉한 밀수에 이어 국내 4대 배급사 여름 성수기 개봉작인 <콘크리트 유토피아>, <비공식작전>, <더 문>이 모두 관객을 맞았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4편 모두 8월 관객수가 각각 400만 명을 밑돌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서로 간 경쟁이 과열돼 관객 선택폭이 넓어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더 문과 비공식작전은 각각 48만, 101만 관객을 동원하며 참패를 맛봤다.

지난달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은 밀수는 304만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수는 502만 명으로 손익분기점(400만 명)을 넘었다.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8월 한 달간 관객수가 345만 명을 기록하며 전체 흥행 1위에 올랐다. 2위는 밀수, 3위는 <오펜하이머>가 차지했다. 특히 오펜하이머는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었다.

8월 한국 영화 매출은 가짓수가 많았던 만큼 급증했다. 전월 대비 187.7%(594억원) 급증한 910억원(관객수 939만 명)을 기록했다. 국적별 매출액 점유율 또한 한국 영화가 63.5%를 차지해 뒤집기에 성공했다.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추석 연휴 덕에 통상 '여름 시즌을 잇는 성수기'라 인식되던 9월 시장은 처참했다.

9월 총 매출액은 653억원(관객수 666만 명)으로 전월 대비 약 54% 감소했다. 영진위는 "추석 연휴가 9월 말부터 시작된 데다 추석 대목에 개봉한 한국영화의 흥행 부진"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번 추석 연휴 흥행 3파전으로 꼽혔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 <1947 보스톤>, <거미집> 모두 추석 연휴 사흘(28~30일) 간 100만 관객을 넘지 못했다. 이들은 결국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치며 흥행에 실패했다.

한국 영화 매출액 또한 456억 원으로 전월 대비 반 토막 아래로 급감했다. 이 시기 한국 영화들이 기존 개봉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제작사들이 영화시장 성수기로 통하는 추석 시즌에 개봉 시기를 맞추다 보니 경쟁이 과열됐고, 관객의 선택지가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전체 흥행작 순위에서는 미스터리 장르의 한국 영화 <잠>이 141만 관객을 동원하며 1위에 올랐다. 박스오피스 1위작 치고는 매우 저조한 성적이다. 2, 3위는 천박사와 오펜하이머가 차지했다. 8월 1위작이었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장기 흥행을 이어가지 못하고 9월 한 달간 39만 관객 동원에 그쳐 6위를 기록했다.

국적별 매출 점유율은 한국 영화가 69.9%를 차지했다. 지난달 오펜하이머의 흥행을 이어갈 외국 영화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4분기 #원기옥 모아 메가 히트작

6개월 만에 1000만 한국 영화가 나왔다. 지난 6월 범죄도시3에 이어 두 번째다.

11월 3주차에 개봉해 시동을 걸던 <서울의 봄>은 12월 입소문과 성탄절 연휴 효과에 힘입어 고공 행진 중이다.

영화 '서울의 봄'의 한 장면.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서울의 봄'의 한 장면. [사진=네이버 영화]

 

◆ 日 애니 흥행 데자뷔?

올해 상반기 이례적으로 흥행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는 10월 들어 다시 위용을 떨쳤다.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이하 그대들은)>가 개봉하면서다.

그대들은은 프로모션이나 시사회 없이 순수 작품성 만으로 승부를 본 무(無) 마케팅 영화임에도 개봉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겼다. 다만, 월말(25일)에 개봉한 만큼 10월 관객수는 106만 명에 그쳤다.

한국영화는 3일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30일>이 인기를 끌면서 간신히 체면치레에 성공했다. 30일은 제작비 60억원 규모의 중예산 작품이다. 영진위는 "고예산 한국 영화들은 안정적인 제작비 회수를 위해 전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관습화된 흥행 코드를 차용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30일은 (흥행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예산 영화의 장점을 살려 코미디에만 집중, 20대 관객을 소구했다"고 말했다.

30일은 10월에만 186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전체 흥행작 순위 1위에 올랐다. 2위와 3위는 각각 그대들은과 천박사가 이었다.

10월 총 매출액은 674억원(관객수 690만 명)으로 전월 대비 약 3% 올랐다. 국적별 매출액 점유율은 한국 영화가 62.5%를 차지했다.

 

◆ 극장가에 봄이 찾아오다

11월 총 매출액은 732억원(관객 수 764만 명)으로 전월 대비 약 8% 증가했다. 실적을 견인한 건 3주 차(22일)에 개봉한 <서울의 봄>이었다.

한국 영화계 최초로 12·12 군사 반란을 단독으로 다룬 현대사 영화인 만큼 관객들의 기대가 컸고 평가도 좋았다.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메이저급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더해지면서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서울의 봄은 11월 관객수 295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세를 이어오던 그대들은을 밀어내고 흥행작 1위에 올랐다.

2위, 3위는 각각 그대들은(90만 명)과 <더 마블스(69만 명)>가 차지했다. 특히 더 마블스는 '마블 시리즈 역사상 공식적으로 가장 낮은 수익을 올린 작품'이라는 추측이 나올 만큼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국적별 매출액 점유율은 한국 영화가 56.2%, 외국 영화가 43.8%를 차지했다.

작품 가짓수가 적었던 한국 영화시장은 서울의 봄 덕분에 전월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11월 매출은 전월 대비 2%가량 감소한 411억원(432만 명)을 기록했다.

 

◆ '막판 뒤집기' 성공한 한국 영화

12월에는 올해 첫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3에 이어 반년 만에 두 번째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개봉 33일 만인 이달 24일, 서울의 봄은 누적 관객수 1000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시장의 혹한기를 이겨냈다. 6개월간 부진을 거듭하며 '원기옥'을 모으던 한국 영화계가 마침내 대형 히트작을 터뜨렸다. 역대 국내 개봉작 중에서는 31번째로 천만 고지에 올랐다.

지난해 12월에는 <올빼미>와 <영웅>이 각각 210만, 149만 관객을 동원한 것 외에 히트한 한국 영화가 없었다. 관객수 역시 731만 명에 그쳐 단독 매출만 903억원에 달한 <아바타: 물의 길>의 그늘에 크게 가렸다.

하지만 올해 한국 영화 시장은 서울의 봄 돌풍에 '믿고 보는' 이순신 3부작 시리즈 마지막편인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까지 '쌍끌이' 활약하며 한국 영화계의 저력을 확인했다.

현재 서울의 봄은 26일 기준 누적 관객수 1086만 명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450만 명)을 훌쩍 넘긴 수치다.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은 한국 영화는 범죄도시3, 밀수, 잠, 콘크리트 유토피아, 30일, 서울의 봄까지 총 여섯 편이다.

한편, 지난 20일 개봉한 노량은 일주일 만에 누적 관객수 230만 명을 돌파하며 현재까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의 봄 흥행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내년 초까지 손익분기점(720만 명)을 넘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세연 기자 mvdirector@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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