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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종의 MiniMax] 돈은 피보다 진하다

‘형제의 난’은 ‘쩐의 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

  • 기사입력 2023.12.14 10:22
  • 최종수정 2023.12.14 15:00
  • 기자명 채수종 기자

 

 

돈은 피보다 진하다

 

 

오너 회장이 2세나 3세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형제들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재계에서는 하나의 ‘통과의례’로 인식될 정도다.

모든 것은 욕심에서 시작된다. 명분을 내 걸지만 결국은 ‘돈’ 문제로 귀결된다.

이들은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이전투구를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부모도 형제도 없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형제를 법정에 세우거나 부모를 ‘판단능력이 없는 노인’으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이들에게 투자자의 권익이나 국민들의 시선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형제간 다툼은 이제 부자간 갈등으로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조양래 그룹 명예회장이 자신이 보유하던 지주사 지분을 모두 차남인 조현범 현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에게 넘기며 후계자로 지명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차녀 조희원씨는 조현범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뺏기 위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를 끌어들이는 무리수를 두면서 주식의 공개매수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양래 명예회장은 “평생 일군 회사를 사모펀드에 넘겨줄 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차남인 조현범 회장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형제 갈등을 넘어 부자 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조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가는 공개매수 선언이후 변동성이 커지고 있으며, 상황이 종료되면 다시 원래의 가치로 급락할 전망이다.

한국앤컴퍼니의 ‘형제의 난’이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재계에서 발생한 수많은 ‘형제의 난’과 너무 유사한 패턴이다. 형제의 난은 대부분 대주주 아버지가 장남이 아닌 아들에게 대권을 물려주거나 물려주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 장남이 이에 반발해 난을 일으키는 형태를 보여왔다.

한진그룹은 아버지 세대에 이어 아들 세대에도 형제의 난을 겪고 있다.

1차 형제의 난은 창업주 조중훈 회장의 4형제가 장남 조양호와 3남 조수호, 차남 조남호와 4남 조정호로 나뉘어 그룹 경영권 다툼을 했다. 조중훈 회장이 조남호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조양호 회장과 마찰이 일어났다. 싸움은 조중훈 회장의 부인인 고 김정일 여사의 조정으로 조양호 회장의 승리가 확정됐다.

고 조양호 회장은 형제간 갈등의 아픔을 가슴에 새기며 ‘가족 화합’이란 말을 유훈으로 남겼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아들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어머니 이명희 고문을 등에 업은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간 경영권 다툼이 일어났다. 세칭 ‘남매의 난’이다.

롯데그룹도 2대에 걸친 피 튀는 형제의 난으로 유명하다.

1차 형제의 난은 1966년 신철호 한국 롯데사장이 자신의 형인 신격호 일본 롯데 사장과 동생인 신춘호 일본 롯데 무역부장의 도장을 위조해 한국롯데를 장악하려다 형제들의 반격으로 실패했다.

2차 형제의 난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다툼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나오면서 신동빈 회장이 그룹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창업주의 지위를 모두 계승했다. 

하지만 난이 완전히 평정된 것은 아니다. 휴화산 상태이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의 경영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경영권을 되찾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그룹, 한화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두산그룹, 효성그룹, HL한라그룹 등 재계를 대표하는 대기업집단에서는 거의 모두 형제의 난을 겪었다.

특히 비교적 모범적인 후계 상속 사례로 손꼽혔던 LG그룹도 최근 분쟁에 휘말렸다.

구광모 그룹 회장의 모친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들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지난 2월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했다. 2018년 별세한 구본무 선대 회장은 ㈜LG주식 11.28%를 포함해 2조원 규모의 재산을 남겼다. 이중 구광모 회장이 지분 8.76%, 구연경 대표가 2.01%, 구연수씨가 0.51%와 개인재산 5000억원 규모를 물려 받았다.

세 모녀는 ‘법정 상속비율인 배우자 1,5대 자녀 1인당 1로 재분할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소송을 냈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이 LG의 리더십에 영향을 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 회장 측은 “(선대 회장의) 유언장은 없지만, 이미 4년 전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제 상속 다툼은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가 됐다. ‘쩐의 세상’이다. 이 곳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톨스토이의 질문은 너무나 진부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다.

/ 포춘코리아 채수종 기자 be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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