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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k Kakao?②] 상장이 막힐 무렵, 코인이 등장했다

  • 기사입력 2023.11.28 17:00
  • 기자명 문상덕 기자

※ ‘[Peak Kakao?①] 김범수의 잃어버린 1년’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1년간 카카오의 계열사는 줄지 않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받고 있으며, 크립토 사업을 벌이는 클레이튼 재단 등은 카카오 전현직 임원에게 특혜를 줬다며 고발당했다.

이렇게 김범수 없는 지난 1년의 혁신은 실패했다. 인맥이 절차를 허물었고, 무분별한 투자유치와 ‘쪼개기 상장’은 이해상충 문제를 악화시켰다.

그래도 카카오 크루들은 김범수의 퇴진이 아닌, 사과를 바란다.

문상덕·김나윤 기자 mosadu@fortr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일러스트 No.A

 

카카오의 일부 전현직 임원이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사익을 추구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2018년 카카오가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 코인(암호화폐)을 발행했는데, 코인 중 상당액이 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 등 명목으로 카카오 전현직 임원이 차린 개인회사들에 흘러들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을 통해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와 임원들의 개인회사들을 고발한 변창호씨와 예자선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이들은) 클레이를 받아서 현금화하는 것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발인으로 ▲코인 ‘클레이’를 발행한 싱가포르 소재 비영리 법인 ‘클레이튼’(2021년 ‘크러스트’로 사명 변경) ▲클레이 기반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 운영한 국내 법인 ‘그라운드X’를 비롯, ▲개인회사로 지목된 크래커랩스, 크로스랩 등을 올렸다.

2021년 클레이튼이 크러스트로 사명을 바꿀 당시 송지호 카카오 공동체성장센터장 회사의 대표를 맡고, 강준열 전 카카오 최고서비스책임자(CSO)와 신정환 전 카카오 총괄부사장이 합류했다. 동시에 싱가포르기업청(ACRA)에 발급하는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신정환 전 총괄부사장은 크러스트 산하 펀드의 투자를 받은 크로스랩의 대표였다. 또 크래커랩스의 이사(Director)로는 정주환 전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등재돼 있다. 예 변호사는 “쉽게 말해 투자한 사람과 투자받은 사람이 거의 같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변씨 등이 클레이 거래내역을 추적한 내용에 따르면, 크로스랩은 확보한 클레이 중 적어도 1893만3468개를, 크래커랩스는 적어도 2447만203개를 매도했다. 매도일 가격(코인마켓캡 기준)을 적용하면 크로스랩은 약 53억원, 크래커랩스는 약 96억원의 수익을 낸 셈이다.

변씨 등은 지난 8월 낸 책 《카카오는 어떻게 코인을 파는가?》를 통해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들 임원이 코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로 2022년부터 신규 상장을 통한 스톡옵션 행사가 어려워진 점을 꼽았다. 이들은 “클레이로 (거래를) 하면, 받는 것도 파는 것도 자유롭다”며 “주식 상장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조용하고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세금도 안 내고, 추적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신 그 돈은 카카오가 아닌 몇 명이 다 버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전직 임원 A씨는 “크러스트의 구조를 짠 관계자들은 공동체 안팎에서 김범수 센터장과 사이가 가까운 인물들로 알려져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예 변호사는 “과거에는 신생 계열사에 대한 초기 투자로, 그 다음엔 계열사 상장을 염두에 둔 스톡옵션 지급으로 임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줬다”며 “기존 방식이 막히자 코인 업계로 방향을 튼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고소인인 경제민주주의21은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검에 클레이 발행 관련 구체적인 자금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추가 자료를 11월 둘째 주에 제출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월 11일 고소인 조사를 진행하면서 고소인 측에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피고소인 측은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렇게 김범수 센터장이 없는 혁신은 실패했다. 그는 2021년 “지난 10년간 추구해 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자”고 역설했지만, 그 이후에도 일부 임원들은 스타트업을 세우고 스톡옵션을 챙기던 때의 방식으로 자신의 몫을 챙기기 바빴다. 지금까지 나온 의혹에 따르면 그렇다. 변화에 실패한 카카오는 성장, 정확히는 상장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괴물’이 돼 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무리하게 SM을 인수하려 했던 것에도 상장이 얽혀 있다. 시장에선 올해 초 사우디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원을 유치했을 당시 ‘수년 내 상장’을 조건으로 내걸었을 것이라고 본다. 카카오는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 매수가격(12만원)보다 크게 높은 주당 15만원에 SM 지분을 샀다. 총액은 약 1조2000억원. 안팎에선 ‘승자의 저주’를 우려했다.

 

 

 

김범수에게 남은 가장 큰 자산

김 센터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지금부터는 다를까. 하지만 김 센터장이 손쓰기 힘들 만큼 계열사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해진 상황이기도 하다. 꼬리(계열사)가 몸통(카카오)을 흔드는 꼴이다.

카카오뱅크 대표를 지낸 이용우 의원은 카카오가 이중의 이해상충 문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와 계열사가 심판(플랫폼)과 선수(서비스)를 겸하는 이해상충 ▲‘쪼개기 상장’으로 인해 모회사와 자회사의 주주 간 이해상충이 겹쳤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두 가지 문제가 겹치면서 문제해결이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이 경영 고삐를 쥐고 플랫폼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계열사의 지분을 가진 투자사들을 설득하긴 쉽지 않단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의원은 ‘심판’인 카카오가 ‘선수’인 계열사와 공정 거래를 하는 구조를 짜야 문제가 풀린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상표와 자본, 카카오톡의 트래픽에 의존하는 서비스라면 그만한 값어치를 카카오 측에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선수로 뛰는 타사 서비스가 카카오 플랫폼 안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다. 또 그래야 ‘계열사 지원’을 이유로 카카오 주주가 손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 

이 의원은 “카카오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는 (2021년 재합병한 카카오커머스처럼) 카카오 밑으로 흡수하고, 카카오모빌리티처럼 자체 플랫폼을 구축한 계열사는 카카오와 거래할 때 공정가격을 어떻게 매길 것인지 룰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종의 ‘플랫폼 룰’을 정해야 한단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 룰은 투자사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논란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듯, 투자사들은 수년 내 상장을 조건으로 이들 회사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이들의 목적은 차익 실현이지 카카오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다. 전직 임원 A씨는 “카카오가 혁신에 나서도, 이들과의 이해관계 속에서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며 “카카오가 계열사 수를 줄이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되레 이들 투자사의 요구에 모회사의 서비스마저 휘둘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투자받을 때 카카오톡의 트래픽 유입을 조건으로 건 경우가 있었다”며 “계열사 조정은커녕 카카오톡 서비스를 개편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처음 플랫폼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이해상충 가능성을 고려했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되돌리려고 하니 쉽지 않은 것”이라며 “(김 센터장이) 선택에 직면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회사의 주식을 받는 대신 카카오 주식을 대가로 주면 큰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 다만 최대 주주의 지배력이 줄어들 수 있다 _ 김성영 보좌관(이용우 의원실)

 

이 의원실의 김성영 보좌관은 한 가지 선택지를 말했다. 김 보좌관은 삼성그룹의 3세 승계 문제를 겨냥한 보험업법(삼성생명법), 불법이익환수법(이학수법)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그는 “카카오 문제의 해결책은 간단하다”며 “쪼개기 상장했던 회사들을 다시 카카오로 흡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법으로 “자회사의 주식을 받는 대신 카카오 주식을 대가로 주면 큰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 카카오의 주식을 대가로 하는 만큼 “최대 주주의 지배력이 감소하는 건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앞서 말한 대로 김 센터장은 선택에 직면해 있다.

11월7일 서승욱 노조 지회장과 오치문 수석부지회장을 만났다. 이들은 제3의 장소가 아닌 카카오 판교아지트로 기자를 안내했다. 이들은 “분노와 우울, 실망, 무력감”을 호소했다. “계열사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이야기할 창구가 없다”는 것이 이들을 절망케 했다. 이들은 또 “관계가 무너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스톡옵션 행사가 본격화된) 2021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 지회장은 과거 카카오의 철학이었던 ‘신충헌(신뢰·충돌·헌신)’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은 김범수 센터장의 퇴진이 아닌, 대화와 사과를 원했다. “브라이언이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회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여느 노조들의 화법과는 달랐다. 김범수 센터장에게 아직 남은 최대 자산은 이들에게 남은 신뢰일지 모른다. 

 

※ ‘[Peak Kakao?③]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카카오뱅크 대표)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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