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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k Kakao?①] 김범수의 잃어버린 1년

  • 기사입력 2023.11.28 07:00
  • 기자명 문상덕 기자

2022년 10월15일 카카오가 멈췄다. 카카오가 입주해 있던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 불이 나면서 127시간 동안 서비스 장애가 이어졌다. 같은 시설을 쓰고 있던 네이버가 12시간 만에 서비스를 복구한 것과 대조됐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는 그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더 많은 투자를 통해 글로벌기업 수준과 동일한 안정성을 갖추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시설 확충에 한해 언급했지만, 사석에서는 다른 기류가 읽혔다. 김범수 센터장이 계열사 자율 판단을 존중하던 기존 입장에서 선회, 경영 복귀를 검토한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의중을 전한 전직 임원은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년 뒤인 2023년 11월13일,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기소됐다. 하이브와 SM 인수를 놓고 경쟁할 당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카카오 이사회도, 공동체 의사조율기구인 CA 협의체도 브레이크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김 센터장도 시세조종에 가담했다고 본다. 김 센터장이 금감원 소환 조사를 받은 날, 카카오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지난 1년간 카카오의 계열사는 줄지 않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받고 있으며, 크립토 사업을 벌이는 클레이튼 재단 등은 카카오 전현직 임원에게 특혜를 줬다며 고발당했다.

이렇게 김범수 없는 지난 1년의 혁신은 실패했다. 인맥이 절차를 허물었고, 무분별한 투자유치와 ‘쪼개기 상장’은 이해상충 문제를 악화시켰다.

그래도 카카오 크루들은 김범수의 퇴진이 아닌, 사과를 바란다.

문상덕·김나윤 기자 mosadu@fortr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일러스트 No.A

 

 

#1 지난 9월 카카오 상임윤리위원회는 김기홍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김 부사장의 비위는 내부 제보를 통해 밝혀졌다. 카카오 전직 임원 A씨는 이 카드를 “블랙카드”라고 불렀다. ‘블랙박스’처럼 사용 항목과 한도가 분명하지 않은 카드라는 뜻이다. A씨는 “블랙카드를 없애야 한단 내부 우려는 이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행은 이어졌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2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은 지난 9월 서울남부지검에 김범수 센터장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카카오) 소수 내부자는 투자·보상·용역비 등 각종 명목을 붙여 클레이를 자기들끼리 나눠 가진 후 바로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말했다. 

자료를 제공한 ‘코인사관학교’ 운영자 변창호씨와 예자선 변호사(전 카카오페이 법률실장)는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으로 카카오 창업 멤버인 강준열 전 최고서비스책임자(CSO)와 신정환 전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언급했다. 이들이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지목되는 시점은 2022년 전후다. 카카오 전직 임원 B씨는 “현재 금융감독원에서도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3 “CA (협의체) 말은 지시가 아니라 권고로 여겨요.”(전직 임원 B씨) CA 협의체는 지난해 1월 출범한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를 전신으로 한다. 투자 거버넌스, 공동체 리스크관리 등의 부문에서 카카오 계열사의 전략 방향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2021년 불거진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모럴헤저드 논란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B씨의 전언처럼 구속력이 떨어졌고, 이후에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구조조정 난맥상 등 계열사 논란은 이어졌다.
 

김범수 센터장은 잇따른 논란에도 “제가 (카카오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2022년 국정감사)며 경영 복귀설에 선을 그었다. 그런 그가 지난 10월30일 첫 공동체 경영회의를 주재하면서 전면에 나섰다. 일주일 뒤에는 “카카오 공동체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을 ‘경영쇄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김 센터장이 위원장을 맡는다. 삼성그룹의 ‘준법감사위원회’를 본뜬 듯한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꾸리기도 했다. 

김 센터장의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김 센터장은 경영쇄신위원회를 꾸리기로 한 날 “각 공동체가 더 이상 스스로를 스타트업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며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책임 경영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그의 말처럼 변화가 이뤄지느냐다. 카카오를 경험했던 전·현직 임원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 공동체의 의사결정이 ‘누군가’의 판단으로 번복되는 일이 잦았다고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누군가’는 김 센터장이기도, 김 센터장의 측근이기도 했다. 핵심은 실제 의사결정자인 ‘누군가’가 명확하지 않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위기 때 CA 협의체 같은 컨트롤타워가 나왔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CA 협의체의 말을 “지시가 아닌 권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여기서 나왔다.

 

“카카오식 형·동생 네트워크”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지난 7월26일 낮 12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 광장은 하얀색 우산을 든 인파로 메워졌다.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이 설립 후 처음으로 여는 집회였다. 이들에게 우산은 ‘방패’를 뜻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계열사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상황이었다. 집회 진행을 맡은 오치문 노조 수석부지회장이 구호를 선창했다. 

“무책임 경영, 회전문 인사, 브라이언(김범수 센터장)은 사과하라!”

이날 집회의 단초가 된 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구조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난맥상이었다. 카카오 본사 사내조직 ‘AI 랩’이었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19년 12월 별도 법인으로 분사했다. 기업용 AI 플랫폼 ‘카카오i’를 중심으로 검색, 챗봇 등의 서비스를 개발, 운영해 왔다. 분사를 준비할 무렵 백상엽 당시 LG CNS 대표가 회사의 초대 대표로 합류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0년만 하더라도 6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이듬해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2021년 963억원, 2022년 1612억원으로, 그해 매출보다 손실 폭이 더 컸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1년 1월 산업은행으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1조원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홍보했지만, 1년 만에 투자금 대부분을 소진한 것이다. 회사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22년 12월, 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로부터 총 2000억원을 차입했다.

이 회사 소속인 오치문 부지회장은 “올해 3월까지 채용을 진행했는데, 불과 2개월 뒤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했다”며 “대표가 불과 2개월 뒤 상황도 내다보지 못한 것”이라고 돌이켰다. 직원들을 더욱 분노케 한 건 이후의 소통 과정이었다. 그는 “구조조정이 누구의 판단인지 분명치 않았다”며 “특정 부서 인원 100여명이 희망퇴직 대상자라고 했다가 번복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 사이에서)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조직이라는 좌절감이 퍼졌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당시 백상엽(왼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가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제3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월 당시 백상엽(왼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가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제3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국 지난 5월 백상엽 당시 대표는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두 달여 뒤인 7월 말, 백 전 대표가 회사 비상근 고문으로 재직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노조 측은 김범수 센터장이 백 전 대표를 재신임한 것이라고 봤다. 집회 당시 “무책임 경영, 회전문 인사”라고 외친 건 이 때문이었다. 

전직 임원 A씨는 이를 두고 “카카오식 형·동생 네트워크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경영 악화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라도 김범수 센터장과 가까운 사이라면 특별한 이유 없이 재신임을 받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백상엽 전 대표는 김 센터장과 서울대 산업공학과 동기(86학번)로 알려져 있다. 백 전 대표는 사퇴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범수 센터장을 ‘친구’로 지칭하면서 “회사를 도울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센터장도 인사를 둘러싼 안팎의 비판을 모르지 않았다. 2021년 10월 당시 홍은택 커머스CIC 대표(현 카카오 대표), 정의정 CTO(현 람다256 대표) 등 C레벨 인원 10명을 미등기 임원으로 발령했다. 그 전까진 상법상 필수 인원(등기이사·사외이사) 7명만 임원으로 뒀다. 나머지 인원은 대외적으로 임원 직함을 쓰기도 했지만, 내부적으론 별도의 임원 계약을 맺지 않았다. 당시 카카오 측은 “기업 확대와 조직화, 체계화에 따라서 미등기 임원을 도입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한 달 앞서 열린 계열사 대표 전체회의에서 김범수 당시 이사회 의장은 “카카오와 모든 계열사는 지난 10년간 추구해 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세 달 뒤 류영준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가 일부 임원과 함께 회사 상장 한 달여 만에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주식을 대량 매각하는 ‘모럴헤저드 논란’이 불거졌다. 회사 주가가 고점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도 뒤이어 주식을 매각했고, 카카오페이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논란이 커지자 카카오 대표에 내정됐던 류영준 당시 대표는 내정자 신분에서 물러났다. 류 전 대표는 백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지난 3월까지 카카오페이의 비상임 고문으로 재직했다.

 

2021년 11월 당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타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1년 11월 당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타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Peak KaKao?②] 상장이 막힐 무렵, 코인이 등장했다’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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