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개인 투자자는 단순 추격 매수한 ‘선량한 투자자’라기 보다는 단기 급등 이후 급락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한 ‘투기적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23일 한국거래소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건전증시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김우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테마주 거래의 유인분석 및 시장감시 방향 모색’ 강연에서 단타 매매하는 개인투자자로 인해 주가가 올라갔다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버블현상’이 발생해 전체 주가를 교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풍제지와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특정 종목에 대한 시장 경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테마주는 선거와 같은 특정 이벤트를 앞두고 정치인 관련 기업으로 단기간 거래량이 폭증하는 종목을 말한다.
김 교수는 “지난 대선 기간에 다양한 이유로 대선 테마주라 불리는 변동성 높은 소형주를 짧게는 이틀, 길게는 열흘 안에 매도하는 스윙트레이딩을 하는 경우가 88%를 차지했다”라며 “이런 종목에 투자하는 개인은 30%를 차지하는 반면, 이들의 수익률은 1% 미만에 불과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런 투자자들은 순진하게 상승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시장 변동성을 심화한다”라며 “적극적인 시장 경보 조치를 잘 발동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테마주로 인해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해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효과를 막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신용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가수요가 폭증하는 것을 방지하고 상승장에 따라가는 투기 심리를 방지하려면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하는 종목에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영풍제지 사태는 개인 매수세가 몰려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올초 영풍제지의 주가는 730% 오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으나, 지난달 18일 유가증권시장 개장 직후부터 매도 물량을 쏟아내다 12분 만에 폭락했다. 같은 시간 영풍제지의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대양금속도 십여분 뒤 하한가로 치달았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거래소는 매매거래 정지 조치를 취하고 시세 조종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혐의자 4명을 구속했다.
이 사태로 키움증권은 고객 위탁 계좌에서 영풍제지 종목에 대한 4943억원 규모의 미수금이 발생했다. 키움증권 측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증권가에서는 키움증권의 손실액이 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 포춘코리아 조채원 기자 cwlight22@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