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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6개월①] 삼성페이 기획자가 본 애플페이…"단말기 이슈는 상수"

김경동 올링크 대표

  • 기사입력 2023.11.02 16:50
  • 최종수정 2023.11.03 17:35
  • 기자명 김나윤 기자

국내 애플페이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2015년 삼성페이 출시를 기획한 김 대표가 애플페이의 한국 상륙 이후 여정을 되짚어 봤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김경동 올링크 대표는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현대카드의 전략 실패다. 현대카드가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서비스 콘셉트와 준비가 너무나도 미흡했다"고 말했다. [사진=강태훈]
김경동 올링크 대표는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현대카드의 전략 실패다. 현대카드가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서비스 콘셉트와 준비가 너무나도 미흡했다"고 말했다. [사진=강태훈]

 

국내 애플페이 서비스의 1막이 끝이 났다. 애플페이와 현대카드의 6개월 간 ‘동거’가 마무리되면서다. 현대카드는 실적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애플페이와 우선계약권을 맺고 지난 3월 21일 사실상 국내 애플페이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선보였다. 당초 애플페이와 독점계약권을 맺으려 했던 현대카드는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계약 체결 막판에 ‘배타적 사용권’ 조항을 뺀 채 서비스 출시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국내 간편결제 시장과 카드 업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한 애플페이는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단 평가가 크다. 국내 아이폰 이용자수와 특정 카드사와의 독점 서비스 계약, 무엇보다 결제 단말기 이슈가 겹치면서다. 이에 ‘삼성페이 성공의 주역’으로 거론되는 김경동 올링크 대표는 “고객의 불만족을 넘어 ‘국내 시장에서 NFC 결제 방식은 성공할 수 없다’는 단초를 제공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NFC 단말기 보급률이 낮은 국내 시장 상황을 끝내 ‘돌파’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 재직 당시 삼성페이 준비 단계부터 런칭과 이후 서비스 보완까지 약 3년간 삼성페이 기획을 맡았다. 2015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페이는 출시 3년 8개월 만에 누적 결제액 40조원, 가입자 수 1400만명을 기록했다. 삼성페이 서비스 이전엔 PC용 간편결제와 삼성월렛 역시 김 대표의 주요 개발 서비스였다. 이후 김 대표는 삼성전자를 퇴직해 2019년 NFC 태그 결제 기술을 기반한 핀테크 기업을 창업해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본질적으로 신용카드과 간편결제는 다른 형태의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가 ‘카드도 잘 이끌어왔으니 페이도 잘할꺼야’라고 잘못 판단한 것 같아 결국 아쉬운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Q 국내 애플페이 상용화에 대한 전반적인 총평을 하자면.

이슈화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이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려온 서비스였던 점을 고려하면 개인적으로 ‘실패’란 점수를 주고 싶다. 잘 아시다시피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NFC 결제단말기 보급률이 낮다는 이유로 애플페이 결제 사용처가 극히 제한돼 있지 않나.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아이폰 이용자들은 애플페이에 대한 요구사항을 쏟아 내고 있고 있다.

 

Q 구체적으로 무엇이 실패했다고 보나.

전략 실패다.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서비스 콘셉트와 준비가 너무나도 미흡했다. 애플페이 상용화가 되지 못한 원인으로 10명 중 9명이 NFC 단말기를 지적하지 않나. 하지만 국내 NFC 단말기 보급이 현저히 낮다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동안 애플이 한국에서의 페이 서비스 론칭을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고. 즉 단말기 이슈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였단 뜻이다. 그렇다면 현대카드가 사실상 6개월 단독 서비스를 추진하기 위해 단말기 문제를 뛰어넘는 서비스 전략을 선보였어야 하지 않았을까.


김 대표는 “본질적으로 신용카드과 간편결제는 너무나도 다른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가 ‘카드도 잘 이끌어왔으니 페이도 잘할꺼야’라고 잘못 판단하면서 결국 아쉬운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Q 본인이라면 어떤 전략을 구상했겠나.

매스(mass) 마케팅이 아니라 특정 타킷층에 집중적으로 주력했을 것이다. 이를테면 특정 브랜드 편의점의 한개 점포에서만 10일 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어땠을까. 애플페이를 경험하기 위해 아이픈 고객들이 건물을 애워 싸며 대기 줄을 섰을 거다. 마치 신형 아이폰을 구매하려고 사람들이 애플스토어 앞에서 텐트 치며 밤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랬다면 경쟁 기업이나 타 브랜드 등에서도 애플페이 서비스를 유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단발기 교체에 나서는 모습까지 기대해볼 법했을 것이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와의 우선계약 덕분에 신규 카드 가입자 수 증가 등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데.

현대카드 가입자 수와 애플페이 결제 가맹점이 증가한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다만 성공 포인트의 척도는 여러 가지 아니겠는가. 현대카드가 아이폰 이용자들을 정말 ‘우리 고객’으로 만들었다고 호언장담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한카드 주사용자인 고객이 애플페이 쓰기 위해 현대카드를 신규 발급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대형 마트에서 애플페이 결제를 거절당한다면 그 고객은 지갑 속에 있던 신한카드를 꺼내서 평소처럼 결제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2~3번만 반복된다면 애플페이와 현대카드는 그 자체로 효용 가치를 잃을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난 3월 21일 국내 '애플페이' 서비스 시행을 맞이해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 외벽에 애플페이 홍보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월 21일 국내 '애플페이' 서비스 시행을 맞이해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스토리지 외벽에 애플페이 홍보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김 대표는 실질적인 비용 측면에서도 현대카드가 적잖은 부담을 떠안게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플레이트 카드 한 장을 발급하고 배송할 때 카드사가 부담하는 비용이 약 3~4만원 수준이다. 최고 카드 수수료 2.5%를 감안하면 고객이 애플페이로 대형마트 등에서 100만원을 결제하더라도 현대카드의 매출이익은 2만5000원뿐인 셈이다. 영세 소상공인의 경우 수수료가 훨씬 낮고 결제 가능한 매장 수도 많지 않기 때문에 현대카드 입장에선 단기간 내 비용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혁신 이미지를 얻었다고 한들, 상장 기업도 아닌 현대카드에게 당장 어떤 이득으로 돌아왔는지 의문이다.”


 

Q 애플 입장에서 생각해 해보자. 특정 카드사와 우선 계약을 맺은 게 애플에겐 실책일까.

그건 아니다. 엄밀히 말해 애플은 어떤 면에서든 손해가 없다. 왜냐하면 페이 결제 과정에서 기술적 결함이 발생해야만 ‘애플 책임론’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국내 상황은 고객이 애플페이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 아닌가. 애플은 그저 일정 비용을 받고 현대카드와 파트너 계약을 맺었을 뿐이다. 국내 모든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건 현대카드다. 결제 인프라, TV 광고 등 모두 현대카드가 기획했다. 이를 반대로 말하자면 한국에서 애플페이가 히트했을 경우, 그건 애플의 성공이 아니라 단언컨대 현대카드의 성공인 것이다.

 

Q 저서 《삼성페이 이야기》에서도 지적했듯이 국내 삼성페이의 가장 큰 성공 원인으로 결제 가능한 매장, 즉 전국구 커버리지를 꼽았다. 애플도 페이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선 단말기 문제 해결이 급선무일 텐데.

일정 부분은 맞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에서 삼성페이와 애플페이를 단말기만으로 등치시킬 순 없다. 2015년 삼성페이가 출시된 본질적인 이유는 페이 서비스를 통해 삼성 프리미엄 휴대폰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별도의 결제 수수료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전 가맹점 인프라와 약 75%의 삼성폰 이용자를 확보한 국내 상황에서 삼성페이는 한국 시장에서 ‘무조건’ 성공시켜야만 했다. 그래서 당시 삼성이 기술력과는 별개로 TV광고, 각종 프로모션 등 무지막지한 물량공세를 펼친 게 사실이다.

반면 애플페이는 하나의 결제 서비스이고 더더욱 한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것도 아니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 다 되는 애플페이가 한국 시장만 입성하지 않은 것은 쉽게 말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다. 더군다나 미국의 경우 NFC 단말기 보급률이 100%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애플페이 이용률은 10% 안팎 수준이다.

 

Q 단말기 이슈가 없는 미국에서 애플페이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결제도 하나의 문화라는 점을 애플이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결제 방식은 기본적으로 고객이 테이블에 앉아서 서버에게 계산서를 건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계산서가 아닌 애플페이로 결제하려면 고객이 본인의 휴대폰 잠금을 다 풀어서 타인에게 건네야 하지 않나.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본인의 정보가 다 담긴 휴대폰을 완전히 봉인 해제해 남에게 건넬 수 있는 문화가 아니다. 결국 결제라는 건 단말기라는 기술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각 나라의 문화도 주요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김경동 올링크 대표는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결제라는 건 단말기라는 기술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각 나라의 문화도 주요하게 고려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강태훈]
김경동 올링크 대표는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결제라는 건 단말기라는 기술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각 나라의 문화도 주요하게 고려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강태훈]

그렇다면 국내 시장에서 애플페이는 삼성페이의 독주를 영원히 막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질문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아이폰 이용자와 삼성 휴대폰 이용자는 서로 각자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이란 점에서다.

“독주를 막지 못했다보다는 삼성페이를 긴장하게 만들지 못했다란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하지만 미래에도 삼성페이만 승승장구하진 않을 것이다. 애플페이는 이제 막 드래프트를 거친 신인 선수이고 삼성페이는 수십억대 몸값을 누리고 있는 전성기 프로 선수다. 다만 애플은 국내 30% 아이폰 이용자를 얼마든지 페이 이용자로 만들 수 있단 자신감을 가진 기업이기에 향후 주요 6개 카드사와 어떻게 파트너십을 맺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Q 보안성이 뛰어난 NFC 단말기의 국내 보급률이 왜 수년째 제자리걸음인가.

가맹점주가 단말기를 바꿔야만 하는 유인책이 없어서다. 기존 IC칩카드 단말기가 약 15만원이라고 할 때 NFC 단말기는 10만원 정도 더 비싼 편이다. 식당 사장님이 비싼 돈을 들여 카드 단말기로 바꾼다고 해서 10원의 수익이 더 생기는 게 아니지 않나. 2015년 마그네틱카드 단말기에서 IC칩카드 단말기로 사용 의무화가 되면서 3년 간 유예기간을 둔 적 있었다. NFC 단말기 보급도 법대로 강제 규정하지 않은 이상, 점주들의 능동적인 단말기 교체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NFC 단말기를 이용하려는 결제 고객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져야 하는데 고객이야말로 카드 단말기가 무엇이든 알 바 아니지 않는가.

Q EMV 컨택리스가 되레 NFC 단말기 보급을 더욱 늦추고 있단 지적도 있는데.

앞서 말했듯이 결제 단말기 교체는 가맹점 사장님의 의지가 핵심이다. 카드를 꽂거나 긁어 계산하는 것보다, 터치로 결제하는 게 편리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현재 국내용 카드 규격에 대한 컨택리스, 즉 국내 전용 카드에 대한 태그 결제 방식이 없다보니 가맹점 사장님이 애플페이를 위한 NFC단말기를 교체할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엉뚱하게’ QR 결제 방식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Q 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시장 분위기를 냉정하게 진단한다면.

간편결제 시장에 있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엄밀히 나눠야 한다. 온라인의 경우 쿠팡은 쿠팡대로, 네이버는 네이버대로 페이 시스템을 만들어 각 커머스 가두리 내에서 잘 운용하고 있다. 핵심은 오프라인이다. 온·오프라인 총 결제에서 오프라인 비중이 약 75%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편결제 춘추전국시대’란 표현도 오프라인 경쟁을 빗댄 말이었다. 고객이 포스기 앞에서 삼성페이를 꺼낼지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를 꺼낼지 등 페이 선택권이 많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애플페이 등판으로 사실상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한 삼성페이와 애플페이의 양강 구도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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