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올해 들어 8월까지 악성 임대인 대신 임차인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이 1조7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수율은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악성 임대인으로부터 단 한 푼도 되찾지 못한 경우도 절반에 달했다. 이는 고스란히 공사의 재무건전성을 위협하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학용 의원(국민의힘)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집중관리다주택채무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악성 임대인 수는 모두 374명으로 집계됐다.
HUG는 2020년 4월부터 전세금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 동안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사람을 ‘집중 관리 다주택 채무자’(악성 임대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2020년 83명이었던 악성 임대인 수는 2021년 157명, 2022년 233명으로 매년 늘어났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매월 17명 이상씩 추가됐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말이면 4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처럼 악성 임대인 수가 가파르게 늘면서 HUG가 대신 보증금을 준 가구도 빠르게 불어났다. 지난 8월 기준 HUG의 악성 임대인 변제 세대수는 총 8476가구로, 지난해 말(4924가구)보다 3552가구가 증가했다.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돌려준 변제액 역시 지난해 말 1조219억원에서 지난 8월 말 1조7143억원으로 7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회수액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 8월 기준 회수액은 167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354억원)보다 320억원 늘어나며 전체 변제액의 10%에도 못 미쳤다. 8월 말 현재 미회수액은 1조5469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말(8866억원)의 2배에 육박한 수준으로 늘었다.
김 의원은 “재무 건전성 악화로 보증 발급이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HUG가 경매 이외에 보유한 구상채권을 유동화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HUG는 연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전세금안심대출보증, 임대보증금보증으로 발생한 구상채무가 2억원 이상이거나 3년 이내에 2건 이상의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불이행한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 포춘코리아 김동현 기자 gaed@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