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올해 7월까지 집주인 대신 임차인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의 회수 비율이 1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3년 만에 적자에 이어 최근 정부로부터 1조원을 긴급수혈하는 등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토교통위 소속 국민의힘 김학용 의원실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발생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총 9994건으로 2조 2637억원 규모에 달했다. 이 기간 HUG는 집주인 대신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 1조 6512억원을 갚아줬다. 그러나 경매 등으로 회수한 금액은 2442억원으로 회수율이 15%에 불과했다.
HUG가 집주인 대신 돌려준 보증금을 회수한 비율은 올해 급락했다. 2020년 50%, 2021년 42%였으나 지난해 24%로 떨어졌고, 올해는 15%까지 내려왔다.
보증금의 91%(1조4996억원)가 집중된 수도권의 경우 회수율이 11%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이 기간 인천에서 HUG가 대신 갚아준 보증금은 4545억원이었으나, 회수율은 6%(283억원)에 그쳐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서울은 대신 돌려준 보증금 4888억원 중 12%인 606억원을 회수했고, 경기는 5533억원 중 851억원(15%)을 돌려받았다.
임차인 연령대별로 보면 30대 임차인에게 HUG가 대신 돌려준 금액은 7996억원으로 가장 컸고, 20대는 3387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회수율은 40대 이상 임차인 대상으로 평균 27%를 보인 반면, 20대 대상 회수율은 4%, 30대는 12% 정도다.
회수율은 낮아지면서 공사의 재정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HUG의 지급여력비율(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지표)은 212%로, 2020년 532%의 절반 수준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 HUG에 3800억여원을 출자하기로 했고, 내년 정부 예산안에 HUG 출자액 7000억원이 반영돼있다. 총 1조원이 넘는 금액이 수혈되는 셈이다.
이처럼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자구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대신 변제해야할 금액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지난해 12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3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가 불어닥친 상황이다.
유병태 HUG 사장은 지난 5일 "경·공매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고 악성 임대인의 경우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바로 경매를 신청하겠다"며 "악성 임대인의 은닉 재산을 발굴하기 위한 재산 조사와 신속한 강제집행 절차를 통해 회수에 주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 포춘코리아 김동현 기자 gaed@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