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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the CEO 박현주 회장 “도전이 두렵지 않다”

경쟁력있는 기업을 골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한다

  • 기사입력 2023.07.11 16:02
  • 최종수정 2023.07.11 16:25
  • 기자명 채수종 기자

 

Disruptive Innovator

파괴적 혁신가

“두 번 다시 박현주 같은 인물도, 미래에셋 같은 기업도 태어나지 못할 것이다”

 

박현주 회장이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해 국내 최대 증권사로 만든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 같다.

국내 최초로 시도한 뮤추얼 펀드 판매와 글로벌 시장 진출, KDB대우증권 인수 등은 우리나라 증권사에 큰 족적으로 남아 있다.

박 회장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미래에셋과 한국 증권시장의 미래를 바꾼 ‘신의 한 수’를 찾아내 왔다.

증권가에서는 “두 번 다시 박현주 같은 인물도, 미래에셋 같은 기업도 태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인 그는 ‘한국의 워런 버핏’ ‘여의도의 징기스칸’ ‘투자의 귀재’ ‘승부사’ 등 수많은 애칭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해 국내 최대 증권사로 성장시키는 과정이 그랬고, 글로벌 시장 개척으로 한국 증권업계의 지평을 넓혀 나가는 모습이 그렇다. 그는 “도전이 무섭거나 두렵지 않다. (오히려) 우리 모두의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장벽을 허물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파괴적 혁신가(Disruptive Innovator)’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미래에셋증권]
[사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은 대한민국 최대 증권사이다. 글로벌 긴축에 대한 공포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타고 있다.

자기자본이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11조 300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 10조 6000억원에서 4300억원 늘어났다. 많은 해외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어, 1분기 해외 사업 관련 환산손익이 크게 증가했다.

또 투자자산의 평가이익이 커진 것도 자기자본의 증가 요인이 됐다. 지난해 매출(연결기준)은 19조 1612억원으로 2021년 13조 1520억원 보다 45.7% 늘어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356억원, 당기순이익은 659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 2817억원, 세전순이익 2946억원으로 각각 전분기 대비 252.8%, 548.1% 증가했다.

이는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는 안정적인 사업구조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업계에 큰 영향을 준 사모펀드 사태와 차액결제거래(CFD) 문제로부터 자유로웠다.

이 같은 탁월한 리스크 관리 역량은 퇴직연금 분야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미래에셋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0년 13조 442억원에서 2021년 16조 9899억원, 2022년 19조 5409억원, 2023년 1분기 20조 939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 증가금액과 증가율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퇴직연금을 과감하게 운용해 근로자가 노후 자산을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을 떠나 글로벌하게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그룹의 미래가 해외에 있다고 확신한다. 2000년대 초부터 ‘아시아 1위’를 목표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주식형 펀드의 인기를 주춧돌 삼아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했고, 아시아 펀드를 발판으로 유럽 등 선진 시장으로 뻗어 나갔다.

박 회장은 1997년 미래에셋그룹의 모태인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을 설립한 지 불과 6년 만인 2003년 국내 운용사 최초로 해외 시장(홍콩)에 진출했다.

관계자들은 한국의 작은 증권사가 선진 시장에서 상품을 팔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미래에셋이 실패해도 한국 자본시장에 경험으로 남는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16개국에 41개 법인 및 사무소가 있다. 그는 홍콩 상륙 이후 20년 동안 미국, 영국, 중국, 일본, 캐나다, 호주, 인도, 룩셈부르크, 몽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콜롬비아, 아랍에미리트, 브라질 등으로 영토를 넓혀 나갔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해외 네트워크가 가장 많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긴축으로 인한 대내외 투자 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특화 전략을 통해 지속 성장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 ETF 운용규모(Asset Under Management)는 2017년 10조원에서 지난해 말 135조원으로 불어났다. 미래에셋금융그룹 전체 AUM은 약 667조원에 이른다.

 

 

글로벌 성장전략 핵심은 인수합병(M&A)

박현주 회장은 M&A를 통해 빠르게 해외영토를 넓혀왔다. 2011년 캐나다 1위 ETF 운용사인 호라이즌스(Horizons ETFs)를 시작으로 2018년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X(Gloval X), 2022년 호주 ETF Securities(Gloval X 호주)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현지 기업을 인수하면서 노하우, 인지도, 시장 점유율도 함께 이어받았다. 박 회장은 “구글은 1년에 (M&A를) 100개도 한다. 또 JP모건은 창립 이래 약 200번의 M&A를 거쳐 지금의 위치로 성장했다”며 “늘어난 자기 자본을 토대로 보다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의 (투자)원칙 중 하나가 경쟁력 관점에서 기업을 본다는 것이다. 혁신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법인에서 2022년 세전순이익 1600억원을 냈다. 이는 2021년 2432억원에 비해 줄었지만, 2017년 660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박 회장은 2018년 글로벌 전략가(Global Strategy Officer)로 취임한 뒤 해외 기업 M&A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의미있는 해외 영토를 추가했다. 지난 5월 미래에셋증권은 2005년 설립된 유럽 ETF 시장조성(Market Making) 전문회사인 GHCO를 인수했다.

이는 미래에셋증권의 유럽 ETF 시장 진출 선언으로 해석된다. 국내 증권사 해외법인이 아시아 이외의 선진국에서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GHCO는 블랙록, 뱅가드, 글로벌X 등 18개의 ETF 운용사와 총 2000여 개의 ETF 종목들에 장내 유동성을 공급하는 마켓 메이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전 세계 1만 4000개 ETF를 효율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자체 개발 마켓 메이킹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박현주 회장이 2015년 12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에셋금융 그룹의 운영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현주 회장이 2015년 12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에셋금융 그룹의 운영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현주 신화, 어떻게 만들어졌나?

시작은 미미했다.

박현주 회장은 동원증권 상품운용과장으로 근무하던 어느 날 지점 발령을 받았다. 증시가 바닥없이 추락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는 인생 최대의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았다.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30대 젊은 직원들을 영업 최전선에 배치했다. 그는 1992년 전국 1000여 개 지점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박 회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돌던 1997년 6월 미래에셋창업투자를 설립했다. 자본금 100억원짜리 벤처 캐피털이었다. 그는 1998년 12월 삼성증권 창구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뮤추얼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박현주 1호’ 펀드다. ‘박현주 1호’는 불과 2시간여 만에 펀드 설정액 500억원을 채우며 마감됐다. 1999년 12월 펀드 청산 당시 수익률은 95%였다.

박 회장은 “(IMF 여파로) 투자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바뀌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만큼 기회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국내 최초의 사모투자펀드(PEF)와 부동산투자펀드, 전 국민을 열광시킨 적립식펀드도 그의 작품이다.

 

 

박 회장은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했다.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1999년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했다. 박 회장은 기존 증권사들의 주식 중개 수수료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종합 자산운용 컨설팅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래에셋증권은 2000년 10월 업계 최초로 금융상품 판매 1조원을 돌파했다. 2006년 2월 기업공개(IPO) 청약 당시 사상 최고인 293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그리고 미래에셋증권은 2015년 12월 KDB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했다. 한국 금융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사건이었다. 당시 증권업계 자기자본 순위 4위였던 미래에셋증권이 2위였던 대우증권을 인수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로 자기자본 6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증권사가 됐다. 증권가에서는 입찰 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적과 함께 ‘승자의 저주’ 가능성이 오르내렸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만남은 대단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더 높은 가격을 쓸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관리와 연금 분야에서, 대우증권은 투자은행(IB)과 주식 중개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었다. 미래에셋증권은 1997년 자본금 100억원짜리 벤처 캐피털로 시작해 2023년 자기 자본 11조원의 국내 최대 증권사가 됐다. 

박현주의 투자철학은?

박현주 회장의 투자철학은 ‘경쟁력 있는 기업을 골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한다’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의 기준은 ‘혁신’이다.

그는 지난 2021년 미래에셋증권(당시 미래에셋대우)의 유튜브 채널 ‘스마트머니’에서 “가치주, 성장주로 구분하지 않고 혁신을 하는 기업과 하지 않는 기업으로 (나눠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증권을 인수하고 난 뒤 2016년 가진 인터뷰에서 아마존, 텐센트, 테슬라를 추천했다”며 “어떤 분들은 종목을 잘 찍었다고 말했지만, 당시 종목을 찍은 것이 아니라 혁신을 얘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의 원칙 중 하나가 경쟁력 관점에서 기업을 본다는 것이다. 혁신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한국 1호 뮤추얼 펀드인 ‘박현주 1호’ 운용 시 단기 매매 대신 삼성전자와 포항제철(현 포스코) 등 경쟁력 있는 저평가 우량주에 집중 투자했다. 이 펀드는 1999년 12월 최종 청산 수익률이 95%였다.

박현주의 고민은?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의 설립자이며, 성장의 주역이다. 그룹 안팎에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더 이상 중소 증권사가 아니다. 이미 국내 1위 증권사이자, 최대 금융사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대기업집단 순위 21위(2022년 기준)에 올라있다.

지금과 같은 박 회장 1인 중심 체제로 계속 갈 수는 없다. 박 회장이 떠난 미래에셋은 어떻게 될까? 그는 “자식들에게 지분은 물려주겠지만, 전문가들에게 경영을 맡길 것”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강조해 왔다.

하지만 박 회장의 입김이 사라진 뒤에도 전문경영체제가 유지될 수 있을까? 미래에셋의 해외 사업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미래에셋그룹이 2022년 해외법인을 통해 거둬들인 이익은 전체 순이익 중 3분의 1 수준에 육박한다.

그러나 “미래에셋 수익의 50%를 해외에서 가져오겠다”는 박 회장의 비전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친다. 또 자기 자본도 17조원(증권 11조원 포함)으로 아시아 IB인 일본 1위 노무라(약 30조원)나 중국 1위 중신증권(약 34조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골드만 삭스 같은 글로벌 IB로 도약한다’는 박 회장의 꿈은 이루어질까? 박 회장의 열정은 미래에셋 창립 당시 큰 그림을 그리던 30대 청년 그대로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60대 중반의 장년이다. 그의 창업 동지들도 이제 모두 환갑을 넘어섰다. 시간이 많지 않다. 미래에셋의 미래에 대한 박 회장의 고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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