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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규제혁신? 정부 아닌 기업의 몫”

스파크랩 10주년 토크 콘서트, 새내기 창업가에 조언
“인류 문제에 솔루션 내야 기업과 생태계 발전”

  • 기사입력 2022.11.03 19:45
  • 최종수정 2022.11.04 17:08
  • 기자명 문상덕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 10주년 기념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스파크랩]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파크랩 10주년 기념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스파크랩]

“규제 혁신은 정부가 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규제가 필요 없다면, 여러분이 증명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일 스타트업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규제를 넘어서려면 “창업해서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SG에 맞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또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창업자라면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에서 운영하는 규제샌드박스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도 제안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다.

이날 토크 콘서트는 국내 첫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 ‘스파크랩’의 10주년을 맞아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콘서트 사회는 이한주 대한상의 부회장이 맡았다. 이 부회장은 2012년 김호민, 김유진, 버나드 문 공동대표와 함께 스파크랩을 설립하기도 했다. 스파크랩의 네 공동대표는 10년간 국내는 물론, 미국과 대만, 호주 등에서 270개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해왔다. 이들 기업의 현재 가치는 6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스파크랩 자체 집계).

30여분간 이어진 토크 콘서트에서 최 회장은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를 유치하려는 이유부터 불황기를 넘는 방법론, ESG를 키워드로 새롭게 열리는 시장, 단일 세계시장의 종말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첫인상과 본인의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성향 등 개인적인 이야기도 소개했다. 다음은 토크 콘서트 전문.

 

“부산엑스포는 솔루션 플랫폼”

이한주 부회장(이하 이한주) 부산엑스포를 왜 유치해야 하나?

최태원 회장(이하 최태원) 이미 엑스포를 두 번 치렀는데, 세 번째 엑스포를 유치하는 게 큰일인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선 것들이 아시안게임이라면, 이번 건 올림픽게임에 가깝다. 규모와 종류가 다르다. 세상에 있든 모든 주제를 포괄하고, 참가국이 직접 비용을 내고 참석한다.

그래도 꼭 우리가 해야 하나, 물을 수 있다. 좀 길겠지만 설명을 드리겠다. 우리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나 그 나라의 제조업 역량을 선진국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살았다. 하지만 글로벌 소사이어티에서는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가 리딩하는 이슈가 있어야 한다. 소프트파워다.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거나 지혜가 있어야 한다.

부산엑스포를 솔루션 플랫폼으로 만들어보자. 인터넷 공간을 통해서 엑스포가 열리는 2030년까지 7년간 솔루션을 모을 수 있다. 인류가 맞이한 여러 문제들, 기후변화, 에너지전환, 물부족 등 각 나라가 처한 문제가 각자 달라서 솔루션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슈에 솔루션을 내는 플랫폼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그게 리딩 컨트리로 가는 길이다.

이한주 스타트업도 참여할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 다음 토픽은 ESG다. 이 말이 유행어가 되기 전부터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다. 현재는 어디까지 와 있다고 보나?

최태원 ESG와 관련된 시장이 열린다고 본다. 내가 만드는, 혹은 투자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ESG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파악할 때가 왔다. 지금 여기 저기서 한다고는 이야기하는데, 저희는 측정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정말 ESG를 잘 실천하는지 옥석을 가려보려고 한다.

이한주 E(환경)가 큰 주제인데, SK에서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개발하는 ‘테라파워(TerraPower)’에 투자했다(지난 8월 2억5000만 달러 투자). 원자력이 친환경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최태원 테라파워도 10년 전에는 스타트업이었다. 안전하고 방사능 폐기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형태로 디자인된 미니 원전을 개발하고 있다. 2028년이면 파일럿 플랜트가 끝나는 걸로 알고 있다. 원전 기술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넷 제로(탄소중립) 사회로 반드시 가야 하는데, 시간 제한이 걸려 있다. 제한을 넘어가면 재앙이 온다. 특히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도저히 넷 제로를 달성하지 못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SMR이라고 생각한다. SMR은 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녹색산업 분류체계)에도 들어갔다.

이한주 (테라파워를 창업한) 빌 게이츠 하고는 사이가 어떤가?

최태원 요새 MBTI가 유행하는데. 빌 게이츠는 I(내향적인 성격)인 것 같다. 남의 이름을 열심히 부르고 친근하게 지내지는 않았다. 대신 솔루션으로 직진하는 성격이더라.

 

“성공에 왕도는 없다, 다만 스터디 할 뿐”

이한주 SK에서도 스타트업 투자와 협업을 많이 한다. 대한상의에서도 그렇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스타트업 생태계를 더 키울 수 있을까?

최태원 누군가 갑자기 완벽한 생태계를 만들 수는 없다. 생태계는 만들어가는 것이고, 진화하는 것이고, 외부 쇼크가 오면 변화하는 것이다. 다만 더 나은 생태계를 만들려면 소통과 데이터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스타트업이 필요하고, 어떻게 하면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키워서 큰 회사로 만들어내는 게 가능한지 데이터가 없다. 그러니 단발성 솔루션만 있다.

또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 이걸 시스템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실리콘밸리 문화는 법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자꾸 법으로 뭔가 해보려고 하는데, 사실 비즈니스는 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규제하는 순간 자유로움을 구속하게 되고, 구속은 어느 순간 비즈니스를 제약하게 된다. 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협업과 소통이 필요하다.

이한주 하이닉스 인수, 배터리 진출 같은 결정을 어떻게 했나? 특별한 촉이 있었나?

최태원 그렇지는 않다. 인수합병 한 건을 하기 위해서 100건 이상을 스터디 한다. 그렇게 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계속 생긴다. 새로운 결정이 항상 성공할 거라고 가정하지는 마시라. 내가 주사위 돌려서 6만 나올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과 같다. 여러분 앞에 놓인 과제를 스터디 해야 하는데 그게 상당히 고통스럽기는 하다. 자원에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내 형편에서 최대한의 스터디를 하고 결정하는 것이냐, 그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거다. 쇼핑을 할 때도 첫 번째 가게에 가서 물건을 덜컥 사지는 않지 않느냐. 스터디 할 때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왕도는 없다.

이한주 거시적인 환경이 불확실하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업해야 하나?

최태원 소나기가 내린다고 봐야 한다. 소나기가 내릴 때 세차를 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같다. 계획이 있더라도 소나기를 피하는 걸 권고 드린다.

지금은 서치하는 일이 더 필요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세상이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결정했고, 타이밍을 찾고 있다. 과거의 원 마켓 체제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돈도 조금 기다려야 잘 돌 것 같다. 아무도 지금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 돈을 구하려고 하면 여러 분의 가치를 낮춰야 하니까. 내년 말까지 버텨야 안전할 것 같다.

최태원 회장은 3일 토크 콘서트에서 최근 불황에 대해 "소나기 올 때 세차는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지금은 (세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서치할 때"라고 말했다. [사진=스파크랩]
최태원 회장은 3일 토크 콘서트에서 최근 불황에 대해 "소나기 올 때 세차는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지금은 (세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서치할 때"라고 말했다. [사진=스파크랩]

 

그랩 창업자는 교통 약자를 이야기했다

이한주 MBTI는 뭔가?

최태원 저는 INTP다.

이한주 내향형이라는 이야기인데, 대외 활동이 많아 피곤하겠다.

최태원 조금 그런 편이다. 성향을 좀 거스르게 되어서. 그런데 하다 보면 약 장사 스타일로 늘기는 하더라.

이한주 드라마에서 스스로 비슷하다고 느낀 캐릭터가 있나? 한국에선 재벌이 무섭게 묘사되는데.

최태원 욕심 사나운 사람, 자기 회사와 명예를 위해서는 어떤 것도 서슴지 않는 사람으로 그려진다(웃음). 하지만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말아 달라.

이한주 후배 창업가에게 덕담을 준다면.

최태원 ‘그랩(Grab)’ 창업자 앤서니 탄(Anthony Tan)을 만난 적 있다. 재밌다고 생각한 것이, 스타트업을 해서 유명한 사람이 되거나 돈을 많이 벌겠다고 말하지 않더라. 교통에도 강자와 약자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통수단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약자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하는 점에서 솔루션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동남아에는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40%가 넘는다. 그러면 페이(결제) 솔루션을 만들어서 교통수단을 탈 수 있도록 해보자.

모델이 이렇게 되다 보니, 생각보다 확장성이 크다. 그리고 약자층에 지지를 받으니 돈을 구하고 리소스를 구하는 데 있어서 리소스를 투여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관대해진다. ‘돈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정도는 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돈을 좇아서는 생태계가 크기 어렵다. 과거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해서 세금을 많이 내고 일자리를 늘리면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에 솔루션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돈 못 벌면 회사가 영속할 수는 없지만, 회사가 사회에서 이익만 챙겨가는 것을 사람들이 원치 않는 것이다.

/ 포춘코리아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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