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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의 미래요? 000이죠"

[Interview] 안정호 시몬스 대표
최근 몇 년 새 가장 돋보인 행보를 보이는 시몬스. 소위 ‘힙한 브랜드’라지만 안정호는 조용했다. 들떠있지 않았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는 광고나 팝업 스토어를 통해 느껴지는 브랜드의 화려함보단 침대의 본질인 편안함을 주고 싶어 했다. 그는 ‘건강’과 ‘편안함’을 시몬스의 본질로 꼽았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하지만 “여태껏 만족하지 못했다”고 했고 늘 새롭고 혁신적인 일들을 찾아 도전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를 수식하는 말로 visionary보단 ‘Dreamer’가 어울린다. 

  • 기사입력 2022.09.19 15:00
  • 최종수정 2023.07.07 09:55
  • 기자명 유부혁 기자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시몬스 광고다. 한때는 매트리스의 편안함과 정숙성을 세련된 영상과 음악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턴 소비자들에 대한 이야기에 주력한다. 2020년 ‘매너가 편안함을 만든다'가 대표적. 얼핏 보면 매너와 편안함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매너를 ‘원칙' 또는 ‘본질'로 바꿔 대입해 보면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한 광고. 제품을 빼고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영상으로 풀어낸 셈이다.

광고뿐이 아니다. 침대 없는 매장도 몇 년째 선보이고 있다. 150주년을 맞이한 2020년엔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열어 6만명이 찾았다. 지난해는 해운대에, 올해는 청담동에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열었다. 지난 2월 11일 문을 연 20평 남짓 매장에 지금까지 약 7만 명이 다녀갔다.

매출은 계속 늘고 있다. 2018년 1972억원, 2020년 2715억원에 이어 지난해는 3054억원을 기록했다. 점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위탁대리점 판매방식인 ‘시몬스맨션’, 고객 부담을 줄여주는 장기 카드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 ‘시몬스페이’도 선보였다. 매장 수도 지난 3년 동안 100개 이상 줄였지만 점포당 매출은 3배 이상 늘었다.

누굴까? 시몬스 침대를 이끄는 안정호 대표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 시몬스의 미래는 어떨까? 많은 질문을 들고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에서 안 대표를 만났다. 언론 인터뷰를 자주 하지 않는 그는 대부분의 질문에 짧게 답했지만 단어 사용엔 상당히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그와 주고받은 대화 중 일부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 [포춘코리아]
안정호 시몬스 대표. [포춘코리아]

“팝업? 팩토리움이 시몬스의 변곡점”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엔 자주 오세요?

안정호 날씨 좋은 날 가끔 들러요. 매장이 조금 한산한 오후 4~5시께 쓱 둘러봅니다.

만족하세요?

공간은 재밌게 구성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 아직 만족 못해요.

공간의 모티브가 된 곳이 있을까요?

일본을 자주 가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팝업 스토어가 많으니까요.

영감을 얻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을텐데. 대표의 안목을 직원들에 공유하는 방법이 궁금해요.

내부적으론 브랜드 익스피어런스 트립이라고 부르는데요. 디자이너, 마케터 등 다양한 직원들과 일본, 유럽 등을 가서 재밌게 놀다 와요. 비싼 곳, 비싼 음식을 경험하기도 하고요. 우리 제품이 고가의 소비재니 프리미엄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할 필요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기호와 취향을 알 필요도 있어서요.

이천 시몬스 팩토리움 [시몬스 제공]
이천 시몬스 팩토리움 [시몬스 제공]

대표의 취향이 까다롭다는 걸 이천 시몬스 팩토리움에 가보니 알겠더라고요.

기념비적인 ‘사건’이죠. 팩토리움 이전과 이후로 나눌 만큼. 옆에 있는 김성준 부사장이 “우리 정말 이 정도로 해도돼요?”라고 묻기도 했죠. 2011년 시작해 2017년 입주했으니 시간도 돈도 꽤 들었죠.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진하셨을텐데. 왜 공장을 지을 결심부터 하셨어요?

시몬스는 제품을 만드는 곳이에요. 그게 본질이죠. 제일 중요한 건 생산시설이잖아요.

공장, 팝업스토어, 광고 등 시몬스의 치밀한 계산과 전략을 궁금해합니다.

그게 시몬스에 대한 오해에요. 품질이 제일 중요하고 그게 기본인데. 그래서 공장을 지었고요. 그 외의 것들은 재밌을 것 같아서 한 거지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재미난 걸 좋아하고 개인적으로 광고에 대한 관심도 높아서 단지 좀 더 신경을 썼을 뿐이죠. 전 너무 당연한 것만 해왔다고 생각하는데요.

최근 시몬스가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부담스럽진 않으세요?

부담스럽죠. 숙제를 받는 느낌이랄까. 다음에 뭘 할지, 잘못해서 후퇴했다는 소릴 듣진 않을지 걱정도 돼요. 그래도 뭐든 해봐야죠. 전 안 하는 걸 제일 싫어하고 문제라고 말해요..

광고나 영업 등 실무 업무에 어느 정도 관여하세요?

광고는 콘티까지도 챙겨보며 수정하기도 해요. 어릴 때부터 광고, 특히 해외광고 보는 걸 좋아한 덕분에 그게 도움이 됐어요. 만화를 보면서 그림을 그냥 넘기지 않고 상상하는 버릇도 있고요. 영업은 크게 관여하지 않아요.

 

돈 쓰는 걸 겁먹지 않는 MZ, 시몬스의 다양한 도전 주축

대표 취임 당시 이야기 좀 해주세요.

당시 매출은 대략 200억 정도였어요. 당시 쓸 수 있는 돈이 30억 정도 있더라고요. IMF 직후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광고를 많이 줄일 때였고 광고를 하는 입장에선 유리한 지형이었죠. 전 있는 돈을 다 광고 제작과 집행에 썼어요. 시몬스가 알려진 계기였다고 봐요.

그때 광고로 프리미엄 전략을 시작한거에요?

아니요. 당시엔 회사를 알리는 게 먼저였어요.

그럼 프리미엄 전략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다들 언젠가부터 시몬스가 프리미엄이라고 생각들 하시던데… 원래부터 시몬스 제품이 타제품보다 비싸요. 당시 에이스침대가 가장 큰 회사였는데 매트리스 원가는 저희가 더 높았어요. 에이스는 오픈스프링, 시몬스는 포켓스프링이니까요. 시몬스는 원래부터 프리미엄이었어요.

그동안 제일 어려웠던 건 뭘지 궁금합니다.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작할 때마다 어려워요. 똑같은 걸 싫어해요. 변해야죠. 그런데 변화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이천 시몬스 팩토리움 내 전경.[시몬스 제공]
이천 시몬스 팩토리움 내 전경.[시몬스 제공]

최근에 신입 직원을 대규모로 채용한 것과 관련이 있을까요?

네. 뭐든 해봐야죠. 가만히 있으면 죽잖아요. 돈 쓰는 걸 겁먹지 말라고도 주문합니다. 성공에 대한 강박이 있으니 실무들 입장에선 부담스러울텐데 MZ는 별로 겁을 먹거나 부담 안 가지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시몬스는 승진이 빨라요. 실력을 보여주면 승진합니다. 뭔가 계속 할 수 있는 선순환이 만들어졌어요.

광고 잘 만드니까 광고업을 추가하거나 굿즈 경험을 살려 다른 카테고리로 확장해 보고 싶지 않으세요?

아뇨. 못할 것 같아요. 지금도 바꿀게 많고 할게 많아요. 이 일에 재미가 붙었어요.

시몬스가 지향하는 브랜드는 어떤 모습인가요?

건강한 에너지요. 슬로건은 편안함이지만 제일 중요한 건 건강이니까요. 소재를 고를 때 첫 기준이 건강한 소재냐. 타 브랜드의 경우 말랑말랑한 라텍스 소재를 사용하는데 저희는 고집 있게 안 쓰고 있고 안 쓸거에요. 라텍스는 사용하다보면 경화현상이 발생해요. 식빵이 마르면 부스러지는 것처럼요. 부스러기가 호흡기에 들어가면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어요. 침대는 사람과 밀착해 붙어있는 제품이니 사용하지 않으려고 해요.

건강 이야기를 하니 떠오른 질문인데요. 매트리스 교체 주기가 2년이라던데 사실인가요?

아녜요. 정상적인 제품이라면 7~8년 정도는 무방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저 역시 교체 주기를 앞당겨 일부러 바꾸지 않아요.

그러고보니, 시몬스 대표는 얼마나 자는지 궁금하네요.

전 7시간 이상은 꼭 숙면해요. 안 자면 피곤해서 일하기 힘들어요. 제게는 수면 6시간과 7시간의 차이가 정말 커요.

“책임지지 못할 일은 하지 말아야죠”

슬립 테크 등 수면기업이 늘고 있어요. 잠재적인 경쟁자일 텐데요?

수면과학에 대해선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다만 잠재적인 경쟁자일지는 두고 봐야죠.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바뀌지 않는 게 있어요. 가령 세수. 100년 전에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잠도 마찬가지에요.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7년 이상의 주기로 사용하는 제품은 기술을 통한 업데이트가 아니라 돌봐주는 책임이 더 중요해요. 시몬스 제품의 AS 기간은 15년입니다. 한때 매트리스 케어 서비스가 유행했는데 사용해야 하는 약품의 성분이 너무 강해 저흰 안했어요. 책임지지 못할 일은 하지 말자고 했죠.

성공만 했을 것 같지만 분명 감춰진 실패도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잘될 거라고 확신한 제품이 있었어요. 스프링을 모듈화해서 개인 맞춤형 조립식 매트리스를 만들었어요. 전세계에 특허도 냈고요. 하지만 고객들 입장에선 선택지가 너무 다양해지니 어려워하고 외면하시더라고요. 누워보고 본인의 몸에 맞는 걸 고르는 게 정답이었죠. 실패는 많이 해봐야 해요. 다만 누가 시켜서 한 실패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주도한 실패는 배움이 커요.

안정호 시몬스 대표.[포춘코리아]
안정호 시몬스 대표.[포춘코리아]

시몬스의 미래는 ooo이다. 빈칸을 채워 주세요.

단어 말고 그냥 문장으로 답할게요. 굳이 로고가 없어도 “어, 쟤네구나”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애플이나 나이키처럼. 고루하고 지루하지 않은 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어려운 숙제죠. 그런데 쉬운거라면 안하지 않을까요? 쉽지 않아서 계속 도전해 보고 싶어요.

기업의 영속성도 고민하실텐데요.

나이에 따라 다른 일을 하는 게 순리라고 생각해요. 제가 계속 붙드는 게 아니라 내려놓음을 실천하려고 해요. 다양한 사람들에게 권한과 기회를 나누어 주는 게 중요하죠.

제페토에 진출한 건 단순한 시도인가요? 국경 없는 디지털을 활용한 해외 커머스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인가요?

새로운 트렌드가 나오면 대부분 도전해 보는 편이에요. 제페토엔 외국 유저들이 많으니까 해외에서 한국의 시몬스는 어떤 반응일까 궁금했어요. 단 해외 진출은 글로벌 시몬스와 이야기 중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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