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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위 회전 기술 90년, 리베르소

캐서린 레니에 예거 르쿨트르 대표
"리베르소는 안과 밖이 모두 아름다운 시계"
"애플워치는 시계차는 습관 만들어 시계산업 도왔다"

  • 기사입력 2022.07.07 08:30
  • 최종수정 2022.07.07 11:21
  • 기자명 유부혁 기자
5월 25일부터 6월 12일까지 성수동에서 이색적인 전시가 열렸다. 스위스 고가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가 서울 성수동에서 진행한 전시회 'THE REVERSO STORIES 전시회 서울'. 캐서린 레니에는 2018년부터 예거 르쿨트르 CEO에 임명된 리치몬트그룹 최초의 여성 CEO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피아제 CEO에 취임한 샤비 누리가 최근 퇴임했기 때문에 최장수 여성 CEO이기도 하다. 그녀와 만나 팬데믹 전후의 시계 비즈니스와 예거 르쿨트르의 정체성, 전시의 목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글 박찬용  사진 신규식

Q 팬데믹 이후 스위스 시계와 예거 르쿨트르 비즈니스는 어떻게 변했나?

팬데믹은 누구도 예상 못한 놀라운 일이었다. 매장과 공장이 모두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주 빨리, 불과 몇 주만에 업무를 재개했다. 단계적으로 사람들을 조금씩 다시 회사로 불러들여 조사, 연구, 신제품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우리 프로젝트는 2년에서 5년까지에 이르는 것도 있는 만큼 지체할 수 없었다. 내 느낌엔 한 대륙의 시장이 열리면 다른 곳이 닫히는 것 같다. 유럽 시장이 닫혀도 중국은 열렸고, 지금 중국 시장이 닫혔지만 유럽과 세계의 다른 부분이 열렸다. 흥미롭게도 요즘 시계 제작과 우리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졌음을 느낀다.

Q 시계는 아주 작다. 물건이 얼마나 정밀하고 가치 있는지 사람들에게 빨리 알려주기도 쉽지 않다. 이런 제품의 매력을 시장과 소비자에게 알리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는 늘 설명하고, 고객을 이해시키려 한다. 우리의 장인정신, 창의성, 혁신에 대해. 전시회나 공장 방문 같은 것들이 우리의 제품에 맥락을 부여한다. 리베르소는 안과 밖이 모두 아름답다. 아르데코 스타일에 대한 헌정이다. 스타일은 특별하고 시간을 초월한 멋이 있다. 그게 이 시계의 중요한 특징이고, (다른 시계와 비교되는) 이 시계의 차이점을 만든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 전하는 것이다.

Q ‘더 리베르소’ 전시도 고객을 이해시키는 것의 일부인가?

그렇다. 그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이런 전시를 하면 넓은 폭의 소비자에게 노출되니 시계 애호가와 시계를 모르는 사람 모두에게 우리의 기술과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매우 대중적인 장소에서 전시를 연다. 작년 DDP에서 진행한 ‘The Sound Maker’ 전시도 같은 이유로 진행했다.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손님에게 다가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방문객을 맞아들인다. 누군가 이 전시에서 우리의 팝업 카페가 제공한 디저트만 기억해도, 그 안에서 우리 시계 제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스위스 시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브랜드마다 다를 것 같다. 어떤 브랜드는 아주 노골적으로 화려하거나 선명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예거 르쿨트르의 요소는 세련과 절제다. 리베르소에는 아주 많은 요소가 들어 있지만 동시에 별로 튀지 않는다. 이 시계를 통해 (시계가 만들어진) 아르데코 시대를 말하고, 장인정신과 창의성을 말하고, 이 시계를 만들어낸 고급 세공을 말할 수 있다. 동시에 이 시계는 잘 절제되어 눈에 많이 띄지 않는다. 그게 아주 중요하다. 전통을 향한 존중, 시대를 초월한 리베르소의 가치에 대한 존중. 우리는 감히 리베르소의 정체성을 전부 바꾸려 하지 않는다.

Q 고급 시계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인가? 예를 들면 스마트워치?

전혀. 나는 스마트워치가 시계 산업을 돕는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들이 손목에 시계를 다시 차기 때문이다. 손목시계의 가장 큰 리스크는 아무도 손목에 시계를 차지 않는 것, 손목에 시계를 차는 습관을 잊는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워치 덕에 사람들은 매일 손목에 뭔가 찬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됐다. 손목에 시계를 찼을 때 그게 어떻게 보이는지, 어떤 정보를 주는지, 이런 걸 알게 된다. 게다가 사람은 손목이 두 개니까 여전히 자신에게 의미를 주고 감성을 부르는 시계를 찰 수 있다. 스마트워치는 시계가 아니라 도구다. 사람들은 그걸 좋아하는 동시에 때로는 싫어하기도 한다. 2년에 한 번씩 바꿔 줘야 하기도 하고. 스마트워치-인간과 전통적 손목시계-인간의 관계는 아주 다르다. 전통적인 시계 제작에는 의미와 감성이 있고, 소비자와 깊이 연결되는 면이 있다.

Q 듣고 보니 그렇다.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 애플 워치는 젊은이에게 시계를 차는 습관을 불렀을 뿐 아니라 시계의 사각 모양을 아주 유명하게 만들기도 했다. (애플 워치의 모양은)90년 전 리베르소의 모양과 비슷하다. 이제 젊은 사람들에게 시계는 언제나 동그란 게 아니다. 사각 시계도 매력적이란 걸 알려줬다.

Q 예거 르쿨트르의 CEO가 되기 전 반 클리프 아펠 소속으로 홍콩에서 오래 일했다. 그만큼 아시아 시장에 대한 이해도 깊을 것 같다.

아시아 시장은 트렌드가 빠른 동시에 아주 다르다. 한국 시장은 아주 트렌디하다. 젊고 역동적이고 빠르고 과감하다. 다른 색, 다른 모양, 예를 들면 사각 시계, 심지어 이런 전시회에 대한 관심까지, 새로운 시도를 아주 좋아한다. 한국에서 리베르소 전시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다.

Q 다른 아시아 국가와는 차이가 있나?

중국은 시장 크기와 개방도가 다른 나라와 다르다. 때문에 우리가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도 다르다. 우리는 아직 중국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반면 일본에는 아주 오래 전 진출했기 때문이 그곳은 우리에게 아주 유서 깊은 시장이다. 그런데 국가별로 시장 상황이 다른 건 유럽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모두 예거 르쿨트르와 리베르소에 대해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주 재미있다.

Q 그에 맞춰 국가마다 사업이나 영업전략이 달라지기도 하나?

그렇지 않다. 특별 제품을 만들거나 특정 시장을 강조하는 일까지는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있으니 몇 번씩 전시를 하는 정도다. 이 전시가 전하는 메시지가 한국 시장에 적절하고, 시기도 지금이 좋다고 판단했다.

Q 리치몬트 그룹의 첫 여성 CEO이기도 하다. 비결이 궁금하다.

일했다. 열심히 했다(웃음). 내 성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예거 르쿨트르의 가치와 가까웠다는 게 중요하다. 나는 장인정신에 깊은 흥미가 있고 전통을 존중한다. 이건 내가 ‘럭셔리’를 바라보고 정의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나는 공장과 공방도 사랑한다. 예거 르쿨트르의 길, 예거 르쿨트르의 우아함, 예거 르쿨트르의 깊은 지식, 예거 르쿨트르가 자신들의 창의성을 표현하는 방법, 그것들이 모두 나에게 깊이 공명하는 가치였다. 내가 여성이기 이전에 그런 성향을 가진 개인이기 때문에. 그래서 반 클리프 아펠에서 예거 르쿨트르로 브랜드를 옮기는 일은 내게 쉬운 일이었다.

Q 나는 예거 르쿨트르가 아주 좋은 시계라 생각하지만 동시에 다른 고급 시계 브랜드도 자기들의 좋은 장인정신과 기술을 갖고 있다. 예거 르쿨트르만의 특별함을 소개한다면?

우리는 통합되어 있다. 우리는 무브먼트 건축가다. 특별한 시계를 만든다면 공장에서 모든 개별 부품을 디자인하고 제조할 수 있다. 우리는 무브먼트를 조립하는 기술과 케이스에 넣는 기술도 있고, 그 모든 것은 공장 안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시계 제작의 180단계에 모두 정통하다. 우리는 거의 ‘무브먼트 메이커’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DNA는 무브먼트 제조에 있다. 케이스를 만드는 시계 제조사 수요에 맞춰 케이스를 만드는 게 우리의 특기였고, 우리의 특별한 점이다.

Q 리베르소는 90년 전에 나온 라인업이다. 원형을 보존하는 동시에 꾸준히 개선했을 것 같다.

리베르소만의 정체성이 있다. 디자인에서의 황금비율, 아르데코에서 영감을 받은 디테일, 회전하는 케이스 등은 오리지널 그대로 남아 있다. 동시에 우리는 창의적인 노력을 계속한다. 우리는 1980년대에 케이스를 다시 디자인했다. 더 견고한 시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때 케이스를 이루는 부품의 수가 25개에서 80개로 늘어났다. 그래서 케이스 모양은 같으나 요즘 케이스가 더 견고하다.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더욱 견고하고 튼튼한 시계가 되었다. 1994년 출시된 ‘듀오페이스’도 중요하다. 그 전에는 한 면에서만 시간을 표시했는데 두 번째 얼굴을 갖게 된 셈이었다. 한 면에서만 시간을 표시할 때는 그 면에만 세공을 할 수 있었는데, 시간을 보여주는 면이 늘어나자 그 면에 세공이나 복잡 시계(컴플리케이션) 등 여러 발전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가 가진 장인정신과 정밀한 세공 기술 등을 계속 개선하고 있으며, 그게 리베르소의 아름다운 점이다. 모든 리베르소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다.

Q 예거 르쿨트르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 브랜드를 계속 빛나게 만드는 것. 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예거 르쿨트르의 장인정신과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다. 우리의 고객들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시계를 계속 만들고, 리베르소가 상징적인 스테디셀러가 되었으면 한다.

Q 예거 르쿨트르는 마스터 컨트롤, 랑데부 등 다른 훌륭한 라인업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리베르소가 가진 특별한 의미가 따로 있나?

역사적인 모델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리베르소는 우리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준다. (사각 시계이기 때문에)보면 바로 알 수 있기도 하고.

Q 역사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나?

물론이다. 역사가 제품을 환상적인 것으로 만든다. 역사가 길다는 것이 우리가 혁신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창조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니다. 역사는 우리가 전통과 의미를 갖고 있음을 뜻한다. 고객들에게 할 이야기가 있음을 뜻한다. 역사를 가졌다면 그걸로 마케팅을 할 수 있다.

Q 리베르소가 90년이니까, 100년을 맞아야 하는데 앞으로의 10년은?

우리가 100년만 할 건 아니다. 110년, 120년도 할 것이다. 젊은 세대는 우리를 알고 우리의 아르데코 시그니처를 알아본다. 우리는 앞으로도 더 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예거 르쿨트르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싶다.

Q 그럼 10년 후에 또 만나야겠다.

왜 그때 봐야 하나? 내년에 또 만나도 된다.

 

혁신의 이야기 창고, 더 리베르소

2022년 럭셔리 브랜드 마케팅의 한 경향은 글로벌 브랜드의 전시다. 분야를 막론한 고가품 브랜드가 전시를 통해 고객 확장에 나서고 있다.

스위스의 고가 시계 예거 르쿨트르도 마찬가지다. 리베르소는 스위스 고가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의 라인업 중 하나다. 1931년 처음 만들어져 오늘날 예거 르쿨트르를 대표하는 라인업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THE REVERSO STORIES 전시회 서울’은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오늘날 어떻게 계승 발전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전시였다. 전시는 시계뿐 아니라 시계를 주제로 한 설치미술 작품 등 풍부한 즐길거리로 구성되었다.

전시는 4개 코너로 나뉘어 선보였다. 각 전시의 이름은 ‘아이콘의 스토리’ ‘스타일 & 디자인의 스토리’ ‘혁신의 스토리’ ‘장인정신의 스토리’였다. 각각 리베르소가 가진 상징성, 디자인의 맥락, 라인업을 만들어오며 예거 르쿨트르가 도전하고 발전시킨 기술적 영역, 그리고 공예적 장인정신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리베르소는 일종의 스포츠 워치로 출시됐다. 종목은 마상 하키로 불리는 폴로. 섬세하면서도 거친 종목이다. 인도에 주둔하는 영국군 장교들이 말 위에서 폴로를 하다 보니 시계 유리가 계속 깨졌다. 당시 유리가 약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폴로 중에도 유리가 깨지지 않는 시계 제작을 고안했다. 예거 르쿨트르는 케이스를 뒤집어 폴로 경기 중에는 유리를 가릴 수 있는 시계를 만들었다. 그래서 뒷표지라는 뜻의 ‘리베르소(REVERSO)’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콘의 스토리’에서 이때의 리베르소를 볼 수 있었다.

모든 물건의 생김새는 물건이 만들어진 시대의 영향을 받는다. 리베르소도 그랬다. 리베르소가 처음 만들어진 1930년대는 ‘아르 데코’의 시기였다.

이때부터 대량 생산에 용이하도록 직선과 비례, 대칭 등을 이용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스타일 & 디자인의 스토리’ 코너에는 이러한 리베르소의 정교하고 단순한 디자인을 전시했다.

요즘 들어서는 유리는 강해졌고 스포츠 경기를 할 때 고급 시계를 차지도 않는다. 이 시대의 예거 르쿨트르는 리베르소의 시계 케이스가 회전한다는 점을 활용해 다양한 창의적 고급 시계를 만들어낸다.

시계의 뒷면에 또 다른 시계를 배치하거나, 시계 케이스의 틀이 되는 뒷면까지 일종의 케이스로 활용해 최대 4가지 면에서 각기 다른 시계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한 사례다. 2021년 첫 선을 보인 ‘리베르소 히브리스 메카니카 칼리버 185’는 종을 쳐서 시간을 알리는 ‘미니트 리피터’ 기능과 천체의 움직임을 기계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를 함께 넣어 기계식 시계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혁신의 스토리’ 코너에서 이런 시계들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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