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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시지탄’ 가계부채 대책, 부동산·금융시장 연착륙 과제는

“유동성 축소 따른 부동산 하락세 당분간 지속될 것.
규제 허점 해소 없는 양도세 중과 완화 효과 없을 것.
원리금 상환 비중 확대, 충당금 적립률 상향 절대 필요”

  • 기사입력 2022.02.17 15:22
  • 기자명 공인호 기자

[포춘코리아(FORTUNE KOREA)=공인호 기자] 지난해 말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의 보고서 한편이 눈길을 끌었다. 현 정부 들어 지속돼 온 집값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이 ‘금리’라는 분석 내용을 담은 보고서였다. 사실상 저금리 기조로 인한 가계대출 급증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이다.

당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너도나도 주택가격 급등의 원인이 ‘공급 부족’이라며 재개발·재건축 완화 등 주택공급 확대 공약을 내걸었던 시기였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 ‘일단 멈춤’…‘가계부채 규제+금리 인상’ 효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주택가격 변동 영향 요인과 기여도 분석’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5가지 요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원인은 ‘실질 CD금리’(46.7%)였다. 이어 ‘전월 주택가격’(26.4%), ‘실질 제조업 생산지수’(24.1%)가 뒤를 이었고, ‘전체 주택 준공물량’ 및 ‘세대수’는 각각 2.1%, 0.7%에 그쳤다.

이는 국가승인통계인 한국부동산원 지수에 따른 분석 결과로, 민간 통계인 KB지수에 대한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상 지난 2019년 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장 전후의 저금리 기조와 이로 인해 급격하게 늘어난 유동성이 집값 상승의 주된 배경이 됐다는 분석인 셈이다. 

연구원은 특히 저금리 기조가 본격화된 지난 2019년 7월에 주목했다. 문재인 정부의 전반부(2017년 5월~2019년 7월)의 경우 CD금리의 집값 상승 기여도는 14.2%에 불과했지만, 후반부(2019년 7월~2021년 5월)로 가서는 CD금리의 집값 상승 기여가 34.3%까지 두 배 이상 급격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2019년 9월은 일본 정부의 일방적 수출규제로 인해 한-일 갈등이 본격화하던 때다.

이에 한은은 반도체 업황 악화 등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를 고려해 연 1.75%였던 기준금리를 1.50%로 내렸으며, 이후 세 차례의 추가 인하를 통해 지난해 5월 사실상 ‘제로 금리’ 수준인 연 0.5%까지 끌어내렸다. 결국 한은의 저금리 기조로 인한 유동성이 주택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증가한 주택 수요는 다시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돼 온 것이다. 실제 이 기간 ‘전월 주택가격’의 주택 상승 기여도 역시 5.0%에서 30.2%로 높아졌다. 

국토연구원의 보고서 발표 이후인 올 초에는 정부 금융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한국금융연구원이 주택시장의 ‘투기적 수요’ 등에 따른 과잉 대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금융연구원 역시 부동산 가격 급등의 핵심 원인을 ‘저금리 기조로 인한 유동성 과잉’에서 찾은 것이다. 

특히 연구원은 지금의 주택가격을 대출 지원 규모나 보증 한도에 빠르게 반영할 경우 주택가격의 추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주택가격에 연동되는 정책을 줄이고 대출자의 소득 수준에 연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가계대출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원리금 분할상환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해 단기 대출이 급증하거나 대출 규모가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계대출 급증의 또 다른 요인으로 대출 목적의 적정성 등을 배제한 금융사들의 무차별적 대출 행태를 지적하며 “대출 상환 여력을 평가하는 적합성 검증과 함께 대출의 목적과 사용이 일치하도록 사후관리를 병행하는 대출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찍부터 새어나온 경고음에도 가계부채는 ‘임계치’ 
사실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급증세를 나타내온 가계빚 문제, 그리고 이로 인한 주택시장 과열 문제는 일부 금융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그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정부는 주택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을 일관되게 ‘공급 부족’에서 찾았다. 이는 일부 부동산 관련 민간 연구소와 정치권의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결과였으며, 결국 ‘부동산 실정(失政)’으로 이어졌고 혼란만 가중한 채 문제의 심각성을 더 키워왔다.

실제 20여년 가까이 금융업 애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지난 2019년부터 기준금리의 정상화 및 상환능력 중심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확대를 주장해 왔다. 공식 가계부채에 잡히지 않아 위험성이 간과되고 있는 전세보증금의 통계 누락 역시 조속히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서 이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 불안의 원인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 훼손’을 첫 번째로 꼽았다. 문재인 정부 초기만 하더라도 DSR 도입과 채무조정 활성화, 국제회계기준(IFRS)9 도입 등의 금융규제가 도입됐지만, 한-일 갈등 이후 정부 정책이 ‘경기부양’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가계부채 역시 고삐가 풀렸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다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이 동시에 부동산 대책을 내놓다 보니 정책 혼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무엇보다 서 이사는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가 부동산 시장 과열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며 “기준금리 인하는 곧 구조조정 지연을 의미하는데, ‘내 임기 내에 구조조정은 안 된다’는 기조가 경제를 더욱 망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은의 저금리 기조는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1년 넘게 지속돼 왔다. 여기에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대규모 재난지원금 등도 시중의 유동성을 급격히 부풀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이처럼 전례 없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금융시장 불안을 막는데 일부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대규모로 풀린 유동성은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자산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렸고, 이는 다시 무분별한 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지며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정부의 대규모 금융지원으로 인해 한계기업의 구조조정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말 명목 GDP 대비 87.3%였던 가계부채 비중은 지난해 6월말 기준 104.2%까지 치솟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으로 높은 가계부채의 비중도 문제지만, 오랜 기간의 증가세도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실제 지난 2000년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42개국의 레버리징(차입에 따른 부채비율 상승) 기간은 평균 3~4년이었던 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이후 16년간 가계의 레버리징이 지속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현상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또 레버리징 이후의 디레버리징(부채비율 하락)의 평균 기간은 2~3년이었는데, 해당 기간의 23%에서는 주택가격 하락이 동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랜기간 레버리징이 이어져온 만큼 디레버리징 기간과 이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세 역시 길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소득 증가가 동반되지 않는 가계빚 증가는 내수침체와 자발적 대출 상환으로 이어져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주택·금융시장 경착륙 대비…“충분한 충당금 쌓아야”
금융당국은 혹시 모를 경기 충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연초부터 ‘회색 코뿔소’(이미 알고 있지만 간과하고 있는 위험요인) 개념을 꺼내든 것도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상보다 큰 보폭이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은 우리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기 주체들의 본격적인 디레버리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외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경제위기의 충격파는 2~3년  가량 후행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등장 이후 2년째에 접어든 해이기도 하다.

고 위원장 역시 피감 기관인 금융사들을 향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직후 “글로벌 긴축시계가 앞당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은 저금리가 상수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금리상승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며 “민간 스스로 상환 부담 증가에 대비해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빌리고 조금씩 나누어 갚는 관행’을 통해 불필요한 부채는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고평가된 자산에 투자하는 위험 추구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면서 “금융사는 금리 인상에 따른 부실 위험 확대 소지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금융사들은) 대손충당금 등 완충력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은행권을 향해서는 “지금 상황에서는 앞으로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손실 흡수능력을 확충하는 쪽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며 “대손충당금을 위기대응 여력이 있을 정도로까지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고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가계부채의 총량 규제와 함께 DSR 조기 시행 등 가계부채 규제 행보에 적극 나서왔다. 급격한 대출 조이기로 인해 시장 반발이 거셌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한은의 금리인상 기조가 맞물리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는 주춤해졌고, 주택시장 역시 가격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 부채 증가세를 4~5%대로 정상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 역시 금융사들의 대손충당금 확충 실태와 함께, 비은행권에 대해서도 최근 급증한 자산규모와 단기자금 규모, 레버리지 확대, 자산·부채 간 불균형 등을 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영수 이사는 “다소 실기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정책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현 금융당국의 행보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대출을 보다 더 쉽고(규제 완화) 싸게(낮은 금리) 이용할 수 있으면 소비자의 구매력은 커지기 마련인데, 주택과 같은 공급이 경직적인 필수재 시장에서 소비자의 구매력, 즉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주택과 같은 필수재는 자산화(상품화)되어 재화의 본질 가치와 실질적 수급보다는 투기 수요, 과소비성 실수요가 가격을 지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고승범호(號)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금융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차이’라고 봤다. 적극적인 규제를 통해 금융의 실물시장 개입을 줄여 주택시장 안정, 나아가 금융 안정성을 높이고자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서 이사는 “현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인하, 금융혁신을 통한 대출 접근성 확대로 인한 과잉 대출이 주택 투기와 과소비성 주택 수요 증가의 원인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정책 기조 전환으로 가계의 대출 증가율이 이례적으로 크게 둔화했는데, 이제는 부채 구조조정의 저항을 최소화해야 하는 힘든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 인터뷰]

서영수 이사
서영수 이사

“주택시장 안정의 최대 변수는 거래량과 충당금”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정부의 강력한 금융규제에 대해 긍적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본 게임은 지금부터’라고 강조한다. 부채 구조조정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 기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시장의 경우 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거래량이 동반돼야 하며, 금융 불안이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서 이사와의 일문일답.     

최근의 금융 및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진단 부탁드린다.
“지난해 전국 및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하락 전환이 본격화됐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상승률은 크게 둔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급감한 거래량이다. 주택가격 상승률 둔화, 거래량 급감의 원인은 무엇보다 한은과 금융당국의 기준금리 인상, 그리고 대출 규제 강화에 있다. 따라서 올해에도 대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지난 2019년 상반기와 같이 거래량 급감 후 급매 중심의 주택가격 하락 반전 추세가 재현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출 규제로 매수 수요가 크게 억제된 상태에서 과잉 대출을 견디지 못한 일부 과다채무 다주택자가 급매로 내놓으면서, 소량의 주택이 전체 가격 하락 추세를 주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서 한국은행 역시 선제적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유동성 축소에 따른 집값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국내 주택시장은 아직 후진적인 특성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특성으로 하락 국면에 직면하면 거래량이 급감한다. 거래량이 급감한다는 것은 시장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다는 의미로, 경매 시장이 대체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12월 수도권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매각가율은 95.4%, 77.1%로 각각 전월 대비 10.5%p, 2.8%p 하락했다. 이처럼 1~2개월 사이에 매각가율이 급락한다는 것은 부채 과다 주택 투자자가 많음을 시사한다. 즉 부채 구조조정을 위해 대출 규제 강화를 지속할 경우 자발적 구조조정이 어려워 상당수 과다 채무자가 원리금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채무 불이행에 빠진다. 이럴 경우 금융회사 연체율도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이 시장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지역 또는 물건이 열위인 부동산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크게 늘어난다. 미분양이 늘어난다는 뜻은 증권, 캐피탈 등 금융사들이 보유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급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토지나 공장을 담보로 연장됐던 한계기업의 여신 회수가 가속화되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 대출의 건전성 악화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시장 기능이 마비된 형태의 주택가격 하락은 장기간 감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결국 금융당국으로서는 이를 해소할만한 대안이 없다면 부채 구조조정을 수정하거나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지난 2018년의 9·13 대책은 현 정부에서 처음으로 추진한 대표적인 부채 구조조정을 통한 집값 안정대책이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주된 원인은 부채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부작용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데다, 과다 채무자의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거래량 급감 문제에 대한 대응 미숙이었다. 결국 부채 구조조정을 해결하지 못하고 2019년 하반기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추진하는 등 부양책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었다. 따라서 이번에 시도하는 부채 구조조정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의 성공 여부는 거래량 증가를 통한 시장 기능 유지와 금융사의 충당금 적립 강화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크다. 하지만 이를 보완한다면 거래량을 늘리는 데 있어 상당부분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의 매도를 유도할 수 있다면 거래량 증가, 즉 공급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를 통해 거래량 증가 효과를 거두려면 다주택자의 증여성 거래를 규제해 규제 허점을 해소해야 한다. 또 편법적 가구 분할의 방법으로 1세대 1주택의 혜택을 볼 수도 있어 관련 규정을 수정하지 않는 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완화한다고 해서 다주택자가 적극적으로 보유주택을 매도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지난 2019년 12·16 대책에서 추진한 6개월 간 한시적 양도세 중과 유예의 경우에서도 10년 이상 보유 세대가 여타 세대와 달리 매도를 크게 늘렸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뿐 아니라 과다한 레버리지를 이용해 주택을 구매한 일주택자에 한해 한시적으로 2년 이내 매도 시 양도세 중과 규정을 유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작 위험도가 큰 차주는 다주택자보다는 최근 1~2년 사이에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에 무리하게 갭투자한 2030세대 일주택자로, 금융 안정 측면에서 볼 때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한 계층이다. 만일 양도세 등 거래 비용을 이유로 보유주택 매각을 통한 부채 구조조정을 미룬다면, 주택가격 하락 추세가 가속화될 경우 상당수가 파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아울러 은행 및 비은행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 상향과 함께 원리금 분할상환 및 대출 만기연장 확대 등 사전적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내 은행과 비은행의 충당금 적립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원리금 분할상환 비중으로 인해 전세계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이다. 금융회사의 대출 태도가 단기간에 보수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출 만기 확대, 원리금 분할상환 비중 확대뿐 아니라 충당금 적립률 상향 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하 공약도 나온다.
“과도한 세율 조정으로 인한 조세 부담 증가를 고려하면 조세 안정성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조정은 필요해 보인다. 다만 양도세 중과 유예와 달리 종합부동산세 등의 보유세 인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보유세 조정이 다주택자의 부담을 줄여 궁극적으로 집값 안정, 부채 구조조정 속도 지연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효율성을 높이려면 어느 정도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단순히 보유세 인하를 조정하기보다는 조세 형평성, 근로의욕 제고 등을 위한 종합적인 세율 조정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주식 및 가상자산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늘어나기만 했던 주식시장의 고객 예탁금이 지난해 9월부터 감소 추세로 반전했다. 그 결과 11월 국내 주식시장 개인 거래대금은 17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평균 대비 16% 감소했다. 전반적인 가계부채 구조조정이 증시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다만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오히려 증가했는데, 국내증시 조정으로 국내 자금이 해외시장으로 이전한 탓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의 경우 지난해 6월을 저점으로 거래대금이 증가세로 전환됐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는 전체 거래대금이 코스피 거래대금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률과 변동성이 2030세대의 투자 수요를 유발한 데다,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 상장 등 펀더멘탈 부문에서 긍정적 요인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거래대금 상위 5개 코인 수익률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비교 해 보면, 시가총액이 작은 코인일수록 수익률 표준편차가 월등하게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개별 코인에서의 높은 가격 변동성과 그에 따른 수익률 악화의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서영수 이사는…
한양대학교 경제학 학사,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옛 굿모닝증권(현 신한금융투자),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한누리투자증권(현 KB증권)을 거쳐 2006년부터 키움증권 금융부문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현재까지 7차례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되며 국내 시장에서 손꼽히는 금융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3년 동안 도미해 LA 소재 Merchant Service업체인 BEF Corporation의 CEO로 재직했고, 2018년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TF팀장을 역임하는 등 금융과 핀테크를 넘나드는 경력을 갖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과열 조짐이 감지됐던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금융규제 중심의 시장 안정화 대책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지은 책으로는 <대한민국 가계부채 보고서 2019>, <2022 피할수 없는 부채위기> 등이 있다. 

공인호 기자 ba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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