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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오너家 분쟁 종지부…개미 표심은 ‘형제’에게 향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이 무산됐다. 경영권과 함께 상속세 문제 해결 과제도 형제 측에 넘어갔다.

  • 기사입력 2024.03.28 18:13
  • 최종수정 2024.03.28 18:31
  • 기자명 이세연 기자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WHY? 승기가 모녀 측으로 근소하게 기운 상황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형제 측에 쏠리면서 경영권이 넘어갔다.]


한미약품그룹 모녀(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와 형제(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승기는 형제가 잡았다.

28일 경기 화성시 신텍스(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는 경영권 분쟁 영향으로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주총의 가장 핵심 사안은 '이사 선임 안건'으로 모녀 측에서 추천한 6명과 형제 측에서 추천한 5명 등 총 11명을 두고 표대결이 진행됐다.

모녀 측은 사내이사로 임주현 부회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을, 사외이사로 박경진 명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서정모 모나스랩 대표·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전임교수를 추천했다.

형제 측은 사내이사로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와 배보경 도화엔지니어링 사외이사를, 사외이사로 사봉관 변호사(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추천했다.

하지만 임주현 부회장의 사내이사 찬성률은 42.1%였고, 그 외 추천 이사 후보 모두 찬성률 50% 미만으로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다. 반면 임종윤·종훈 전 사장은 각각 찬성률 52%, 51%를 기록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형제 측이 추천한 신규 이사 3명 선임 안건 또한 모두 통과됐다.

◆ 모녀의 계획은 수포로

이날 이사 선임 안건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원인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계에서는 이종산업 간 결합이 빈번하게 나타나나, 국내 제약계에서는 최초 사례인 만큼 주목을 받았다.

지난 1월부터 모녀 측은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임종윤·종훈 전 사장이 이를 놓고 '사익을 위한 합병'이라며 반발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주주총회에서 표심이 형제 측에게 향하면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도 무산됐다. OCI홀딩스는 28일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라겠다"며 "향후 통합 재추진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 분란의 시초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추진 배경은 한미약품그룹의 상속세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한미약품의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이후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는 1조원에 달하는 주식(한미사이언스 지분 34.27%(2307만 6985주))과 함께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부과 받았다.

주식 지분은 아내 송영숙 회장이 약 699만 주, 세 자녀가 355만 주를 나눠 가졌다. 나머지 주식은 그룹 산하 공익법인인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각각 330만 주, 202만 주를 증여 받았다. 상속세는 송영숙 회장이 2200억원, 세 자녀가 각 1000억 원 수준으로, 5년간 약 1250억원씩 분할 납부하는 연부연납 방식을 택했다. 현재 3차 납부까지 완료됐으며, 4차 납부 기한은 4월 말이다.

오너 일가는 대규모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를 마련해왔다. 송영숙 회장은 농협은행, 교보증권 등에서 본인 명의 주식 약 421만주와 자녀들의 주식 일부를 담보로 약 1317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평균 이자율은 약 5.8%로, 만기는 올해 2~5월에 몰려 있다. 임종윤 전 사장의 대출금액은 1000억원, 임주현 부회장과 임종훈 전 사장은 각각 700억원에 달한다. 현재까지 송영숙 회장 1200억원, 임주현 부회장 430억원, 임종윤 전 사장은 650억원, 임종훈 전 사장은 250억원 등 총 2000억원의 상속세가 남아있다.

◆ 한때는 모녀 우위

이자 부담이 커지자 모녀 측은 지난해 5월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이하 라데팡스)'에 송 회장과 임 사장의 지분 11.78%(약 3200억원)를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 펀드에 출자하기로 한 새마을금고의 '뱅크런 사태'로 투자가 무산됐다.

이후 라데팡스는 인수합병(M&A) 자문사로 변신해 모녀 측에게 OCI그룹과의 대주주 지분 맞교환 계약을 주선했다.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의 제약·바이오 사업 관련 중간 지주사가 되는 형태로, 모녀 측 한미사이언스 주식의 OCI홀딩스 대상 현물출자 및 OCI홀딩스의 모녀 측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포함한 패키지 거래를 통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형제 측이 즉각 반발했고, 제3자 신주 발행에 대한 금지 가처분을 내는 등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또 그간 모녀 측 지분이 35%인 반면 형제 측 지분은 28%로 열세였으나, 12%의 지분을 가진 신동국 한양정밀회장을 등에 업고 총 40.57%의 지분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대세는 모녀 쪽으로 근소하게 기우는 모습이었다. 송영숙 회장은 25일 임종윤·종훈 사장을 '회사 명예 실추'를 이유로 전격 해임하고, 임주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초강수를 뒀다. 또 지분 7.09%를 가진 국민연금이 모녀 측의 손을 들어주며 모녀 측 지분이 42.09%가 됐다. 지분 차이가 단 1.52%p로 좁혀진 만큼 17%의 지분을 소유한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판세를 가를 변수가 된 것. 

◆ 왕관의 무게

이날 주총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형제 측 승리가 확실시되자 현장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로써 OCI그룹과의 통합은 무산되고, 모녀 측의 입지는 줄어들게 됐다.

다만, 경영 안정화는 형제 측의 과제로 남게 됐다. 더욱이 해외 자본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간 모녀는 형제의 '해외자본 지분 매각'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송영숙 회장은 26일 소회문을 통해 "두 아들이 OCI와의 통합을 저지한 뒤 일정 기간 경영권 보장을 약속하는 해외 자본에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며 "수익에 혈안이 돼 한미그룹 임직원을 지키기보다 일부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형제 측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송영숙 회장은 어떤 근거로 두 아들이 회사를 '해외투기자본'에 넘긴다고 단정하는지 모르겠다"며 "선대 회장님이 한평생을 바쳐 대한민국 1등 제약회사로 일구어 놓은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한 번도 팔 생각해 본 적 없다"며 반문했다. 앞서 형제 측은 "이종 간 결합 없이 자체적으로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5년 안에 시가총액 50조원을 달성하고, 장기적으로는 200조원대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놓고 임주현 부회장은 상속세 문제 해결과 관련해 두 형제의 재무건전성에 여러 차례 의문을 제기해왔다.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임주현 부회장은 "남아있는 상속세 재원 어떻게 마련할지 궁금하다.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자금을 투자할 것 인지 밝히지 않은 상태"라며 향후 3년간 한미사이언스 지분 보호예수 및 과거 무담보로 빌려준 266억원의 대여금 반환, 상속세 납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을 강조했다.

28일 형제 측은 주주총회가 끝난 후 취재진에게 "(시가총액 200조원 달성은) 절대 실없는 얘기가 아니고, 정식으로 자리를 갖출 수 있으면 다시 공유하겠다"고 전했다.

/ 포춘코리아 이세연 기자 mvdirector@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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