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태영건설이 밝힌 우발채무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 향후 부실 사업장 정리에 따라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태영건설이 지난해 실적을 집계한 결과 자기자본보다 채무가 많은 '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규정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주식거래가 정지된 가운데, 향후 상장폐지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14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주식거래가 이날부터 정지됐다.

앞선 13일 태영건설은 공시를 통해 자본잠식 사실을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5626억원으로 자산(5조2803억원)보다 부채(5조8429억원)가 많아졌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이에 대해 "PF 사업장 예상 손실을 선반영한 결과"라며 "실제 우발채무는 사업장별 정상화 방안을 확정하면서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주채권 은행인 KDB산업은행은 "거래정지로 인해 워크아웃에 영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다음 달 11일로 예정됐던 태영건설의 기업개선 계획 결의 기한을 한 차례 연장했다. PF 대주단이 제출한 사업장 처리방안을 분석하는 데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실사 법인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거래정지와 더불어 태영건설의 유가증권이 상장폐지까지 이어질지도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상장폐지 여부는 2023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최종 감사의견에 따라 이뤄진다.

태영건설은 이달 중 마무리될 외부 감사 결과에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게 되면 이의신청과 함께 상장폐지 사유 해소계획을 포함한 개선 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의 채무규모가 예상보다 클 수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태영건설은 공시를 통해 PF 보증 규모가 4조4446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 역시 지난해 11월 기준 태영건설의 PF 보증 금액을 각각 3조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랐다. 지난해 말 결산을 통해 채무가 5조원을 넘어섰다고 태영건설이 해명했기 때문이다.

PF 사업장 예상 손실을 선반영한 보수적인 재무제표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부실사업장의 규모가 예상보다도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워크아웃 개시 당시에도 태영건설이 실질적 우발채무를 2조5000억원으로 책정했으나, 채권단은 9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채권단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자본잠식을 해소할 수 있는 자본확충 방안을 포함해 기업개선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그러나 우발채무 규모가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날 경우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김동현 기자 gaed@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