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혈연·학연이 연결고리”…어김없이 널뛰는 정치테마주  

4월10일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특정 코스닥 중·소형주가 ‘한동훈 테마주’란 명목으로 하루 사이 30% 급등락했다. 금융당국은 시장 교란을 방지하고자 적극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기사입력 2024.03.06 16:55
  • 최종수정 2024.03.07 17:06
  • 기자명 조채원 기자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WHY?] 정치테마주는 투자 위험성이 높다.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정치인의 단순 인적 관계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여러분 저를 반면교사 삼아 테마주 투자하지 마세요. 주식 입문 초반에는 테마주의 화려한 변동성을 보면서 수익을 많이 남을 거란 행복회로를 돌리면서 테마주를 매매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방법으로는 번 만큼 다시 잃어서 지금은 안 합니다.”

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해당 게시물엔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주로 글쓴이에 공감하며 자신도 테마주로 돈을 잃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적게는 100여만원에서 많게는 3억원까지 테마주 매매로 손해를 봤단 것이다. 반면 테마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댓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제22대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특정 정치인의 테마주라 불리는 종목의 주가도 출렁인다. 각종 여론조사로 여야 지지율이 공개되는 가운데 해당 테마주도 들썩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관련 테마주로 꼽히는 디티앤씨알오의 주가는 전날 대비 29.91% 상승한 1만 3160원을 기록했다. 디티앤씨알오의 주가는 지난 1월 9일에도 크게 들썩였다. 이날 국힘이 민주당을 앞지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전일보다 29.79% 오른 2만 4400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가 다음 날 28.69% 하락하면서 전일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임상시험 업체인 디티앤씨알오는 이성규 디티앤씨알오 사외이사가 한 위원장과 서울대 법대와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 동기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한동훈 테마주’로 주목을 받았다. 같은 기간 디티앤씨알오와 자회사 디티앤씨는 지난해 12월 26일 전일 대비 28% 급등한 8970원을 기록하다 1월 2일 30%까지 치솟았으나, 이틀 뒤인 1월10일 15.83%까지 떨어지며 70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가격 외에 투자자별 실적도 대비된다. 총선 시즌이 본격화된 지난해 10월 4일 ~ 이날까지 디티앤씨알오와 디티앤씨를 사들인 개인은 각각 1331만 4000주, 1331만 3000주를 사들인 반면, 기관은 47만 6123주, 47만 6123주를 팔았다.

 

韓 특수 정치테마주, 혈연·학연·지연 ‘입소문 급등락

테마주, 그중에서도 정치테마주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매매 행태다. 기업의 실적이나 재무상태 등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변화가 있어서가 아닌 정치인의 유력 정치인과 혈연·학연·지연·혼맥으로 ‘입소문’을 타고 단시간 급등락을 거듭하는 형태로 선거철마다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정치테마주가 형성되는 과정은 분명하지 않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유력 후보로 떠오른 정치인을 중심으로 관련 종목의 주가가 갑자기 오름세를 탄다. 해외에서도 선거철이 되면 유력 후보의 정책과 공약과 관련된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경우는 빈번하지만, 정치인의 인맥이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치테마주는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 이상급등이 발생하고 정치인의 학연․지연 등 단순 인적 관계에 기반하거나 합리적인 근거 없이 테마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 위험성이 높다. 

종목별 시가총액은 대부분 1000억원 미만으로 풍문 등으로 주가 상승을 유도하기 쉬운 코스피 하위 25%에 해당하는 중·소형주이다.

주요 정치테마주의 전체 시가총액은 해당 종목이 부각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4일 3조 8118억원에서 지난 1월 23일 4조 2286억원으로 1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치테마주지수는 최고 53.80%까지 상승한 반면,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최고 10.98%, 9.57% 상승에 그쳤다.

정치테마주지수의 일별 주가 등락률(‘23.10.4~’24.1.23)은 최저 9.81%에서 최고 10.61%로 시장지수에 비해 변동성이 크고, 최고 53.80% 수준까지 상승하는 등 현재 과열 양상이 뚜렷하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등락률은 각각 2.71%~5.66%, 3.50%~7.34%를 기록했다.

과거 사례로 봤을 때 정치테마주는 선거일 전후까지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큰 폭으로 하락한다. 주가가 떨어지는 시기나 변동폭을 예측하기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은 테마주를 선정하거나 테마주가 잘못됐다고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를 단속한다”라며 “최근 집중 단속기간을 갖고 자본시장법 174조에 따라 허위로 풍문을 유포하거나 사실을 유포했다 하더라도 미리 사놓고 주가를 띄우고 매도한 경우 제재에 들어간다”라고 설명했다.

 

“정치 테마주, 증시 거품 조성...테마주 자체가 불법은 아니야"

전문가들은 테마주가 증시 과열을 부추길 순 있으나 테마주 자체가 불법이거나 잘못된 현상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다만 단타 매매가 주를 이루는 과정에서 주가가 올라갔다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버블현상’이 발생해 전체 주가를 교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실장은 “정치테마주의 문제가 기업의 내재가치가 바뀌지 않았음에도 급등하고, 이런 급등세에 편승하려는 개인투자자가 신용융자까지 끌어다 쓰며 거품이 형성되는 것”이라며 “대부분 기관투자자가 주목하지 않는 코스닥 중·소형주로, 창업자 지분이 많아 유통되는 주식수가 많지 않아 시세 조종이 수월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우고 정점에 매도하는 불공정거래를 유발한다”라고 분석했다.

운용하는 자금 규모가 큰 기관투자자가 있으면 의도치 않은 시점에 큰 금액이 빠져나가거나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경우 코스닥 거래는 개별 종목의 시세가 아닌 코스피 대비 상대적 수익률을 추구한다. 

아울러 남 실장은 공매도에 따른 낙폭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매도가 중단된 상황에선 공매도 세력이 유입될 유인이 적어 거품 지속성도 약화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치테마주 주가는 일반인이나 전문가가 생각하는 가치 수준보다 높아 공매도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중단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는 테마주 매도에 공매도까지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역할이 위축된다면 기업의 내재가치 변화와 무관한 테마주 현상이 더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대선 기간에 다양한 이유로 대선 테마주라 불리는 변동성 높은 소형주를 짧게는 이틀, 길게는 열흘 안에 매도하는 스윙 트레이딩을 하는 경우가 88%를 차지했다”라며 “해당 종목에 투자하는 개인 비중은 30%에 달하지만, 이들의 수익률은 1% 미만에 불과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런 투자자들은 순진하게 상승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시장 변동성을 심화한다”라며 “과도하게 급등하는 종목에 금융당국이나 거래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 포춘코리아 조채원 기자 cwlight22@fortunekorea.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