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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el of Fortune⑪] 스타트업 해외진출 성공을 위한 체크리스트

최화준의 아카데미즘

  • 기사입력 2024.03.10 09:00
  • 기자명 김나윤 기자

국내에서 수년간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 온 민관 전문가들이 스타트업 창업가가 새겨야 할 해외 전략 노하우를 전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시장 내 ‘유니콘’으로 평가받는 기업의 수는 각 국가의 창업생태계 성숙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꼽힌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매해 발표하는 국내 유니콘의 숫자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창업 생태계의 위상을 대변한다. ‘아기’ 유니콘 스타트업을 선정해 유니콘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이다.

하지만 최근 유니콘 기업들의 추이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창업 생태계 연구 회사 CB Insights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기업이 2021년부터 20개 내외에서 멈춰 서면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업 이익을 달성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재평가와 투자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일각에선 또 다른 부진 원인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한계를 지적한다. 기업가치 기준 최상위권에 있는 ‘토스’, ‘컬리’, ‘무신사’ 등은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스타트업이라 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다른 유니콘들 역시 국내 시장의 리더이지만 글로벌 무대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한 게 현실이다.

국내외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하는 이른바 본글로벌(born global)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딥테크(deeptech)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들의 시장 확장 가능성이 여전히 국내에 머물러 있단 점에서다.

지난해 8월 정부는 ‘글로벌’을 국내 창업 생태계의 육성 테마로 선택하면서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모태펀드의 일부를 출자해 글로벌 펀드를 조성하고 해외 벤처캐피털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등 다양한 세부 계획도 공개했다.

민간 영역의 글로벌 진출도 활발하다. 규모 면에서는 공공기관보다 작지만,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단 면에서 장점이 크다.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동과 동남아시아는 이미 다수의 한국 스타트업을 비롯해 창업기획자, 벤처캐피털들과 상호 협력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주요 민관 기관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의 전략과 필요한 지원책 등을 짚어봤다.


김병국 아산나눔재단 생태계팀 책임 매니저

국내 스타트업 육성과 글로벌 진출 지원 프로그램 발굴하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 해외 생태계 간 연결 및 활성화에 집중 지원.
국내 스타트업 육성과 글로벌 진출 지원 프로그램 발굴하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 해외 생태계 간 연결 및 활성화에 집중 지원.

Q 아산나눔재단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무엇을 돕고 있나.

큰 틀에서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는 아산 보이저(Asan Voyager) 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첫해 13팀의 기업을 선발했고 올해는 20팀을 뽑을 예정이다. 선발된 팀은 최대 60일까지의 체류 비용을 지원받으며 미 현지에서 아이디어와 고객 등을 검증하는 기회를 누릴 수 있다.

반대로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글로벌 벤처캐피털 및 창업기획자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에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진출 국가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중동 등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시장 관계자들과 국내 스타트업 사이의 접점을 늘리는 것 역시 중요하다. 목표 시장의 이해를 제고를 위한 현지 VC와의 1:1 오피스 아워, 네트워킹 행사 등 다양한 채널로 서로가 윈-윈하는 관계를 조성하려 한다.

Q 각 지원 프로그램들의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면.

글로벌 진출에는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시장 현황을 알아보고 진출 국가의 문제점과 해결점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보통 창업자가 진출 국가에 물리적으로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고 시장 검증이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

아산 보이저의 경우 창업팀은 현지 경험을 가진 전문 멘토링과 및 네트워크 구축 기회를 활용해 국내에서 1차 가설 검증을 실시한다. 이후 현지에서 장기 체류를 하며 고객 대상으로 2차 검증을 진행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많은 참여 팀들이 가치제안 수립, 프로덕트 로드맵 보완, 진출 국가의 GTM(Go-To-Market)전략 수립 등 여러 구체적인 성과를 얻었다.

Q 정부 주도의 아웃바운드 정책과 민간에서의 다양한 진출 지원 프로그램 간의 구체적인 차이점을 꼽자면.

같은 목표를 지향하지만 세부적이고 세밀한 차이가 있다. 정부 주도의 프로그램은 일자리 창출, 혁신 촉진 등 거시적인 목표를 지향한다. 반면 민간 주도의 프로그램은 참여 스타트업의 성장이나 성공을 원한다. 또 공공은 여러 산업을 포괄하고 다양한 제품을 지원하지만 민간은 운영 기관의 성격에 따라 참여 집단을 세분화할 수 있다.

Q 정부와 달리 민간 주도의 아웃바운드 프로그램이 가지는 강점은.

유연성이 크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스타트업이 제품시장적합도에 따라 피버팅(pivoting)하듯이 민간에선 참여 기업들의 요구를 듣고 반영하여 지원 방향과 방법을 재설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아산 보이저를 통해 살펴보면 운영 초기 미국 현지 장기 체류 인원을 팀당 최대 2인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막상 현지 활동을 해보니 개발과 디자인 담당자도 현지 체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추후 관련 규정을 빠르게 수정, 반영한 바 있다. 네트워크 형성에 있어서도 시간, 장소, 운영 방식 등에서 선택의 폭이 넓기도 하고.

다만 민간과 정부는 경쟁 관계가 아닌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면서 상호 협업하는 관계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민관이 각자의 장점을 잘 살린다면 분명히 시너지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산나눔재단은 ‘아산 보이저(Asan Voyager)’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아산나눔재단]
아산나눔재단은 ‘아산 보이저(Asan Voyager)’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아산나눔재단]

Q 다양한 민관 지원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새로운 시장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언어 문제, 문화 차이, 현지 네트워크의 부재다.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 창업자들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키워나가는 데 장애 요소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화적 차이나 현지 네트워크의 부재는 단기간에 극복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진지하게 진출하고자 하는 해외 시장이 있다면 창업자가 직접 부딪쳐 보기를 추천한다. 문화적 차이는 현지에서 스스로 이해해야 한다. 현지 네트워크 역시 직접 만나서 교류하며 풀어 나가야 하는 과제다.

Q 플립(Flip·해외법인설립)보다 아웃바운드 프로그램이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스타트업에게 더 적합하다고 보나.

그렇다. 플립은 해외 진출의 한 가지 옵션이지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다. 플립과 해외 진출의 궁극적 목표는 해외 시장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즉, 구매 고객과 시장을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필요조건이란 뜻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외의 본사 이전은 현지 인력 채용이나 투자 유치를 위한 선택이지 우선 고려사항은 아니다.

이에 반해 아웃바운드 프로그램의 목표는 초기 고객의 정의와 진출 시장 내 제품 검증이다. 따라서 첫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하는 스타트업에게 현지 시장 이해에 도움이 되는 아웃바운드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Q 글로벌 진출을 준비 중인 창업자나 스타트업이 새겨야 할 요소가 있다면.

가능하면 빨리 시작하시길 바란다. 앞서 언급했듯이 글로벌 진출에는 많은 사전 준비와 시간이 소요된다. 하나의 마일스톤에 도달하고 다음 단계로 글로벌 진출을 시작하겠다고 계획하면 생각보다 많이 늦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필재 KITA 아랍에미리트(UAE) 지부장

지난 2019년 KITA(한국무역협회)가 두바이미래재단(DFF)과 국내 스타트업의 중동지역 진출을 위한 '코리아 데스크'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KITA]

Q 최근 들어 많은 글로벌 창업생태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면.

영국, 호주, 미국, UAE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는 해외 인재들의 자국 유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한국 창업자들이 능력만 갖췄다면 해외로 이전해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눈길을 끄는 건 이미 만들어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이 아닌, 원하는 스타트업이 없다면 직접 만들어 성장시키는 ‘스타트업 스튜디오 모델’이 서구를 중심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Q 민간과 달리 공공 기관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의 차별점은.

다면적인 지원이 가능하고 경험이 풍부하다. 특히 KITA의 경우 매해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넥스트라이즈(NextRise)’ 행사를 개최한다. 1:1 매칭 수 기준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이고 해마다 국무총리가 참여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포춘500 커넥트도 위상이 높다. 전 세계 대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팀과 기업형벤처캐피털(CVC) 팀을 상시로 매칭하고 넥스트라이즈에 초청한다. 해외 현지 파일럿 테스트 프로그램은 뉴욕, 런던, 바르셀로나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한국 기술의 현지 개념검증(PoC)을 지원하고 있다.

Q 창업자가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을 것 같다.

투자자용 피치덱(pitch deck)과 해외 실증용 피치덱을 구분 안 하고 동일하게 사용하는 실수가 종종 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한 피치덱에는 개념 검증을 위한 목표, 예산, 관련 가설, 추진 시 해외 파트너가 우려해야 할 부분 등을 망라하는 캔버스를 작성하면 더 효율적이다.

Q 어렵게 글로벌 진출을 이뤘어도 현지에서 또 다른 장애물들을 마주할 법한데.

맞다. 스타트업이다보니 아무래도 영업 파트에서 가장 힘들어 보였다. 첫 번째 매출처가 가시권으로 보여서 현지에 진출했는데 막상 후속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다.

Q 일각에선 정부의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이 단기성이고 후속 지원이 부족하단 지적이 있다.

두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아웃바운드만을 지향하는 피상적인 글로벌화는 지양해야 한다. 해외 기관이나 벤처캐피털에게 한국 스타트업 육성을 요청하는 관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에 해외와의 크로스 매칭이 글로벌 진출의 궁극적인 해법으로 거론된다.

또 개별 기업의 해외 진출보다 한국 생태계의 글로벌화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국내 테스트 베드를 해외에 더 적극적으로 오픈해야 한다. 한국은 해외 기업 유치에 있어서 일본보다 훨씬 폐쇄적인 분위기다. 일본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별도로 테스트 베드를 해외에 오픈하고 있는 실정이다.

Q 예비 해외 진출 창업가들이 가시적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

다양한 현지 채널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액셀러레이터나 벤처캐피털의 도움 외에도 해외에는 법무, 해외 영업, 인재 채용 등 분야별 부티크 컨설팅 기업이 꽤 많이 갖춰져 있다.

해외 영업을 대행해 주는 곳도 있을 정도다. 해외 대기업과의 직접적 관계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는 벤더 회사를 찾아 솔루션 제안을 하는 방식도 매우 의미 있다. 지난 성과를 돌이켜보면 벤더 회사 재발주를 받고 테스트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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