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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재정 고갈? 소득 상한선 높여 풀어야”

스페셜 인터뷰 |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

  • 기사입력 2024.02.29 17:00
  • 최종수정 2024.02.29 18:39
  • 기자명 조채원 기자

2000만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은 어쩌다 ‘불신의 아이콘’이 됐을까. 길을 잃은 국민연금 개혁, 김연명 교수에게 물었다. 

/ 조채원 기자 cwlight22@fortunekorea.co.kr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금 대한민국 국민연금 제도하에서는 이재용이나 중산층이나 같은 돈을 내고 있습니다. 보험료율 소득 상한선을 올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소득 상한선을 높이며 재정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를 물어보면 ‘재정 고갈’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뉴스나 신문에서 정치인이나 전문가들이 앞으로 30년 뒤 국민연금이 바닥날 거라며 지금도 낮은 수령액을 더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국민연금을 믿는 사람은 찾아보기 드물다. 매달 급여에서 국민연금 명목으로 수십만원이 빠져나가지만 내가 낸 국민연금으로 안정된 노후가 보장됐다고 믿기 어렵다.

‘불신의 아이콘’ 국민연금을 노후 안전망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의 중심에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있다. 자타 공인 연금 전문가인 그는 평생을 연금에 바쳤다. 젊은 시절에는 참여연대 창립 구성원으로 청춘을 바쳤다면 장년기에는 정계에 진출해 국민연금 개혁에 헌신했다. 2020년까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으로 문재인 정부의 연금 개혁의 중심에 있던 그는 오늘날에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감당할 수 있는 지출 수준…40년 뒤 미래 확정할 수 없어”

김 교수가 주장하는 연금 개혁은 기금 조성 효율화로 늘어난 재원을,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데 활용하자는 것이다. 보험료율 인상과 기금투자 수익률 1% 상승이 이루어지고 연금 수급 연령을 68세까지 늘리면 2093년까지 많은 기금이 쌓이게 된다. 김 교수의 주장은 늘어난 기금을 활용해 연금 지출 수준을 유럽 수준만큼 끌어 올려 노인빈곤율을 낮추자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5~50% 수준입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5차 재정추계에 앞서 4차 추계 수준으로만 계산해도 2030년대에는 GDP 대비 국민연금이 100%를 넘어서게 됩니다. 한 해 동안 주식, 채권, 부동산, 해외로 가거나 보험료로 지급되는 돈에 65~80조원이 쌓입니다. 연금은 기금을 적립하려고 만든 게 아닙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가 연금에 지출한 금액은 GDP 대비 3.3% 수준인 반면,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가 연금에 지출하는 금액은 GDP 대비 10% 정도입니다. 노인이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내수에 나타나는 소비 효과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김 교수가 연금 수급률을 높여 소득대체율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핵심 이유는 지급되는 연금 수준이 품위 있는 노후 생활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앞으로 30년 후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노인이 되는데 궁핍한 노후로 인해 소비로 인한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추계에 따르면 2060년에는 노인이 전체 인구의 47%가 됩니다. 그 시기가 되면 우리나라도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기초연금을 다 합쳐서 지급하는 연금이 GDP의 11.2% 수준이 됩니다. 유럽은 이보다 적은 30% 수준인데도 지급하는 연금이 GDP의 10% 수준입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노인인 우리나라가 지출하는 연금 비율이 유럽과 같다면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내수 효과는 기금 규모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재정 안정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연금을 비용으로만 보고 혜택으로는 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금은 양면이 있습니다. 소비할 수 있는 소득 덕에 내수도 돌아가는데 이런 사람들은 혜택은 얘기하지 않고 비용만 얘기합니다. 이런 점은 편향된 시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재원은 무한하지 않다. 연금을 받는 노인이 느는 반면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층은 줄고 있다. 기금 고갈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재정 안정화 방안과 관련해 김 교수는 후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글로벌 표준으로 확립하고 기금에 대한 관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재정 안정화를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두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기금이 고갈되면 어떻게 하느냐와 후세대 부담이 너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금이 없다고 연금을 못 주는 나라는 없습니다. (재정 위기에 처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그리스도 다 연금을 지급합니다. 연금은 그 나라 인구가 경제 활동을 해서 부를 창출하면, 즉 그 나라가 생존하면 그해 생산된 부를 노인에게 주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부과방식이라고 합니다. 언론에서 연금은 기금이 있어야 주는 거라고 하는데 이는 연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국민연금, 부과방식 보험으로 이해해야”

한 해 70조원을 지출하는 건강보험의 기금은 20조원밖에 되지 않지만, 기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건강보험료는 국민에게 60조원을 걷고 10조원 정도는 정부가 대 70조원을 만들어 의료비에 씁니다. 나머지 20조원은 기금으로 갖고 있는 방식이죠. 건강보험이 대표적인 부과방식입니다. 다른 나라 연금 제도는 모두 부과방식 사례입니다. 우리나라는 큰 기금을 가진 부과방식입니다. 재정 안정화론 옹호하는 일부 사람들은 완전 적립방식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데 이는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여러 가지를 뒤섞어 주장하고 있는데 재정 안정화론은 사실 기금 고갈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진짜 문제는 기금이 고갈했을 때 후세대가 부담해야 할 연금지급총량을 감당할 수 있느냐입니다. GDP 대비 연금지출 수준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면 절대 규모에선 연금지급총량도 감당이 가능합니다.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는 점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입니다. 이 두 가지가 혼재해 연금에 대한 오해가 깊어지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김 교수는 부과방식 보험료율 계산법이 아닌 경제활동 인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금 고갈론이 강조되면서 국민연금은 후세대에 불공평하게 인식됐다는 것이다. 보수론자가 주장하는 보험료율에 따르면 현재 노인 한 명을 부양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활동 인구는 네 명이지만, 2060년에 접어들면 일대일로 바뀐다. 이들은 지금 보험료율 수준이면 소득에서 지급하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35%까지 오른다고 주장하는데 이 경우 임금 소득자의 경우 절반은 고용주가 부담하더라도 본인 부담이 17.5%까지 오른다. 유럽 복지국가도 보험료율이 최대 13%라며 후세대가 지불할 보험료율이 과도해 세대 불평등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이 불공평하다는 주장 두 가지가 부과방식 보험료율이 너무 높아진다, 기금이 고갈되면 타격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원은 보험료율을 올리고 모자란 부분은 국고에서 가져오는 한편 지출 총량을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하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정부 재정추계에 따르면 2060년에 부과하는 보험료율은 GDP 대비 30%에 불과합니다. 소득 상한선이 있기 때문이죠. 고소득층이 되면 보험료율이 같습니다. 정부 추계는 이 상위층을 빼고 계산한 겁니다. 국민연금 직장가입자는 1800만 명 정도인데 이 중 15%가 꼭대기에 걸려있습니다. 200만 명 이상이 같은 보험료율을 내고 있는 겁니다. 이재용이나 일반 직장가입자가 같은 금액을 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득 상한선 최상단을 빼고 부과 총소득을 계산하니 총소득이 GDP 대비 30%밖에 안 되는 겁니다.”

김연명 교수.
김연명 교수.

"소득 상한선 높여 재원 확충·중산층 포용해야"

김 교수는 소득 상한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득 산정 상한선이 낮아 중산층을 포용할 수 없는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소득 상한선을 올려야 합니다. 공무원연금은 상한선이 800만원을 넘습니다. 국민연금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중산층의 노후를 책임지지 못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건강보험은 중산층의 의료비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민영화 또는 급여 수준 하향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정치적으로도 논의할 여지가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의료보험제도는 중산층에 이해관계가 생긴 것입니다.”

“유럽 복지국가는 저소득층은 물론이고 중산층까지 의료와 노후를 공적연금이 보장합니다. 의료보험은 유럽 수준까지 갔지만 연금은 깎아서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겁니다. 중산층이 부동산, 아파트, 비트코인에 몰려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노후가 불안해서 그런 것이죠. 지금 국민연금은 최저생계비도 안 됩니다. 한국은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노인 빈곤율은 37.8%입니다. 품위 있는 노후생활은 연금이 너무 낮아서 불가능합니다. 수십 년 경제 성장 해 만든 사회가 이런 사회라고 한다면 불공평한 게 아닐까요?”

“복지국가 진입은 성과… 진보 정부 연금 개혁 막지 못한 점 아쉬워

한편 김 교수는 청와대 수석 시절 공과와 관련해 자신감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소득주도성장이란 프레임에 갇혀 묻힌 공이 많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실행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분리하는 방안과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개혁을 막지 못한 것을 들었다.

“문재인 정권의 핵심 사회 정책이 혁신적 포용국가였습니다. 대통령이 그 말을 정말 많이 사용했죠. 청와대 수석이 되기 전에 정책기획위원회에서 대통령 보고하는 연구팀을 꾸려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보고했습니다. 청와대 멤버가 아니었는데 처음으로 보고한 사람이 된 거죠. 그게 대통령이 마음에 들었는지 청와대 수석으로 발탁된 것 같습니다. 회의가 끝날 때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이 보고서 중요하니 다 읽으세요’라고 했습니다. 그 뒤로 정부에서 혁신적 포용국가란 단어를 계속 썼습니다.” 

김 교수는 복지 정책, 특히 역대 진보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을 후회한다고 소회했다. 국민연금이 낮은 소득대체율로 된 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단행한 연금 개혁이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연금을 개혁할 당시 재정안정 방안으로 급여 수준을 낮추는 결정을 막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이 60%에서 40%로 확 낮아진 겁니다. 그때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참… 당시 한겨레에 칼럼을 연재했는데 개혁을 비판하는 글을 많이 썼지만 정책을 막지 못했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한테 연금 과외를 했습니다. 여당 후보는 이회창이었는데 그쪽은 안정범 교수가 맡았습니다. 당시 노 후보는 공개토론에서 당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인 60%도 낮다고 주장했고, 이 후보는 40%로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소득대체율 인하에 반대했지만, 유시민 장관이 보건복지부를 맡으면서 연금을 깎는 방향으로 개혁했습니다. 국민연금에 치명타를 입힌 셈이죠. 나중에 기초연금을 도입해서 (소득대체율이) 어느 정도 보완됐지만, 국민연금의 소득비례 기능, 즉 중산층을 포섭하는 핵심 기능이 크게 약화됐습니다. 그래서 국민연금이 중산층의 이해관계를 상실하게 됐습니다.”

“또 하나의 실책은 김대중 정부에서 퇴직연금제도를 국민연금에서 분리한 겁니다. 그 역사적인 결정이 연금 제도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는 진보 정권임에도 공적연금을 약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결정했습니다. 보수 정권이 할 일을 진보가 한 것이죠. 이후 시민사회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연금 정상화 운동이 벌어졌고 문재인 정부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 올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그 과제를 제가 받은 거죠. 청와대에 들어가서 그 작업을 했지만, 연금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인지라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 다 죽게 생겼는데 연금 개혁이 가당키나 하냐는 거였죠. 그래서 정치 개혁은 운이 따라줘야 한다고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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