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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쉬운 영상 AI 모델? “대세는 시간문제”

지금도 몇몇 업체들은 간단한 장면에서는 AI의 창작물로 '불가피하게' 대체 중이다.

  • 기사입력 2024.02.27 17:00
  • 최종수정 2024.02.27 18:25
  • 기자명 이세연 기자
오픈AI의 영상 AI 모델 '소라'가 사용자의 텍스트를 기반으로 제작한 영상. [사진=오픈AI 홈페이지 캡처]
오픈AI의 영상 AI 모델 '소라'가 사용자의 텍스트를 기반으로 제작한 영상. [사진=오픈AI 홈페이지 캡처]

[WHY? 기술 발전이 현재 거론되는 여러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 줄 것이고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는 덕분이다.]

# 세련된 여성이 따뜻한 빛이 도는 도쿄 거리를 걷고 있다. 그녀는 검은 가죽 재킷, 긴 붉은 드레스, 검은 부츠를 신고 검은 핸드백을 들고 있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쓰고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있다. 자신감 있게, 여유롭게 걷고 있다. 축축한 거리에는 다양한 빛들이 반사돼 거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오픈AI '소라' 영상의 프롬프트(명령어)다. 소라는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를 영상화하는 영상 AI 모델이다.

소라가 그간 우후죽순 나온 영상 AI 모델들과 달리 선풍적인 인기를 끈 원인은 영상 길이와 완성도에 있다. 기존 모델들은 이미지를 일부 변형해 10초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 그쳤다면, 소라는 2K 화질의 '고 퀄리티' 영상을 최대 1분 길이로 제작할 수 있다. 영상에서 여성이 화면 앞으로 다가올수록 잔머리와 피부 잡티, 목주름까지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 내에서 특정 캐릭터와 시각 스타일을 최대한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기존 영상 AI 모델들은 캐릭터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프레임마다 조금씩 다르게 표현해 부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밖에 소라는 기존 동영상을 확장하거나 누락된 프레임을 채우는 것도 가능하다.

놀라운 속도로 향상된 영상 AI 기술에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뜨겁다. 영상이 공개된 지난 15일(현지 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X(구 트위터)를 통해 "gg humans(인류는 끝났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최대의 사이버 보안업체 치후360의 창업자이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인 저우훙이는 웨이보에 "소라가 광고와 영화 예고편 업계를 완전히 흔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픈AI 측은 "소라는 언어 이해도가 높다. 사용자가 입력한 명령어에서 더 나아가, 생생한 감정을 표현하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디테일이 담긴 복잡한 장면을 생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영상 제작자들 "아직은 피부에 와닿지 않아"

AI를 통한 영상 제작은 크게 '자동화'와 '반자동화'로 나눌 수 있다. 완성된 영상을 만들어내는 경우에는 자동화, 가상 인간 생성이나 자동 번역 등 영상의 일부 요소만 담당하는 경우에는 반자동화로 분류된다.

현재 반자동화는 많이 이용하고 있는 추세다. 채수응 아리아스튜디오 대표는 "AI 기반 페이스 에디팅 및 보이스 디에이징 기술, 딥페이크 기술, 디지털 휴먼 등 주로 인물의 얼굴을 생성하거나 보정, 변형, 합성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리아스튜디오도 영상 제작에 있어 70%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에서 배우 손석구의 어린 시절 사진으로 만든 AI 아역 배우가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소라와 같은 자동화 AI 모델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쉬운 퀄리티에 '프리 프로덕션(기획 및 구성 단계)' 중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승환 킵어스위어드 대표는 "자동화 AI 모델이 만들어내는 영상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라 직접적으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데이터 출처 문제나, 동일한 프롬프트를 사용하는 등) 저작권 이슈도 있어 상업적으로 사용하기 쉽지 않다"며 "그보다는 기획 단계에서 많이 활용된다. 머릿속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테스트 용도로 사용한다"고 전했다.

위지윅스튜디오 관계자 또한 "아무래도 소라를 활용한 영상 제작은 무리가 있을 것 같다. 프리비즈(사전 시각화)에 활용하는 것은 몰라도, 출력된 영상물 자체를 사용하는 건 조금 힘들다. 퀄리티 측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수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소라의 기술력이 놀랍기는 하지만, 영상 제작자의 연출적인 의도를 100% 살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AI를 통해 이런 영상을 제작했다'며 기술을 전시 또는 과시하는 (홍보적)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실제 영상 제작 루틴에 있어 활용도가 높을지는 물음표"라며 "당장은 반자동화 기술이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오픈AI 역시 소라의 기술적 한계를 인지하고 있다. 오픈AI 측은 "소라는 인과관계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예컨대 영상 속 인물이 쿠키를 베어 물었는데, 자국이 남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오픈AI는 소라를 소수의 영상 제작자 등에게만 공개해 안전성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다.

◆ AI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영상 AI 모델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도 몇몇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간단하고 짧은 장면은 AI의 창작물로 '불가피하게' 대체하기 시작하는 추세다.

이현석 부산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과거 1920년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비난받았던 '로토 스코프(촬영한 영상을 한 프레임씩 베껴 그리는 기법)'가 결국에는 상용화된 것처럼, AI 모델도 금새 자리 잡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 교수는 "AI 모델을 아예 도외시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잘 활용해서 작업 퀄리티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채수응 아리아스튜디오 대표는 "소라는 시작일 뿐이다. 어도비와 구글 등 오픈AI보다 고화질 소스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현재 개발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영상 AI 모델이 고도화, 대중화되면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상 콘텐츠 시장이 생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소라의 기술력에 놀라움을 나타냈던 저우훙이 위원도 지난 25일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소라 등 최근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 AI 분야의 신기술은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다. 중국과의 격차는 1∼2년이면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제작사들이 창작의 주체로서 발 빠르게 AI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상 AI는 영상을 '생성'할 수는 있지만 '창작'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제작사는 영상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채수응 대표는 "과거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됐을 때, 영상 제작 단가가 내려가면서 레거시(전통) 콘텐츠 제작사들은 침체기를 겪었다. 모두가 이를 걱정하고 있을 때, 다른 누군가는 새롭게 나타난 스트리밍 콘텐츠 시장의 성장성에 집중했다. 그때 발 빠르게 시장의 변화 흐름을 인지하고 스트리밍 형식의 콘텐츠로 제작 방향성을 전환한 제작사들은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고 덧붙였다.

/ 포춘코리아 이세연 기자 mvdirector@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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