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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봄’ 꿈꾸며…동면 중인 메탄올 추진선 시장

제한적인 인프라 상황에 메탄올 추진선 수요가 얼어붙었다. 조선소들도 수익성 높은 다른 선박에 집중한다.

  • 기사입력 2024.02.02 13:00
  • 최종수정 2024.02.02 15:44
  • 기자명 육지훈 기자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지난해 8월 이후 한국 조선소들의 메탄올 추진선 신규 수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주 수요가 크지 않은 최근 시장 상황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LNG운반선 등에 집중하는 조선소 사정이 맞물린 결과다. 

메탄올 추진선은 최근 해운업계에 도입되기 시작한 신규 선종이다. 컨테이너선 위주로 수요가 집중된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선은 다른 선종과 달리 정해진 주요 항로와 항구를 빠르게 이동해야 해 선속을 낮춰가면서 탄소배출을 절감하는 방법을 쓰지 못한다"며 "따라서 컨테이너선으로 친환경 추진 연료 선박이 계속 발주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의 초도 물량은 거의 발주가 완료됐다. 한국 조선소들은 2022년 32척, 2023년 72척을 수주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메탄올 추진선의 신규 발주가 작년 재작년에 많이 나왔다"며 "(그래서 현재는) 예년만큼 발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1~2년 전 진행된 메탄올 추진선 발주는 선복량 기준 세계 2위 해운사 AP 몰러-머스크의 주문 덕분으로 해석된다. 머스크는 메탄올 추진선의 친환경성에 주목하며 선박을 발주하고 관련 시설 확충에 나섰다. 머스크에 따르면 친환경적으로 생산되는 그린메탄올은 65%~70%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머스크가 미래 탄소저감연료를 그린메탄올로 잡았다"며 "개발비를 지원하고, 항구에서 어느정도 그린메탄올을 공급받을지 계획을 세우고, 공급계약까지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해운사들도 LNG의 탄소저감효과가 약 25%밖에 되지 않다 보니 메탄올에서 가능성을 보았다"고 정리했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 머무르는 친환경 메탄올 인프라가 확장을 제한하고 있다. 메탄올 추진선은 탄소배출감축을 위해 친환경 연료가 필수적이다. 단순 메탄올 사용만으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메탄올은 소비 시 탄소가 배출된다. 로이터통신은 작년 8월 "기존 방식으로 생산된 메탄올은 질소산화물을 최대 80%까지, 황산화물을 99% 가까이 줄일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를 여전히 배출한다"고 밝혔다. 핀란드 선박장비 기업 바르질라에 따르면 메탄올은 선박에서 연소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Tank-to-Wake)을 디젤에 비해 7% 정도 감축한다.

화석연료로 생산한 일반 메탄올과 대조적으로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그린메탄올은 탄소배출감축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는다. 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탄소중립 연료이기 때문이다. 식물 원료에서 추출해 자연에 존재하는 탄소로 구성된 '바이오메탄올', 기존 탄소를 포집해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수소와 합성한 'E-메탄올' 등이 대표적인 그린메탄올이다. 머스크는 생애주기 온실가스 평가기법에 따라 바이오메탄올이 65% 이상의 탄소 감축 효과를, E-메탄올이 70%이상의 탄소감축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린메탄올 공급부족으로 선주들이 섣불리 발주에 나서지 않고 있다. 로이터는 작년 8월 메탄올 연구소(Methanol Institute)를 인용해 '1만 6000TEU급 컨테이너 선박이 1년에 3만~4만톤의 메탄올을 소비하지만, 전세계 메탄올 생산량에서 바이오메탄올 점유율은 1% 미만(30만~40만 톤)'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메탄올 시설이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며 "그린메탄올 연료를 공급하고 벙커링할 수 있는 항구가 아직 그렇게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작년 10월 리처드 폰 벨렙쉬 하팍로이드 선단매니저는 "항구의 메탄올 공급 시설이 컨테이너선을 중국에서 유럽까지 항해시키기에도 부족하다"고 우려한 바 있다. 

또한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공급이 제한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그린메탄올을 조달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 때, 추진선 수요를 대대적으로 끌고 가려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메탄올 추진선 발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컨테이너선 시황도 걸림돌이다. 공급량이 많아 신규 발주가 저조해서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 잔량은 지난달 기준 약 760만 TEU 수준으로 현 글로벌 선단의 약 30% 규모다.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2022년 1941대에서 2023년 1593척으로 줄어든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메탄올 추진선 수주가 활발했던 시기) 선주가 친환경 선박을 주문할 때, LNG추진선으로 발주하면 일반 컨테이너선에 비해 20%가량 비용이 추가로 지출됐지만, 메탄올 추진선은 10% 정도 오르는 수준에 그쳤다"며 "현재는 컨테이너선 시황 자체가 안 좋기 때문에 신조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한국 조선소들은 컨테이너선보다 수익성이 높은 선종에서 수주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말 조선해운기관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수주잔량은 1060만 CGT,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1010만 CGT, 한화오션 옥포조선소는 810만 CGT다.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꼽히는 LNG운반선의 경우 2023년 HD한국조선해양이 223억 2000만 달러, 삼성중공업이 68억 달러, 한화오션이 40억 달러를 수주한 바 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대형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이 마진이 안 남는 구조는 아니나, 조선소에서 가장 수익성이 많이 나오는 선종은 LNG운반선 및 암모니아운반선이다"라며 "수익성은 있지만 개선 폭이 세게 올라오는 선종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조선사가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컨테이너선보다 LNG운반선 및 암모니아운반선 위주로 수주받는 경향이 강하다"고 정리했다.

/ 포춘코리아 육지훈 기자 jihun.yook@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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