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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테크’의 향연…2024 JP모건 헬스케어를 가다

대형 투자와 M&A, 빅테크들의 제약 진출과 AI 활용한 신약 개발이 화제

  • 기사입력 2024.01.20 12:00
  • 최종수정 2024.01.20 12:58
  • 기자명 조용탁 칼럼니스트

1월 8일 오전 7시 15분, 샌프란시스코의 웨스턴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 그랜드 볼륨에 1000여 명의 바이오제약 관계자들이 모였다. 올해로 42회를 맞은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한 이들이었다. 2024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기술과 헬스케어의 융합에 초점을 맞춘 엄선된 의제들과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보건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혁신의 발전과 정책 조정을 집중 조명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가장 화제가 된 주제들을 꼽아보자면, 다시 돌아온 대형 투자, 정보통신 빅테크들의 제약 산업 진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 그리고 미국 정부의 규제에 대한 대응이 있었다.  JP 모건의 마이크 가이토 헬스케어 투자 글로벌 총괄은 개회사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맡아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투자가 더욱 활성화되고,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오 제약 컨퍼런스로 꼽힌다. 올해엔 1월 8일부터 11일까지 열렸는데, 투자자, 기업가, 과학자, 은행가, 언론인 등 2만여 명이 모여 새로운 거래와 파트너십을 통해 의료 혁신과 신약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다. 컨퍼런스는 증권사가 주관하는 기업설명회 성격이 강하다. 기본적으로 발표를 위해 초대받은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들이 참여한다. 올해 초대 기업은 614곳으로, 지난해의 550개보다 64곳이 늘었다.

하지만 실제 참석하는 기관은 더 다양한다. 컨퍼런스의 메인 행사 이외에도 글로벌 바이오 제약 기업 및 산업 관련 기관들의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려서다. 주로 투자IR, 연구 성과 소개, 네트워킹 행사 등인데, 본 행사에 초대받지 않은 기업이더라도 이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와 사업개발자들을 만날 수 있다. 글로벌 바이오 제약 산업의 큰 장이 열리는 셈이다.

그동안 제약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이후의 세계적 경기침체와 고금리, 낮아진 투자 심리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었다. 하지만 새해에 열린 큰 행사에 참석한 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새로운 투자와 기술개발, 신약 개발에서 새로운 계기를 맞을 것이란 기대감이 감돌았다.

실제로 4일간의 컨퍼런스는 활기찬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지난 12월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 벌어진 딜 메이킹의 덕이 컸다. 12월, 대형 제약회사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을 발표했다. 애브비는 신경과학 회사인 세레벨 테라퓨틱스에 87억 달러를, 로슈는 체중 감량제를 만드는 카모트 테라퓨틱스에 27억 달러를,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는 레이즈바이오와 카루나 테라퓨틱스 인수를 위한 41억 달러와 140억 달러의 딜을 진행했다.

이번 컨퍼런스 기간 중에도 중요한 인수합병들이 있었다. 노바티스는 위장 질환용 항체를 개발하는 머크의 자회사 칼립소 바이오텍을 2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머크는 펩타이드 제조업체 하푼 테라퓨틱스를 6억 8000만 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다. GSK는 항체 제조업체인 아이올로스 바이오를 14억 달러에 인수한다. 존슨앤존슨은 항체-약물 접합체 개발업체인 암브릭스(Ambrx)를 20억 달러에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이토 총괄은 지난해 바이오 분야 기업공개(IPO)는 거의 없었음에도 이 분야 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했던 데에는 수년간 어려운 시장 상황으로 인한 기업 가치 저평가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올해는 당뇨나 비만, 자가면역질환, 중추신경계 치료제 등에서 보이는 놀라운 혁신이 M&A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빅테크의 제약 산업 투자와 신약 개발 참여도 컨퍼런스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은 주제들이었다. 그래픽 카드에 사용하는 칩인 GPU 제조사인 엔비디아(NVIDIA)는 암젠과 함께 진행하는 신약 개발 계획을 밝혔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사내 벤처로 시작했던 이소모픽 렙(Isomorphic Labs)은 일라이 릴리, 노바티스와 AI를 활용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아마존은 만성 질환 관리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디지털 건강 분야의 강자인 오마다(Omada Health)와 공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헬스케어 분야로의 진출을 선언했다. 빅테크 관련 발표회에서 비보다인(Vivodyne)의 CEO 아브라함 하이페츠는 “기술 기업과 제약 기업의 협력이 독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설명했다.

기술 기업은 초기에 선점 우위를 확보한 후 가능한 한 오랫동안 해당 분야를 지배하며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재투자한다. 반면 제약 기업은 독점권을 잃으면 빠르게 가치를 추출하고 다음 제품을 준비하는 사업 구조다. 다른 스타일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며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빅테크와 제약의 협업은 대부분 AI를 활용한다는 점도 화제를 모았다. 지난 수년간 AI는 제약 업계에서 중요한 화두였다. 인공 지능을 활용한 신약 개발 가능성이 가시화되며, 누가 이를 어떻게 먼저 성공하느냐에 관심이 모였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AI의 활용방법을 놓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부터 프로토콜 작성 및 연구 설계,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이르기까지 전체 R&D 가치 사슬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JP모건 컨퍼런스의 가장 전통적인 주제 중 하나인 ‘세포와 유전자 치료’ 세션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JP Morgan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주제가 AI였다면, 세포 및 유전자 치료는 두 번째로 많이 논의된 주제였다. 겸상 적혈구 질환에 대한 FDA의 획기적인 두 가지 유전자 치료법 승인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열린 회의였기 때문에, 이 주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세포와 유전자 치료 관련 가장 큰 소식은 비즈니스 모델과 구현에 관한 해답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금 보험사들은 세포와및 유전자 치료와 관련된 막대한 가격표를 받아 들였고, 치료 결과 기반 계약도 수용하고 있다.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흐름에 맞춰 치료를 위한 치료 센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이다. 미국 식약처(FDA)의 피터 막스 박사는 강연에서 “세포 및 유전자 치료에 대한 낙관론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기에 신중히 접근해서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규제도 제약 업계의 큰 관심사였다.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는 시점, 금리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그리고 높아지는 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억제법 등이 주제였다. 바이오와 제약 기업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 억제법이 혁신에 해가 될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업계는 미국 정부가 현재 협상 중인 의약품에 대해 '최대 공정 가격'을 제안할 2월 1일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제안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기업들은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다. 7개 제약회사와 3개 무역 단체가 이 정책의 합헌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일부 관측통들은 이 문제가 결국 미국 대법원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크리스 뵈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국제적인 규제 환경의 고도화, 경쟁 환경 격화, 주요 제품의 배타적 권리 감소라는 환경 변화를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샌프란시스코에서 모인 한국 제약인들 ◆

행사 셋째 날인 1월 10일 ‘코리아 나이트 @JPM’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The Cube'에서 열렸다. 올해로 5회를 맡은 행사엔 셀트리온,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36개 사의 협찬으로 약 500명 이상이 참석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올해 코리아 나이트 @JPM 행사에 특히 외국인 참석자가 많이 늘어 한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으며, 다수의 바이오텍 대표 및 투자자들이 참여해 사업적인 기회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코리아 나이트 @JPM은 지난 2018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정규 대표가 제약바이오 업계 네트워킹을 위해 준비한 모임에서 1, 2회 행사를 개최해 250명이 참여한 바 있다. 2020년 제 3회에는 SCM 생명과학 이병건 대표가 모임 회장을 맡았다. 이 대표는 "이제 한국 기업들이 기술 수출에 그치지 않고 수출한 제품의 상업화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내 글로벌 무대에서 신뢰성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 포춘코리아 조용탁 칼럼니스트 ytcho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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