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이하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9일 '생산가능인구 감소 대응을 위한 기업의 생산성 제고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기술 혁신 관련 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생산성 증가율은 점차 둔화하는 '생산성의 역설'을 경험 중"이라고 진단했다. 생산성 증가율 둔화 배경으로는 △기업의 저조한 디지털 전환 수준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 심화 △제조업-서비스업 간 생산성 격차 심화 △경직된 노동 시장을 지목했다.
◆ 디지털 전환은 필수
무협은 생산성의 역설 극복 방안으로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협의 실증 분석 결과, 디지털 전환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수출금액이 높게 나타났다. 디지털 전환 확산이 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 중요성에는 공감하나 전환 수준은 초기 단계에 머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협이 수출기업 515개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8%가 '디지털 전환이 중요하다'고 답했으나, 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초‧중기에 머무르고 있다'는 답변이 88.7%를 차지했다.
◆ 대-중소기업 격차 大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 대기업-중소기업 생산성 격차가 OECD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기술이 확산할수록 생산성 격차가 더 심화할 것이라며 정부의 기업 지원 사업 효율화와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정부의 과도한 금융지원은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기업이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간접지원하는 방식이 옳다'고 무협은 덧붙였다. 간접지원 방식으로는 테스트베드 설치와 컨설팅 제공 등의 방안이 제시됐으며 2024년 일몰 예정인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제고하는 것도 추천됐다.
◆ 경직된 노동시장 풀어야
무협은 제조-서비스업 간 생산성 격차 문제도 집중 조명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제조-서비스업 간 생산성 격차는 49.8로 OECD 평균인 80.2(100에 가까울수록 격차가 적음)를 크게 하회했다. 제조업 중심 국가인 독일(72.4)이나 일본(71.4)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어서 △서비스업 수출 장려 및 대외 개방을 통한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통한 서비스 산업 생산성 향상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무협은 강조했다.
또 보고서는 오랫동안 국가 성장 잠재력 저하 원인으로 지적된 경직된 노동시장에 대해서도 짚었다. 2022년 6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 200개 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 결과, 기업이 정부에 바라는 고용 노동 정책 1순위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44%)였다. 무협은 겸업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미래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라며 "당초 입법 취지와는 달리 비정규직을 오히려 양산하는 기간제법과 같은 경직적인 노동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