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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 노믹스] “에너지 대전환, 공급뿐 아니라 수요도 구조조정 필요한 시기”

경제를 잘 아는 정치인 |김정호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장

  • 기사입력 2024.01.09 06:00
  • 기자명 김나윤 기자

기후위기와 에너지 산업은 동전의 양면으로 불린다. 김정호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장이 전방위적인 에너지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사진 최근우

김정호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기본계획에 대해 "국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인 에너지 정책"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사진=최근우]
김정호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기본계획에 대해 "국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인 에너지 정책"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사진=최근우]

"정부가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제사회의 흐름을 선도하기는커녕 기후위기를 마치 강 건너 불 보듯 안이하게 바라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김정호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방향성에 대해 내놓은 진단이다. 특히 최근 마련된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탄소중립 기본계획)에 대해선 "국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인 에너지 정책"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지난 4월 11일 오전.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제1차 탄소중립 기본계획('23~'42)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부문별 및 연도별 대책을 비롯해 탄소중립 사회 이행을 위해 5년마다 관련 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 국토종합계획, 자원순환기본계획 등 하위 계획들의 기준이 되기도 하는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같은 날 오후 국회 기후특위. '예상대로' 여야 간 대립은 첨예했다. 탄소중립계획이 국회 보고를 ‘패싱’한 채 국무회의를 거치자 정부와 국회는 물론 특위 내 여야 간 이견이 맞붙으면서다. 일부 특위 위원은 이날 탄소중립 계획의 국회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국회 기후특위는 21대 국회 출범 첫해인 2020년 9월 ‘국회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에 따라 지난해 12월 설치됐다. 국회 차원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제도 개편과 예산 편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6월부터 특위를 새롭게 이끌게 된 김정호 위원장은 민주당 내 기후위기 탄소중립위 위원장을 맡는 등 20대 국회 시절부터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오랫동안 의정활동을 펼쳐왔다. 최근 그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는 등 에너지 요금 개선을 위해 국회에서 누구보다 분주한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국가 단위로 수소 에너지 생산에 방점을 두고 에너지 산업이 빠르게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최근우]
김 위원장은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국가 단위로 수소 에너지 생산에 방점을 두고 에너지 산업이 빠르게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최근우]

Q 정부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세부 이행방안을 의결했다. 국회 기후특위 위원장으로서 총평하자면.

아쉽게도 감축계획이 실질적으로 크게 후퇴했다고 본다.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고 했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재생에너지 비율을 30.3%→21.6%로 대폭 낮췄다. 반면 원전의 경우 신규 원전을 더욱 짓겠다면서 23.9%→32.4%로 비중을 확대했다.

더욱이 산업계의 탄소배출 의무 감축률을 무려 약 800만 톤(3.1%)가량 경감해 줬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산업 분야에서 제일 많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되레 '더 배출하라'고 공간을 열어 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

가장 큰 문제는 감축 책임을 다음 정부로 전가하고 있단 점이다. 윤석열 정부(2023~2027년)의 감축량은 25%인 반면 다음 정부(2028~2030년)의 감축량은 75%다. 이대로라면 현 정부의 연평균 감축률은 2%에 불과하지만 다음 정부는 연평균 9.3%씩 감축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사실상 정부 차원의 의지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Q 정부는 산업계 몫의 800만 톤을 태양광 보급 확대(400만 톤)와 국제감축 등(400만 톤)으로 달성한다고 했는데.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번 정부가 태양광 발전 분야를 마치 범죄시하며 상당히 억제하는 모습이다. 관련 부처의 관련 예산 지원이 상당히 줄어들었고 기존 사업자들의 경우 금융권 대출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더라. 정부 스스로가 재생에너지 비율을 낮추겠다고 하지 않았나.

국제 감축이란, 쉽게 말해 국가 간 탄소 배출권 거래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통상 환경이 급변하면서 탄소 거래 시장이 대폭 축소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배출권을 사 오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란 뜻이다.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기술)도 한창 연구단계에 있다. 본격적인 상용화가 되기 위해선 2030년은 넘어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대다수 의견이다.

Q 국가 에너지 대전환 분위기 속에서 '속도조절' '현실론'이 대두되며 원전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사실이다.

무탄소 배출, 값싼 요금 에너지원이란 점에서다. 물론 원전이 탄소 배출이 되지 않는 것은 맞다. 하지만 안전성과 경제성까지 엄밀히 고려해 봐야 한다. 원전 사고에 대한 파급력과 위험성은 이미 인류가 역사를 통해 충분히 경험을 해봤기에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핵심은 경제성이다. 현재 원전의 에너지 원가를 계산할 때 사용 후 핵 연료처리 비용은 제외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부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에 대한 부지 선정조차 하지 못한 채 모두 임시 저장시설에 두고 있지 않나. 임시 저장시설을 더 이상 지을 곳도 없을뿐더러, 짓더라도 건설과 유지 관리를 위해 어마어마한 국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독일은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했다'고 주장하는데, 거기엔 크게 두 가지 조건이 전제돼 있다. 고준위 방폐장 확보와 사고 저항성 핵 연료봉 장착이다. 우리나라는 두 가지 전제조건 중 하나도 진전된 계획이 없지 않는가.

Q 하지만 우리나라 여러 가지 여건상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엔 한계가 있지 않나.

그동안 간헐성 문제가 재생에너지 보급의 제약으로 인식돼 왔는데, 간헐성은 곧 저장의 문제다. 볕 좋고 바람 많이 불 때 전기를 많이 만들어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면 충분히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도만 보더라도 수년째 풍력발전을 툭하면 출력제한하고 있지 않나. 풍력발전으로 만든 전기가 남아돈다는 이야기다. 육지에서도 태양광 발전 설비가 계속 증가하는 데 반해 송·배전망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출력제한 횟수가 점점 늘고 있다. 그 피해는 발전사업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고.

그래서 최근 제주도는 출력제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남는 전기를 육지로 송전할 수 있게끔 양방향 연계선을 마련하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고. 전기자동차도 잘 생각해 보자. 전기차야말로 ‘돌아다니는 배터리’나 마찬가지다. 독일처럼 전기차에 양방향 배터리를 탑재해 전기차를 일종의 대용량 ESS로 활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김 의원은 저탄소를 넘어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선 ‘수소경제’ 사회로 우리가 도달해야 할 미래라고 답했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서 가장 우수하단 점에서다.

"수소는 우주 물질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며 지역 편중이 없는 가장 보편적인 에너지다. 무엇보다 열 또는 전기 생산 후 발생하는 부산물 역시 물밖에 없어서 가장 친환경적"이라면서도 "다만 많은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국가 단위로 수소 에너지 생산에 방점을 두고 에너지 산업이 빠르게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Q 하지만 수소 역시 현재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얻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나.

수소의 생산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얻는 그린 수소, CCUS를 통해 생산한 블루 수소, 그리고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얻는 그레이 수소. 아직까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그레이 수소가 절대적으로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적한 대로 무작정 수소경제에 올인하여 탄소중립을 실현하자고 할 게 아니라, 어떤 수소경제를 설계한 것인지가 중요한 셈이다. 정부가 수소경제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궁극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그린 수소로 수소 생태계와 수소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

Q 중앙 정부, 대기업과 달리 지자체와 중소기업의 경우 탄소중립 실현이 녹록지 않다.

맞다. 2021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환경 분야 정상회의 ‘P4G 정상회담’에서 220여 개 전 지자체가 함께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탄소배출 감축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지자체가 탄소중립 책임의 주체로 나서려 해도 당장 예산 문제에서부터 걸림돌이 생긴다. 중소기업 사정 역시 마찬가지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 구분없이 탄소를 줄이기 위한 종합성 정책이 없다는 게 답답하다. 당장 연간 탄소 배출 현황이 어떤지, 배출된 열에너지가 대기와 바다로 얼마나 퍼져나가는지 알 수 있는 실태조사나 모니터링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책을 추진한다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중앙은 중앙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중간 점검을 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점검할지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데 탄소중립만 외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김 위원장은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에너지 공급 체계 못지 않게 에너지 효율성 관리도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사진=최근우]
김 위원장은 포춘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에너지 공급 체계 못지 않게 에너지 효율성 관리도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사진=최근우]

Q 그런 가운데 지난 6월 위원장님께서 주도하여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특별법)’을 제정해 화제를 모았다. 시행 1년을 앞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역차등요금제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전기 요금을 비롯해 각종 에너지 요금의 현실화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요금 현실화와 다른 개념이다. 발전과 송전의 원가를 반영해 전기 요금을 부과하자는 취지다. 현재 수도권은 권역 내 발전소 없이 전국 국토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약 40%를 소비하고 있다. 국토 외곽에 위치한 화전, 원전에서 생산한 대규모 전력을 장거리 송전을 통해 얻어 쓰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평균 약 4%의 에너지 손실(loss)도 발생한다.

하지만 전기 요금은 수도권과 발전소 주변 지역이 똑같이 책정된다. 상대적으로 발전소 지역 주민이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꼴이다. 불평등한 것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수도권 전기 요금을 비싸게 올리겠다는 게 아니다. 발전소나 송전탑 주변 지역 주민의 요금을 낮추고 공해나 환경피해, 건강문제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

Q 최근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하셨다. 에너지 이용에 있어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단 뜻인가.

정부 정책이 대게 에너지 공급 변화 위주로 탄소 제로화를 강조해 오지 않았나. 근데 공급 못지 않게 에너지 효율성 관리도 시급한 과제다. 한국은 세계 10위 에너지 다소비국이자 이산화탄소배출량이 세계 9번째로 많은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7배나 많이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효율은 OECD 꼴찌다. 그야말로 한국이 에너지를 펑펑 쓰는 ‘기후악당’이라 불리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 저소비 고효율’에 대한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 에너지 공급뿐아니라 수요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단 뜻이다. 그만큼 발전소와 송전탑을 덜 지어 총에너지 비용을 낮출 수 있어서다. 특히 에너지 이용의 효율화 조치 대상을 기존 '국가'에서 '중앙행정기관 및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및 선관위' 등으로 명시해 헌법기관부터 선도해 의무 이행 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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