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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종의 MiniMax] 또 한번의 용감(?)한 결정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이어 2023년 ‘고래’ HMM을 ‘새우’ 하림에 매각

  • 기사입력 2023.12.19 11:24
  • 최종수정 2023.12.19 12:49
  • 기자명 채수종 기자

 

또 한번의 용감(?)한 결정

 

 

 

대한민국 해운 산업사에서 2016년은 큰 분수령이 된 해이다.

2016년 이전까지 국내 컨테이너선사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현 HMM) 양대 체제로 구축돼 있었다. 하지만 지속되는 글로벌 해운 불황으로 2016년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HMM은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해외에서는 세계 7위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을 파산시킨 한국 정부의 용감(?)한 결정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여파로 국내 물류산업이 크게 흔들리자, 뒤늦게 해운산업의 특수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불붙었다. 이는 유일하게 남은 글로벌 컨테이너선사인 HMM을 살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으로 확산됐다.

정부는 2018년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를 설립하는 등 본격적인 ‘HMM 살리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7조원 가까운 자금을 쏟아 부었다.

다행히 HMM은 2020년 8년 연속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전환했고, 2022년에는 세계 3대 해운 동맹중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 멤버가 됐다. 2022년에는 매출 18조6868억원, 영업이익 9조9455억원으로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 순위는 8위로 치솟았다.

정부는 HMM 살리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매각을 위한 적정 인수업체 찾기에는 '실패'했다.

KDB산업은행과 해진공은 18일 HMM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이 내세운 팬오션을 선정했다. 아직 몇 가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실질적으로 하림이 HMM의 새 주인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하림그룹은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과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을 양손에 쥐게 됐다. 재계 순위도 27위에서 10위권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에 투입한 7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을 대부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불황의 문턱에 선 해운시황을 감안할 때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실제 HMM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7% 줄어들었다.

산은은 HMM 매각으로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본적정성이 악화되는 것도 막을 수 있게 됐다.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나쁘지 않은 결과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해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다.

하림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6조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입찰 파트너인 국내 사모펀드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유가증권 매각,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60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선박을 매각하면서 어떻게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림그룹은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보유하고 있어, HMM 운영에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벌크선사와 컨테이너선사는 완전히 다른 분야다. 택시회사와 버스회사의 차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또 인수를 위해 빌린 자금은 어떻게 갚고, HMM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림그룹은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HMM으로부터 인수자금을 최대로 빼내려 할 것이다. 하지만 해운시황 침체와 운송선박의 공급증가, 글로벌 해운동맹 체제의 붕괴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13조원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

2023년은 정부가 또 한번 용감한 결정을 한 해로 대한민국 해운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 포춘코리아 채수종 기자 be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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