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업 5곳 중 2곳이 대출이자를 감당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와 더불어 원자재가격 인상, 건설경기 침체가 한번에 불어닥치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보릿고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8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건설 외감기업(외부감사법인)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외감기업 기준)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회사는 929곳으로 전체의 41.6%를 차지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비용)으로 나눠 산출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많아 정상적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잠재적 부실 상태로 판단한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기업을 '취약기업'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수치는 4년 전인 2018년(32.3%)보다 9%p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산업의 이자보상배율 1 미만 비중(36.4%)과 비교해도 높다.
이는 건설업계 전체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으며, 그만큼 건설산업의 취약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의 이자보상배율은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4.1배로 이 역시 전체 산업 평균(5.1배)보다 낮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일 경우 '한계기업'으로 간주한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건설기업은 387곳으로 전체(최근 3년간 재무자료가 존재하는 건설 외감기업 기준)의 18.7%에 이른다.
건설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2020년 15.8%(305곳), 2021년 17.3%(349곳)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건설 대기업은 2020년 46곳에서 2021년 47곳, 지난해에는 54곳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2020년 259곳에서 2021년 302곳, 지난해에는 333곳으로 매년 큰 폭 증가하며 더욱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시기 저금리 기조에 따라 부채를 늘린 건설사들이 금리인상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여파로 인한 원자잿값 상승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더욱 줄어든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 건설업계의 평균 매출액은 11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4%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1.5%p 하락한 4.5%를 기록했다.
부채비율 역시 144.6%로 전년(133.5%)보다 11%p 넘게 상승했다. 지난 2018년 132.8%였던 부채비율은 건설경기 호황을 업고 2019∼2020년 120%대로 떨어졌으나, 지난해에는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경기의 반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내년 이후 건설업체의 전반적인 부실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미 상당히 진행된 공사들이 중단되지 않도록 건설업계의 유동성 공급을 현실화하고 부실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포춘코리아 김동현 기자 gaed@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