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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INSIGHT | 글로벌 데카콘 ‘딜(Deel)’] 두 번째 개발자 대란은 없다

  • 기사입력 2023.11.27 17:00
  • 최종수정 2023.11.27 18:04
  • 기자명 문상덕 기자

HR 플랫폼 기업 딜(Deel)의 COO는 “트렌드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기업이 채용 계획을 선제적으로 세우는 일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현실이 되면, 이제 인력난은 없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비대면 수요가 폭증한 2020년 무렵, IT·스타트업 업계에선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했다. 주요 기업들은 ‘직전 연봉의 1.5배’ ‘사이닝 보너스(입사 인센티브) 1억원’ 등을 당근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문과생도 3개월 코딩 배우고 네이버·카카오 들어갔다” 같은 광고를 내건 학원들이 우후죽순 생겼다. 정부도 ‘100만 디지털인재 양성방안’을 내놓으면서 이 분야 국비 지원을 늘렸다. 

하지만 근래 판교는 한기로 가득하다. 글로벌 불황이 덮치면서 개발자 인력 수요가 얼어붙었다. IT 인력 전문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공고 수는 3만 523건으로, 전년 동기(4만 5755건)보다 34% 줄었다. 감원 바람은 해외에서 더욱 매섭다. IT기업 감원 추적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에 따르면, 올해 1112개 기업에서 24만 9354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시장을 예측하지 못한 기업들은 비싼 값을 치르고 인력을 채용해야 했다. 이들은 이제 더 비싼 값을 치르면서 직원을 내보내고 있다. 정부는 기업보다 더 늦다. ‘100만 양병설’을 외친 지 1년이 채 안 돼 불황을 맞았다. 채용 계획은 언제나 시장을 뒤따를 수밖에 없을까? 

글로벌 채용 및 인사관리 특화 HR 플랫폼인 딜(Deel)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곳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댄 웨스트가스(Dan Westgarth)는 “앞으로는 트렌드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채용 계획을 세우는 등 기업이 시장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감의 원천은 딜이 축적한 HR 데이터다. 현재 약 1만 8000개 고객사가 딜의 서비스를 쓰고 있다. 딜은 고객사에 해외 직원의 임금 지급부터 직원이 거주하는 국가의 법령 준수 및 직원의 출입국 등 해외 채용에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한다. 지난해 40억 달러(약 5조 6000억원)어치의 임금 지급을 대행했고, 2억 9500만 달러의 ARR(연간구독매출)을 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초 120억 달러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9년 1월 창업 이후 불과 5년 만이다.

지난 10월에는 챗GPT를 기반으로 하는 AI 글로벌 업무 비서인 ‘딜 IQ’를 출시했다. 사용자가 HR 관련 질문을 입력하면 해당 서비스가 그에 대한 답변을 바로 제공한다. 11월 2일 국민대 강연을 마치고 만난 댄은 “데이터가 기업들의 HR 의사결정을 스마트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Q 축적한 데이터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예를 들어 급여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겠죠. 고객사가 원하는 직무와 국가별 평균 임금 데이터를 취합, 인재를 채용하려는 고객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Q 스카우팅에 활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입니다. 고객사가 원하는 특성과 자질을 지닌 인재를 찾아낼 수 있죠.

 

Q 최근엔 챗GPT를 접목한 서비스를 냈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활용했나요?

국가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변수들을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 재무부터 급여, HR, 법무 전문가들을 두고, 이분들이 국가별 규제와 시장 특성을 연구하게끔 합니다. 연구 결과를 딜 내부의 위키 데이터베이스에 공유하고, 내부에서 열람할 수 있게 했었는데요. 담당자들이 필요한 지식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었죠. 이 데이터베이스에다 생성 AI를 적용해서 고객사 담당자도 필요한 답변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Q 기업 입장에선 인력 풀이 국내에서 글로벌로 확장된 것도 큰 이점일 것 같습니다.

지난 개발자 인력난처럼 어려움이 생겼을 때 연봉 인상 외의 선택지가 생긴 거죠.
인력난 때도 요긴하지만, 해외 진출을 쉽게 만들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진출하려는 국가에 회사 직원을 보내서 직접 법인을 만들고 허가를 받고, 직원을 찾아야 했다면, 이제는 딜을 통해서 해당 국가의 인력을 손쉽게 고용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임원 레벨을 그렇게 뽑으면, 해당 시장에서 나머지 절차를 진행하기에 쉬워지는 거죠. 또 여러 시장에서 동시에 이를 진행할 수도 있고요.


개발자 인력난은 수그러들었지만, AI 분야는 예외다. 챗GPT의 등장 이후 기업에서 앞다퉈 생성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915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81.7%에 달했다. 

기업들은 해외 인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딜의 데이터 연구소인 딜랩(Deel Lab)에 따르면, 챗GPT 출시 이후 AI 인력을 다른 나라에서 채용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딜랩에서 2022년 9월부터 1년간 자사 채용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10개 기업과 기관이 딜을 통해 이 분야에서 5000건 이상의 고용 계약을 맺었다. 해당 분야에서 신규 채용을 진행한 기업 수는 평년보다 59% 늘었다. 국가별 계약 수는 캐나다, 인도, 스페인, 독일, 영국 순으로 늘었다.


 

Q 보통의 HR 기업을 보면 기업과 구직자의 매칭에 집중하지, 지급결제를 다루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딜은 어떻게 지급결제 서비스를 붙이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나요?

딜의 창업자들은 원래 핀테크 플랫폼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계약자들이 (전 세계 어디서든) 원활하게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비즈니스를 고민했죠. 그러나 얼마 안 가 깨달았습니다. 이 분야에 이미 수천 개의 회사가 있고, 우리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결제와 HR을 결합하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제에 인사관리와 세무, 노무 서비스를 추가로 붙이기로 한 것이죠.

기존 지급결제 회사들은 돈을 A에서 B로 잘 옮기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A라는 회사가 B라는 사람에게 돈을 지급할 때, 또 다른 난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B가 개인사업자이고 A와 계약을 맺은 관계라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관련 규정에 맞게 계약서와 영수증 등 서류를 갖춰야 하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A가 회사 직원에게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습니다.

 

Q 지급결제 수단으로 법정 통화뿐만 아니라 크립토까지 활용합니다. 화폐 가치가 불안정한 나라에서는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리스크는 없을까라는 걱정도 듭니다.

딜은 코인베이스(암호화폐 거래소) 생태계 내에서만 결제할 수 있게 돕습니다. 코인베이스는 거래소 중 가장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블록체인을 활용하지는 않습니다. 근로자가 암호화폐로 지급받기를 원할 때, 우리가 보유한 코인베이스 계정에서 그 사람의 코인베이스 계정으로 이체하는 방식을 씁니다. 플랫폼 내에서만 자금 이동이 이뤄집니다.

 

Q 딜의 본질은 페이먼트인가요, HR인가요?

HR입니다. 기업이 전 세계 직원을 고용하고, 온보딩(직무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시키며,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Q 딜의 시작과 관련한 질문을 조금 더 드리고 싶습니다. 대표적인 경쟁사로 파파야 글로벌이라는 업체가 있습니다. 2016년 이스라엘에서 창업했고, 역시 지급결제에 초점을 맞췄죠. 딜의 공동 창업자인 알렉스 부아지즈(Alex Bouaziz)도 이스라엘 분이고요. 이스라엘이 HR 분야 창업에 적합한 환경을 갖고 있는 것인가요?

이스라엘은 창업하기 무척 좋은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수천 개의 스타트업이 이스라엘에서 시작했어요. 파파야글로벌도 그렇죠. 딜보다 2.5배 정도 나이가 많은 회사입니다. (Q 인수설이 나오는데, 윤곽이 나왔습니까?) 아닙니다. (※지난 8월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딜이 파파야 글로벌에 지분 10%를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파파야 측은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Q 한국에도 유망한 HR기업이 많습니다. 협업할 만한 분야가 있다면.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성과 관리입니다. ‘레몬베이스’라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잡 보드, 채용과 관련한 영역입니다. ‘잡코리아’라는 기업이 있죠. 딜이 커버하지 않고 있는 영역이고, 그래서 협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딜의 시작만큼이나 그의 이력도 평범하지 않다.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14세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농부는 여러가지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떤 환경과 날씨에서도 계속해서 수익내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휴대폰과 게임기(플레이스테이션)을 수리해 주는 첫 사업으로 1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고 덧붙였다.

기술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진 건 메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2010)를 보고서다. 대학을 졸업한 뒤 영국의 핀테크 스타트업(현재는 인터넷전문은행 겸업) 레볼루트 CEO에게 무작정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고, 그는 채용을 허락했다. 세일즈가 천직이었던 그는 입사 4년 만인 2018년 북미 세일즈 총괄을 맡게 됐다. 이후 2020년 딜에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진행한 대학생 강연에서 “최근 글로벌 기업은 구직자가 어디에 사느냐보다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관심 있는 회사 100군데 정도를 리스트로 만들어 찾아보라. 분명히 채용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나와 맞지 않는 직무라도 지원하라”며 “당장의 직무보다 중요한 건 회사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Q 딜은 원격근무를 바탕으로 하는 기업이지요. 딜 임직원들도 전 세계에 걸쳐 있고요(※딜 임직원 800여 명은 하와이, 모리셔스, 중국, 포르투갈, 멕시코 등 100여 개 국가에서 일한다). 그런데 미국에선 여전히 원격근무를 유지할 것이냐, 사무실 복귀를 강제할 것이냐의 논쟁이 뜨겁습니다. 샘 올트먼은 “원격근무 실험은 이제 끝났다”고 단언하기도 했고요. 딜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딜의 입장은 중립입니다. 원격근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키웠지만, 우리는 원격근무 회사가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글로벌한 HR 회사가 되길 바라지요. 회사의 문화에 따라 사무실 복귀나 하이브리드 근무 등 요구사항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요구사항이 회사에 따라 큰 성공 혹은 큰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도 보고 있습니다. 정답은 없는 것이죠.

 

Q 각국에서 핵심 인재 유출을 막으려고 여러 규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제가 딜의 서비스에는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요?

(해외 취업을 ‘유출’로 보는 관점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다른 관점에서 답을 드리겠습니다. 기본적으로 고용을 통해 정부는 세수를 얻습니다. 세입을 바탕으로 정부는 국민에게 더 나은 사회 경제적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만약 국가 차원에서 자국 인재가 해외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하고, 또 똑같이 해외 인재가 한국에 기여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정부가 세수를 확보하고 사람들을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고민할 겁니다.

 

Q 딜의 서비스를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에 조언한다면.

한국 기업은 대부분 고유의 인사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비스 도입을 놓고 주저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볼 때는 기업이 정책보다는 비즈니스를 우선하는 게 저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대해서 조금 더 개방적이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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