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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호황이라더니…중소조선사는 여전히 ‘겨울’

수주 부진, 선수금반환보증 한도, 인력난 3중고

  • 기사입력 2023.11.19 07:51
  • 최종수정 2023.11.20 12:03
  • 기자명 육지훈 기자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국내 대형조선소 3사(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가 올해 3분기 11년 만에 동반 흑자를 달성했다. 선박 수주잔량도 충분해 수년치 일감을 쌓아두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전체 수주잔량은 HD현대중공업이 139척, 삼성중공업은 153척, 한화오션은 99척이다.

반면, 중형조선소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어서 대비된다. 대표적인 중형조선소인 케이조선, 대선조선 등만 해도 11월 발표한 공시에서 모두 3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부진한 선박 수주량, 선수금반환보증(Refund Guarantee · 이하 RG) 한도, 인력난 등이 발목을 잡았다.

이들 업체와 대형조선소 간 차이는 수주 선종에 큰 영향을 받았다. 대형조선소들은 LNG운반선 위주로 도크를 채웠다. LNG운반선은 수익성이 높고 기술력이 필요해 해외업체들이 국내 대형 조선소들과 경쟁하기 힘든 선종이다.

반면 중형조선소 수주군은 탱커선,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에 한정됐다. 이들 선종은 LNG운반선에 비하면 건조 난도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해외업체들, 특히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중국업체들과 치열한 수주전을 벌여야 해 어려움을 겪는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형조선소는 수주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며 "한국 중형조선소가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가격경쟁을 심하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박 수주 감소는 중형조선소들의 고민거리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중형 조선사들은 탱커선 8척, 컨테이너선 2척, 기타 화물선 2척 등 총 12척의 선박을 수주하며 8.1억 달러치 일감을 따냈다. 표준선 환산톤수로 계산하면 33만 CGT로 전년 동기 대비 30%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수주 감소 원인 중 하나로 RG 한도를 꼽는다. RG란 선박 건조가 약속된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은행이 책임지고 선주에게 선수금을 변제하는 보증이다. 수주계약에 필수적으로 중형조선소는 주로 국책은행(수출입은행, 산업은행)에서 RG를 발급받는다.

그러나 은행 여신 한도에 따라 받을 수 있는 RG금액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문제가 된다. 선박 건조 가격이 상승하면서 '조선사들이 RG 한도금액에 도달하는 속도'가 과거보다 빨라졌기 때문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RG한도는 수주량이 아니라 금액으로 정해져 있다"며 "어떤 회사의 한도가 100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기존에 10척을 수주할 수 있었다면, 뱃값이 30%가량 올라버린 상황에선 7척밖에 못 받는다"고 지적했다.

국내 중형조선소 가운데는 상반기에 벌써 RG한도를 채운 사례도 나왔다. 올해 상반기에 케이조선은 4억5000만 달러 한도를, 대한조선은 6억 달러 한도를 일찌감치 채워버렸다.

RG한도에 걸린 중형조선소들은 수주 기회를 잃어버린다. 지난해에 케이조선은 캐나다 선주 시스팬에서 수주한 8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발주 받았지만, RG한도에 걸려 이 중 4척의 거래가 무산됐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RG한도를 증액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은행이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해 '보유 자본금 대비 개별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대출액 한도'가 정해져 있어서다. 

양 연구원은 "중형조선소들이 RG한도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도 방법이 없다"며 "은행이 증자하거나 조선사들 신용등급이 올라가 각 업체들의 RG한도가 늘어나야 하지만 둘 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인력난도 중형조선소들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산업 종사자는 2014년 20만 명에서 2022년 10월 말 9만5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근로자가 부족해지면서 선박 건조 지연 문제가 뒤따른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중형조선산업 2023년 상반기 동향 보고서에서 수주 저하의 원인으로 인력난을 지목한 바 있다. 보고서는 "발주받은 선박을 소화하기 위해 수주보다 생산일정 조율에 집중하는 상황도 나타났다"고 전했다.

중형조선소의 위기는 조선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최근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우종훈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공급자들은 대기업 하나보다 기업 여러 곳이 함께 잘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형조선소가 힘들어져) 발주 선박 전체 숫자가 줄면, 공급망 기업들이 생존하기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 포춘코리아 육지훈 기자 jihun.yook@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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