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HD현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그룹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정 부회장 외에 오승현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이사 부사장과 강영 HD현대중공업 부사장 역시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강영 사장은 현재 기업결합 중인 STX중공업의 인수 추진 TF도 도맡을 예정이다.

정기선 부회장은 세계 조선경기 불황 당시 기업 체질개선과 위기 극복에 앞장선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미래기술연구원에 근무하면서 일감 확보와 선박 영업, 기술개발 등을 주도했고, 2016년에는 선박서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HD현대글로벌서비스 출범을 이끌었다. 조선 외에 정유,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 그룹 내 주요사업 경쟁력 확보와 혁신은 물론 수소·AI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주요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경영 보폭을 더욱 넓히는 모습이다. 2015년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사업과 합작조선소 IMI 설립을 진두지휘한 이후, 2021년에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MOU 체결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직접 만나 양자 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그룹 역량 결집과 비전 제시도 주목받는다. 2021년 그룹의 수소 사업 비전인 '수소 드림 2030'을 통해 수소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까지 HD현대 전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한 '수소밸류체인' 구상을 공개했으며, 2022년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 투자계약, 세계 최고 빅데이터 기업인 미국 팔란티어와의 MOU 체결 등 새로운 사업 영역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초 CES 2023에서는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기반으로 하는 '오션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을 그룹 미래전략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내년 열리는 CES 2024에서는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어 그룹차원의 새로운 전략과 비전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 관계자는 "정기선 부회장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 흐름 속에서 기존 사업의 지속 성장은 물론,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 미래사업 개척과 조직문화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부사장, 김완수 HD현대로보틱스 부사장, 고영규 HD현대케미칼 부사장이 각각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노진율 HD현대중공업 사장은 공동대표이사로 내정돼 안전경영 및 동반성장을 담당한다. 이들 내정자들은 향후 이사회 및 주총을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HD현대는 조만간 후속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