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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선정 ‘세상을 바꾸는 혁신 기업’] 일론 머스크는 친환경사업에 얼마나 진심일까?

  • 기사입력 2023.11.09 18:33
  • 최종수정 2024.03.19 15:20
  • 기자명 PETER VANHAM & 육지훈 기자

이 억만장자 사업가는 전기차로 성공했지만, 환경운동가들로부터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BY PETER VANHAM

※ ‘Change the World(세상을 바꾸는 혁신 기업)’은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기업들을 선정하는 기획이다. 9회째를 맞는 2023년 명단에는 전 세계에 걸쳐 59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테슬라는 제너럴 모터스, 차지포인트, SK온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인간일까? 슈퍼맨일까?] 이 억만장자는 한 인간이 인류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인간일까? 슈퍼맨일까?] 이 억만장자는 한 인간이 인류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 지구는 긴박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인류는 지금 같은 삶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대부분 사람들은 “그 암울한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특히 우리 활동이 초래하는 해로운 영향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아울러 환경론자들은 “제2의 지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에게 물어보자. 그러면 당신은 전혀 다른 대답을 들을지 모른다. “인류가 오로지 지구에서만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머스크는 2021년 스페이스X 로켓을 궤도에 발사하며 “인류가 제2, 제3의 지구에 정착하기를 원한다”며 “스페이스X가 가까운 미래에 인간을 화성에 이주시킬 것이라고 매우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마인드는 미국 만화책에 등장하는 크립톤 행성 과학자 조르 엘(DC코믹스 만화 주인공인 슈퍼맨의 아버지)의 생각과 유사하다. 그는 “우리 행성이 폭발하면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자손들을 우주선에 태워 은하계의 한 행성으로 보내라”고 말하곤 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어린 시절 만화책에서 본 멋진 슈퍼히어로(행성 사이를 빠르게 날아다닌다)의 매력을 못 잊는 것 같다.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자란 머스크는 과거 한 다큐멘터리에서 “나는 서점에서 쫓겨나기 전까지 읽을 수 있는 모든 만화책을 읽곤 했다”고 밝혔다. 그 만화책 속의 슈퍼히어로들은 지구와 저 너머의 행성에서 악당들을 물리쳤고, 인간과 다른 종들은 먼 은하계에서 대결을 펼쳤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머스크는 스스로를 이런 허구의 캐릭터를 구현한 인물로 묘사해 왔다. 즉, 혼자 힘으로 인류를 구할 수 있는 능력을 믿는 자로 승화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슈퍼히어로 철학은 환경주의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들은 인류의 최대 도전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 명의 위대한 사람이 가진 힘보다는 집단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론 머스크에 대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그의 전기차와 태양 에너지, 에너지 저장 기술은 ‘녹색 전환’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럼에도 왜 그는 환경운동가들로부터 그렇게 많은 비난을 받는 걸까? 왜 기후운동가들은 그의 SNS 플랫폼을 탈퇴하고, 시위에서 그를 조롱할까? 결국 궁금한 점은 “일론 머스크는 친환경사업에 얼마나 진심일까?”이다. 이 답을 얻기 위해선 시간을 가로질러 공간 여행을 떠날 필요가 있다.  

 

[‘로켓맨’의 어두운 이면] 로켓 발사는 지구 대기를 오염시키기 위해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 중 하나일지 모른다.
[‘로켓맨’의 어두운 이면] 로켓 발사는 지구 대기를 오염시키기 위해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 중 하나일지 모른다.

 

● 머스크가 태어난 1971년은 인류에게 전환점이 됐던 해다. 지구생태발자국 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 소속 과학자들은 수십 년 후 “1971년은 인류가 지구의 생태 수용력을 초과해 살았던 최초의 해였다”고 분석했다. 당시 미국에선 스모그와 산성비, 상수도 오염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었다. 앞서 1970년에는 제1회 지구의 날 행사가 개최됐고, 환경 보호국이 탄생했고, 대기오염 방지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는 젊은 머스크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최근 책에서 밝힌 것처럼, 그의 부친은 어린 머스크를 여러 차례 ‘해병대 캠프’에 보냈다. 그는 그곳에서 말 그대로 음식을 얻기 위해 싸워야 했고, 한때 몸무게가 4.5kg나 빠지기도 했다. 또 학교에서는 폭력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는 훗날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한 슈퍼히어로들의 도덕적 결단에서 탈출구와 영감의 원천을 발견했다”며 “슈퍼히어로는 겉에 짧은 팬티를 걸치거나, 몸에 딱 맞는 아이언맨 같은 복장으로 항상 세상을 구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상과학책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아 철학적 가치관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아이작슨과 다른 사람들에게 “청소년기에 가장 좋아한 책들 가운데 하나는 8살 때 출판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였다”고 말했다. 이 풍자적인 우화는 파괴된 지구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와 우주 공간을 여행하는 그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머스크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 책에서 배운 교훈에 대해 “우주가 해답이라는 점”이었다고 밝혔다(테슬라와 머스크에게 이 내용에 대한 언급을 듣기 위해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당장은 ‘지구 행성’을 벗어나지 못했던 머스크는 당시 미국이라는 ‘신세계’에 푹 빠져 있었다. 미국은 그가 선망하던 슈퍼히어로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게다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강조한 “탄압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자본주의의 땅”이었기 때문이다(한참 시간이 흐른 후 머스크는 바이든 행정부의 지출 법안을 ‘꼼수’라고 비난할 때, 프리드먼을 인용했다. 또한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정부는 역사 발전을 방해하지 말고, 그냥 길을 비켜줘야 한다”고 말할 때는 레이건을 인용했다).

머스크는 인종차별 이슈로 혼란스러운 남아공을 탈출하기 위해 17살 때 캐나다의 퀸스 대학에 입학했다(당시 그의 인척들이 캐나다에 살고 있었다). 그는 유학 결정의 배경으로 “남아공의 군복무 의무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누가 파시스트 군대에서 복무하기를 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가능한 한 빠르게 미국 대학으로 편입했다. 이후 펜실베이니아 대학과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학위를 따고 스탠퍼드대에서 마지막 학업을 끝냈다. 그는 스탠퍼드대 박사 과정에 입학했지만, 사업을 위해 중퇴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슈퍼히어로 마인드를 결코 잃지 않았다.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이 최근 뉴요커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저널리스트 로난 패로에게 “지구를 구하려는 일론의 마음은 절실하다. 더욱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슈퍼히어로가 되려고 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 전기와 재생 에너지 기술을 개발한 그의 경력을 보면, 머스크는 단순한 친환경주의자 수준이 아닌, 슈퍼히어로급 친환경주의자(super-green)라는 점을 증명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마고 오지 전 미환경보호청(EPA)의 교통 및 대기 질 국장은 때때로 머스크를 비판해 왔다. 하지만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운송 산업을 화석연료 체제에서 배출가스가 전무한 전기차 체제로 전환한 인물로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라며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우리는 없을 것이다. 이동수단의 탈탄소화에 수조 달러를 투자하는 일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를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머스크의 관점에서 ‘친환경’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보자.

문자 그대로, 머스크는 ‘녹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의 첫 인터넷 스타트업 Zip2부터 테슬라의 거대 본사와 공장에 이르기까지 머스크가 선호한 색상은 단색이었다. 실제로 그는 ▲수수하면서도 현대적인 사무실의 인테리어와 공장 외부는 흰색으로 ▲그 건물들을 둘러싼 고속도로와 주차장은 검은색으로 ▲테슬라 전기차는 각각 은백색과 짙은 빨간색, 파란색으로 칠했다. 다른 IT 기업들이 자랑하는 녹색 나무가 들어선 산책로와 자연 잔디, 관목들도 찾아볼 수 없다. 머스크는 질서와 효율성, 예측 가능성을 추구할 뿐이다.

머스크는 또한 친환경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오염을 많이 일으키는 장본인 중 한 명이다. 로스앤젤레스와 오스틴,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그리고 기타 기업 본사들 사이를 주로 전용기로 통근하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제트기가 내뿜는 탄소 발자국은 어마어마하다. 그는 지난해에만 약 200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미국인들의 평균 배출량과 비교하면 약 130배나 된다. 

그러나 머스크는 여전히 다른 억만장자 동료들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기후변화 기술에 관한 책을 쓴 빌 게이츠는 훨씬 더 많이 배출한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엘리슨 또는 래리 페이지 같은 빅테크 창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기업가들의 경우, 그들이 타는 요트(머스크가 탈 시간이 없다고 언급한 사치활동이다)가 가장 많은 오염을 유발한다. 

머스크는 인구 증가에 관해서도, 대부분의 환경주의자들과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그는 지난해 트위터를 통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붕괴가 지구 온난화보다 문명에 훨씬 더 큰 위험”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지구 온난화도 주요 위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그의 또 다른 전기작가 애슐리 밴스에게 “정말 똑똑한 여성들은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는다. 당신은 ‘와, 그건 어쩌면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미온적으로 반응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때 그는 특히 짜증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그의 논리가 다소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머스크 자신은 그 논리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3명의 여성 사이에서 11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효율성만 놓고 보면, 머스크는 친환경 연료를 더 지지하는 편이다. 재생 및 지속 가능한 에너지는 화석연료의 추출 및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혼란을 초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마스터 플랜’에 제시된 그의 원대한 비전은 환경파괴 우려와는 거리가 멀다. 기후변화의 긴박한 위협에 대한 강조도 없고 인간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의 비전은 냉철하고, 실용적이며, 수학적인 원론만 나열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의 논리로만 접근한 것이다. 그 마스터 플랜은 “화석연료의 문제는 해로울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이라는 점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경제는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다. 오늘날의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 경제를 중단하자. 더 적은 투자와 더 적은 화석연료 추출로 충분히 가능하다”고만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가 친환경 사업가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계기는 그의 회사들이 선보인 기술 혁신 덕분이다. 특히 순수 전기차의 성과가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03년 테슬라가 신생기업으로 설립됐을 때, 또는 2004년 초 머스크가 투자를 통해 테슬라 회장에 올랐을 때만 해도, 전기차는 특별히 각광받지 못했다. 1990년대에 다양한 기업들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테스트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그 이후 거의 모두 전기차를 비현실적이라고 치부했다. 테슬라가 2008년 순수 전기차인 로드스터를 출시했을 때 디트로이트 업계는 무시했다. 실리콘밸리의 언론들도 비웃었다. 심지어 테슬라가 출시도 되기 전인 2007년 당시 IT 산업을 주로 다루는 가십 사이트 밸리웨그(Valleywag)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테슬라의 로드스터를 올해 최고의 ‘실패작’이라고 폄하했다.

 

[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열다] 머스크는 녹색 기술을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현실로 만들며 다른 사람들에게 ‘등대’ 같은 존재가 됐다.
[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열다] 머스크는 녹색 기술을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현실로 만들며 다른 사람들에게 ‘등대’ 같은 존재가 됐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테슬라는 2012년 한 번의 충전으로 200마일 이상 주행할 수 있는 럭셔리 모델S 스포츠카를 첫 출시했다. 가능성이 희박했던 양산형 전기차가 갑자기 현실이 된 것이다. 공상과학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테슬라는 기존 라인업에 몇 종의 신규 전기차를 추가하며 글로벌 생산량을 늘렸다. 이어 눈부신 경영개선을 통해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자동차 회사로 등극했다. 이로써 머스크는 (때때로 테슬라 주가에 따라 순위가 달라지지만)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됐다. 머스크가 충격적인 전기차 돌풍을 일으킨 후, GM과 폭스바겐, 볼보 및 메르세데스 등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들이 테슬라를 따라 전기차 생산에 매달리게 됐다. 하지만 그들이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하는 데는 수년이 더 걸릴 것이다.

이에 더해 테슬라 에너지라는 기업도 있다(당초 머스크의 사촌 두 명이 2006년 솔라시티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수십만 명의 고객을 보유한 이 기업은 미국에서 태양광 에너지 혁명을 일으키며 재생 에너지가 주류가 되는 데 일조했다. 회사는 개인 주택 소유자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에게 태양광 패널을 판매하는 대신 임대했다. 태양광 패널 대량구매에 드는 막대한 자금은 투자자들에게 ‘임대 채권’을 발행함으로써 조달했다. 머스크는 이 회사를 창업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많은 돈을 투자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한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마침내 2016년 이 회사를 테슬라와 합병한 후 사명을 테슬라 에너지로 바꿨다.
머스크는 친환경 IT 기술을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현실로 만들었다. 덕분에 그는 자동차 업계를 포함, 많은 다른 산업에 ‘등대’ 같은 존재가 됐다. 머스크의 눈부신 성공은 수많은 기업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전기 충전회사 프리와이어의 CEO 겸 설립자 아르카디 소시노프는 필자에게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일론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잉의 최고지속가능책임자 크리스 레이먼드는 “항공산업도 제2의 일론 머스크가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업계는 지금 활기가 넘치고 있다. 일론이 그랬던 것처럼, 더 많은 인재들이 항공산업에 끌려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당신이 역사 ‘위인전’을 구독하든 아니든 간에, 일론 머스크는 한 인간이 인류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 발사에 대한 안전 규정 등 종종 규제당국의 규칙을 위반했다. 그럼에도 패로는 뉴요커 인터뷰에서 “머스크 자신이 일종의 준정부(quasi-governmental) 인사가 됐다”고 평했다. 스타링크 네트워크를 통해 전장의 우크라이나 군대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때로는 보류했다) 미국 우주 비행사들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날려 보낸 행보가 대표적이다. 

이런 이유로 머스크의 사고방식과 항상 그를 자극하던 신념을 살펴볼 가치가 있다. 머스크가 인류의 방향을 바꿨다면, 우리는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분명 우리는 여행을 줄이거나,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2019년(인구 조사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연도)을 기준으로 대중교통으로 통근하는 미국인의 비율은 5%에 불과했다. 반면, 85%는 자동차와 트럭 또는 밴으로 통근했다. 여전히 머스크와 테슬라가 꿈꾸는 이동수단의 미래는 미국인들이 개인 전기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다(물론 여기에는 전기 기차도 포함된다).

테슬라 전기차는 현재 자동차가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이다(생애주기 동안 내연기관 자동차들보다 훨씬 더 적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하지만 걷기와 자전거, 또는 대중교통에는 미치지 못한다. 또한 환경론자들은 “전기차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피해와 인간의 고통이 야기된다”며 “그 에너지원이 친환경적일 때만, 전기차도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0년 전, 머스크는 자신의 터널 건설업체 보링 컴퍼니와 함께 대중교통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른바 ‘하이퍼루프’-시속 600마일(약 965km)의 속도로 수백 명의 승객을 도시에서 도시로 나르는 초음속 지하부상열차-를 만들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 후로 몇 년이 지나며, 그 아이디어는 흐지부지된 것 같다. 현재 보링 컴퍼니는 역에 정차하는 고속여객열차 대신, 초고속 개인 이동수단에 집중하고 있다. 사내에서 ‘터널 속의 테슬라(Teslas in Tunnels)’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루프 프로젝트에 대해 회사 홈페이지는 “지하철보다 지하 고속도로에 더 가까운 급행 대중교통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친환경 미래의 비전이 자동차와 주차 공간이 필요 없는 ‘걷기 좋은 도시’라면, 테슬라가 그런 비전 달성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개인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만큼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부피가 크고 위험하며 비효율적이다. 또한 전기차들이 많아질수록 도시경관과 이동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필요성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물론 전기차가 친환경 이동수단의 ‘묘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전기차의 저변을 더 빨리 확대할 수 있는 현 인센티브 정책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2021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전기차 개발에 수십억 달러의 세액 공제와 보조금을 투입하는 다른 법들을 반대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소유한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의 납세자 대출과 보조금, 정부 계약 등 다양한 혜택을 받아왔다.  

정부 투자를 반대하는 머스크의 입장은 1994년부터 2012년까지 EPA의 교통 및 대기 질을 총괄했던 오지 전 국장을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그녀는 “2018년 당시 나는 ‘일론 머스크가 환경을 위해 많은 기여를 했다. 그가 정말 친환경을 지지하고, 녹색 투자의 성공을 믿는다’고 말하곤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가 무엇을 믿는지 더 이상 모르겠다. 오늘날의 머스크가 오바마 시절의 머스크와 같은 인물인지 모르겠다”며 한탄했다. 이어 “아마도 머스크가 시장 리더가 됐기 때문에 자유시장주의자로 변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리고 머스크는 자신의 로켓회사 스페이스X를 통해 “인류를 여러 행성으로 이주시킨다”는 야망을 실현하려 한다. 그는 ‘제2의 지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 머스크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화성으로 이주하고 싶다”며 “특히 나이가 더 들면, 행동으로 옮길 것이다. 못할 이유가 있나?”라고 밝혔다. 그가 만화책에나 나올 법한 열망을 가진 유일한 억만장자는 아니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민간기업 최초로 로켓을 궤도에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지구로 복귀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국제우주정거장과의 도킹을 위해 승무원이 탑승한 우주선을 발사한 최초의 회사이기도 했다.

물론 ‘제2의 지구’ 개척에 대한 머스크의 야망은 이곳 지구의 환경에 많은 피해를 끼치고 있다. 로켓 발사는 지구 대기를 오염시키는 최악의 행동이다. 다만 현재로선 발사 횟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구의 다른 이동수단에 적용되는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3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스페이스X의 팰컨 9은 보통 자동차의 25년간 배출량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제2의 지구는 없다(There Is No Planet B)》의 저자 마이크 버너스-리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환경 영향만 놓고 보면, 머스크의 우주 탐구 취미만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무책임한 행동은 없다”고 지적했다.

버너스-리는 또한 화성 이주 아이디어도 평가절하했다. 그는 “차라리 우라늄 광산 바닥에서 사는 편이 더 낫다”며 “화성으로 이주하는 것은 시간을 보내는 가장 끔찍한 방법”이라고 저격했다.

멀리 떨어진 은하계에서 또 다른 살기 좋은 행성을 찾는 것과 관련, 버너스-리는 하나의 연구를 지목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 행성은 적어도 4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라고 가정할 경우 그것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40년간의 우주여행을 의미한다.

버너스-리는 “이런 터무니없고, 자기 최면에 빠진 취미에 수십억 달러를 낭비하는 억만장자는 신뢰할 수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며 “이는 인류에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일론 머스크는 친환경사업에 얼마나 진심일까?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20세기 기술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있던 세상에서 머스크의 등장은 ‘녹색 번개(green lightning)’처럼 매우 드문 현상처럼 보였다. 그는 답보상태에 있던 에너지와 이동수단을 변화시켰고 더 친환경적인 미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더욱이 사람들이 이전에 상상했던 것보다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22세기 또는 그 이후에 살게 될 후손들이 그를 친환경 리더로 평가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제 어른으로 성장한 그를 바라볼 때, 만화책을 읽는 천진난만하고 꿈 많은 머스크를 떠올리고 싶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개인 기업가가 자본주의 경제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는지, 그리고 순수한 의지력을 앞세워 현실 장벽을 얼마나 쉽게 허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산 증인이다. 로켓을 발사하든 저렴한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든 ‘천재 기술자’ 머스크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영웅적인 기업가’ 머스크는 몇 번이나 파산 위기에 직면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스스로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그는 초자연적인 직업정신을 발휘했고 혹은 불가능해 보이는 획기적인 프로젝트에 자신이 가진 마지막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머스크는 세상을 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에너지 경제를 혁신해야 하는 도전의 엄청난 규모를 고려하면, 지금까지 그가 거둔 친환경 기술의 성과는 여전히 미미하다. 머스크의 기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계속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화석연료의 과도한 채취와 연소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기온은 이미 20세기 평균보다 섭씨 기준 1도가량 올랐고 계속 상승 중이다. 전례 없는 폭풍은 큰 피해를 초래하고 전 세계 숲은 불타고 있다.

물론, 머스크는 아무도 가지 못한 길을 대담하게 걸어왔다. 수차례 패배의 문턱에서도 승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슈퍼맨과 아이언맨과의 비교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우리가 아는 슈퍼히어로는 염력으로 현실을 바꿀 수 있고 시간여행을 할 수도 있다. 또한 마법을 사용해 물리적인 벽을 통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 전체 사회가 “한 명의 슈퍼히어로나 기술혁신이 현재의 기후변화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릴 때가 됐다.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혁신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개인과 집단의 선택, 정부 정책 그리고 국제협약이 퍼즐의 다른 조각들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혁신적이거나 선견지명을 가진 인간이라도 결점은 있다. 머스크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완벽한 슈퍼히어로일지라도, 우리는 녹색 전환을 위해 한 명 이상의 슈퍼맨이 필요할 것이다. 더 많은 슈퍼히어로가 필요할 수도 있다.

훨씬 더 바람직한 것은 인류 전체가 그 목표를 위해 헌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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