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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종의 MiniMax] HMM은 ‘나폴레옹의 모자’가 아니다

HMM 인수 보다 성장 방안 마련이 더 중요

  • 기사입력 2023.11.07 16:31
  • 최종수정 2023.11.07 16:40
  • 기자명 채수종 기자

 

 

HMM은 ‘나폴레옹의 모자’가 아니다

 

 

“불가능은 없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2014년 프랑스 오세나 경매소에서 열린 나폴레옹의 ‘이각 모자’ 입찰에서 최후의 승자는 김 회장이었다. 낙찰가격은 188만 4000 유로(약 26억원). 예상가격 40만 유로의 4배가 넘는 모자 경매 사상 최고가였다. 김 회장이 얼마나 나폴레옹의 모자를 갖고 싶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2017년 경기도 성남시 판교 벤처밸리에 ‘나폴레옹 갤러리’를 열어 이 모자를 전시하고 있다.

그는 갤리리 오픈 기자 간담회에서 “나폴레옹이 패전 직전의 상황에서도 승리에 대한 확신을 놓지 않아 역전에 성공한 마렝고 전투에서 썼던 모자”라고 설명하며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긍정적 사고와 도전정신, 불굴의 용기, 열정과 탁월한 리더십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이처럼 나폴레옹 전도사가 된 것은 “불가능은 없다”는 ‘긍정의 힘’이 자신을 어려움 속에서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김 회장은 11살 때 할머니한테 선물 받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현재의 하림그룹을 일궈낸 것으로 유명하다.

나폴레옹의 이각 모자.
나폴레옹의 이각 모자.

김홍국 회장은 오는 23일 그의 사업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에 나선다.

글로벌 8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다. HMM은 재계 순위 19위로 자산총액 25조 7880억원이다. 현금성 자산도 12조원 넘게 보유하고 있다.

하림•JK파트너스컨소시엄, 동원산업, LX인터내셔널 등 3곳이 인수후보(쇼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재계순위는 하림그룹 27위(자산총액 17조원), LX그룹 44위(자산총액 11조원), 동원그룹 54위(자산총액 9조원)에 올라있다. 현금성 자산은 하림 1조 6000억원, LX 2조 5000억원, 동원 5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HMM에 비해 규모가 너무 작다. 한마디로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상황’이다. ‘승자의 저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래도 ‘리틀 나폴레옹’ 김홍국 회장은 자신감이 넘친다.

김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밸류체인 강화를 위해 HMM 인수에 나섰다”며 “인수자금 조달 계획을 완벽하게 세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곡물운송부터 사료, 축산, 식품 제조, 유통 물류로 이어지는 그룹의 밸류체인 강화는 벌크 부정기 선사의 몫이지 컨테이너 정기 선사의 역할이 아니다.

HMM은 컨테이너 정기 선사이다. 화물이 없어도 시간에 맞춰 정해진 항구로 이동한다. 버스 같은 개념이다.

하림의 계열사인 팬오션은 벌크 부정기 선사이다. 화물 수송계약을 한 뒤 특정 구역을 오간다. 화물창에 주로 원유나 석탄, 철광석, 곡물 등을 실어 나른다. 개인택시 같은 개념이다.

하림은 이미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갖고 있다. 더 이상의 밸류체인 강화를 위한 벌크선은 필요하지 않다.

자금 조달 문제도 마찬가지다.

하림 컨소시엄에는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다. 또 신한•KB국민•우리은행 등 3개 은행과 미래에셋•NH투자증권 등 2개 증권사 등으로 인수금융 대주단을 구성했다. 여기다 팬오션이 보유하던 한진칼 주식을 1628억원에 처분하는 등 인수자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인수대금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런데도 김 회장은 “인수자금 조달 계획을 완벽하게 수립했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밝히지 않은 자금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수 자금이 아니라 성장에 필요한 자금이다. 엔데믹과 함께 찾아온 운임하락과 글로벌 동맹체제 해체 후 다가올 무한경쟁 시대의 생존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HMM은 우리 산업의 물류 대동맥 역할을 하는 유일한 국적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이기 때문이다. 인수자가 아닌 HMM의 원활한 자금 흐름이 중요한 이유다.

HMM 인수 당위성과 성장 방안은 ‘김홍국 회장의 자신감’ 만으로 대체할 수 없다.

HMM은 나폴레옹의 모자 같은 승전 기념품이 아니다.

/ 포춘코리아 채수종 기자 be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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