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도시락으로 김밥을 가져가 따돌림당했던 내가 미국 전역에서 김밥 품절 대란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로스엔젤레스 인근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한인 '사라안'은 지난 8월 엄마와 함께 미국 식료품점 '트레이드 조'에서 산 냉동김밥을 먹는 숏 비디오를 틱톡에 업로드했다. 해당 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수 1100만 회를 기록, 미국 전역에서 수백만 줄의 김밥을 완판시켰다.
사라안은 4일 부산 윈덤 호텔에서 진행된 '월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 @부산'의 토크 세션에서 '김밥 대란'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K-팝, K-드라마, K-엔터테인먼트 등 한국 문화는 현재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틱톡이라는 접근성 높은 플랫폼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10개국 틱톡 크리에이터 참여
부산광역시와 부산관광공사가 주최・주관하는 '월드 크리에이터 페스티벌 @부산'은 4일부터 6일까지 부산 전역에서 이벤트하는 지역 홍보 축제다. 라이브 강연, 버스킹, 크리에이터와의 팬미팅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틱톡은 단독 파트너사로서 한국, 미국, 일본, 캐나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 총 10개국의 틱톡 크리에이터 120여 명을 초청해, 부산을 배경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100만 팔로워 이상을 보유한 크리에이터는 58명이며, 그중에서도 4명은 1000만 이상 팔로워를 보유한 탑 크리에이터다.
연계 행사도 진행된다. 특히 주목할 장소는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 팝업스토어'다. 틱톡은 이곳에서 숏폼 체험존, 유명 작가 사인회, 로컬 크리에이터와 독서모임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 세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K-콘텐츠
틱톡에서 한국의 글로벌 파급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올해 틱톡 글로벌 국가별 트래픽에 따르면, 한국(Korea, Korean)은 전 세계 검색량 3위(1400억 건)를 차지한다. 1, 2위는 미국(1800억)과 영국(1600억)이다. 또 K-콘텐츠의 기원이라 불리는 'KPOP'의 해시태그 총 조회수는 4148억 회에 달한다.
틱톡은 한국의 유명도시인 부산에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오기 위해 이번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틱톡에서 부산은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조회수가 높은 한국 관광도시다. 틱톡에서 해시태그 '#서울'을 검색하면 나오는 콘텐츠 총 조회수는 20억 회, '#Seoul'은 143억 회다. '#부산'과 '#Busan'은 각각 20억 회다.
엔데믹에 따른 '관광 콘텐츠 활성화'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 홍종희 틱톡코리아 홍보 총괄은 "K-드라마, K-팝 등에 국한되지 않고, 'K-트래벌'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틱톡은 온라인에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결과물을 오프라인으로 끌어오기 위해 이 같은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 K-콘텐츠의 전망은?
틱톡코리아는 K-콘텐츠의 전망을 무척 밝게 보고 있다. 틱톡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이용자들이 특히 관심을 가지는 것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이다. 특이한 점은, 한국인이 생산하는 K-콘텐츠의 양보다 한국인을 제외한 전 세계인이 생산하는 양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홍 총괄은 "K-팝에 집중됐던 관심이 점점 K-엔터테인먼트(영화, 드라마, 웹툰 등), K-푸드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콘텐츠 생산량이 많아야 이용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 수 있는데, K-콘텐츠는 그야말로 노다지다.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틱톡은 '트렌드'라는 개념을 문화가 확산하는 속도(모먼트), 파급력(시그널), 영향력(파워)으로 분류한다. 모먼트는 속도감 있게 잠깐 유행하다가 사라지는 것을, 시그널은 몇 달에서 몇 년 정도의 파급력을 지니는 것을, 파워는 영향력이 몇 년에서 몇십 년까지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홍 총괄에 따르면, K-콘텐츠는 파워 단계에 위치해있다.
홍 총괄은 "특히 K-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아태 지역 틱톡 사용자의 66%가 엔터테인먼트로 대표되는 K-웨이브(한류)의 지속력을 긍정적으로 보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굉장히 핫하기 때문이다. 거의 10년 이상 유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1] 플랫폼 그림자 지우기?
하루에도 수많은 콘텐츠가 생산되는 만큼 유해 콘텐츠 확산에 대한 우려도 높다. 틱톡은 콘텐츠 심의 정책을 담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또 가이드라인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청소년안전위원회, 콘텐츠심의위원회, 각종 팩트체크기관 등 다양한 자문 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 전쟁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즉각 반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콘텐츠는 즉시 삭제된다. 홍종희 틱톡코리아 홍보 총괄은 위반 여부를 판별하는 심사 과정에 대해 "먼저 시스템이 콘텐츠를 자동 심사해 걸러내고, 그 후 전 세계 4만 명의 안전 전문가로 구성된 '신뢰와 안전팀'이 검토한다. 엄격한 심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전문가들의 정신적 보호를 보장하고자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 장기간 노출되어 뇌가 둔감해지는 '팝콘 브레인' 증상 등 숏폼 중독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60분의 스크린 타임제를 도입했다. 홍 총괄은 "특히 중독에 취약할 수 있는 청소년 보호가 중요하다. 전문가에게 '청소년 적정 시청 시간'에 대해 자문을 구한 결과, 약 60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8세 이하 이용자가 60분 이상 틱톡을 사용할 시 휴식을 권장하는 메시지가 뜬다. 물론 성인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고 전했다.
[박스기사 2] 틱톡의 차별화 포인트?
정재훈 틱톡코리아 운영 총괄은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틱톡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기술력'을 들었다. 정 총괄은 "듀엣(다른 이용자의 영상에 자신의 영상을 나란히 붙일 수 있는 기능), 이어찍기(다른 이용자의 영상 뒤에 자신의 영상을 붙일 수 있는 기능), 그린스크린 이펙트(원하는 배경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 등 차별화된 기술이 많아,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쉽다"고 말했다.
또 그는 "틱톡에서 성공하는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에 집착하기보다는 이용자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예컨대 영상 말미에 질문을 던져서 이용자들이 댓글로 답변을 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있다. 정 총괄은 "좋은 콘텐츠 중 하나는 팬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다"며 "우리는 서비스 개선을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 오늘의 알고리즘과 내일의 알고리즘이 같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이용자 참여도를 높이며 자신의 팬덤과 커뮤니티를 키우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부산=이세연 기자 mvdirector@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