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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el of Fortune⑦물류] 관건은 ‘라스트 마일 데이터’

김유경의 저널리즘

  • 기사입력 2023.10.26 09:25
  • 기자명 김나윤 기자

미래 물류 산업은 비효율과 고비용 감소와의 싸움이 될 것이다. 배송이 핵심인 e커머스 기업들이 물류 시스템에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로봇 시스템을 도입한 아마존의 물류 센터 모습. [사진=셔터스톡]
로봇 시스템을 도입한 아마존의 물류 센터 모습. [사진=셔터스톡]

 

미국은 ‘물류 왕국’이다. 내륙 곳곳에 1만 8241개에 달하는 수운이 막대한 양의 물류를 저렴한 비용으로 나른다. 황무지이던 미 대륙을 개척하는 원동력이었다. 이후 주요 항구와 생산지를 이어주는 방대한 철도망이 들어섰고 지역 곳곳을 실핏줄처럼 연결하는 고속도로망이 깔리면서 미국은 그야말로 물류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보급·물류 경쟁력 덕분이었다. 전면전 상황에서 미국 각지에서 생산된 막대한 양의 군수물자를 항만으로 옮겨서 유럽으로 실어 나른 것이 승리의 비결 중 하나. 물류를 뜻하는 Logistics은 나폴레옹 시대 군수품을 보급하는 군대 명칭 ‘Logistique’에서 비롯됐으니 전시 물류 보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물류는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기도 한다.

물류 경쟁력은 ‘시간X정확성’의 함수 관계로 정의할 수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얼마 만큼 많은 양의 화물을 오차 없이 정확히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수에즈·파나마 운하는 무역 시간을 항로를 단축시킴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규격화 컨테이너는 화물의 손상을 방지하는 한편 포장 규격화를 통해 비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물량을 적재하게 만드는 혁신을 불러왔다.

현대 물류의 표본은 페덱스의 ‘허브 앤드 스포크’(H&S) 전략에서 비롯됐다. H&S는 페덱스의 창업자 프레드릭 스미스가 1965년 예일대 재학 시절 고안한 것으로 바퀴의 중심축과 바큇살을 연상시키는 거점 중심 물류 시스템이다. 각지의 물류를 중심 거점에 모아 다시 전국의 배송지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전엔 생산지에서 물품을 조달해 수요지로 보내는 포인트 투 포인트(P2P)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하나의 제품이 하나의 운송 수단으로 전달되는 방식이라 운송 수단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고 고정 경로이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물류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웠다. 이는 결국 느린 속도와 높은 비용을 야기했다.

이에 비해 H&S 방식은 중앙집중형 운송이다. 배송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물동량에 따라 배차를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어 비용 절감, 재고 최적화, 신속성 등을 확보할 수 있다. 페덱스는 이를 바탕으로 ‘익일배송’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현대 물류 방식의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페덱스가 1970~1980년대 물류 시스템의 대대적 혁신을 일으키며 중앙집중형 물류창고와 항공물류의 보편화란 파급효과를 만들었던 것처럼 현재는 온라인 기술이 물류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인터넷 등장 이후 온라인 시스템의 혁명적 발전과 생태계 확대로 물류 산업은 기로에 접어들었다.

 

신기술과 물류 시스템의 변화

 

물류는 ‘물건의 흐름’ 측면으로 접근하면 ‘집하’ ‘입고’ ‘보관’ ‘출하’ ‘수송’ 등 간단한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업무 기능적으로 풀어보면 훨씬 복잡하다. 무엇보다 과거엔 이러한 업무 과정을 일일이 수기로 작성하고 확인하느라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고 정확성 또한 부족했다.

현대에는 전자식 기간시스템(ERP)이 도입된 후 과정의 효율성이 대폭 오르고 정교해졌다. ERP 도입에 따른 혁신으로 물류 창고 등 인프라와 노하우, 시스템을 갖춘 기업과 혁신을 뒤쫓지 못한 기업으로 나뉘며 오늘날 기업 간 물류 경쟁력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전문 업체에 물류 운영 및 운송을 위임하는 3자물류(3PL) 방식이 현재 가장 보편화된 물류 운송방식으로 자리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물류의 생명은 신속성이다. 빠른 물류 순환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류 과정의 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 P2P 방식은 납기 리드타임이 길고 소규모 물량은 생산 및 선적 계획수립이 어려워 결국 H&S 방식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H&S 방식 역시 물류 절차에서 발생하는 검품·피킹·분류 등 작업은 피할 수 없어 리드타임이 적지 않다. 또 많은 물량이 한 곳에 집중돼 제품의 누락이나 분실 등 사고가 발생하고, 수요가 일정 수준 이상 뒷받침돼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기존 물류 방식의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물류 창고 내 자동화된 시스템과 로봇은 제품의 이동과 포장, 분류 작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은 수요 예측과 재고 최적화, 운송 경로 최적화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또 블록체인이나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을 활용해 제품의 실시간 추적을 가능하며 재고 관리 및 제품 위치 파악을 향상시킬 수 있다. 나아가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온도·습도 센싱 및 제품 운송 수단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ICT 기술로 물류 산업 고도화·체계화

물류 방식은 생산자와 거래 대상의 물류 구간에 따라 1자물류(1PL)부터 3PL 방식으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온라인상거래 플랫폼의 등장으로 4자물류(4PL)나 5자물류(5PL)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물류 방식은 생산자와 거래 대상의 물류 구간에 따라 1자물류(1PL)부터 3PL 방식으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온라인상거래 플랫폼의 등장으로 4자물류(4PL)나 5자물류(5PL)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물류의 발전과 개념의 변화는 제조업에서 IT로 진화하는 산업 전환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 과거 산업 분화나 기업 간 분업이 뚜렷하지 않던 시기에 자동차 생산 업체가 고객에게 직접 완성차를 배송해 줬다. 이런 생산자 중심의 1PL은 산업화 초기에 많이 등장한다. 그러다 기업의 물류량이 많아지고 유통 구조가 복잡해지면 대개 자회사를 만들어 물류를 전담하며 물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2PL). 삼성전자 로지텍이나 현대글로비스가 대표적이다. 물류 경쟁력을 쌓지 못했거나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경우에는 전문 회사에 물류를 전담시킨다(3PL). 페덱스·HMM·CJ대한통운처럼 말이다.

물류 서비스가 고도화되고 기술 발전과 플랫폼 생태계가 성장하며 4PL, 5PL 개념까지 등장하고 있다. 4PL은 3PL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물류의 전체 관리를 전문 기업에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다. 전문 기업은 전문 기술과 지식,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위탁회사의 물류를 관리하고 조율화며 최적화된 물류 프로세스에 컨설팅을 제공한다. DHL과 UPS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쉽다.

 

플랫폼 기업 물류 생태계 흔들기 시작

이런 가운데 팬데믹 사태 이후 급부상한 아마존과 같은 e커머스 기업들이 물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자체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아마존 로지스틱스를 통해 직접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물류 프로세스 중 창고 관리, 주문 처리, 포장, 출하 등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여러 소형 온라인 쇼핑몰의 물류를 3PL 방식으로 수행하는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 넓은 고객 베이스를 가지고 있으며 맞춤형 물류 솔루션을 제공한다. 아마존이 기존 3PL 기업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마존은 미주·유럽을 중심으로 거대한 물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제품의 신속한 처리와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또 로봇 기술을 도입한 자동화 물류 시스템과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수요 예측과 물류 최적화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는 아마존이 물류 인프라와 더불어 방대한 최종 소비자와의 접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데이터를 축적하고 개인화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재고 관리를 효율화 하고 있어서 속도와 비용 측면의 혁신을 일구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조·운송·포장재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물류 프로세스의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이 스마트 스피커 ‘에코’의 공급을 늘리는 것은 사용자 접점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습득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물류 회사로서 아마존의 경험이 누적된다면 5PL 기업으로서 한 차원 높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5PL은 물류 프로세스를 완전히 아웃 소싱하고 그 이상의 전략적인 물류 관리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품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물류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 마일(Last Mile) 경험이 곧 물류 공급사슬 전반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셈이다.

지마켓·네이버 등 국내 e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은 CJ대한통운과 같은 3PL 기업과 더불어 메쉬코리아·아워박스 등의 미들·라스트 마일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물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물류망에 별도로 투자 없이도 기존 물류 기업들의 거점 물류망을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데이터와 라스트 마일 경험이 물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한진과 같은 기존 물류 강자들도 로보틱스에 기반을 둔 라스트 마일 물류 서비스 제공에 나설 계획이다.

 

P2P 재도입 등 물류 형태 다변화

이 경우 P2P 물류가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 H&S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지만 배달음식이나 편의점, 도심형 생활물류창고처럼 고객의 수요에 맞춰 제품을 바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물류 수요 예측이 가능하고 안정된 거점 물류망이 있다면 규모의 경제에 기대야 하는 중앙집중형 물류 방식의 한계를 일부 극복할 수 있다.

더불어 생활 물류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고객사로 바로 선적하는 경우도 P2P 물류의 활용을 도입할 수 있다. 소화물이나 단건 물류를 P2P 방식으로 처리하면 물류비를 절감하고 전체 리드타임 단축시키는 한편 중앙집중형 물류 창고 설치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미 아마존은 ‘아마존 고(go)’와 식료품 매장인 ‘아마존 프레시’, 의류잡화 매장인 ‘아마존 스타일’로 분야를 넓히며 각 지역 거점까지 물류 지도를 완성하고 있다. 이는 결국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다.

향후 물류 산업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역·채널별로 고객을 폭넓게 확보하고 파트너십도 과감히 넓힐 필요가 있다. 이 경쟁에는 대기업·중소기업, 제조업·IT 기업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다. 물류 위탁을 줄이고 직접 판매자가 직접 물류 업체를 운영하거나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확보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에서 자칫 배제될 가능성이 있는 3PL 기업들도 우군 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촉발한 스마트물류 혁신의 전장은 라스트 마일이며 전리품은 데이터다. 이 경쟁에서 승리해야 미래 물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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