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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el of Fortune⑦물류] “속도 전쟁, 모빌리티 아닌 창고에서 결판난다”

최화준의 아카데미즘|박진수 콜로세움코퍼레이션 대표

  • 기사입력 2023.10.24 18:43
  • 기자명 김나윤 기자

현재 글로벌 물류 시장은 배송 속도 전쟁 중이다. 박진수 콜로세움 대표는 전쟁의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모빌리티가 아닌 배송 과정의 효율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배송 과정 효율화의 핵심에는 창고가 있다”고 단언한다.

박진수 콜로세움코퍼레이션 대표는 최화준 칼럼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배송 과정 효율화의 핵심에는 창고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콜로세움]
박진수 콜로세움코퍼레이션 대표는 최화준 칼럼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배송 과정 효율화의 핵심에는 창고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콜로세움]

●박진수 콜로세움코퍼레이션 대표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고려대 MBA 이수 후 4년 간 KTF(현 KT) 이동통신 전략을 맡았다. 2019년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을 창업해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7월 애플의 시가총액이 종가 기준 사상 최초로 3조 달러(약 4000조원)를 넘어섰다. 창업자이자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가 타계했지만 애플의 기업가치는 10여 배 가까이 올랐다. 성장의 배경에는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의 리더십이 있었다. 물류 전문가 출신답게 그는 공급망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애플에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었다. 덕분에 애플은 혁신성과 효율성을 모두 보유한 거대기업이 됐다.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 물류는 오늘날 산업에서 중요한 이슈이다. 국제 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글로벌 경제는 공급망을 이야기한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팬데믹 사태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국제적 사건이 발발할 때마다 글로벌 경제는 공급망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기업 수준에서도 물류는 새로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다. 과거에는 물류가 제조업 중심의 공급망 및 재고 관리 정도를 담당했다면, 현재는 모바일 커머스의 대중화와 함께 고객의 물건을 집 앞까지 배송하는 라스트 마일(Last Mile)까지 물류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류 산업 변화의 계기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공룡인 아마존의 등장이었다. 아마존은 배송을 고객 주문의 모든 과정으로 재정의하고 이를 풀필먼트(fulfillment)라고 명명했다. 풀필먼트는 우리말로 ‘완수’ ‘이행’ 등을 뜻한다. 이후 물류 산업에서 풀필먼트는 창고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대부분의 고객 여정을 함의하게 됐고 오랫동안 변화의 물결에 비껴 있던 창고는 최근 집중적인 혁신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창고는 신기술들을 도입하며 새로운 풀필먼트의 가능성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이에 박진수 콜로세움코퍼레이션(콜로세움) 대표이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콜로세움은 물류 풀필먼트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올해 5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아기유니콘’에 선정되었고 현재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북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그에게 새로운 창고의 역할과 물류의 미래 방향에 대해 물었다.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이 제작한 물류 시스템 대시보드. [자료=콜로세움]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이 제작한 물류 시스템 대시보드. [자료=콜로세움]

 

Q 애플 사례를 보자. 물류 전문가 출신인 팀 쿡의 체제는 비전과 영감의 리더십에서 분석 리더십으로의 변화를 상징한다. 물류 스타트업 CEO로서 이러한 전환을 평가하자면.

팀 쿡의 선임은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전환이었다고 생각한다. 잡스가 이끄는 애플은 상징적인 제품을 만들어 고객을 마음을 사로잡는 리더십이 필요했다. 이후 성숙한 비즈니스 단계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잡스의 리더십과 달라야 했다. 만약 잡스가 생존해서 현재까지 애플을 이끌고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기업 성장에 따른 라이프 사이클 측면에서 팀 쿡의 등판은 적절한 리더십의 변화와 교체라고 본다.

 

Q 북미 지역에서는 인공지능(AI) 엔지니어만큼이나 연봉 높은 직업이 물류 전문가이다. 반면 국내의 경우 여러 산업 분야에서 물류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그에 맞는 인식과 대우가 부족한 편인데.

한국과 북미 모두에서 물류는 무궁무궁한 기회의 장이다. 점점 커지는 물류 시장과 달리 고질적으로 낙후된 부분은 여전히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다. 예를 들어 북미 지역은 땅은 넓고 창고와 공장의 규모는 크다. 그런데 그 안에서 작동되고 있는 관리의 영역, 프로세스, 인프라 등은 충분히 효율적이지 못하다.

물류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높은데 공급이 부족한 것도 이유이다. 과거의 자재 공급 수준을 넘어 창고 내 작업관리와 같은 새로운 운영 방식이 물류 속으로 들어오고 있지 않나. 물류 운영의 의미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한참 앞서는 느낌이다.

그나마 아마존과 같은 소수의 글로벌 기업들만이 물류 전문가를 통해 물류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중소 규모의 물류 회사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내와 북미 현장 관계자들은 물류 엔지니어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경향성은 앞으로도 꽤 지속될 것이다.

 

Q 최근 주목하는 물류 트렌드는.

현재 로컬과 글로벌 시장은 배송 속도 전쟁 중이다. 홍콩의 알리 익스프레스(Ali Express)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바다를 건너오는데도 보통 일주일 내에 도착한다. 장거리 배송이 많아 배송 시간에 관대했던 미국에서도 아마존 같은 커머스 기업을 필두로 하루 혹은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을 정도다. 일견 운송 수단이 배송 속도를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것은 의미 있는 해결책이 아니다. 물류 회사들이 이용하는 운송 수단은 차량, 기차, 비행기 등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수단 부분에서 큰 차이를 만들긴 어렵다. 답은 모빌리티가 아닌 배송 과정의 효율화이다. 그리고 배송 과정 효율화의 핵심에는 창고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동화된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의 물류 창고 내부 모습. [사진=콜로세움]
자동화된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의 물류 창고 내부 모습. [사진=콜로세움]

 

Q 전통 물류 산업에서는 운영관리(OP)나 공급사슬관리(SCM)라는 용어를 쓴다. 반면 커머스와 스타트업에서는 풀필먼트(Fulfillment)라는 표현을 더 대중적으로 쓴다. 둘의 차이는.

운영관리, 공급사슬관리, 풀필먼트는 상호 간 연결성이 있기에 명확히 분리하기는 어렵지만 차이는 있다. 이를테면 제조업에서 공급사슬관리는 제조 앞단, 운영관리는 제조 과정에 관여하는 전반적인 물류과정이다. 풀필먼트는 제조 이후 후방영역의 포괄적인 시스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생산 이후 과정의 차별화가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나. 그래서 풀필먼트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제조를 잘 마친 상품들을 잘 팔기 위해서 제조시점부터 유통과 물류를 함께 고민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고. 과거엔 공장 간 경쟁에서 승리하면 끝이었지만 이제는 창고 간 경쟁도 추가된 셈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공급사슬관리, 운영관리, 풀필먼트 모두 개별적으로 독립 운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연계성(seamless) 있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 라스트 마일 서비스에 대한 인식 변화가 나타나는 만큼 풀필먼트 서비스를 전력 수립 초기부터 함께 고민하는 기업들이 정말 많아지고 있나.

실제로 콜로세움에 관련 요청이 많아지고 있고 기업 고객 요청을 반영한 풀필먼트 프로젝트들도 다수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단순히 배송 서비스를 대행하는 수준의 요청이 아니라 물류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선책에 대한 고민들이다. 문의 영역도 물류 기술 솔루션부터 물류 시스템 변화를 통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비즈니스 설계나 컨설팅까지 다양하다. 기업의 물류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분석 및 혁신에 대한 수요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쪽에서도 많이 있다고 느낀다.

 

Q 국가 간 풀필먼트 방식도 다양해지고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는데.

글로벌 물류가 매해 두 배 정도 성장하면서 물류 과정은 점점 더 일원화돼 가고 있다. 글로벌 배송 프로세스 속에서 배송대행지 서비스의 자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고. 결국 물류라는 것은 하나의 흐름이고, 그것을 국경으로 막기는 어렵다.

글로벌 풀필먼트 시장에서는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며 잘하던 것만 고집하던 플레이어들의 자리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업들이 인간에 의해 발생하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인데 이를 소홀히 하는 회사들은 당연히 도태되지 않겠나. 빠르게 변하는 물류 산업 흐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제각기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Q 물류 산업에서 AI 기술이 유난히 포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반면 메타버스나 블록체인과 같은 첨단 기술의 적용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선택적인 기술적 도입의 이유는.

개인적으로 물류 산업이 선택적으로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다만 물류 현장, 특히 창고 쪽은 공간 제한 때문에 기술 도입 난도가 높고 도입 시기도 다른 산업보다 늦은 편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신 하나의 기술이 도입되었을 때 효과도 확실하고 확산도 빠르다. 다른 산업과 비교해 AI 기술은 다소 더디게 도입된 편이지만 데이터 품질 향상 덕분에 이용 및 확산은 빠르게 됐다. 이전에는 버려졌던 물류 데이터가 AI를 통해 활용되면서 물류 프로세스의 정확도와 완결성을 높이고 있다. 현장 근무자들이 경험에 의존해 판단한 업무들을 분석 기반 의사 결정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

 

자동화된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의 물류 창고 내부 모습. [사진=콜로세움]
자동화된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의 물류 창고 내부 모습. [사진=콜로세움]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손과 발이 물류 과정에 최소한 개입될 수밖에 없다. 인간이 언제까지 기계보다 기회비용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기술의 진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세대에서는 기계가 지배적인 지위를 가지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시각에 동의하는 것이 다소 조심스럽다. 인간의 업무 중 신속하고 정확하게 요구되는 일은 기술이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손길이 아예 필요 없는 물류 시스템 구축은 아직은 너무 먼 훗날의 이야기다. 판매량 등 시장 수요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기술의 한계가 아직 현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할 일과 기술이 도와주어야 할 영역이 구분되어 있고 기대 역할도 서로 다르다.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물류 산업 내에서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기술이 온전히 대체하거나 그 이상의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기술의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우리 같은 스타트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Q 물류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서 가치 창출이 가능한가.

창고를 생각해 보자. 창고가 제품을 보관하는 공간으로만 존재할 것이라는 의견은 다소 근시안적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소비자들은 창고에 직접 가서 물건을 확인하고 그것이 구매 의사결정으로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창고형 매장으로 유명한 코스트코(Costco)가 대표적이지 않나. 그들에게 창고는 상품 보관의 공간이자 소비자 경험의 공간이기도 하다.

상품이 너저분하게 쌓여 있고 먼지 가득한 창고를 거쳐 출고된 제품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거나 그런 공간을 경험하고 싶은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깨끗하고 밝은 작업복을 입은 직원, 정돈된 공간, 그리고 혁신 기술로 운영되는 창고 모습 등이 브랜드 형성에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러면 창고가 혁신과 개방성의 공간으로 재인식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류 회사는 시장에서 서비스 대행사 이상의 존재감을 갖게 되면서 시장 해결자로서도 발돋움할 것이다.

 

Q 콜로세움이 꿈꾸는 창고와 물류의 미래는.

사람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게 모빌리티 혁신이라면, 사람은 덜 움직이고 재화를 효율적으로 운반하는 게 물류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상품과 물건의 이동을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공정하게 이동하는 것이 콜로세움의 미션이고 비전이다.

로마 시대의 콜로세움은 많은 사람들을 모아 아레나 안에 물을 채워 배를 띄우고 전쟁 게임을 할 정도로 엄청난 공간이었다. 창고가 그런 멋진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명을 콜로세움이라고 지었다. 분명히 미래 사회에서 창고는 스마트 물류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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