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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노믹스③ 가상자산법] 미국 CFTC 위원 “규제기관도 친절해져야”

[폴리노믹스③ 가상자산법] 캐롤라인 팜 미국 CFTC 위원

  • 기사입력 2023.10.18 06:00
  • 최종수정 2023.10.18 09:55
  • 기자명 문상덕 기자

시티그룹 임원 출신인 미국 암호화폐 감독기관 고위 관계자, 캐롤라인 팜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위원은 그레이스케일의 SEC에 대한 승소와 관련해 “규제기관이 시장에 좀 더 친절하게 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 해시드

캐롤라인 팜(Caroline Pham)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 2014년부터 7년여간 시티그룹에서 글로벌 자본시장 규제전략 업무 등을 맡았다.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명으로 위원에 선임됐다(총원 5명).


 

지난 8월 29일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현물 기반 비트코인 ETF의 승인 신청을 반려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결정에 대해 “SEC의 명령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미국의 디지털자산 전문 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은 운용 중인 신탁을 기존의 비트코인 파생상품에서 비트코인 자체에 기반을 둔 ETF로 전환하려 했다. 하지만 증권 시장을 감독하는 SEC는 그레이스케일의 현물 비트코인 ETF 상장 신청을 거부했다. 그러자 그레이스케일 측은 SEC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재판부는 “SEC가 (기존에 승인했던) 비트코인 선물 ETF와 현물 ETF 간의 차별적 취급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그레이스케일의 제안을 거부한 것은 자의적이고 변덕스럽다”고 판결했다.

 

SEC와 함께 디지털자산 시장을 감독하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캐롤라인 팜 위원은 포춘코리아 인터뷰에서 법원 판결에 대해 “규제기관은 시민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했을 때,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CFTC는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을 감독하는 미국 연방정부 내 독립기관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가 주도하는 블록체인 정책 커뮤니티 ‘HODL’의 글로벌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지난 9월 방한한 팜 위원은 최근 제정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 대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또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은행 수준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윤창현 의원(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동의한다”며 “과거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Q CFTC는 SEC에 비해 암호화폐 업계에 개방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CFTC에서 지난 회계연도에 집행한 82개 조치 중 18개가 암호화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최근엔 바이낸스를 제소하기도 했습니다. 입장이 달라진 겁니까?

CFTC가 아니라 환경이 바뀐 것이지요. 썰물이 지면서 바닥이 드러난 겁니다. 유동성이 빠져나가면서 어떤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지 않았는지, 리스크를 방치하고 있었는지 드러났습니다. CFTC는 2015년 ‘비트코인은 상품’이라고 규정한 이후 일관된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CFTC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집중적으로 감독해 왔습니다.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해외 파생상품 거래소라도 미국인이 관련돼 있다면 제재할 수 있습니다. (※CFTC는 암호화폐 선물과 스왑 등 파생상품에 대한 감독권만 행사한다.) 사실상 대부분의 거래소에 해당합니다. 미국인과 관련 없는 거래소를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제재는 이어질 겁니다.

(※도드-프랭크법 글로벌 금융위기로 드러난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2010년 7월 제정됐다. 금융시장 투명성 확보, 소비자 보호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해당 법에 따라 장외파생생품은 CFTC의 감독을 받는다.)

 

Q 지난해 8월 방한했을 당시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법제화 이전이라도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언급했습니다. 현황은 어떻습니까?

지난해 한국 국회와 감독기관을 찾아 정책 제안을 드렸습니다. 그 내용이 한국의 디지털자산 관련법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말을 듣고 무척 기뻤습니다. (※ 6월 30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국회 본회의 통과, 2024년 7월 19일 시행 예정) 1년간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포럼에 참석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생각하는 도전과 과제가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국제 포럼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어떤 도전과 과제가 있는지를 파악해 왔습니다.

미국에서도 몇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CFTC와 SEC가 함께 암호화폐 시장 리스크와 개혁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한 공개 연석회의를 열자고 제안했습니다. SEC의 해스터 피어스(Hester Pierce) 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달 뉴욕 나스닥 본사에서 열린 미래 기술 콘퍼런스에서 ‘책임 있는 디지털자산 시장을 위한 열 가지 원칙’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9월 7일(현지시간) (미국 유력 싱크탱크인) 케이토인스티튜트 연설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을 대상으로 한 파일럿 프로그램(규제 샌드박스의 일종)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CFTC는 1995년과 1998년 새로운 종류의 상품 거래를 실험하기 위해, SEC는 시장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예방하기 위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행했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두 기관은 믿을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Q 최근 미국 하원에서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된 것으로 압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 입법 논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십니까? [※현재 미국 상, 하원 농업위원회 위원장(모두 공화당 소속)은 CFTC에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는 디지털자산 감독 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농업위원회는 CFTC를 감독한다. 반면 양당 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은 SEC와 CFTC의 권한을 나누고 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나면, CFTC는 프레임워크를 영구적으로 만들 것인지 검토할 것입니다. (Q 구체적으로는?) 논의 중인 법안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혹은 현재 우리의 규제 권한을 활용해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데 프로그램 시행 결과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프로그램은 과거(3년)보다 짧게 1~2년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팜 위원은 CFTC 글로벌시장자문위원회(GMAC) 산하 다지털자산 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2월 출범한 부위원회는 CFTC 주도 디지털자산 규제 샌드박스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7일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안하면서 “GMAC 디지털자산 부위원회가 성공적인 파일럿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FTC 위원으로 임명되기 전 시티그룹에서 디지털자산 전략 수립을 담당했던 그는 신설 부위원회의 인선 역시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로 꾸렸다. 그는 “포춘 500 기업의 임원과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 거래소, 자산운용사 등에 속한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CFTC는 원칙 기반의 규제기관(principles based regulator)입니다. 원칙 기반으로 접근하면 시장의 조건과 구조, 상품과 기술의 변화를 빠르게 예측하고, 그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Q 부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합니까?

10월 부위원회에서 첫 번째 이니셔티브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디지털자산 분류체계와 거래 전후 준수해야 할 사항, 그리고 거버넌스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포괄합니다. 

두 번째 이니셔티브에는 미국의 대체불가토큰(NFT)과 유틸리티토큰의 규제 방향성을 담을 예정입니다. CFTC는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의 교차점에 있는 미국의 유일한 규제기관이기 때문에, 이런 상품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갖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Q 시장을 살리는 규제와 시장을 해치는 규제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CFTC의 설립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부정행위와 조작, 남용을 방지하면서도 책임 있는 혁신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규제기관 가운데) CFTC만 갖고 있는 특징입니다. 기본적으로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자면 부정행위를 강력하게 제재해야 합니다. 
이를 전제로 CFTC와 SEC는 규제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CFTC는 원칙 기반의 규제기관(principles based regulator)입니다. 원칙 기반으로 접근하면 시장의 조건과 구조, 상품과 기술의 변화를 빠르게 예측하고, 그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반면 SEC는 규정 기반 규제기관(rules based regulator)입니다. 투자자 보호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어려운 요구사항을 적용합니다. 

 

Q 그레이스케일의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공방이 규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최근 SEC 관련 판결 내용들을 보면, 법원은 SEC에 왜 그런 결정을 내리는지 더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규제기관은 시민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왜 내리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최근 판결이 디지털자산에 대한 올바른 접근을 고민하고 연구할 필요성을 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안한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조사합니다. 바로 법원이 원하는 일입니다.

 

Q 최근 한국 국회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제정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미국에서는 “완벽을 좇지 말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진전을 이루는 것이라는 뜻인데요, 한국의 법은 일반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진전을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Q 법안 발의를 주도한 한국의 윤창현 의원은 포춘 인터뷰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동시에 은행 수준의 강력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글로벌 규제 관점에서 볼 때 이런 주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저도 동의합니다. 과거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규제 시스템을 벗어난 돈은 숱한 위험을 불러옵니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낮추고 통화 정책을 흔들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각국 중앙은행과 규제기관이 참여하는, 글로벌 정책 커뮤니티 차원에서 규제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규제 형태는 은행이나 디지털자산 발행업체, 혹은 머니마켓펀드(MMF) 세 가지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MMF는 SEC의 감독을 받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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