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애플 기기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중국의 대안을 찾는 중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외국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시키면서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다져놓은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금지령을 모든 정부 기관과 국유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거대한 스마트폰 시장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리서치 기업 IDC 자료에 따라 애플이 중국에서 600달러 이상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덕분에 애플은 지난 분기에 중국에서만 158억 달러 매출을 올렸다. 회사 전체 매출의 19%를 조금 넘는 수치다.
애플은 주가에 큰 타격을 받았다. 애플 주식은 소식 발표 이후 이틀간 거의 7% 하락하며 시장 가치가 2000억 달러 가까이 사라졌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기술 분쟁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2019년 정부에서 외국 기술을 모두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 IT 기업을 제재하는 미국을 의식한 방침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칩 구매 금지로 인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중국은 작년에 정부 기관에서 외국산 PC와 소프트웨어 사용을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HP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서구 기업 제품은 레노버와 킹소프트처럼 중국 회사가 만든 대안으로 대체되었다. 미국 전기차 테슬라도 보안 문제로 민감한 지역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도 자국 기술력이 건전하다고 과시하기도 했다. 중국 IT 기업 화웨이는 지난주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했다. 애플 아이폰과 유사한 성능에 7나노급 반도체를 탑재한 기기다. 최신 반도체와 비교하면 아쉬운 품질이지만 미국 제재를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는 "3년 동안 강제된 침묵 끝에 화웨이 스마트폰이 부활했다는 것은 미국의 극심한 탄압이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아이폰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5% 감소한다고 예측했다. 침체된 경제와 화웨이 스마트폰이 중국에서 다시 판매되기 때문이다.
애플은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위험성을 깨닫고 있다. 인도는 애플이 찾은 새로운 판매처다. 팀 쿡 CEO는 지난 2월 애널리스트들과 통화하면서 인도를 "우리에게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라고 평한 바 있다. 애플은 올해 초 인도에서 첫 소매점을 열었다.
애플은 새 시장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급업체도 찾아나서고 있다. 현재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등 다수의 제품이 중국 업체들에 의해 생산된다. 중국 정저우시에 있는 폭스콘 공장이 전체 애플 스마트폰의 절반가량을 제조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정저우 공장을 규제하자 최신 아이폰 모델의 생산량이 감소할 정도다.
인도는 중국에 집중된 애플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역할에서도 돋보인다. 현재 인도에서 전체 아이폰 제품의 7%를 생산 중이다. 또한 인도는 최신 아이폰 15 생산을 배정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16일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주에서 세워진 폭스콘 공장이 아이폰 15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인도 협력 업체 페가트론과 위스트론 공장도 곧 아이폰 15를 조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2017년부터 위스트론과 폭스콘을 통해 인도에서 제품을 생산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이폰 구형과 저가 모델에 한정되어 있었다. 최신 아이폰을 인도에서 생산한 것은 아이폰 14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한편, 삼성도 중국의 자국 스마트폰 강요 정책에 영향받을 전망이다.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1%에 가깝다. 하지만 중국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 9000만대로 1%가 국내 출하량의 15%에 달한다.
/ 포춘코리아 육지훈 기자 jihun.yook@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