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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 규제개혁위원장 “로톡, 닥터나우 등 플랫폼사 5곳, 생존 가능케 해야"

[울프강에서 만난 사람] 김종석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장

  • 기사입력 2023.08.31 17:48
  • 기자명 김나윤 기자

김종석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이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그는 남은 1년 동안 풀고 싶은 과제로 다섯 가지 플랫폼 규제를 꼽았다. 

김나윤 기자 abc123@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김종석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장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비롯해 한국규제학회장, 여의도연구원장, 공정거래위원회 정책평가위 민간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저서로는 《맨큐의 경제학(공동 번역)》 등이 있다.


 

“타다 금지법 반대 투표는 국회의원 임기 중 행한 수많은 표결 중 가장 어려웠던 표결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임 1년을 맞이해 포춘룸에서 만난 김종석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장에게 그동안 제 분야에서의 치적에 대해 묻자 되돌아온 '의외의 답변'이었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위원장은 2020년 택시 업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반대한 전체 국회의원 6명 의원 중 한명이었다. 4년간의 여의도 생활 중 당론에 반대한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김 위원장은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특정 이익 단체가 국민 편익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는 판단이 가장 컸습니다. 또 당장 타다 서비스를 차단한다고 해서 '거대한 물결'을 막을 순 없다고 생각했지요."

윤석열 정부 규제개혁위원회의 첫 민간 위원장을 맡은 김 위원장(전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은 1세대 규제경제 학자다. 한국개발원(KDI)을 비롯해 민관을 두루 거치며 30여 년 한국 사회의 규제 개혁 필요성을 설파해 온 규제개혁 전도사로도 불린다. 김대중·노무현·박근혜 정부 등 이례적으로 보수·진보 정권을 넘나들며 민간 규제개혁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불과 몇 년 사이 플랫폼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한층 치열해진 가운데 그는 "플랫폼 사업 진흥은 디지털 경제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김종석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장은 실질적인 규제혁신과 관련해
김종석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장은 실질적인 규제혁신과 관련해 "부처 공무원이 아니라 연구기관이나 관련 업계 전문가들 중심으로 구성돼 규제 집행자 관점에서 벗어나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강태훈]

 

Q 지난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숨 가쁜 1년을 보내셨을 것 같은데요.

규제개혁은 저수지 수질관리 기능과 비슷합니다. 깨끗한 저수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오염수가 새로 유입되지 못하게 하는 방법과 기존에 고여 있는 물을 썩지 않게 하는 방법 등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죠. 전임 정부의 경우 새로 유입되는 오염수 차단, 즉 신설 강화 규제에만 몰두하다 보니 기존 규제를 준설하는 작업에는 소홀했어요. 그래서 위원장을 맡고부터 1년간은 기존 규제들 중 이해관계가 첨예한 '갈등형 규제'를 조정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죠. 대형마트 의무휴업 유연화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이 대표적이죠.

 

Q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풀지 못한 규제들이었는데요. 불과 몇 개월 만에 어떻게 해결책을 모색했는지 궁금합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의 경우 윤석열 정부 인수위 때부터 규제개혁 1호로 삼았던 과제였어요. 처음 도입하던 시기부터 과연 이 규제 덕분에 재래시장이 활성화될 지 의문시되던 규제였으니까요. 그래서 위원회가 출범하자마자 실태조사부터 나섰죠. 약 10년 동안 규제가 이뤄지다 보니 각종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 있었고 실제 지역마다 상인들 입장이 제각기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많은 협의와 토론 끝에 중앙 정부 차원의 획일적 규제를 중단하고 각 지자체에게 휴업 규제 권한을 넘겨 사정에 맞게 운영하도록 한 것이죠.

 

2020년 3월3일 당시 이재웅 쏘카 대표가  국회 정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 금지법') 국회 처리를 막고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0년 3월3일 당시 이재웅 쏘카 대표가 국회 정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 금지법') 국회 처리를 막고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Q 그런 차원에서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혁 방향성을 정의해 주신다면요.

철저하게 민간 관점에서 규제를 바라보려 합니다. 그래서 입증책임 주체부터 달라졌어요. 과거엔 경제단체나 기업체가 '규제 좀 풀어주세요' 식으로 규제 완화를 읍소하면 관련 부처가 풀어줄지 말지를 판단했잖아요. 하지만 지금의 규제개혁위는 규제를 하려 하는 정부 부처가 규제심판제를 통해 규제의 필요성을 설명해야 하는 구조로 완전히 바뀌었죠. 전체 규제개혁위 25명 위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7명이 민간 출신으로 구성돼 있기도 하고요.

 

Q 민간 중심의 규제 개혁은 매 정부마다 강조해 온 구호 아닌가요.

물론 그렇죠. 하지만 이번 정부의 경우 의사결정 구조에서 규제심판제도를 신설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규제를 심판하는 사람이 기존 부처 공무원이 아니라 연구기관이나 관련 업계 전문가들 중심으로 구성돼 규제 집행자 관점에서 벗어나 있거든요. 역대 정부에서 규제 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실제론 공무원 중심의 소극 행정을 보였기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웠어요.

 

Q 이를 두고 일각에선 '기업 민원 해결'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그 지적은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이익을 위해서 소비자를 희생시키려는 게 아니잖아요. 공무원이 비현실적이거나 집행하기 어려운 규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기업뿐 아니라 국민의 규제 준수율이 매우 낮은 게 현실이거든요. 실질적인 환경보호와 소비자 권익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모호한 법, 지키기 어려운 법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해요. '기업활동 하기 좋은 환경'이란 게 결코 기업에게만 귀속되는 이득이 아닙니다.

 


최근 규제와 혁신 간의 잦은 충돌에 대해 김 위원장은 “규제 양보단 질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부 기관이 법적 근거 없이 임의적으로 기업 활동에 간섭하거나 행정 지도하려는 행태가 시장 혼란을 가중시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다.

"환경이나 안전 규제에 대해선 일본과 유럽이 한국보다 훨씬 엄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이나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처럼 애당초 현장에서 지킬 수 없는 규제를 공무원이 기계적으로 생산하기 일쑤"라며 "비현실적이고 모호하고 무엇보다 중복 및 사전 규제 성격이 강한 불량 규제를 계속해서 만들면서 사회와 기업의 혁신을 기대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말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가 각 지자체 자율로 바뀐 가운데 대구시의 한 대형마트의 휴업일이 평일로 변경됐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말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가 각 지자체 자율로 바뀐 가운데 대구시의 한 대형마트의 휴업일이 평일로 변경됐다. [사진=뉴시스]

 

Q 정부나 입법기관이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 사전에 가이드라인 및 규제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업무 아닌가요.

최근 발생한 오송 지하도 침수 사고를 떠올려 봅시다. 사고가 나고 며칠 사이 만에 현재 국회에는 관련 대책 법안이 10개가 발의됐다. 이 중 진짜 제대로 고민하고 숙의한 예방 대책이 몇 개나 될까요. 과연 하루 이틀 만에 마련할 수 있는 안전 관리감독 방안이라고 할 수 있나요.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산업 규제에 대해서도 수십 년째 졸속 방식을 반복하고 있어요. 관리감독이 집행할 능력도 없고 현장에서 지킬 수도 없는 불량 규제를 끊임없이 만들면서 ‘본연의 역할이다, 법을 안 지킨 국민이 잘못이다’ 식으로 말해선 안 되죠.

 

Q 그렇다면 국가 차원의 규제 설정이 어떤 방식으로 설정돼야 하나요.

대기업 규제든 수도권 규제든 관리 감독해야 하는 정책의 목표를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 수단을 꼭 규제로 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해야 한다면 현행 규제가 최선인지, 다른 규제 수단은 없는지를 행정부와 국회 그리고 규제개혁위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선할 노력을 해야 해요.

코로나19 팬데믹 때 2030세대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불었잖아요. 당시 법무부가 ‘사행성 도박’이라며 규제하겠다고 나섰다가 엄청난 반발을 산 사례가 있었죠. 시장도, 기술도 발전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막고 보는 규제 방식으로는 앞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기는커녕 쫓아가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Q 최저임금과 같이 획일적인 규제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신 걸로 압니다.

맞습니다. 앞서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처럼 전국 모든 사업장이 똑같이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것 역시 현실과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수도권 집중화가 갈수록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역 사정에 따라 최저임금 하한선을 다양하게 해 인력 수급에 나서야 해요. 행정적 편의와 정무적 판단으로 만들어진 획일적 규제 탓에 국민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시간과 돈뿐만 아니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잃는 기회비용이 너무 큽니다.

 


김 위원장은 디지털 시대에 맞는 현명한 규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차단 방식이 아닌 사후 규제 형태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챗GPT가 등장할 줄 아무도 몰랐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어떤 기술이 등장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우선 민간이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게 우선”이라며 “국가가 부여한 자유를 오·남용하거나 국가의 신뢰를 배반하는 사람을 가중 처벌하는 방식으로 선진형 규제 모델을 구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비롯해 '닥터나우, '강남언니', '삼쩜삼', '직방' 등 현재 각 직능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5개 플랫폼 사업체가 시장에서 서바이벌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봐요.

 

Q 사후 규제 방식이 자칫 규제 공백을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껏 추구해 온 사전 규제의 기본 철학은 '국민은 믿을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규제 방식이거든요. 그러니 규제라는 울타리 안에서 정직한 사람마저 함께 '단체기합'을 받는 꼴인 거죠. 물론 회복하기 어려운 사고를 고려했을 때 사전 규제를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확대, 우버 서비스 등 특정 기술을 응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사전규제로 막겠다는 것은 결국 국민이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활동하는 능력을 국가가 가로막겠다는 시대착오에 불과해요.

 

Q 앞으로 남은 1년 임기 동안 개혁하고 싶은 규제들이 있다면요.

'이 규제 때문에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 나오는 불량 규제를 최소화하고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개혁에 집중하려 합니다.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비롯해 '닥터나우, '강남언니', '삼쩜삼', '직방' 등 현재 각 직능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5개 플랫폼 사업체가 시장에서 서바이벌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봐요. 직능단체의 압박으로 서비스를 종료하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소비자의 편익 측면에서 경쟁 체제를 이뤄야 제2의 ‘타다 사태’를 막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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