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기록적인' 손실로 망신살이 뻗친 소프트뱅크가 이번에는 부정확한 기업 실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IRL을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IRL은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억 7000만 달러의 시리즈C 투자를 받은 메시지앱 스타트업이다. 소프트뱅크는 IRL이 허위 자료를 제출해 실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한다.
IRL 창업자 아브라함 샤피는 그간 뛰어난 언변으로 회사를 홍보해왔다. 2021년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메시지앱 위챗을 언급하며 "우리는 나머지 세계를 위한 위챗을 구축할 기회가 있다"며 IRL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샤피의 여러 인터뷰에 감명을 받은 소프트뱅크는 IRL에 실사를 요청했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당시 IRL은 ▲30세 미만 미국인의 10%가 사용 ▲1200만 명의 월간 활성사용자 ▲연 400% 성장률 등 수치를 제공했다. 화려한 수치에 감동한 소프트뱅크는 IRL의 기업가치를 12억 달러로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IRL 직원이 내부 고발에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했다. 이후 진행된 소프트뱅크의 '직접' 조사에 따르면 IRL이 제출한 자료의 대부분은 부풀려졌거나 가짜였다. 사용자의 95%는 '봇'이 생성한 허구의 인물이었으며, 이는 창업자 샤피가 수백만 달러를 들여 작업한 결과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VC업계에서는 기업 실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데이비드 삭스 크래프트 벤처스 파트너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상대가 내민 지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파악한 보고서를 토대로 고객들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