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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최대 자산운용사 “우리는 에너지에 투자합니다”

[VIETSIDE INTERVIEW] 브룩 테일러 비나캐피탈 자산관리 부문 CEO

  • 기사입력 2023.08.08 13:36
  • 기자명 문상덕 기자

자산 운용 규모 340억 달러. 포트폴리오는 거의 모든 종류의 자산을 담고 있다. 그만큼 베트남의 ‘돈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을 터. 비나캐피탈의 자산관리 부문을 맡고 있는 브룩 테일러 CEO를 만나 베트남의 유망산업과 금융시장의 미래를 물었다. 

 

비나캐피탈(VinaCapital)은 베트남 최대 자산운용사다. 2003년 1000만 달러였던 자산운용 규모는 설립 20주년인 올해 340억 달러로 커졌다. 회사는 상장, 비상장 주식부터 채권, 부동산, 에너지 및 인프라, 스타트업, 그리고 탄소배출권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브룩 테일러(Brook Taylor) 자산관리 부문 CEO는 돈 람(Don Lam) 창업자, 앤디 호(Andy Ho) 최고투자책임자(CIO)와 함께 비나캐피탈의 시니어 리더십을 형성하고 있다. 아서앤더슨, KPMG, 딜로이트 등 글로벌 회계법인과 컨설팅회사를 두루 거친 그는 2007년 비나캐피탈에 합류했다.

거의 모든 종류의 상품에서, 막대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면 베트남의 ‘돈맥’도 엿볼 수 있을 터다. 베트남의 유망한 투자 상품과 함께 베트남 금융시장의 현황 및 가능성을 함께 물었다. 브룩 테일러 CEO는 베트남 전력시장의 변화를 근거로 에너지 산업에서 가장 큰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는 또 “베트남은 넥스트 차이나보다는 넥스트 코리아, 타이완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Q 비나캐피탈은 다른 자산운용사와 어떻게 다릅니까?

비나캐피탈은 다양한 종류의 자산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보통의 회사는 상장 주식과 채권에 집중하거나 비상장 주식(PE)과 부동산처럼 특정 자산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상장, 비상장 주식은 물론 벤처, 부동산, 에너지와 인프라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자산을 다룹니다.

우리는 이것이 현 상황에서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봅니다. 많은 기회가 공개 시장 밖에 있기 때문이지요. 베트남 주식시장을 보면, 상장사의 절반이 은행과 부동산 회사입니다. 리테일, 건설 같은 주요 산업 부문의 기업들은 주식시장 밖에 있습니다.

베트남 호찌민 깟라이(Cat Lai) 항구. [사진=셔터스톡]
베트남 호찌민 깟라이(Cat Lai) 항구. [사진=셔터스톡]

 

Q 투자를 검토할 때 가장 우선순위로 두는 원칙이 있습니까?

우리는 소비 성장(Consumption Growth)에 주목합니다. 베트남 내수시장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생산과 수출이 늘면서 생활수준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본과 태국에서 이런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30~40년 전 한국도 그랬습니다.

아직 수출 기업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아직 자신의 브랜드나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물론 전문성을 갖고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우리가 투자한 안쿵(An Cuong)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래미네이트 목재 제조사입니다. 그들은 수출도 시작했습니다.

Q 안쿵같은 기업을 더 소개해 주신다면.

베트남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분명 늘고는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 공급망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예를 들어 베트남 최대 철강회사인 호아팟(Hoa Phat) 그룹은 지난 2021년 호주의 철광석 광산을 인수했습니다. 밍푸(Minh Phu) 같은 식품 가공업체들도 한국과 일본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처음엔 저렴한 인건비로 경쟁했지만, 이젠 자체 브랜드가 인지도를 얻고 있습니다. 밍푸는 세계 최대 새우 가공식품 생산자입니다.

Q 호아팟은 한국에서도 주목하는 기업입니다. 그런데 해외 투자자가 베트남 기업에 투자하는 데 있어서 일종의 장벽이 있습니다. 이런 장벽을 없애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요한 질문입니다. 상장 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는 제한돼 있습니다. 2025년까지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정부는 보호 대상인 산업 부문을 정의하고 있고, 많은 상장 기업이 이 부문 안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명목상으로는 기업이 원하면 해외 투자 상한을 없앨 수 있지만, 실제로는 기업이 잘 원하지 않습니다.

Q 많은 사람이 고속철도나 고속도로, 물류 및 발전소 등 베트남의 인프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베트남의 성장을 위해선 인프라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철도와 도로 투자에는 다른 회사보다 관심이 적습니다. 우리는 에너지에 투자합니다. 태양광, 풍력 발전, 옥상 태양광, 그리고 한국 GS에너지와의 협력을 통해 LNG 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중요한 에너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Q 에너지 산업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먼저 전력 부족 때문입니다. 앞으로 20년간 산업, 가정 수요 모두 계속해서 늘 것입니다. 베트남은 충분한 발전 용량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또 베트남의 전력 시장은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베트남 정부는 제8차 국가전력계획(PDP8)을 발표했습니다. 계획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민간에서 직접 전력구매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수요자가 특정 발전원으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기 위해 공급업체와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겁니다. 현재는 정부가 전기 가격을 통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보다 가변적인 가격 모델이 도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Q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베트남 경제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십니까?

확실히 지난 30년간 해외자본을 유치하는 데 베트남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생산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자본이 국내에선 충분하지 못했으니까요. FDI 덕분에 베트남은 자본뿐만 아니라 더 나은 제조 기술과 시스템, 그리고 생산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Q 그런데 올해 FDI가 둔화되고 있습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 산하 외국인투자청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까지 집계한 FDI는 108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줄었습니다.

FDI에는 투자약정액과 실제투자액 두 가지 지표가 있습니다. 투자를 결정한 기업이 실제로 투자를 집행하는 데 많게는 5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두 지표를 모두 살핍니다. 들여다보면, 실제투자액은 예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투자약정액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수치는 상당했습니다. 삼성의 투자 결정과 호찌민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비중이 무척 컸습니다. 이것들을 빼면 실제 2021, 2022년의 상황이 어땠는지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겁니다.

베트남 남부 닌투안성 푸옥딘 지역에 조성된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 [사진=셔터스톡]
베트남 남부 닌투안성 푸옥딘 지역에 조성된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 [사진=셔터스톡]

 

Q 많은 사람이 베트남을 두고 ‘포스트 차이나’라고 말합니다. 중국의 대체재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미중 갈등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말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말을 많이 합니다. 전 세계적인 제조 공급망 차원에서 기업들은 더 이상 중국에만 기댈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팬데믹을 다루는 과정에서 평판을 훼손했습니다. 우리는 기업들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다만 베트남은 중국과 다릅니다. 동부 해안 중심의 발전,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구조 같은 점에서는 유사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베트남은 중국보다 작고, 글로벌 경제와 더 연동돼야 하기 때문에, ‘넥스트 코리아’ ‘넥스트 타이완’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은 중국보다 이 두 나라와 유사한 점이 더 많습니다.

Q 한국 기업들은 중국이 각종 규제로 자산의 해외 반출을 막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베트남도 미래에는 그렇게 태도를 바꾸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업인들도 있습니다.

베트남이 중국과 같은 방식을 따를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중국은 국내 생산자와 시장을 보호하는 방식에서 매우 공격적입니다. 반면 베트남 경제는 무역과 개방성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정부는 강력한 규제가 경제와 사람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원칙은 국민의 생활수준 개선입니다.

Q 베트남 자본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이 베트남 자본과 협업하거나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데 조언하자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협력해야 합니다. 비나캐피탈은 이러한 파트너십을 오랜 기간 구축해 왔습니다. GS에너지뿐만 아니라, 우리는 최근 덴마크의 A.P. 몰러 캐피탈과 합작해 물류와 운송 인프라 투자를 위한 공동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지난 지역 지식과 실제 기술과 물류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지식을 베트남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많은 회사가 자국과 베트남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접근했다가 어려움을 겪습니다. 물론 한국 기업들은 다른 국적의 기업들보다 베트남 문화를 더 잘 이해하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한국 기업인과 투자자들도 저에게 베트남 문화를 잘 이해한다는 점에서 이점을 얻고 있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말씀드리면, 베트남은 문화적으로 동북아시아에 더 가까운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홀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은 리스크가 큽니다. 기업의 달성해야 할 목표와 성공을 제대로 이해하는 좋은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Q 베트남 자본시장은 여전히 비교적 작고, 주식시장은 프런티어 마켓으로 분류됩니다. (※MSCI지수 등은 각국 주식시장을 선진, 신흥, 프런티어, 독립 시장으로 나눈다.) 그래서 글로벌 시장의 빅 플레이어들이 잘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쟁도 제한적이지요.

맞습니다. 베트남 주식시장은 관심이 더 필요합니다. 정부가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IPO가 많지 않았고, 국영기업의 민영화 프로젝트도 멈춰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 대응 등 더 시급한 과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베트남 주식시장은 동남아에서 세 번째로 큽니다. 공모시장은 더 커질 것입니다. 베트남의 자산운용업(mutual fund industry) 규모는 40억 달러입니다. 그중 30억 달러는 해외에서 들어왔습니다. 다시 말해 국내 자금 규모는 10억 달러 수준입니다. 한국의 자산 규모는 1조 달러가 넘지요. 베트남에도 상당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Q 비나캐피탈의 리더로서, 구상하고 있는 장단기 계획이 있습니까?

베트남은 빠르게 변화하는 나라인 만큼, 5년을 넘어서는 계획을 세우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5년 단위의 계획을 갖고 있고, 매년 업데이트합니다. 우리는 특히 연간 계획을 검토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에도 민첩하게 탄소상쇄 크레딧(Carbon offset credit, 개인, 기업, 정부,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조직이 조림이나 개발도상국의 탄소 감축 프로젝트 등에 참여해 얻는 탄소 크레딧.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레고 같은 제조업체나 의류업체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크레딧을 구매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 기업은 베트남에서 만들어지는 오프셋 크레딧을 구매하려고 합니다.

Q 아세안 국가들은 디지털전환과 녹색전환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색전환은 한국과 베트남 양국에 모두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정상회의 때도 다뤄질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녹색전환처럼 새로운 이슈가 전 세계에서 떠오를 때, 사람들은 흔히 선진국이 새로운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해서 이슈에 대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블록체인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베트남은 블록체인 산업이 활발한 국가입니다. 선진국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블록체인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미 공공 시스템으로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토지 등기 시스템을 이제 구축하고 있는 베트남으로서는 블록체인이 유용한 수단입니다.

탄소 오프셋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기간 환경을 관리해 온 나라에서는 탄소 오프셋을 생성할 기회가 베트남보다 무척 적습니다. 베트남은 이제 환경 오염 이슈에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선진국보다 베트남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비나캐피탈의 사명은 무엇입니까?

우리의 임무는 투자자의 국적과 상관없이, 베트남에 잠재된 기회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번영을 투자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또 우리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베트남 사회 전체가 번영의 혜택을 받길 원합니다.

Q 경제가 성장하면 투자사의 역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집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자본의 중요성을 깨닫고, 저축과 투자를 원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사람들은 공공 연금에만 의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공공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상품을 찾게 될 것입니다.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기고 전문적으로 관리하게끔 해서 더 높은 수익을 얻고자 하겠지요. 이것은 아주 오랜 여정입니다. 우리는 시장에 우리의 역할과 상품을 알려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한국의 성공, 미래에셋과 같은 회사의 성공을 보면서 확신을 갖습니다.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 장석준

※ 베트남 경제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VIETSIDE’ 기획은 포춘코리아 정기 연재물 ‘고영경이 만난 아세안 이노베이터’의 필자인 고영경 고려대 아세안센터 연구교수와 함께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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