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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항공사, 델타의 한국인들

[RUNWAY IN SIGHT] 델타항공의 한인 1세대 임직원들을 만나다

  • 기사입력 2023.08.03 16:05
  • 기자명 문상덕 기자

미국 애틀랜타의 델타항공 본사. 2009년 이곳에 근무하던 한국인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델타의 중추로 성장했다. 그 시간 동안 아시아의 항공시장이 커온 것처럼. 애틀랜타=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 최근우

김주영(오른쪽) Director of International Network Planning 미국 조지아텍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2009년 델타에 입사했다. 2022년 노선관리(Network Planning) 부문의 총괄 디렉터로 승진, 국제 노선(대서양·태평양)을 총괄하고 있다.

글로리아 권 Global Corporate Account Manager 1998년 미주 대한항공 예약·티케팅 부서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2007년 델타에 입사, 델타-대한항공 JV의 세일즈 제너럴 매니저를 거쳐 2020년부터 글로벌기업의 어카운트 매니저를 맡고 있다.


“언니!” 김주영 디렉터가 글로리아 권(Gloria Kwon) 매니저를 불렀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찍고 싶다는 말에 김 디렉터는 평소 쓰던 호칭을 꺼냈다. “주영씨도 참.” 권 매니저는 멋쩍게 웃었다.

김주영 디렉터는 델타항공의 네트워크 플래닝(Network Planning, ※직무 설명은 아래 박스기사 참조) 부서에서 대서양과 태평양 네트워크를 총괄하고 있다. 부서 전체를 지휘하는 부사장에게 직보하는 자리.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몇 안되는 본사 간부급에 올라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디렉터가 2009년 델타에 입사했을 때, 한국인은 얼마 안 됐다. 그중 한 명이 권 매니저였다. 다른 한 명은 퇴직한 지 오래. 권 매니저는 글로벌 세일즈 팀에서 글로벌 기업 어카운트를 담당하고 있다. 권 매니저는 2008년 이후 델타가 본격적으로 동아시아에 진출할 무렵, 현지 아시아 세일즈 팀을 꾸리기도 했다.

세계 최대 항공사에서 한국인으로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전 세계 항공 수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곳에서 두 사람은 어떤 변화를 감지하고 있을까. 항공 승무원들이 팬데믹에 맞서 사투를 벌일 때, 이들은 오피스에서, 또 길 위에서 마찬가지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지구상 거의 모든 인종과 민족의 직원이 오가는 델타항공 본사 건물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Q 델타에 어떤 인연으로 오게 됐나요?

글로리아 승무원이 꿈이었어요. 미국 항공사는 외적인 조건을 크게 안 본다기에 관심이 더 생겼죠. 대학교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항공사에 가기 좋을까 고민하다가, 마케팅을 택했어요. 그리고 대한항공 애틀랜타 지사에서 9년간 근무했는데, 2006년 말쯤 델타항공 본사에 미팅이 있어 왔어요. 그런데 아시아 시장을 잘 아는 직원을 뽑는다고 하더군요. 바로 지원했어요.

주영 저는 우주항공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조지아텍에 갔죠. 그런데 공부하면서 외국인으로서는 벽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연관 산업인 항공으로 왔습니다.

 

Q 네트워크 플래닝 업무를 소개하자면.

주영 네트워크 플래닝은 퍼즐 게임하고 비슷해요. 그래서 재미를 느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 어느 시간에, 어느 기종을 띄울지 정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인천-애틀랜타 노선을 취항한다고 하면, 미주 동남부의 고객까지 생각해요. 그리고 인천을 경유해서 이를 테면 방콕까지 가는 경우까지 생각합니다. 또 어느 공항에서 정비를 받을지도 고려해야 하고요.

정부 규제도 생각해야 해요. 단적으로 EU는 항공기 탄소배출을 규제하거든요. 탄소배출이 적은 항공기를 우선 배정해야 하죠.

 

Q 고차 방정식이네요. 기술의 도움을 받나요?

주영 자체 제작한 분석, 예측 모델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측은 기본적으로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모델의 도움을 받되, 사람의 협업이 들어갑니다. 이때 고객 편의는 물론이고 수익 창출, 회사의 전략까지 고려해야 하죠. 퍼즐 같은 일입니다.

글로리아 그래서 세일즈 팀 등과 협력합니다. 어느 기업이 출장 수요가 많고, 어느 도시를 주로 가고, 어느 시간대를 선호하는지 저희가 듣고 전달하는 식이죠.

주영 우리가 하는 일의 임팩트가 크다는 이야기를 팀원들에게 해요. 출발 시각을 5분만 바꿔도 혹자의 여행 계획이 바뀔 수 있거든요. 5분 차이에 따라서 경유 항공편을 탈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될 수 있으니까요.

 

인천 노선은 사명감을 갖고 항공기를 띄웠습니다. 팬데믹 때 수요가 적어도 운항을 쉬지 않았어요.

Q 현재 업무의 임팩트를 체감했던 일이 있나요?

주영 네트워크에선 신규 취항 노선이 가장 크게 와닿죠. 국제선은 이번 달에 결과가 안 좋네, 해서 다음 달에 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첫해 수익이 안 나와도 장기적으로 회사에 주는 이익이 있고 전략이 있을 때 들어가는 겁니다. 그래서 국제선은 신규 취항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저희가 항상 향후 5~10년 계획을 짜고 그 안에서 조정해요.

특히 아시아 노선은 노선당 항공기가 두 대 있어야 해요. 항공기 한 대가 최대 24시간 운행할 수 있는데, 장거리 노선의 경우 비행시간만 편도로 최대 16시간이 걸리니까요. 출발지와 목적지에서 각각 적어도 2시간 15분씩 준비하는 데 써야 하고요. 그래도 유럽 노선은 평균 8~9시간 정도로 가는데, 아시아는 아닙니다. 그래서 특히 아시아에 새로운 노선을 띄울 때 가장 긴장돼요.

글로리아 예약이 떨어지거나 올라가는 등 특이사항이 있으면 이유를 파악하고 또 전달해서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 저희 일이죠.  

주영 제가 국제선 담당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델타와 대한항공이 조인트벤처를 맺었어요. 인천에서 많은 도시를 연결할 수 있으니까, 경유 수요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인천으로 항공기를 새로 띄울 수 있는 거예요.

글로리아 델타가 애틀랜타-인천, 애틀랜타-상하이 직항 노선을 취항한 뒤인 2014 한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한 영업팀을 꾸리라는 임무를 받았어요. 10명을 채용해서 미국 전역의 도시와 고객에게 홍보하는 일을 4년간 했거든요. 그 일이 자부심으로 남습니다.

 

Q 수요 예측이 쉽지 않다고 했는데, 팬데믹 이후는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주영 펜트업(pent-up) 효과라고 해서 억눌렸던 수요가 확 올라가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수요가 정점을 찍고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글로리아 기업 고객 수요는 75~80% 돌아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패턴이 바뀐 건 맞는 것 같아요. 출장하고 본인의 레저 여행을 섞는 형태가 많이 늘었습니다. 비즈니스와 레저를 합친 말로 ‘블레저(Bleisure)’라고 하는데요. 월, 금요일 재택 근무를 한다고 할 때, 화~목요일 휴가를 쓰면 일주일 동안 여행지에 있을 수 있어요. 이런 수요를 어떻게 흡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주영 미주 국내선은 월요일 아침에 출장을 가서 목요일 오후에 돌아오는 패턴이 많았어요. 그 패턴에 맞게 공급을 조정해 왔죠. 그 패턴이 어떻게 바뀔까 보고 있습니다. 월, 금요일 재택 근무를 많이 하게 된다면 월요일 출장 수요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겠죠.

 

제가 채용했던 분들 말고도, 아들뻘 되는 이민 1.5세대 직원들이 꽤 참석했어요. 한국말을 잘하더라고요. 뿌듯했죠.

Q 감지된 변화는 무엇인가요?

주영 유럽은 팬데믹 전을 넘어섰어요. 2~3년 못 가던 여행을 몰아서 가기 시작했거든요. 아시아는 올여름 정도에 정상화될 것 같습니다. 아시아는 전통적으로 여행, 가족 방문 수요가 큰데, 그 패턴이 어떻게 바뀌었다고 말하기는 이르고요.

글로리아 아시아 지역은 제한을 늦게 풀었기 때문에 수요 회복 속도도 느립니다. 출장 수요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출장 수요를 보면 아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늦게 반등하는 것 같습니다.

 

Q 시간을 앞으로 당겨서, 팬데믹 때는 어땠습니까?

주영 ‘비행기가 안 뜨는데 할 일이 있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끝났을 때를 대비해야 하니까 오히려 일이 많았어요. 네트워크 플래닝은 항공사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스케줄을 짜야 그걸 바탕으로 마케팅을 하고,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죠. 그리고 한정된 기재(※델타는 현재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운영하는 156대의 와이드바디 기재를 보유하고 있다)로 가능한 최대 이익을 창출하고, 고객에게 더 많은 연결편을 제공해야 하니까요.

저희가 인천 노선은 사명감을 갖고 항공기를 띄웠습니다. 팬데믹 때 수요가 적어도 운항을 쉬지 않았어요. 기존 노선을 모두 유지할 순 없어도, 동부에서는 디트로이트, 서부에선 시애틀에서 항공기를 띄웠습니다. 꼭 가야만 하는 고객이 있으니까, 가능한 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손실을 줄여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매일 들어오는 데이터로 다음 주 스케줄을 고민할 정도였죠.

원래 네트워크 플래닝은 항상 미래에 산다고 해요. 국제선은 1년 스케줄을 여름과 겨울로 나누거든요. 지금은 내년 여름(4~10월) 스케줄을 보고 있어요. 올겨울(11~3월)은 이미 계획이 끝났고요.

그런데 팬데믹을 거치면서 ‘얼마나 고객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느냐’로 초점이 조금 옮겨졌어요. 민첩하게 움직여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민첩하게 고객 수요에 맞춰서 공급을 조절하고, 공항 직원과 승무원들이 플랜을 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델타가 팬데믹 동안 고객 만족도와 재무 면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운항하고, 또 가장 빠르게 회복했다고 평가받는데, 이런 민첩함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리아 팬데믹이 터졌을 때 저는 한국에 주재원으로 있었어요. 델타-대한항공 JV를 시작했을 때였어요. 그런데 1년 반 만에 팬데믹이 터졌죠. 모든 기업이 비즈니스를 줄이고 멈출 때라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정해진 기간보다 반년 일찍 미국에 들어왔죠. 다행히 델타는 팬데믹 동안 감원하지 않았어요. 감사한 일이죠.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됐어요. 예전엔 니치 마켓이나 아시아처럼 특정 지역을 주로 맡았는데, 팬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을 전담으로 맡아서 전 세계 지역을 커버하게 됐으니까요.

 

Q 델타는 팬데믹 때 왜 다른 선택을 했을까요? ‘델타답다’고 할 만한 문화가 있나요?

글로리아 CEO께서 ‘사람이 먼저(People-first)’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직원과 고객을 우선으로 한다는 뜻인데,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팬데믹 때 해고가 없었고요. 2022년 초 가장 먼저 임금을 4% 인상했습니다. 또 글로벌 항공사 중 가장 먼저 중간 좌석 판매를 중단했어요. 이런 부분이 델타 디퍼런스가 아닐까 합니다.

주영 저는 우스갯소리로 제 스스로를 ‘코리안-코리안’이라고 말해요.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나왔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까요. 그리고 아시안 여성이기도 하죠. 그런데도 제가 이곳에서 일하고 보상받을 때 불이익을 받는다고 느낀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회사 차원에서 다양한 배경이 공존하는 걸 가치 있게 봤어요.

그래서 저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와 리더십이 델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제 꿈이 델타에서 은퇴하는 것일 정도로요.

 

Q ‘한국 출신’이 두 분께 어떤 의미인가요?

글로리아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 있어요. 세일즈 팀은 매년 글로벌 세일즈 콘퍼런스 행사를 갖는데, 전 세계 셀러들이 모이죠. 이제 제가 채용했던 분들 말고도, 제 아들뻘 되는 이민 1.5세대 직원들이 꽤 참석했어요. 한국말을 잘하더라고요. 뿌듯했습니다.

주영 지금 델타의 관심은 국제선 시장입니다. 미국 외에서도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서 성장이 가능한 아시아는 꼭 필요한 시장이죠. 한국을 도약점으로 아시아 전체에 브랜드를 알리려고 하는 시점에서 네트워크 업무를 맡는 게 개인적으로 뿌듯합니다. 회사의 전략적인 방향과 제 배경, 정체성이 같이 가니까요.


 

항공기 밖, 델타의 일

 

NETWORK PLANNING

노선 기획, 관리를 뜻한다. 항공 수요를 비롯해 경쟁적 위치, 운영 가능성, 전략적 가치, 재무적 성과 등 기준을 고려해 항공사의 전체 기재를 운항 지역과 시간에 따라 배분한다. 노선 운용 계획이 확정돼야 가격을 책정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며, 승무원을 배치할 수 있다.

각각의 기준에 대한 판단은 과거 데이터와 고객 관련 부서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한다. 김주영 디렉터는 “5년, 길게는 10년 주기의 미래 계획을 짠다”고 말했다. 또 권 매니저가 소속된 세일즈 팀 등에서 나오는 현재의 고객 피드백을 더해 판단의 정밀도를 높인다.

신규 노선 취항도 네트워크 플래닝 부서의 몫이다. 앞선 기준에 따라 델타항공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연평균 50개의 노선을 신규 취항했고, 약 38개의 노선을 중단했다. 김주영 디렉터는 “항상 향후 5년 (네트워크) 계획을 짜고, 그 안에서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CORPORATE SALES

법인 고객을 상대하는 세일즈 직책을 뜻한다. 보통 항공사의 세일즈 부서는 대리점과 여행사, 그리고 법인 팀으로 나뉜다. 델타항공은 법인 팀 중에서도 대규모 글로벌 기업을 회사별로 전담하는 직책을 따로 두고 있다. 권 매니저가 맡고 있는 글로벌 담당(Global Corporate Account)이다.

권 매니저는 항공료 협상부터 이슈 발생 시 컴플레인 대응까지, 맡고 있는 글로벌 기업과 관련한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또 해당 기업의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스카이마일스(SkyMiles, 델타 마일리지 프로그램) 혜택을 소개하는 등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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