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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윤의 시선] 가격? 편리성이 소비를 결정하는 시대

  • 기사입력 2023.08.02 16:20
  • 기자명 포춘코리아
글로벌 동영상 온라인 서비스업체(OTT) 넷플릭스가 지난 6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간담회'를 가졌다.
글로벌 동영상 온라인 서비스업체(OTT) 넷플릭스가 지난 6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간담회'를 가졌다.

‘사람은 엉덩이만 들면 다 돈이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늘 하시던 말씀이다. 그때는 절약을 강조하는 잔소리 정도로 이해했다. 요즘은 물가 상승이 매우 가파르다. 그래서인지 어머니 말씀이 자주 생각난다. 돈 쓰기도 무섭고, 지갑 두께가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어머니 말씀엔 꽤 그럴듯한 경제 이론이 숨어 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비용을 수반한다. 버스를 타면 돈을 내는 것과 같다. 같은 거리지만, 비싼 택시를 타기도 한다. 택시를 타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절약한 만큼 더 많은 효용을 창출한다면 택시를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이를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인간이 행동을 결정할 때 금전적 비용보다 기회비용과 같은 암묵적 비용이 중요하게 작용하곤 한다.

기업은 이윤 극대화가 목적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기회비용을 활용한 전략을 짠다. 가장 흔한 전략이 가격 차별화다. 영화관은 1회차 상영에 항상 요금을 할인해 준다. 영화관은 문을 열면 무조건 비용이 발생한다. 1명이라도 영화를 본다면 영화관은 비용을 조금이라도 상쇄할 수 있다. 그렇다고 헐값에 표를 팔진 않는다. 왜냐하면 관람객도 기회비용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영화표를 100원에 판다면, 대부분 소비자는 아침잠 대신 얻는 효용이 크기에 기꺼이 아침잠을 포기하고 영화를 보려 할 것이다. 따라서 너무 많은 관람객이 올 수 있다. 관람객이 많아지면 더 많은 직원을 배치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영화관은 할인 폭을 적절하게 조정한다.

이처럼 우리 생활 속에는 꽤 많은 경제 이론이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이론이 미처 좇아가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 영화 산업이 대표 사례이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관람객 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여기에 경제 이론을 대입하면, 생산자인 영화관과 소비자인 관람객이 가격을 통해 서로의 효용을 극대화하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가격을 통한 효용 극대화가 더 이상 먹히질 않는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제3자가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OTT(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의 등장이 그러하다. OTT를 영화의 대체재나 보완재로 본다면 가격을 통해 상호 경쟁이 가능하다. 영화관 스크린과 스마트폰으로 보는 영화는 차원이 다름에도 소비자는 영화관보다 OTT를 찾고 있다.

소비자가 소비를 결정할 때 가격보다 편리성(convenience)을 우선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소득 증가가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데 소득이 증가하면서 웬만한 가격 차이는 소비를 결정하는 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소득으로 가격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면 편리성을 추구하는 행태이다. 설날 차례상 구매 비용을 비교하면,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5만 원 이상 저렴하다. 그러나 소비자는 5만 원을 기꺼이 지불하고 주차도 편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장시간 머물 수 있는 대형마트를 선택한다.

이처럼 편리성 중심의 소비 행태가 가장 잘 드러난 시장은 음식 배달이다. 음식 배달시장 규모는 2017년 2조 7326억 원에서 2022년 26조 5940억 원으로 지난 6년 사이에 10배 이상 급성장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식음료 시장은 배달 서비스가 있었기에 생존할 수 있었다. 코로나가 소비자를 배달시장으로 유인했지만, 팬데믹 이후에도 소비자들은 기꺼이 배달비를 내면서 소비한다. 편리성을 얼마나 우선하는지 보여준다. 편리성을 극대화하려고 배달앱과 라이더라는 새로운 시장 참여자가 등장했고, 소비자가 편리성을 위해 지급하는 배달비로 매출과 소득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배달앱 이용자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올 상반기 배달앱 월평균 이용자는 작년에 비해 500만 명가량 줄어들었다. 코로나 엔데믹 탓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배달비가 폭등한 탓이다. 탄력제가 적용되면서 심지어 배달비가 1만 원인 곳도 있다. 배달앱들은 각종 할인 정책을 펴고 있지만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가격 부담이 편리성보다 크기 때문이다.

배달 앱들은 단건배송을 중요한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음식은 빠른 배달이 최우선이라 일반 택배 물량처럼 묶어서 지역별로 배송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배달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라이더 부족까지 더해지면 배달비는 더욱 상승한다. 결국, 소비자가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 여파는 라이더와 배달앱은 물론 생산자인 음식점의 매출 하락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배달앱들이 해결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단건배송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형태의 묶음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소비자 선택폭을 넓히고 있다. 묶음배송을 하면, 기본적으로 배달비가 낮아지고, 묶임과 배달거리에 따라 배달비를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음식을 묶음으로 배송한다는 게 언뜻 이해가 가진 않지만, AI(인공지능)가 등장하면서 이를 해결한 것이다. AI는 지역별로 묶음 가능하게 주문을 처리하고, 라이더에게 최적으로 경로를 제공함으로써 빠른 배송을 가능케 해준다. 이렇게 되면, 라이더도 단건배송에 비해 건당 배달비는 줄지만 묶음배송으로 배송 물량이 많아지면서 전체 수입은 늘게 된다.

묶음배송이 자리 잡으면 배달시장 참여자인 라이더, 생산자(음식점), 소비자 모두의 후생이 증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이를 위해서 한 가지 선결과제가 있는데 묶음배송으로 발생한 잉여가 배달앱의 이윤으로만 가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묶음배송으로 발생한 잉여는 소비자에게 배달비 인하로, 생산자에게 수수료 인하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등 돌린 소비자가 다시 배달시장으로 돌아오고, 매출 하락으로 고전하는 음식점들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비로소 배달앱의 매출 증대가 발생한다.

한편, 대형 배달앱이 묶음배송을 주도하면 기존의 배달대행사들은 고전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묶음배송이 활성화되면 프리미엄 배송을 중심으로 단건배송 시장의 고급화가 진행될 것이다. 더 비싼 배송료를 지급하더라도 단건배송의 편리성을 고집하는 소비자는 더욱 뚜렷하게 그러한 소비 행태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배송에 맞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요즘 웬만한 식음료 매장에서는 키오스크가 고객을 먼저 맞는다. 대부분 고객은 키오스크 조작이 서투르고, 생각보다 주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뻘쭘해하면서 조작을 반복하는 사이 종업원들은 나의 당황함을 물끄러미 쳐다보곤 한다.

기본적으로 키오스크는 매출 증대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 한 단계, 한 단계 넘어갈 때마다 더 큰 사이즈와 더 비싼 메뉴를 선택할 것인지 끊임없이 묻는다. 지금 소비자는 가격보다 편리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우리 기업은 아직도 매출 증가에만 관심을 두고 소비자를 괴롭히고 있다. 결국, 키오스크도 기업의 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늘리는, 소비자의 편리성은 개의치 않는 도구일 뿐이다. 지금 기업에게는 편리성 중심의 소비 행태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 글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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