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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과연 정점을 찍은 것일까?

HAVE WE REACHED PEAK TESLA?

  • 기사입력 2023.08.09 09:08
  • 기자명 포춘코리아

테슬라는 올해 포춘 500대 기업 순위에 오른 다른 어떤 기업들보다 빠르게 상위 50위권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 자동차 회사의 전기차(EV)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혁신적인 차세대 성장동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By Vivienne Walt


독일 그륀하이데에 있는 테슬라의 기가 베를린 공장에서 직원들이 전기차를 조립하고 있다. 이 공장의 1만 1000명의 직원들은 올해 25만 대의 모델 Y SUV를 생산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그륀하이데에 있는 테슬라의 기가 베를린 공장에서 직원들이 전기차를 조립하고 있다. 공장 근로자는 1만 1000명이고 올해 25만 대의 모델 Y SUV를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 동부의 공장 한가운데에서는 4초마다 귀청이 터질 듯한 굉음을 내며, 자동차 금형이 강철판을 때린다. 한 쪽에서는 작업자들이 이글거리는 용광로에 연료를 주입하고, 이른바 ‘고질라’ 헤드를 장착한 로봇이 차체를 조립 라인 위로 들어 올린다. 이 쿵쾅거리는 소리는 공장 내부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작업의 일부에 불과하다(물론 가장 큰 소음을 유발하긴 한다). 독일에는 이런 공장이 수십 곳 있지만, 이곳은 평범한 자동차 공장이 아니다.

굉음을 내는 각각의 작업이 끝난 후에는 두 개의 자동화 집게발이 금형 주위에서 부품 하나를 회수한다. 바로 테슬라 모델 Y의 곡선형 테일게이트(트렁크)다. 우리는 독일 수도에서 약 24마일(약 39km) 떨어진 삼림지대에 위치한 테슬라 기가 베를린을 방문했다. 이곳은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혁명의 선두주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은 노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소다.

기가 베를린의 생산 책임자 앙드레 티에리그는 지난 5월의 어느 따뜻한 화요일 아침에 필자를 안내하고 있었다. 그는 작년 3월 머스크가 기가 베를린을 설립한 이후 내가 이 공장을 방문한 첫 외국인 기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매주 약 5000대의 모델 Y SUV가 조립 라인에서 출고되고 있는데, 그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티에리그는 "우리는 여전히 3교대 체제로 생산을 늘리고 있다”며 "앞으로 최대한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또한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길 희망하고 있다. 기가 베를린의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 연간 1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한 포석이다.

놀라운 속도로 생산 능력을 확장하는 것은 종잡을 수 없는 테슬라의 자칭 ‘테크노킹’(머스크는 2021년 3월 테슬라 CEO 직함을 ‘기술 제왕’이라는 의미의 테크노킹으로 공식 변경했다) 스타일의 전형적인 특징이 됐다(머스크가 운영하는 또 다른 테크 기업인 트위터와 스페이스X, 뉴럴링크도 마찬가지다). 오는 7월이면 테슬라 창업자들이 회사를 설립한 지 20년이 된다(설립 1년 후 머스크는 최대 주주가 됐고, 2008년에는 회장 겸 CEO에 올랐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테슬라는 여전히 세계 최대의 순수 전기차 제조업체다. 실제로 테슬라는 전기차 산업을 정의하게 됐고, 미국인들이 테슬라의 경쟁자들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 동안 머스크는 테슬라의 미래에 대해 터무니없는 예측을 하고, 그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고, 그럼에도 여전히 놀라운 결과를 낳는 인물로 유명세를 탔다. 포춘 500대 기업 명단—연 매출을 기준으로 미국 최대 기업 순위를 매긴다—보다 테슬라의 상승세를 가늠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없다.

회사는 2017년 매출 70억 달러(약 9조 2715억원)를 올리며 383위로 순위에 첫 진입했다. 그 이후 1955년 명단이 첫 발표된 이래 보기 드문 속도로 100년 된 유수의 기업들을 가볍게 추월했다. 테슬라는 6년 전보다 거의 12배나 많은 매출을 기록하며 올해 50위에 올랐다. 회사는 지난해 2021년보다 40% 증가한 130만 대의 배터리 구동 차량을 전 세계적으로 판매했다. 미국에서만 매출이 58% 급증했다.

텍사스 오스틴과 기가 베를린의 최신 공장들은 올해 각각 약 25만 대의 모델 Y를 생산할 예정이다. 머스크는 지난 3월 멕시코 몬테레이에 6번째 테슬라 기가 팩토리를 지을 계획을 발표했다. 평소 과장된 표현을 즐겨 쓰는 이 CEO는 눈부신 성장을 막을 수 있는 장애물은 거의 없다고 자신한다. 머스크는 지난 4월 투자자들에게 "사람들이 자동차 구입을 중단할 정도로 심각한 거시적 충격이 분명 닥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충격이 없다면, 우리는 계속 빠른 속도로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사가 올해 약 200만 대의 자동차를 인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에 비해 약 50% 증가한 규모다.

경쟁에 따른 점유율 하락에 이윤 감소까지 겹쳐 테슬라 주가는 급락했다.
경쟁에 따른 점유율 하락에 이윤 감소까지 겹쳐 테슬라 주가는 급락했다.

대폭 증가한 이런 수치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급상승세가 정체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4월 시장 예측에 미치지 못하며,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매출 총이익(gross margin)을 기록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포춘 500대 기업 중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테슬라 주식은 떨어지는 칼날이 됐다. 5월에는 2021년 최고치보다 60%나 급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올 봄에는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자동차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또한 머스크는 지난 5월 오스틴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회사가 처음으로 "광고를 조금 해본 후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고 즉흥적으로 발표했다. 갈팡질팡하는 이런 태세 전환으로 인해, 회사가 지난 2008년 최초의 전기 오픈카를 선보인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테슬라는 과연 정점을 찍은 것일까?”

테슬라의 근본적인 불확실성은 새삼 비밀이 아니다. 회사는 수년간 전기차 업계를 지배했지만, 이제는 수많은 경쟁자들에 둘러 쌓여 있다. 증가하는 소비자 수요와 규제 기관의 순 제로 목표에 자극을 받은 자동차 기업 수십 곳이 이 ‘파티’에 뛰어 들었다. 테슬라의 초창기 시절과 달리 운전자들에게는 이제 리비안과 루시드 같은 스타트업과 포드, 제너럴 모터스, 폭스바겐 같은 거인들로부터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전기차 옵션이 있다. 특히 기존 대기업들은 뒤늦게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작년 3월 기가 베를린 공장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곳은 유럽 전기차 시장에 설립된 테슬라의 유일한 현지 공장이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작년 3월 기가 베를린 공장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곳은 유럽 전기차 시장에 설립된 테슬라의 유일한 현지 공장이다.

테슬라는 여전히 4개의 모델만 판매하고 있다. 새로운 경쟁자들이 즐비한 분야에서 일부 자동차 구매자들은 더 이상 테슬라의 모델 S, 모델 3, 모델 X, 모델 Y를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부하다고 여긴다. 전기차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생산업체들이 급증하며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분기 전 세계 EV 판매량의 30.4%에서 올해 1분기 16.5%로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전체 EV 판매 비중이 59%에 달했던 중국에서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 중 8개 브랜드가 토종이었다. 올해는 BYD가 급기야 테슬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경쟁만이 테슬라의 유일한 위협은 아니다. 인플레이션과 불황에 직면하며 사람들은 타던 차를 과거보다 더 오래 유지한다. 또 금리와 함께 가격이 치솟고 있어, (전기차든 내연기관 자동차든) 신차 구매를 미루고 있다. 전기차는 ‘친환경’ 후광도 일부 상실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EV 배터리의 핵심 재료인 리튬 채굴에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EV 생산이 환경 피해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깨닫고 있다.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은 2050년까지 미국인들이 모두 전기차로 바꾸면 미국에서만 현재 전 세계에서 채굴되는 것보다 3배나 많은 양의 리튬이 매년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도 있다. 테슬라는 대부분 자동차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작년에 현지에서 거의 44만 대를 판매했다. 따라서 미ᆞ중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 적대감에 직면할 수 있다. 영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자동차 분석회사 자토 다이내믹스의 펠리페 무뇨스는 "우리는 더 복잡한 지정학적 세계로 향하고 있다"며 "테슬라가 미국 회사라는 사실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잠재적 장애물이 있다. 지난해 갈짓자 행보 끝에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각종 돌출 행동으로 뉴스를 도배한 머스크 자신이다.

한 주주는 오스틴 주총에서 머스크에게 "대부분 투자자들은 회사가 표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며 "우리는 테슬라를 최고경영자와 동의어로 보고 있다. 그런데 미래 방향에 대한 논의가 완전히 초점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테슬라 주식은 머스크가 트위터 최고 경영자 자리를 포기한다고 발표한 5월 초 반짝 상승했다). 이런 모든 요인들과 씨름하고 있는 머스크의 전략은 분명해 보인다.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가격을 대폭 낮춰 이익을 희생하면서도 가능한 한 많은 테슬라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이다.

테슬라는 220억 달러(약 29조 1390억원)의 현금 보유액을 활용해 이런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차세대 자동차 산업의 필수 기술인 자율주행 차량에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도 있다. 머스크는 그 전략을 통해,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들 사이에서 거의 독보적인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 4월 투자자들에게 "이론적으로 지금 당장 아무 이익 없이 자동차를 판매하지만, 자율주행을 통해 미래에 실제로 엄청난 경제성을 창출할 수 있는 건 우리뿐"이라며 "다른 기업들은 결코 따라올 수 없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이런 호언장담은 머스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자신감과 풍부한 자원으로 무장한 그는 자신이 다른 CEO들보다 미래에 대해 더 날카로운 안목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의 전략이 성과를 거둔다면, 테슬라는 앞으로 수십 년간 EV 시장에서 존재감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동시에 잠재적으로 자동차 판매를 뛰어넘는 매출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불확실하지만 매력적인 전략이다. 무뇨스는 "일론 머스크는 2030년까지 연간 2000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할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굳이 비교하면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가 지난해 약 1000만 대를 판매했다).

무뇨스는 반면 자율주행은 "차세대 혁명이 될 것"이라며 "다른 회사들이 여전히 EV를 계획하거나 생산하는 동안, 그가 이미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물론 다른 기업들도 이 혁명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테슬라 경영진은 치열한 경쟁이 회사와 전 세계에도 좋다고 주장하며, 무관심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기가 베를린의 책임자 티에리그는 공장에서 필자에게 "우리는 전기차 시장을 지배할 뜻이 없었다"며 "우리는 막 전기차를 시작하고 있었다. 우리 생각은 항상 세계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많은 참여자들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가 앞서 2021년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당시, 기가 베를린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채 한창 건설 중이었다. 건설 인부들은 여전히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현재까지 50억 달러(약 6조 6225억원) 이상 투입된 공장 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그럼에도 광활한 부지에서 주차장은 찾기 어려웠다). 모델 Y만 생산하는 기가 베를린은 이제까지 거의 1만 1000명의 인력을 고용했다.

오늘날, 기가 베를린 공장은 그륀하이데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주민 1만 명의 이 한적한 도시는 한때 공산주의 동독이었던 베를린에서 동쪽으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기가 베를린은 이 도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약 250만 명이 거주하는 주변 브란덴부르크 주의 경제적 전망도 크게 밝아졌다. 이 과정에서 설립 2년이 채 안 된 기가 베를린은 폭스바겐과 BMW 등 독일 유수 대기업들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이 거인들은 그 동안 방대한 인프라를 EV 생산 시설로 전환하는 데 뒤처졌다.

그러나 테슬라의 진출과 머스크에 대한 의견은 갈리고 있다. 작년 12월 독일 슈피겔지가 자동차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7%는 머스크의 행동이 테슬라에 대한 의견에 "분명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브란덴부르크의 경제부 장관 요르그 스타인바흐는 필자에게 "그는 주민 50%에게는 메시아이지만 나머지 50%에게는 악마"라고 말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테슬라를 브란덴부르크로 유치하는데 일조했고, 세부적인 생산계획에 대해 머스크와 협력했다. 그는 필자에게 엑스 애 에이-트웰브 머스크(X Æ A-12 Muskᆞ캐나다 여가수 그라임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머스크의 첫 아들)의 세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며칠 전 머스크에게 문자로 보낸 춤추는 미니언즈 GIF 파일을 보여줬다.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이 조용한 지역에 유럽 유일의 테슬라 공장을 세우기로 한 머스크의 결정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일부는 기가 베를린이 숲을 없애고, 야생동물을 죽이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짓밟고, 지역사회에 강력한 미국식 경영 방식을 강요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이 공장이 수십 년간의 경제 쇠퇴를 되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여긴다. 통계들은 나무와 도마뱀, 뱀을 희생시킨 대가로 후자의 주장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주택 가격은 상승하고,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브란덴부르크는 현재 독일의 어떤 주보다 GDP가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주의 GDP 성장률은 독일 전국 평균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연간 약 3.3%에 이른다.

스타인바흐는 "그것이 바로 의심할 여지가 없는 테슬라 효과다. 테슬라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가 베를린으로 인해 관련 기업들이 인근에 시설을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휴스턴에 기반을 둔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업체 마이크로배스트와 독일 바스프가 대표적이다. 두 기업 모두 전기차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타인바흐 사무실에서도 28개의 신규 공장 신청을 추가 검토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머스크는 지난 2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미국 내 부품 생산에만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탓에 테슬라가 기가 베를린의 대규모 배터리 공장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가 베를린을 대규모 EV 복합시설로 확장하려는 테슬라의 계획은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팡슐뢰즈 마을—테슬라 근로자들이 베를린에서 기차로 출퇴근하는 공장에서 몇 마일 떨어져 있다—에서 이런 여론이 지배적이다. 마을의 철로 사이에는 1900년에 지은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이 건물은 강력한 독일 금속산업노조인 IG 메탈의 노조원 모집 분소로 쓰이고 있다. 유럽 최대 산별 노조인 IG 메탈은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독일 자동차 공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테슬라의 미국 공장들도 역시 노조가 없지만 노동쟁의에 시달려 왔다. IG 메탈은 기가 베를린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노조의 분소 내부에서는 창문을 통해 테슬라 근로자들이 오가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노조는 테슬라가 6개월의 수습 기간이 끝나기 전에 수시로 근로자를 해고하고, 다른 독일 자동차 대기업들보다 임금이 20% 가량 낮다고 주장한다(기가 베를린은 포춘에 보낸 성명서를 통해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우리 임금이 업계 표준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독 출신의 정치인 마티아스 파펜디크는 다른 독일 공장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이 기가 베를린의 운영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테슬라가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우리는 테슬라로부터 매우 짧은 시간에 공장을 설립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테슬라도 여전히 우리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마티아스는 적은 급여보다 테슬라를 통해 누리는 엄청난 이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수천 개의 일자리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일자리들은 일부 사람들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역에서 만난 한 직원은 교대 근무를 위해 공장으로 출근하는 길에, 자신이 2015년 전쟁으로 초토화된 시리아를 탈출한 다마스쿠스 출신의 기계 엔지니어라고 말했다. 비록 조립 라인에서 하는 일은 그가 가진 기술 수준에 훨씬 못 미치지만, 기가 베를린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는 "공장에서 의사 출신 근로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며 “테슬라에 입사하기 전에 약 5000건의 구직 지원서를 보냈다”고 토로했다.

머스크는 지난 5월 테슬라 주주총회가 시작되고 한 시간 후, 동영상을 틀며 엔지니어들이 밤새 만든 것이라고 한껏 자랑했다. 그 동영상에서 테슬라의 새로운 옵티머스 로봇—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금속 덩어리—은 작은 물체들을 집어 들고, 작은 도구들을 포장하고, 음악 비트에 맞춰 손가락을 두드리는 비교적 복잡한 작업을 수행했다. 머스크는 청중들에게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모든 것은 테슬라가 설계한 시스템"이라며 “전기차가 훨씬 더 작은 역할을 할지 모를 테슬라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점차 테슬라가 기술개발에 전념하도록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 시스템과 로봇 공학, 에너지 저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포함된다. 그는 테슬라가 현재와 매우 다른 역할을 하는 중ᆞ단기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4월 발표한 테슬라의 ‘마스터플랜 3’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자동차 대신 메가팩 배터리 장치들의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회사의 전기차 판매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하면, 테슬라의 에너지 저장 사업은 때때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는 오스틴에서 메가팩 생산이 "정말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해 에너지 저장 사업에서 39억 달러(약 5조 1655억원)를 벌어들였다. 전체 매출의 4.8%에 해당한다.

메가팩은 풍력과 태양열 같은 재생 가능 자원의 에너지를 저장하도록 설계됐으며, 전력회사들이 주요 고객이다. 메가팩 한 대당 최대 3.9메가와트시를 저장할 수 있다. 36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다. 그리고 대당 소매 가격이 무려 187만 달러(약 25억원)에 이르지만, 메가팩은 지난 4월 기준으로 제품을 받으려면 2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회사는 캘리포니아 래스롭에서 생산을 늘리고 있다. 상하이에도 신규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우리는 매우 강력한 수요를 갖고 있으며, 그것들을 대량 생산할 것”이라며 “수요는 사실상 무한대”라고 밝혔다.

그러나 머스크의 비전에서 테슬라의 더 큰 기회는 완전 자율주행차(full self-driving vehiclesᆞFSD)에 있으며, 그 기술은 테슬라 혁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업 전환의 한 가지 징후는 바로 테슬라가 수십 억 달러를 들여 백지상태에서 만든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도조(Dojo)다. 이 시스템은 방대한 양의 비디오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한다. 데이터는 현재 사용 중인 테슬라 차량 약 200만 대의 내장 카메라에서 업로드 된다. 각각의 카메라는 자율주행 차량이 일반 도로에 풀리기 전 익혀야 할 수많은 일상적인 주행 상황을 기록한다.

전기차 뉴스 사이트 일렉트렉은 “도조가 작년 10월 (테슬라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팰로 앨토의 전력망을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도조에 의해 구동되는 테슬라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차량 수백만 대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일반 전기차를 자율주행 차량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전망이다. 머스크는 운전자들이 얼마나 비용을 지불하게 될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5월 주주들에게 테슬라에 대해 "역사상 단일 자산으로는 그 가치가 가장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또한 테슬라가 언젠가 자율주행 인공지능 기술을 다른 기업들에 이전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연간 약 100억 달러(약 13조 24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라이선스 사업이다. 머스크는 지난 4월 투자자들에게 "도조를 일종의 장기 베팅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것이 결실을 거둘 장기 투자라면, 수천억 달러 수준의 정말 큰 성과를 올릴 것이다. 도조는 충분히 해볼 만한 베팅”이라고 밝혔다. 과연 그 성과가 얼마나 클까?

머스크는 훗날 테슬라의 매출 중 상당 부분이 자동차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업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견한다. 그는 그 미래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다. 여기에서 바로 로봇이 등장한다. 그는 옵티머스 로봇 동영상을 상영한 후 오스틴 청중들에게 "완전 자율주행이 생성형 인공지능에 점점 더 근접함에 따라 동일한 소프트웨어를 휴머노이드 로봇에 전송할 수 있다"며 "우리가 완전 자율주행을 위해 개발하는 소프트웨어를 거의 모든 대상으로 옮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그 로봇에 대한 수요가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오스틴 주총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며 "200억 대가 될 수도 있다. 자동차를 훨씬 초과하는 숫자"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궁극적으로 로봇이 대당 2만 달러(약 2650만원) 이하의 소매가에 판매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조금만 계산을 할 줄 안다면, 익숙한 상황에 맞닥뜨릴 것이다. 과연 머스크가 꿈 같은 자신의 시나리오를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아울러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 여부와 관계없이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그를 의심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우선, 테슬라가 선두주자로서 경쟁자들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누렸던 전기차 분야와는 다르다. 실제로 회사는 앞다퉈 자율주행 차량용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는 수십 곳의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물론 수백 곳까지는 아니다). 그 중에는 구글과 제너럴 모터스 같은 거대 기업들뿐만 아니라, 자금이 풍부한 수많은 스타트업들도 있다. 테슬라가 자체 보유한 차량 동영상 데이터베이스는 귀중한 자원이다. 하지만 머지 않아, 라이벌들을 압도하는 결정적인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특히 안전 문제를 고려할 때, 자율주행 차량의 전체 개념이 얼마나 현실적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테슬라의 최대 전기차 라이벌인 중국 BYD도 회의적이다(물론 중국의 자동차 AI 기술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인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을 가능성도 있다).

BYD 대변인은 지난 4월 "인간과 완전히 분리된 자율주행 기술은 매우 먼 이야기이고,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최선의 시나리오 하에서도, 도시들이 자율주행 차량의 기반을 구축하고 각 정부들이 운전 법규에 동의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자토 다이내믹스의 애널리스트 무뇨스도 "개인적으로는 아직 이런 현실과 거리가 매우 멀다고 생각한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머스크는 그런 현실이 도래한다면, 테슬라가 만반의 대비를 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광범위한 자율주행 차량 채택에 필요한 배터리 전력의 급증을 예상하며, 이미 수년간 중요한 광물들을 확보해왔다. 현재 코발트는 채굴 대기업 글렌코어, 니켈은 브라질 최대 광산업체 베일로부터 공급 받고 있다. 올해 말에는 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에 자체 리튬 정제소를 오픈할 예정이다. 테슬라 입장에서 곧바로 자율주행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더라도, 강력한 공급망은 매우 중요하다. 당장, 테슬라와 다른 모든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전 세계 배터리 생산을 장악한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배터리를 확보해야 한다.

자동차와 로봇, 에너지 저장 장치부터 리튬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을 대규모 생산하는 일은 머스크가 지난 5월 말한 것처럼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기가 팩토리들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이미 그런 고통을 극복했고, 머스크는 미래의 고통에는 커다란 보상이 따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테슬라는 전기차 분야에서 성장세를 지속해온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자율주행은 큰 장애물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는 그 동안에도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는 시장에서, 뛰어난 명성의 전기차를 계속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는 14%를 차지했다. 2020년 9%에서 증가한 수치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대체적으로 테슬라가 올해 22%, 2024년 29%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머스크의 야심 찬 계획 중 몇 가지만 성공해도, 테슬라는 앞으로 한동안 강자 자리를 지킬 것이다. 머스크(51)는 전기차가 일상적인 수준을 뛰어 넘어,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는 미래의 가능성을 믿는다. 그는 지난 4월 투자자들에게 "현재의 문명이 20년 후에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내연기관 차량은 증기기관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그것들은 별난 컬렉터들의 수집품이 될 것이다. 휘발유 차는 분명 그런 신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수집품에 테슬라는 결코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 By Vivienne Wa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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