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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성공? 3.8번 실패가 먼저"

[Wheel of Fortune⑤ 창업]
최화준의 아카데미즘|

  • 기사입력 2023.08.08 11:00
  • 최종수정 2023.08.09 09:19
  • 기자명 김나윤 기자

WHY?

창업에 성공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실패의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창업 선배들의 성공담보단 실패담에 귀 기울이는 게 필수다.

아산나눔재단의 기업가 정신 교육프로그램 ‘아산 유스프러너’에 참가한 학생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아산나눔재단]
아산나눔재단의 기업가 정신 교육프로그램 ‘아산 유스프러너’에 참가한 학생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아산나눔재단]

신생기업 5년 생존율 33.8%. 2022년 4분기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의 혁신창업생태계 대시보드’에 따르면 신생기업의 1년 생존율은 64.8%, 5년 생존율은 33.8%다. 창업한 회사 3개 중 2개는 1년 생존에 성공하고 그중 절반은 5년을 살아남는다는 의미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입사 경쟁률이 최소 수십 대 일에서 수백 대 일까지 육박하는 노동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창업회사의 5년 생존율 33.8%는 상당히 높다. 미디어는 당장 내일이라도 경제가 붕괴될 것처럼 소상공인 폐업율이 치솟는다는 소식을 숨가쁘게 전하고 골목의 영세상인들은 항상 경기가 나쁘다고 말한다. 그런데 신생기업 5년 생존율 33.8%는 예상보다 높다.

 이 숫자의 진의는 무엇일까. ‘한국의 혁신창업생태계 대시보드’에 함께 제시된 자료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신생기업 5년 생존율 33.8%를 국내 산업의 온전한 평균값으로 받아들이기엔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래 표에서 평균을 하회하는 산업영역은 ‘숙박, 음식점’(22.8%) 과 ‘예술, 스포츠, 여가’(22.3%) 등 서비스 업종이다. 소위 서민 자영업자들이 많이 도전하는 영역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전기, 가스’(82%), ‘보건업, 사회복지’(55.4%)를 비롯한 제조업종들이 평균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대부분 비서비스업으로 1차 혹은 2차 산업과 연계성이 높으며 혁신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사업 영역이다. 신사업자들이 들어가기 어려운 비교적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들이다.

 조사 대상으로 눈을 돌리면 5년 생존율 33.8% 속의 다른 의미도 찾아낼 수 있다. 이번 대시보드 보고서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은 창업기업의 수는 총 32만 3506개다. 이 중 개인사업자는 29만 6603개, 법인사업자는 2만 6903개에 해당한다. 조사 대상의 약 91.6%가 개인사업자인데 2020년 국세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과거 5년간 개인사업자의 폐업율은 10~11% 내외였다. 이 추세가 오늘날 신생기업까지 지속되었다고 가정한다면 신생기업 5년 생존율 33.8%은 개인사업자의 높은 생존율일 덕분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동시에 법인사업자의 폐업율이 매우 높았음도 추측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신생기업 5년 생존율 33.8%의 이면에는 몇 가지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다. 전통 제조 산업 영역에 몸담은 신생기업들의 생존율은 매우 높은 반면 서민들의 창업 업종이라 일컬어지는 요식·숙박업의 경우 폐업률이 높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생존율과 우리 일상에서 체감하는 창업 생존율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조사 신생기업의 약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개인사업자의 낮은 폐업율이 평균 생존율을 높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고, 대신 법인 사업자의 생존율은 평균 생존율보다 낮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보고서에서 신생 기업 생존율에 대한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통상 인식하는 형태의 혁신 추구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33.8% 이하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신생기업 평균생존율을 높인 것은 기술기반기업보다는 전통적인 제조업들이다. 기술기반 창업회사들이 대체적으로 법인사업자로 시작하는 점을 더해보면 기술기반 법인사업자들의 생존율은 평균 이하임을 짐작할 수 있다.

66.2%의 가능성

신생기업 5년 생존율 33.8%은 신생기업 5년 폐업률이 66.2%라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명목적인 수치로 현장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일부 영세 상인들은 사업 매출은 적자지만 대안이 없기에 사업을 지속한다. 정부 보조금에 기대어 겨우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소위 좀비처럼 시장에서 존재하는 스타트업들도 적지 않다. 2022년 미국의 한 조사기관은 스타트업 창업의 90%가 실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자생 능력을 보여주는 회사의 비율은 33.8%보다 낮을 것이다.

 많은 창업들이 높은 확률로 실패하는데 우리는 이것을 무의미한 정보와 데이터로 치부한다. 소수의 성공에 대해서는 다면적 분석을 넘어 마치 신화처럼 지나칠 정도로 추상적인 미사여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반면 실패담에 대해서는 대단히 인색하다.

 하지만 실패는 연구할 가치도 배울 가치도 많다. 작년 가을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들의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패배자라는 주홍 글씨를 버리기 위한 몸부림의 모임일지 모른다는 염려도 잠시, 현장의 분위기는 흥겨운 파티에 가까웠다. 많은 수의 창업자들은 그들의 실패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조언하며 서로의 에너지를 교환하고 있었다.

 행사에는 한때 꽤 이름을 날렸으나 지금은 망해버린 회사의 CEO도 있었고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한 뒤 마침내 재창업에 성공한 CEO도 있었다. 얼음 제조업부터 인공지능기술까지 산업 영역은 무척 다양했다. 제각기 상황도 다르고 배경도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실패에 대해선 공통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의미 없는 실패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즉 실패에서 반드시 명확한 교훈을 가져와야 한다는 점이다.

창업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들의 모임 행사. [사진=이상근 콴택 대표]
창업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들의 모임 행사. [사진=이상근 콴택 대표]

실패를 가능성으로

보고서는 생존에 실패한 수치로 66.2%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다른 의미로 새로운 가능성의 확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의미 있는 방법은 무엇보다 창업 교육이다. 그래서 창업 교육에는 실패에 대한 이야기와 분석도 포함돼야 한다. 창업 교육을 소수의 성공보다는 다수의 실패에 관심을 가지고 포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면 교육 효과는 높아질 것이다. 실패의 가능성을 낮추는 관점에서만 보이는 다른 생존 대안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본질적으로 창업은 성공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높다는 사실과 그것이 창업자의 준비나 자질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라는 점을 예비창업자들에게 주지시킬 수 있다. 혁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도전의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위험 요인에 대한 관리이다. 창업성공방정식은 곱셈과 같아서 창업에서 특정 요인 하나가 0에 수렴할 정도로 부족하면 실패로 귀결된다. 코로나 팬데믹과 같이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으로 폐업하는 불운한 경우도 있다. 로켓성장을 거듭하던 스타트업이 어느 날 갑자기 사그라들거나 사라지는 것은 위험 요인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부 창업 교육자들은 완전한 창업 성공의 해법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그것은 항상 승리를 예측할 수 있다는 주식 분석가의 허언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실패의 관점에서 성공방정식을 바라본다면 개별 요인들이 어떤 지점 이하로 부족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실패를 포용하는 창업 교육은 창업자가 제2의 창업을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인 존 맥스웰(John C. Maxwell)은 창업가의 성공에는 평균 3.8번의 실패가 선행된다고 말했다. 2019년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에 실린 실패에 관한 연구에선 기업공개(IPO)나 기업매각을 경험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성공에 앞서 평균 1.5번의 실패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 연구에서 추가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빠른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창업의 성공에서 중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창업 교육에서는 실패를 끝이 아닌 성공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로 바라보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창업생태계 연구를 본업으로 하고 있기에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창업자들과 깊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다. 그들에게 성공의 요인을 질문하면 각기 다른 답을 한다. 대체로 확신보다는 짐작 어린 답변을 제시하거나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을 질문하면 확신에 가득한 답을 준다. 그들의 표정에는 감정이 차오르고 위기의 에피소드는 구체적이다. 창업 교육에는 성공의 이야기만큼이나 실패의 과정을 반추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창업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아산나눔재단]
창업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아산나눔재단]

실패의 확률과 가능성 크기는 연령과 대상에 따라 달라

오늘날 창업자들은 전 연령대에 분포하고 있다. 동시에 창업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래서 창업자들의 상황에 따라 실패의 확률과 가능성의 크기는 동일하지 않고 이를 고려한 창업 교육이 필요하다. 스포츠 산업과 비교해 보자. 소수의 프로 선수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유소년·청소년 교육, 그리고 상위 교육을 거쳐야 한다. 시기별로 교육 방법과 목적은 모두 다르다. 유소년과 청소년 시기에는 실패와 실수를 권장하고 포용한다. 하지만 프로의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승패가 중요해진다. 패배의 원인을 분석해 다음 승리를 쟁취해야 하는 것이 프로의 냉혹한 세계이다. 연령의 관점을 벗어나서 형태에서 바라보면 실패에 대한 관용 범위가 또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엘리트 체육에서는 승부가 중요하지만 생활 체육에서는 실패에 관대하다.

 유사한 맥락에서 창업 교육 역시 다르게 제시되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실패의 원인과 가능성의 기회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학은 창업 교육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 중 하나다. 다양한 창업 지원책과 학생들의 높은 관심도가 맞물리면서 대학 창업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들 중엔 취업의 대안책으로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창업을 준비해 온 이들과 비교해 목적과 방향이 분명치 못하다 보니 십중팔구 창업에 실패하곤 한다.

 따라서 대학에서의 창업 교육은 기업가정신과 경영전반에 대한 제반 지식을 제공하는 정도의 수업이 아닌 창업 현장의 직접 혹은 간접경험 기회를 제공하여 창업회사 운영의 기쁨과 어려움을 모두 느껴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일부 대학들이 취·창업률을 높이기 위해 창업을 권유하는 잘못된 관행은 제고해야 한다.

 최근에는 청소년 창업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고등학생들의 장래희망으로 CEO가 등장했다는 설문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현장에서 기업가정신 교육 대상자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창업생태계에서 청소년 창업자들을 만나는 것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을 정도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청년 창업지원 기관인 아산나눔재단이 201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 ‘아산 유스프러너(Asan Youth-Preneur)’의 대상자는 중·고등학생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학생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여 팀 프로젝트를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사회혁신활동 등을 경험하면서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교육 대상을 초등학생까지 포용할 예정이다. 이제 기업가정신 교육은 전 학령기에 걸쳐 미래 세대가 요구하는 주요 가치를 함양할 수 있는 중요 과정임이 분명해 보인다.

 창업자의 연령이 하향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30대 이상의 창업자들도 부쩍 늘고 있다. 전문지식과 산업현장의 경험, 그리고 사회적 자본까지 보유한 이들의 창업은 구체적이며 현실적이다. 따라서 이들의 창업 교육에서는 가능성에 대한 기회 확대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중요한 요소다.

 성인들을 위한 연구 커뮤니티인 모두의연구소가 좋은 예시이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 이곳에 모여 공통의 관심사를 연구하며 일부 연구내용은 창업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주업인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창업에 도달한 경우이다. 드론을 잡는 안티드론 제작, 인공지능기반 헬스케어와 같은 창업아이템은 직장인들의 지식과 사회적 경험에 가능성이 더해져 나온 결과물이다.

 자유 경쟁 환경을 제공해 가능성을 제공하는 창업 교육도 있다. 글로벌 창업 보육 회사 앤틀러(Antler)는 리얼리티 TV쇼 같은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예비창업자들은 보육기간 동안 그들이 스스로 창업구성원을 찾고 팀을 결성한 뒤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학생부터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 같은 전문직 등 예비창업자들의 출신 배경은 다양하다. 이곳의 창업 교육은 예비창업자들의 가능성과 실패가 모두 무한하다는 점을 감안해 그들의 잠재력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뿐이다.

 일생을 창업과 도전에 투신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고등 교육 없이 자수성가를 이룬 기업인이 평생의 교훈을 담아 후배 창업가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하나의 문장이 아니었을까. 실패를 끝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하루 빨리 우리의 창업 교육에 깃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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