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채용 플랫폼에 이어 최근 키즈 플랫폼까지. 연쇄창업가 김세훈은 여행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지 않는다. 그는 여행에서 ‘떠나기로 결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세훈은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을 이복기, 황리건과 공동창업했다. 원티드랩은 창업 6년 차인 2021년 상장했다. 지난 2월, 원티드랩에서 디자인과 신사업을 총괄하던 김세훈은 업무를 내려놓았다. 패션 브랜드 비슬로우, 원티드랩에 이어 3번째 창업에 나선 것. 이번엔 키즈 플랫폼이다. 

연쇄창업의 이유는 그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할 수 있다. 김세훈은 틈틈이 여행을 즐긴다. 이의현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틈이 나면 1박 2일이라도 일단 떠난다. 낯설고 새로운 것에서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여행을 ‘탐험’ 즉 익스플로(EXPLORE)로 정의했다. 취업과 여행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에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일단 결정하고 진행한다. 그럼 뭐라도 배우게 된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몽규(MonQ)가 제작한 IT산업 관련 3부작 다큐멘터리 ‘BETTING’의 3편 ‘위기를 기회로’에도 출연했다. 

Q 이의현 여행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는 게 있나요?

김세훈 일단 구글맵을 켜요. 구글을 신뢰하는 거죠(웃음). 평점이 높은 장소를 한 번씩 봅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관심사인 건축, 인테리어, 주변의 자연 등을 검색해요. 건축과 자연. 전 이 두가지가 잘 조화된 곳에서 전 안정감을 느끼고 생각도 잘 정리가 되더라고요. 새로운 영감도 떠오르고요.

Q 영감을 주는 여행지는 어딘가요?

도쿄랑 싱가포르요. 도쿄는 워낙 깔끔하고 공원이나 조경이 잘 마무리돼 있죠. 갈 때마다 시간이 지나도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건축물과 공원, 건물의 인테리어를 보면 시간이 잘 정리돼 있다는 느낌이죠. 싱가포르는 인공적이지만 그 안에 자연이 잘 조화돼 있단 느낌이 들어서 좋아해요. 이 두 곳을 가장 자주 갔어요.  

Q 두 곳을 자주 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나요?

공교롭게 도쿄와 싱가포르에 지사가 있어요. 이걸 핑계삼아 자주 갔고 일도 열심히 했어요. 

Q 세훈님은 디자이너긴 하지만 특히나 건축이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하지만 정작 채용 플랫폼을 만드셨잖아요. 업과 관련이 있어요?

우선 원티드랩 자체가 콘텐츠에 집중하는 기업이고요. 원티드랩이 드러나기보다는 플랫폼 내 기업과 브랜드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서 전달하는 게 중요하죠. 생각해 보면 도시의 건축, 자연, 인테리어와 맞닿아 있어요. 원티드랩 자체가 좋은 기업들이 모여 있는 하나의 공간이니까요. 

창업 당시 ‘왜 써야 하는데?’란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어요. 전 단순히 기업 정보보단 이 기업에 어떤 사람들이 근무하고 어떤 공간에서 일하는지를 디테일하게 보여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접 회사 수백 곳을 찾아다니며 업무 공간을 촬영했어요. 어떤 분위기, 어떤 시설인지 좀 더 잘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지금은 고객사가 3만여 곳이니 어렵지만 처음엔 그랬습니다. 기업문화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빛이 얼마나 잘 들어오고 얼마나 환기가 잘되는지 등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요. 

Q 저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삼성전자의 경우 임원들의 네모난 회의 테이블을 동그란 원형 테이블로 바꿨다고. 대화가 훨씬 많아졌다고 하더라고요. 테이블의 모양 하나로도 회의 분위기가 바뀐다니…

네. 그건 구성원들에게 주는 메시지 같아요. 메타의 경우 전세계 오피스가 동일하게 위층과 아래층 천장을 뚫고 계단을 만들었죠. 엘리베이터 안 타고 그냥 오갈 수 있도록. 그만큼 소통을 중시하는 거죠. 막힘없이. 

Q 이제 여행 이야기를 해볼까요? 세훈님은 언제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나요? 다들 지쳤을 때 쉼을 위해 여행을 많이 하잖아요. 밀린 숙제를 하듯 말이죠.

전 제 의지대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번아웃과는 거리가 멀어요. 제가 하나님께 감사한 점이에요. 그럼에도 머리가 복잡할 때가 있죠. 이때 전 하루만 쉬면 돼요. 그래서 짧은 틈이 생기면 여행을 불쑥 떠나는 편이에요. 1박 2일 여행을 자주 다녀요. 금요일 밤 떠나서 토요일에 돌아와요(웃음).

Q 떠나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 같네요.

전 비행기 안이 제일 좋아요. 스마트폰을 켜지 않고 책도 읽고 노트를 펴서 끄적이기도 하고요. 그 5~6시간의 쉼이 참 좋습니다.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하는 것도 좋아해요. 안 가본 길을 달려서 산을 오르기도 합니다. 

Q 호기심이 많은 사람. 그래서 이번에도 창업을 하신 거군요. 원티드랩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선가요?

원티드에서 제품 설계, 디자인을 총괄하다가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신규 사업을 담당했어요. 재밌어서 아예 창업을 또 하게 됐어요. 말씀하신 대로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고요.

Q 어떤 비즈니스를 시작하셨어요?

주변에 아기들이 많이 태어나요(웃음). 제가 제일 행복한 순간 중 하나가 조카 보는 거예요. 좀 더 좋은 것 사주고 싶다 보니 창업한 게 안전하고 좋은 유아용품들을 판매하는 이커머스예요. 

Q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일이네요.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어요?

고민한다고 뭔가 더 잘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실행해 보고 실패하면서 체득하는 걸 좋아해요. 

Q 동감해요. 전 최고의 여행은 무계획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세훈님의 여행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어떤 단어를 고르고 싶으신가요?

익스플로(EXPLORE). 막상 여행을 떠나 보면 ‘별거 없구나’란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전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경험하는 것에 희열을 느껴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죠. 여행은 제게 다른 세상을 계속해서 탐험한다는 의미예요. 

Q 게다가 기간보단 시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요. 그렇게 때론 즉흥적으로 때론 틈나서 떠난 여행지 중에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예요?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해 볼까요?

틈이 날 때마다 여행을 다녔더니 몇 년 새 여권을 3번 바꿨어요. 이건 싱가포르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혼자 다니는 여행이 많아서 제 사진은 별로 없고 풍경 사진이 대부분이죠. 거대한 인공 조형물 같지만 신비로운 자연을 품고 있고, 저 멀리에는 바다가 보이는 가든스바이더베이가 있어요. 특별하다기보단 자주 가게 되고 갈 때마다 신비함을 느껴요. 인공, 자연, 건축물의 조화로운 분위기가 편안하고요. 

Q 세훈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취업과 이직도 여정, 탐험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창업과 이직, 구직 모두 결국 빨리 결정하고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저것 따진다고 해서 더 탁월한 결론에 다다르는 건 아니더라고요. 고민이 많은 사람은 결국 고민하다 실행하지 못하고 끝나기 마련입니다. 결정해야 다음 스텝이 진행되잖아요. 우선 결심하고 항공권을 끊었으니 경험할 수 있고 보게 되고 듣게 되고 또 배우게 돼요. 무엇이든 생각하고 기획하는 것, 준비하는 것보단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비즈니스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 진행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 정리 유부혁 기자 chris@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