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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결정된 미래, 새 시장 창출로 접근해야 성공”

[Wheel of Fortune②] 수문학 전문가 김형준 KAIST 교수 인터뷰

  • 기사입력 2023.05.26 14:18
  • 최종수정 2023.07.07 09:38
  • 기자명 포춘코리아

기후변화의 경고는 하루 이틀 전 얘기가 아니다. 1990년에 IPCC 1차 보고서가 나올 때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주요국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듯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국가 간, 정부 간, 기업 간 이해관계가 다르고 경제생태계를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지 알 수 없어서다.

이에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를 만나 최근 동향을 묻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었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와 지구수문학(水文學) 전문가로 도쿄대 사회기반학과 교수,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NASA/JPL) 연구원을 역임했다.

그는 “미주·유럽계 금융 큰손들은 이미 기후변화를 통한 부의 창출에 바삐 움직이고 있다”며 “기후변화를 새로운 시장 창출로 접근해야 하며 실질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민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형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IPCC 6차 보고서가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

IPCC 보고서는 1990년 1차 보고서가 시작된 뒤로 5~7년 간격으로 나오고 있다. 1차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인간의 영향일 것이다’는 정도의 모호한 메시지였는데, 2~5차로 넘어가며 메시지가 선명해졌다. 기후변화 원인이 규명되고 다양한 증거가 쌓여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6차 보고서는 ‘기후변화는 인간의 영향이 명백하다’는 문구를 처음 썼다. 30년 넘는 시간이 걸려 99%의 확신을 갖게 됐다.
 
Q 6차 보고서가 과학적 차원을 넘어 국제 사회의 승인을 받은 것인가.

그렇다. 수많은 과학자가 팀을 꾸려 거대한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 보고서의 세세한 표현까지 IPCC의 각 회원국들 로부터 승인을 받는다. 정부와 조율을 거쳐 내용을 보강하기 때문에 학계는 물론 정부 합의를 받은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주요국들이 컨센서스를 공유하고 있다는 뜻으로, 그 차제로 의미와 힘을 갖는다.
 
Q 6차 보고서는‘전 세계적으로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탄소 배출량 감축 수준이 궤도에서 이탈했다’고 평가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현재 우리가 생각한 친환경 계획이 원하는 목표와는 거리가 멀며 시나리오대로 못 가고 있다는 의미다. 파리협약 당시 203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을 1.5~2도 상승으로 억제하겠단 목표를 세우고, 그를 위해 2050년 순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요국들이 이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Q 환경 목표 달성은 언제나 어려운 과제 아닌가.

인류 공통의 문제이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각자 다른 책임을 갖는다는 것(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의 기본 기조이다. 하지만 파리협약 이전에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의 경우 그래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결정해 지정하는 하향식 구조였다. 이 강제성을 못 이긴 미국·캐나다 등이 탈퇴하며 유야무야 됐다. 그러나 이제는 전 사회적으로 공통된 컨센서스를 가지며 환경 문제에 특정 값어치를 매기기 시작하며 피할 수 없게 됐다. 파리협약은 교토의정서와 달리 상향식으로 각국이 언제까지 얼만큼의 탄소배출을 줄일지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정하고 있는데, 자발적 목표임에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 되며, 더디더라도 목표를 향해 가야 한다.
 
Q 전 세계적 규약을 맺었더라도 모든 산업의 공급사슬과 생태계를 재편해야 하는데, NDC 달성 목표가 현실성이 있나.

현실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다. 다들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큰 것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에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분야는 정책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여러 상황에 대응하는 각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최근 NDC 수정안을 발표했는데 이는 각 부처가 산정한 산하 부문의 감축 목표를 모아 취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에선 범정부 차원의 총제적 목표관리와 설계가 필요하다.

2022년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이회성 IPCC 의장(왼쪽 첫째) 등 대표단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2022년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이회성 IPCC 의장(왼쪽 첫째) 등 대표단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Q 한국의 환경정책은 대개 규제로 흐르며, 대중들의 참여도 미온적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참여자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공급은 물론 수요 측면도 변화해야 한다.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예컨대 사람들이 온실가스에 가격을 매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석유를 시추하고 정제해 생산한 플라스틱 제품의 경우, 이 제품 가격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 비용이 포함돼야 한다. 인식 변화는 자본시장에서 먼저 시작되고 있다.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비공개 글로벌 IB(투자은행) 행사에 참석한 바 있는데, 모든 참여자들이 ‘기후 전환’(Climate Transition)을 주요 화두로 꺼냈다. 골드만삭스·JP모건 등 글로벌 IB들은 기후변화를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과 먹거리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도 규제보다는 새로운 시장 창출이란 측면으로 인식하고 시장참여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가 정책으로 이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Q 기후변화의 경제적 가치는 결국 금융산업 선진국인 미주·유럽만 덕을 보지 않겠나.

결국에는 금융 시장에서 지금껏 돈을 벌던 사람이 벌 것 같다. 글로벌 IB들과의 비공개 석상에 참석하면 모두 기후전환을 얘기한다. 그러나 이들이 도덕성을 갖고 친환경 정책에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 문제를 금융시장의 수익을 올리는 용도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자연재해 복구 비용은 매몰 비용 치부한다. 그렇다고 도덕적 접근이 아니라며 욕할 수는 없다. 안타깝고 속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포스럽다. 그러나 친환경 달성을 위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할 새 마켓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한국도 금융시장 변화의 흐름에 동참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Q 친환경을 위한 경제적·금융적 차원의 이익 성취 방법은 뭐가 더 있나.

선물 시장이나 보험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자연재해 발생 지역의 지원 기금을 마련할 때 전체 재원의 일부를 선물화 하거나 다양한 자산에 대한 위험성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기후의 변동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연 재해나 수자원의 변동은 식량이나 에너지 부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천연가스 역시 갑작스런 한파가 닥치면 가격 변동이 발생하기 때문에 선물화 할 수 있다. 기후변동성을 바탕으로 쉽게 늘이고 줄이기 어려운 자원을 통한 경제적 이익일 얻을 수 있는 영역도 많아질 것이다.
 
Q 국내 기업들은 미주·유럽을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의 변화를 기회보다는 부담으로 느낄 것 같다. 기후 변화 대응의 능동적 행위 유발을 위한 정책은 없을까.

현재 탄소 감축 노력은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정부 예산을 기업들이 나눠 갖는 구조다. 예컨대 소비자가 음식 배달 다회용기를 사용했을 때 정부가 기업에 직접 보상하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그를 통해 탈탄소 노력과 보상 구조가 기업-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정부-기업-소비자로 확대할 수 있다. 거꾸로 기업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규제나 보상책을 줄일 수 있다. 소비자들로서는 친환경 활동에 경제적 보상이 있으며, 지구에 빚을 갚는다는 인식을 함께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런 인식이 공고해지고 선순환이 발생하면 기업은 생존과 가치향상을 위해 친환경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정부는 이런 선순환이 발생하도록 확실한 보상과 더불어 세제 등 장치를 동원할 수 있다.
 
Q 국가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상장 중소기업들은 글로벌 합의나 정부 정책과는 동떨어져있다. 이들을 배제한 정책 시행이 친환경 목표를 달성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정책의 범주 밖의 영역을 커버하는 것은 과학이다. 제품의 생애주기평가(life cycle assessment)와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결합해 회사 단위에서 생산 및 소비 단계에서 어떤 자원이 투입되고 얼만큼의 온실기체가 발생하는지 계산하고 추적할 수 있다. 이제 산업 부문별로 탄소 발생이 많은 기업, 피해를 많이 본 기업을 추적하는 총체적이면서 동시에 세밀한 영향 평가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 접어들었다.
 
Q 국가 단위에서도 오염을 일으킨 국가와 피해를 본 국가로 나눠서 접근하는 개념이 있나.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과 산업혁명 이후에 배출한 누적 이산화탄소양은 정비례한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 사람이 지구 온도를 많이 올렸단 뜻으로, 경제적 상위 10%가 전체 기후변화의 약 40%에 기여했다. 큰 기업, 선진국이 그 주인공이다. 이전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투자, 재생에너지 증대, 탄소감축 등이 주요 안건이었던 데 비해 이제는 기후변화에 많이 기여한 국가가 피해 입은 국가에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지난해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이 잠기는 홍수가 났는데, 파키스탄와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들은 총 누적 탄소배출량의 4%도 기여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미국·중국·일본 등이 기여하고 있다. 만약 어떤 자연재해가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 확률이나 피해가 증가했다면 기후변화에 영향을 준 국가도 재해 복구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런 논의와 관려해 글로벌 펀드를 조성해 지원하자는 합의에 도달한 상태다.

자금을 누가 출연해 누가 보상받을지 등의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 올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COP28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Q 탄소 배출로 발생한 자연재해와 피해를 어떻게 입증하나.

그간 선진국들은 입증 논리로 기금 마련을 반대해 왔다. 그러나 신의 주사위 놀이를 반복해 이를 추정할 수 있다. 인간 영향에 의한 탄소배출이 없는 가상의 지구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비교해 기후변화로 발생한 자연재해를 측정하고 확률을 평가할 수 있다. 1990년 IPCC 1차 보고서가 나온 이후 차곡차곡 이해와 깊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 제가 운영하는 ‘메타어스(meta earth) 랩’도 이와 같은 연구를 하고 있다.
 
Q 친환경 발전의 필요성도 커지며, 원자력 발전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있다. 원전은 친환경 발전이라고 보나.

탈탄소가 지상 과제라면 합리적 선택일 수 있지만, 친환경 발전은 아니다.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인류는 최근 40~50년새 돌이킬 수 없는 원전 사고를 수 차례나 겪었다. 비가역적인 (irreversible)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발전을 계속 안고 가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기후변화 대응은 무척 현실적이고 고통스러운 길이다. 안 그래도 힘든데, 지팡이(원전)를 버릴 여유는 없지 않을까 싶다. 다만 기후 변화를 핑계로 새로운 원전을 지으려는 치팅(부정행위)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을 최대한 안전하게 활용하면서 서둘러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한다.
 
Q 한국은 일조량과 바람이 부족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지 않나.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은 충분히 나온다.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구상해 그에 맞는 에너지믹스를 결정하면 된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용 문제가 많이 언급되는데,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비용이 최근 많이 낮아져 화력발전보다도 저렴 해졌다. 특히 원전은 리스크 비용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싸게 느껴질 뿐이다. 다만 신재생에너지는 자연의 변동성을 보완해줄 ESS(에너지저장시스템) 기술의 발전을 요구한다. 현재 보유 중인 원전을 유지하는 사이 신재생에너지 활용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기술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그와 더불어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 탈탄소 기술을 확산시켜야 한다.
 
Q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국제 협약에 있어 한국만이 주장하거나, 우리가 논의의 중심을 가져갈 수 있는 포인트가 있을까.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국제 협약은 유럽 중심적으로 설계되고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과 달리 유럽의 주장에 쓸려가는 경우가 많다. 다만 우리와 유럽의 차이점을 통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예컨대 기후변화에 있어서 유럽은 가뭄 위기, 동아시아는 홍수의 위기를 안고 있다. 유럽의 가뭄 임계점은 연 평균 기온 1.5도 상승과 2도 상승의 사이에 존재하지만, 동아시아는 홍수의 임계점을 지금 지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1.5도와 2도 사이의 0.5도 차이가 유럽의 가뭄은 경우 매우 크지만 동아시아의 홍수에는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각국의 온실기체 감축 목표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1.5도에 두는 것은 서로 다른 처지를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부문에서의 포괄적 영향 평가를 통해 우리의 차이점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고 국가 간 협상에서 실리를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한국은 영토가 작고 교육 수준은 높다. 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사회적 배경이기도 하다. 기후환경 대응에 있어서 다양한 솔루션의 테스트배드로서 기술적 혁신을 잘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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