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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문제 해결하는 ‘해커들’

[Wheel of Fortune②] 최화준의 아카데미즘

  • 기사입력 2023.05.26 14:16
  • 최종수정 2023.07.07 09:39
  • 기자명 포춘코리아

‘태풍으로 번지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기후변화는 수많은 변수가 겹쳐 일어난다.  변수들에 묶여 있는 기존 산업, 그리고 정부는 치솟는 기온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꼬리의 꼬리를 물어 연달아 일어나며 예상 못한 커다란 사건이나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오늘날 인류가 지구촌 곳곳에서 목격하는 전례 없는 기후 현상들은 일종의 나비효과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의 작은 산불이 지구 전체에 기상 이변을 초래하거나, 특정 지역의 해수 온도 상승이 지구 반대편 대륙에 빈번한 홍수와 가뭄을 불러오기도 한다. 기후 문제는 더 이상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개별적 해법으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오늘날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기후 테크(climate tech)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기후 테크가 특별한 화두로 떠오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한 때 기후 테크는 ESG(Environmental 환경, Social 사회, Governance거버넌스)중 환경 영역에 속하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화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제품, 서비스 및 프로세스를 통칭하는 클린 테크(clean tech)에 가까웠다. 오늘날 기후 테크는 이전보다 더 포괄적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프로토콜과 전제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산업군을 포함하고 있다.

과거 기후와 깊은 관련이 없던 영역들이 기후 테크에 포함되기 시작했는데, 일례로 요식 산업에 속했던 식물성 대체육은 오늘날 대표적인 기후 테크 산업군에 속한다. 생산과정에서 육류는 곡물보다 20배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식물성 대체육의 생산 및 소비의 증가는 탄소 배출의 감소를 의미한다. 수직농장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팜(smart farm) 역시 애그리 테크(agritech, 농업과 기술의 합성어로 농업혁신 기술을 지칭)를 넘어,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청정한 환경을 유지하는 기술적 특징 때문에 오늘날에는 기후 테크에도 포함되고 있다.

 기후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기후라는 재화(goods)의 특징을 살펴보면 개략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기후는 모두가 공유하지만 주도적인 책임자가 없다. 소유권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재화를 공공재(public goods)라고 한다. 우리의 호흡에 필요한 공기를 생각해 보자. 대기질을 측정하는 기상청이 있지만, 그들은 온전히 대기의 질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유일한 집단이 아니다. 그리고 공기를 완전히 소유한 개체나 집단은 없다.

 

기후 문제는 거대하기에 해결이 쉽지 않다

기후라는 재화는 이득과 손해의 주체가 다를 수 있다. 아름다운 벚꽃을 감상하고 나면 찾아오는 봄날의 불청객, 황사현상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는 바람을 타고 한반도의 공기를 악화시키지만, 한국이 중국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이렇게 어떤 경제 행위의 주체가 다른 주체에 경제적 영향을 주면서 적합한 대가가 지불되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외부효과(externality)라고 한다. 외부효과는 공공재의 이해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효율적 이용도 어렵게 한다.

이에 더해 오적응(maladpation)도 기후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기후 변화를 억제하는 조치들의 부작용은 의도하지 않은 다른 피해를 만들기도 하는데, 총제적으로 득보다 실이 큰 상황을 오적응이라 한다. 일례로 인공 강우는 단기적으로는 가뭄에 대한 빠른 대응책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대기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어 총체적으로는 기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후 문제는 자연의 불균형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도 심화시킬 수 있다. 기후 변화 대응에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선진국들은 자국의 강한 자본력을 투입해 그린딜(green deal)을 이끌고 있지만, 경제 성장이 우선인 개발 도상국들이 기후 대응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기후 대응은 빈곤 계층 증가와 복지 감소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오늘날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선진국의 에너지 가격은 대단히 높은데, 이는 중산층 계층에서 큰 재정적 부담이다. 우리나라 역시 재생에너지 비율 증가에 대한 논의 때마다, 에너지 비용 상승이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쟁점이 되곤 한다.

이처럼 기후 문제는 복잡계(complex system)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러 집단이 상호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과정은 복잡하고,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후 문제의 해커들, 기후 테크 스타트업

거대 담론이 지배하고 이해 집단이 다단하게 얽힌 기후 문제에서 기후 테크 스타트업들은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공한다.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빠른 혁신을 추구하고, 관계집단의 담론 및 역학 관계와 무관하게 행동과 협업으로 산업 생태계 내 질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치밀한 해커의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문제의 여러 영역을 동시다발적으로 파고 들고 있다.  

기후 테크 스타트업은 가치 사슬(value chain)을 그들의 목표에 맞게 부분적으로 해체하거나 변형할 능력을 가졌다. 국내의 대표적인 쓰레기 분리 수거 스타트업인 수퍼빈은 ‘생산-소비-폐기’ 로 이어지는 선형 가치 사슬에 ‘분리’ 과정을 추가하여 ‘생산-소비-분리-재활용-다시 생산’ 의 순환 가치 사슬을 만들어냈다. 스타트업 에이트테크는 플라스틱 수거 과정에 AI기술을 추가해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의 선별 속도와 정확성을 높여 가치 사슬 내 단계별 효율을 개선했다. 에스랩아시아는 기존 코로나 의약품 배달에 사용된 스트로폼 용기를 대체하는 고성능의 초저온 다회 용기를 개발 및 생산해 의약품 유통에 적합한 콜드체인을 만들었다.

전례 없던 새로운 가치 사슬을 만들어 가는 제로투원(zero to one)형태의 기후 테크 스타트업들도 주목할 만하다. 대체육 스타트업들이 좋은 예시이다. 이들은 기존에 없던 개념과 방법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비동물성 재료로 만든 고기, 즉 대체육은 시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었고,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 가스를 줄이겠다는 접근법 역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접근법이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체육 스타트업 ‘비욘드 미트(Beyond Meat)’는 2019년 5월 나스닥에 상장했을 정도로 대체육 산업은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식물성 소재로 만든 대체육을 판매하는 ‘지구인 컴퍼니’가 육류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 사슬을 만들고 있다. 버섯으로 고기 특유의 텍스처를 구현하고 있는 대체 정육 고기 스타트업 ‘위미트’, 곤충으로 미래식량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스타트업 ‘반달 소프트’ 등도 시장 내 새로운 가치 사슬을 창조하고 있는 기후 테크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가치 사슬의 파괴나 창의적인 조합에 능숙한데, 이는 산업내 고착화된 가치 사슬에 의존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시도하기 힘든 부분이다. 스타트업 생태계 전문가인 뱁슨 대학(Babson college)의 다니엘 아이센버그(Daniel Isenberg)는 스타트업의 위험을 감수하며 혁신성에 기반한 새로운 가치 사슬 창출 능력을 차별적 정체성으로 꼽으며, 이것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과 경계를 나누는 특징이라 주장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2차, 3차 기업이라고 지칭하는 중소기업은 동종 산업 내 기업과의 가치 사슬을 공유하며 협력 관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지만, 스타트업은 항상 그렇지 않으며 복수의 가치 사슬에 전략적 접근이 가능하고 전용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세계자연기금(WWF)이 개최하는 지구촌 전등 끄기 「어스 아워(Earth Hour)」캠페인 날인 25일 오후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 조명이 꺼져(오른쪽) 있다. 2007년부터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8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소등한다.
세계자연기금(WWF)이 개최하는 지구촌 전등 끄기 「어스 아워(Earth Hour)」캠페인 날인 25일 오후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 조명이 꺼져(오른쪽) 있다. 2007년부터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8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소등한다.

이런 특징 덕분에 스타트업은 다른 산업군과 산업 생태계를 돌아다니며 협업이 가능하다. 오늘날의 기후 문제 해결에 스타트업이 매우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늘날 기후 문제는 여러 산업에 걸쳐 있는데, 스타트업은 그들의 전략적 유연성을 활용하여 여러 산업 생태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연결하고 공통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AI와 IoT기술을 활용한 분리 배출함을 제작하는 ‘오이스터에이블’은 현재 공공기관과 기업을 모두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발판으로 모두가 이용가능한 재활용 솔루션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전력적 유연성을 지렛대 삼아 산업의 형태 및 고객군의 경계와 관계없이 모두와 협력의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 테크 영역에서는 유난히 제조업 스타트업의 약진이 돋보인다. 국내 창업 생태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일컫는 소위 소부장 영역은 기술 기반 창업에서 비교적 관심을 얻지 못했다. 기술 기반 창업이라면 의례적으로 ICT서비스를 떠올렸다. 하지만 하드웨어도 중요한 기후 솔루션에서는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의미있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에이치투’가 개발한 흐름전지(flow battery)는 2차 전지의 짧은 수명을 극복한 대용량 장주기 에너지저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s)로, 10여년전부터 관련 기반기술을 원천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이다. 여러 산업에서 수요가 증가하는 첨단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 carbon nano tube)제조 스타트업인 어썸레이는 코로나 시대 동안 항균 작용을 하는 탄소 소재로 반영구적인 공기 살균 및 정화장치를 개발했다.

기후 테크는 기후 담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데, 특히 ESG 영역 중 다소 막연했던 G의 영역, 즉 거버넌스의 이슈까지 다룰 수 있다. 국내에서 거버넌스는 흔히 지배구조로 해석되며 조직 내의 수직적 혹은 수평적 구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단순 번역이 만들어낸 편협한 시각 일 수 있다. ESG의 개념이 먼저 보편화되어 있는 서구 사회에서 거버넌스를 시스템 내의 모든 가능한 관계를 지칭하고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재생 에너지 자원 지도를 제공해 산업내 기후 정보의 비대칭을 바로잡고 있는 ‘식스티헤르츠’는 기후 거버넌스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국내 기후 테크 스타트업이다. 실제로 이들의 주요 미션 중 하나는 기후 정보의 올바른 해석을 실현하는 기후 리터러시(climate literacy)이다.

기후 테크 스타트업들은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문제를 다각도로 해체하며 큰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마치 게릴라 전술을 활용하는 특공대처럼 작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기후의 여러 영역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그들의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PwC가 2021년 발간한 기후테크 보고서(PwC state of climate tech 2021)에 의하면 전 세계는 지속적으로 기후 스타트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따금 하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기후 테크 투자는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2020년 이후에는 총투자액이 급상승하고 있다. 투자 거래 건수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투자건수가 정체되고 있지만, 그래도 총 투자규모는 크게 늘어 건당 거래 투자 규모가 크게 커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스타트업-기업-정부, 따로 또 같이

2006년에 스타트업으로 설립해 이제는 전기차 선두기업이 된 테슬라의 사례는 기후 산업내 스타트업, 기업, 정부의 이상적인 기대역할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테슬라는 지난 2020년 회사 설립 이후 첫 흑자를 기록했는데 주요 원인은 차량 판매가 아닌 탄소배출권(carbon credit) 판매 덕분이었다. 탄소배출권은 환경오염을 낮추기 위해 기업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로, 최근 제조업과 에너지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사고 팔며 최종 실적에 점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차량 판매 실적은 적자지만 타 기업들, 특히 내연기관차량 제조 회사들에게 탄소배출권을 판매해 흑자로 전환한 테슬라는 국제 사회가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탄소절감제도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이다. 테슬라는 스타트업 단계였던 초기 전기차라는 파격적인 혁신 제품과 관련 기술을 연결하는 새로운 가치 사슬을 제안하며 전 시장의 관심을 받았으나 운영이익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적 전기차 구매 지원이나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형성과 같은 공적 영역의 도움을 받으며 사업적으로도 성공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정부가 올해 3월 내놓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보도자료는 효과적인 기후 행동의 필요조건으로 형평성, 국가제도, 정책, 그리고 여러 수준의 거버넌스(multilevel governance)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가속화할 요인으로 금융, 기술, 국제협력을 꼽고 있다. 정부, 기업, 스타트업에게 적합한 영역들이 모두 골고루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기후 문제를 둘러싼 새로운 경제 헤게모니의 질서 속에서 모두의 지혜와 능력을 모아 나아가는 공동의 발걸음을 기대해본다. 

*본 기고문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조민수 연구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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